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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회서대전 한편, 강옥봉을 등에 업고 주방으로 들어간 조중화는 다급히 소리쳤 다. "장님노파는 어디 있소?" 넓은 주방 아궁이에서는 솔가지가 불길을 활활 타올리고 솥에서는 구 수한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으나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중화가 주방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 다. "장님노파가 당신 부르라는 이름인 줄 아시오?" 동시에 높이 쌓여 있는 땔감 뒤에서 육십 남짓한 노파가 걸어나왔다. 눈자위는 퀭하니 들어갔고 머리는 새둥지처럼 꼴사납게 헝클어졌으며 일신에 포의를 입은 노파였다. 조중화는 크게 말했다. "당신은 어서 온일호님을 총단으로 호송하시오." 장님노파는 대답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전신을 한차례 비틀었다. 그러자 전신의 골절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조중화는 냉소를 머금으며 다시 소리쳤다. "온일호님이 위경에 처해 있으니 쓸데없는 위세는 과시하지 말고 어 서 온일호님을 호송토록 하시오." 장님노파는 크게 놀란 듯 몸을 흠칫 떨었다. "온일호님은 어디 계시오?" "지금 혼미 상태에 빠진 채 나의 등에 업혀 계시오. 만일 홍죽옥수고 를 복용치 않으면 앞으로 반 시진밖에 생명을 보존할 수가 없소." 이 말에 장님노파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검은 눈동자에서 정광이 무섭게 발산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중화는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이제 보니 저 할망구는 가짜 장님이었구나! 휴…… 내가조심을 했기 망정이지 조금만 경솔히 굴었더라도 본색이 탄로날 뻔했구나.' 이때 노파가 음산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서 노신을 따라오시오.그러나 노신은 총단의 입구까지 가는 길은 알아도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모르는데 온일호님은 어째서 두칠랑을 찾아가지 않으셨지요?" "두칠랑은 현재 대청 밖에서 성심장 도당들과 대치하고 있소. 속히 서두르시오." 노파는 히죽 웃으며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어 오른손을 아궁이 속으로 집어넣고 약간 흔들어댔다. 덜컹! 그러자 놀랍게도 부엌 밑바닥에 사각형의 출입구가 나타났다. 조중화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제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총단으로 들어가는 비밀지하도가 부엌에 있 다는 것을 알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노파의 뒤를 따라 돌층계를 밟고 내려갔다. 앞서가던 노파는 대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귀하도 본 방의 소속인 모양인데, 총단으로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 소?" "내가 온일호님을 호송해 오는 도중에 온일호님이 다소 일러주셨는데 윅낙 다급한 나머지 그 기억이 얼른 떠오르지 않으니 이젠 오직 온일 호님의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소." "그럼 귀하를 총단 입구까지 안내한 다음 노신은 다시 나가서 두칠랑 을 대신해 성심장 도당들을 맡고 그를 들여보내겠소." 그녀는 화섭자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어둠침침했던 주위가 환히 밝아졌는데 밑으로 향한 계단이 백 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총단은 매우 깊은 지하에 위치해 있음이 분명했다. 조중화가 강옥봉을 업은 채 돌계단을 완전히 내려섰을 때 노파가 나 직이 말을 꺼냈다. "온일호님의 생명이 위급하니 귀하는 일 각을 지체하지 말고 노신의 뒤를 바짝 따르시오." 조중화는 부지런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지하도는 과히 넓지 않았으며 마치 염소 창자처럼 구불추불하 고 굴곡이 심했다. 