문
박말이 (2011.11.20.)
올 가을은 무던히도 더우며 길기도 하다
하늘은 가을이 가고 있는데 한지 바를 문 살 하나 챙기지 않고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래도 은하수가 흐르는 맑은 마음이 있고 별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귀문이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모든 어머니는 문이다. 듣지는 못했어도 반드시 자궁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자궁 밖에서 자즈러들게 우는 것도 삶의 문턱에 도착한 신호이다.
"너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말문이 일찍텄다"
"어찌나 물어쌌든지 귀찮은 아이였다". 어머니의 이런 말씀들은 생의 출처를 알리는 지침서와도 같았다 "오줌을 빨리 가렸다 하룻 밤에 한 번 만 뉘면 되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는 내가 참 기특한 아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단잠에서 깨어나 오줌 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겠는가, 자식 한 명 키우는데 온 몸의 기관을 얼마나 여닫았을까!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참 마음쓰린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달걀같은 팔둑을 가진 아버지는 기둥같은 칡을 파오셨다.
어머니는 대낮에도 칡방아를 찧었다. 나는 어머니가 방아 찧는 모습을 보고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며 신기해 했다 가을이 오면 할아버지가 하시는 행사가 있었다. 햇볕이 따스하고 바람기 없는 조용한 날을 잡아 한지로 방문을 바르는 일이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단풍잎을 줍고 댓 잎을 따왔다 문고리가 달린 쯤에 댓잎을 넣고 한지를 이중으로 발라 말리면 탱탱해 지면서 소박한 수채화 같았다. 한지를 발라 놓고 돌아 서면 우리들은 어김없이 구멍을 내고 말았다. 그 때 할아버지의 혜차시는 소리"쯔쯔쯔"꼭 새소리 같았다.
한지 바른 방문에는 틈을 채우는 문풍지가 있었다.
문풍지를 울리는 역활은 바람이 맡았다. 온 몸을 떨며 바람을 막다가 울어 버리는 것이 문풍지다. 문틈은 바람같은 사촌 큰오빠의 몰래 카메라였다. 사촌 큰오빠는 나보고 마실 물을 떠 오라고 했다.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물을 떠 오다 방문앞에서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싹싹 딱았다 그런데 사촌 큰오빠가 그 물그릇을 냉큼 받고는 "너 이물 마셨지"하며 빙긋이 웃었다. 나는 '어떻게 알았지' 사촌 큰 오빠가 귀신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문이 중요 한 것 같다.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만 봐도 그렇고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지식만 쌓는데 전염하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시대 변천에 따라 모두 새로운 발돋움에 기를 쓰지만 저승문을 들어간 사람의 후문을 들어 본적이 없다. 인간은 문으로 나와 문으로 살다가 문으로 간다면 과언일까!. 가을 하늘처럼 정신 세계를 열어 놓고 살수는 없는 걸까! (문은 내손으로 만들어 가는 인생 길에 운명이다)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어떨까!
끝없는 가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과학 문명시대를 닫아 버리고 한지에 단풍잎을 넣고 문살에 풀칠을 하시든 할아버지와 살았든 그 시대로 돌아 가고 싶다
2024.10.26.
이글도 써둔지 오래 되어 좀 그렇지만 올려 봅니다^^
많은 이해 바랍니다^^
첫댓글 방문에 한지 바르던 추억이 제게도 아련합니다.
하루종일 말려 저녁이 되면 팽팽해지니, 손가락으로 튕기면 맑은 소리가 났던, 기분이 아주 좋았던 어린 날....
'저승문을 들어간 사람의 후문을 들어 본적이 없다'는 말씀에 절대공감합니다. 예수님조차도 '다시살아나신'후 몇몇 제자들에게만 모습을 보였다 하니 참 아쉬운 일이지요. 일반 대중 앞에 나섰다면, 정말 유일신이 될텐데...
잘 감상했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에 오타가 있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선생님~~^^
덕분에 이름 오타를 수정했습니다^^
즐거운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되면 겨울 준비에 문고리 떼어내 창호지 교체하던 그 때 그 시절이 좋았습니다
동감해 주셨어 고맙습니다~~선생님~~^^
좋은 일만 생기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문에 나와 문을 드나들다가 문으로 돌아가는 것...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선생님~~^^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