한참동안 쉴새없이 내달려 지하도의 마지막 굽이를 돌아서자 전면에 태극형의 월동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태극형의 월동문은 철 문이었는데 앞쪽에 쥐머리 모양의 서두 하나와 사발만한 흑주 두 개가 달려 있을 뿐 문을 열 만한 손잡이는 보이지 않 았다. 노파가 말을 꺼냈다. "여기가 바로 총단 입구요. 노신은 더 이상 안내할 재간이 없으니 귀 하는 온일호님이 일러주신 말을 차분히 생각해 내어 불행한 일이 없 도록 하시오." 그리고는 화섭자를 벽 쪽에 꽃아 놓고 발길을 돌려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감자기 돌아섰다. "아참! 노신은 귀하가 진정한 본 방의 소속인지의 여부를 미처 확인 해 보지 못했소." 조중화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삼십호 온서임을 증명하는 온서패와 온일호님이 주신 옥서령 까지 가지고 있소.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면 당신이 잠시 온 일호님을 부축하고 있으시오. 내가 온서패와 옥서령을 제시하겠소." 그가 강옥봉을 앞으로 돌려 두 손으로 받쳐 들자 노파는 조금도 주저 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 순간, 팟! 강옥봉이 느닷없이 두 손을 내밀어 노파의 목을 사납기 졸라 버렸다. "으…… 윽! 오, 온일호님…… 어…… 어찌……" 선혈 한줄기가 분수처럼 내뿜어지는 가운데 노파는 숨이 콱 막혀 두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동그래지며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 졌다. 그러다가 이내 사지를 부르르 떨다가 양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강옥봉은 땅으로 두 발을 내리며 목을 졸랐던 손을 풀었다. 쿵! 노파는 차디찬 시신이 되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강옥봉은 지체없이 문 위쪽에 부착된 두 개의 흑주를 붙잡고 각기 반 대 방향으로 일곱 번 돌렸다. 스릉! 그러자 서두가 자동적으로 우측으로 한바퀴 회전하면서 태극도형으로 된 문이 가볍게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아홉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강옥봉은 한차례 훌어보고 급히 말했다. "시간이 없소. 성심장에서 이곳까지 쳐들어오기 전에 이곳의 기문금 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오.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조중화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협이 만일 구소양으로부터 이곳의 비밀을 알아 내지 않았더라면 어림도 없을 뻔했구려 그런데 이 아홉 갈래의 길 중에서 과연 어느 길이 총단으로 직통하는 길인지 아시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옥봉이 입을 열었다. "좌측으로부러 세 번째 길이오." 강옥봉은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조중화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횃불과 등불이 어 둠을 밝히고 그윽한 전단향 내음이 풍겨 오는 지하도는 안으 로 들어갈수록 넓어졌다. 다시 몇 장쯤 들어가자 규모가 웅장하고 단청이 찬란한 대전이 전면에 나타났다. 문 위에는 금색으로 다음과 같은 글자가 새겨진 현판이 덩그러니 걸 려 있었다. <회서대전> 여기서부터가 바로 회서방의 총단이었다. 많은 강호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회서방 총단에 지금 외인 으로선 맨 처음으로 강옥봉의 발길이 닿아 있는 것이다. 대전 대들보엔 네 개의 유등이 달려 있고, 중앙에는 향연이 피 어오르는 향로와 촛불이 밝혀진 금촛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양쪽에 일 자로 놓여진 신감에는 여러 개의 신상들 이 앉은 모습으로, 혹은 선 형상으로 안치되어 있었는데 신상들의 머 리가 모두 쥐 모양이어서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게 했다.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대전 안은 조용한 가운데 유등과 촛불이 밝혀져 있었는데 싸늘하고도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 고 있었다. '총단치곤 너무 샐렁하군.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눈초리가 있을지 모 르니 각별히 조심해야 되겠다.' 강옥봉은 마음을 도사려 먹었다. 노련한 무림명숙인 조중화도 이 분위기에 휘말려 절로 모골이 송연해 졌다. '은연중에 사람을 짓누르는 섬뜩함이 흘러나오고 있구나.' 강옥봉은 묵묵히 대전의 형태를 둘러보다가 구소양의 말을 상기시키 며 중앙의 향로 좌측으로 서서히 돌아서 대전 됫문으로 나갔다. 대전 뒤에는 매우 넓은 공지가 있었는데 그 둘레에는 높이 오 륙 척쯤 되는 화목들이 들어섰고, 오색 영롱한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화원은 무척 넓어 반경이 이백여 장도 넘어 보였다. 그런데 강옥봉은 한 가지 기이한 것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피어 있는 꽃들이 희귀한 종류일 뿐 아니라 심어진 위치가 서로 얽혀 지며 기문금제가 배치되어 있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화목에는 일정 한 간격을 두고 일, 월, 성신을 상징하는 명주 들이 박혀있어 오색의 기화를 반사시키고 있기 때문에 보는 사 람의 눈을 부시게 했다. 강옥봉은 한동안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화원의 진세를 관찰했다. 잠시 후, 강옥봉은 이 화진의 변화를 터득하고 나서 이음전성 으로 말했다. '조 장주, 내 발자국을 따라 걸으시되 조금도 차질이 없도록 하시 오." 그는 하도와 낙서의 보법으로 서서히 꽃나무들이 들어선 속으로 들어갔다. 약 이 리에 달하는 꽃나무 진을 통과하자 백석이 깔린 길이 십여 갈래 나타났는데, 끝 부분은 짙은 어둠에 싸여 있어 어디 로 통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강옥봉은 서슴없이 네 번째 길로 접어들었다. 한데 그때 돌연 눈앞에 불빛이 번쩍이며 이마가 훌렁 벗겨진 홍포노 인이 불쑥 나타났다. 홍포노인은 형형한 눈으로 강옥봉을 응시하며 말했다. "구 형, 내당까지 들너오시면서 어찌 면구를 쓰 지 않고 또 암호를 사용하지 않으시오?" 강옥봉은 일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에 대해선 미처 구소양에게 물어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본시 총명 절세한 그는 기지를 발휘하여 조중화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우뚝 멈춰 섰다. 순간 그의 얼굴빛은 참담하게 변했고, 눈빛마저도 흐리멍덩해졌다. 조중화는 즉시 강옥봉의 의도를 짐작하고 앞으로 나섰다. "온일호님은 부총호법과 함께 안경을 출발한 후 강적과 치열한 싸움 을 벌여 부총호법님은 돌아가시고 온일호님은 심한 내상을 입으셨기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호송해 온 것이오. 그러나 아직 본 방의 영약 인 홍죽옥수고를 복용치 못했기 때문에 말씀을 못 하시는 것이오." 홍포노인은 얼굴에 놀라움과 의아해 하는 빛을 띠었다. "어느 강적이었소?" "성심장." "그대는 대체 누구요?" "안경성을 책임지고 있는 용호풍운검 조중화라 하오." 홍포노인은 그의 이름을 들어 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 삼십호 온서였구려. 온일호와 함께 출발한 사람은 어찌 되었소?" 조중화는 그럴듯하게 꾸며서 말을 한 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온일호님께서 내공이 심후한 관계로 한 가닥 진기로써 생명 을 유지하고 계시지만 시간이 늦으면 큰일이오. 그러니 귀하는 속히 서두르시오." 흥포노인은 황망히 앞장서서 걸어갔다. "조 장주는 어서 구 형을 부축하여 노부를 따라 단실로 들어오 시오." 노인이 들고 가는 불빛은 횃불도 아니고 촛불도 아니었다. 수백 개의 반딧불을 한데 뭉친 것 같았는데 이 장 둘레를 환히 비춰 주었다. 두 사람이 그를 따라 한참 동안 들어가자 눈앞에 하나의 석문 이 나타났다. 석문 위에는 서두 형상으로 만들어진 동환 두 개가 달려 있었다. 홍포노인이 손을 들어 두 개의 동환을 좌측과 우측으로 각기 한바퀴 씩 돌리자 석문이 소리없이 옆으로 이동했다. 단실! 문이 열려진 곳은 바로 단실이었는데 검은 칠을 한 목가가 가 로 세로로 드리워져 있었다. 목가에는 단약들이 들어 있는 자기병과 자기그릇들이 많이 안치되어 있었다. 그리고사방 벽 구석에는 유등이 밝혀져 있어 단약의 이름과 용도를 적은 표지를 환히 볼 수가 있었다. 홍포노인은 그 중 제일 위에 있는 선반에서 옥병 하나를 집어 들고 병마개를 열었다. "구 형, 입을 벌리시오." 강옥봉은 입을 하마처럼 크게 벌리고 옥병에 든 단약을 계속해서 받 아 삼켰다. 약 반 병을 먹었을 때 홍포노인은 옥병의 마개를 닫아 목가에 안치했 다. 강옥봉은 체내에 뜨거운 열기가 고루 유포됨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홍포노인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강옥봉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중화는 내심 번개같이 생각을 굴렸다. '강 소협이 깨어나서 이자가 누구인지 몰라본다면 큰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피면서 홍포노인에 게 말을 건넸다 "저는 오랫동안 안경성에만 있어서 아직 본 방의 고수들을 잘 알지 못하오. 보아하니 귀하는 총단에서도 높은 지위의 분 같은데, 높으신 명호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흥포노인은 가볍게 웃음지었다. "노부는 이호 온서인 혈영추흔 양만균이라 하오." 이 말을 듣고 조중화는 깜짝 놀랐다 눈앞의 이 홍포노인이 회서방에서 서열 오위에 있는 이호 온서 일 줄이야…… 더구나 혈영추혼 양만균은 칠대흉인 중의 하나로 장공과 경공 에서 가히 무림일절로 손꼽히는 무서운 고수였다. 조중화는 즉시 머리를 숙여 포권했다. "아! 이제 보니 온이호님이셨군요. 몰라뵙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양만균은 간단하게 고개를 까닥거렸다. "모르고 한 일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조 장주는 사과할 필요 가 없소." 그때 돌연 조중화 귓전에 강옥봉의 이음전성이 들려 왔다. "음……" 조중화는 강옥봉으로부터 무언가를 전해 듣고 우울한 기색을 보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양만균은 그것을 보고 즉시 물었다. "조 장주는 어째서 한숨을 내쉬시오?" "본 방에 큰 화난이 닥친 기미를 온이호님께서는 느끼지 못하고 계십 니까?" 양만균은 안색이 확 달라졌다. "그게 무슨 말이오?" 조중화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본 방의 화난은 외부보다 내부에 있습니다. 온일호님께선 성심장에 서 본 방의 비밀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 셨는데 조금 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양만균의 얼굴 표정이 심하게 변화되면서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그럼 온일호는 본 방에 침투해 있는 성심장의 첩자가 누구라는 것을 아셨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대체 첩자가 누구요?" "두칠랑, 바로 그 늙은이입니다." "뭐라고?" 양만균의 두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내저었다. "두칠랑의 사람됨은 노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그녀는 결코 우리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를 첩자로 오인 하게 되었소?" 조중화는 내심 그의 기세가 당당한 것을 보고 가볍게 다루어선 안 되 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 성심장 고수들이 두가장으로 습격해 왔을 때 두칠랑은 대적 하기는커녕 도리어 화혈침을 온일호님께 발사하려고 했습니다. 그것 만보더라도 그 늙은 것의 속셈이 어떻다는 것을 환히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노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소." 그때 강옥봉이 벌떡 일어났다. "조 장주의 말은 진실이니 양 형은 더 이상 의심하지 마시오!" 양만균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중화는 길게 탄식했다. "두칠랑은 본 방의 비밀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기 때문에 조 금만 있으면 성심장 도당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방주께선 총단의 고수들을 모두 외지로 파견시키셨으니 온이호님께서 아무리 무 공이 높다 해도 중과부적입니다 아……! 본 방이 수십 년 동안 심혈 을 기울여 쌓아 올린 노력의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었군요." 양만균은 입가에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 "흥! 그년이 그런 위인이라니…… 아무리 내부 세력이 외부로 나갔다 해도 이곳엔 절정고수가 이십여 명이나 있으니 두칠랑이 서슴없이 겉 들을 끌어들이진 못할 것이오." 강옥봉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을 받았다. "설령 이십여 명의 고수가 있더라도 중과부적이 될 것이니 양 형은 어서 방주께 연락을……" 겨우 이 말을 마치고는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 자리에 다시 털 썩 주저앉아 운공조식을 했다. 양만균은 우려하는 눈빛으로 강옥봉을 내려다보다가 조중화를 돌아보 았다. "구 형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소. 아무래도 노부가 방주님께 급 보를 띄워 도움을 요천해야 할 것 같소." 바로 그때였다. "양 형……" 돌연 밖에서 두칠랑의 음성이 들려 왔다. 강옥봉이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양만균에게 두칠랑을 유인해 들이라 는 눈짓을 했다. 양만균은 잠시 주저하다가 밖을 향해 크게 말했다. "내가 마침 구 형을 도와 상세를 요양시키고 있으니 어서 안으로 들 어 오시오." 두칠랑은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뜨린 채 비틀비틀 안으로 걸어 들어 왔다 "나…… 나는 이미 금색독주에 당했소. 양 형은 부디 나의 원수를 갚 아주…… 주……" 말을 이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끝내 맺지 못한 채 두칠랑은 그 자리에 나동그라졌다. "앗?" 양만균이 경호성을 울리며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사이, 파스스…… 두칠랑의 시신은 점차 푸른 연기로 화해 올라가며 백골만이 징 그럽게 남게 되었다. "저 저럴 수가!" 조중화도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때 두칠랑의 뼈 속에서 강철처럼 단단하게 생긴 독주가 기어 나왔다. 등 부분에 자색 반점이 있고, 발에 금색의 털이 난 독주는 배가 불렀 다는 표현인지 빠른 속도로 백골의 주위를 돌며 연방 괴성을 질러댔 다. 찍…… 찌익…… 강옥봉은 두 눈에 살기를 번뜩이며 독검을 뽑아 한차례 쾌속하게 후 려쳤다. 팟! 독주는 번뜩이는 검광에 난도질당해 버렸다. 강옥봉은 재빨리 양만균을 향해 말했다. "양 형, 즉시 총단의 고수들을 소집해 성심장의 침입에 방어토록 하 시오." 양만균은 백골을 내려다보며 머뭇거렸다. "두칠랑이 성심장 도당들에게 당한 것을 보면 본 방을 배반하지 않은 것……" 강옥봉은 급히 손을 내저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같이 위급한 시기에 무엇을 따지고 있는 거요?" 바로 그때였다. "우와아아아……!" "와아아!" 지하도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 왔다. 양만균의 안색이 크게 달라졌다. "야단났소. 적들이 벌써 지하도까지 몰려든 모양이오." 그는 황급히 밖으로 뛰쳐 나갔다. 강옥봉은 그의 됫모습을 지켜보며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그들끼리 싸우다 죽든 살든 상관할 필요가 없으니 이곳에 있 읍시다." 조중화는 불현듯 생각이 나서 물었다. "소협은 아까 왜 두칠랑을 첩자라고 몰아세웠소?" 강옥봉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양만균으로 하여금 사태가 이미 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절감케 하여 회서방주의 행방을 알아 내려는 의도였 소. 한데 두칠랑이 때마침 나타나서 일을 방해하고 만 거요." 그는 나직이 탄식했다. "비록 이번에 회서방의 총단을 없앨 수 있을지는 모르나 회서방주를 색출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소." 조중화도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져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때 밖에서 양만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구 형!" 강옥봉은 급히 눈을 감고 운공조식하는 척했다. 양만균은 양 어깨를 들섹이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안으로 들어와 조중화를 향해 말했다. "본 방 고수들은 현재 침입자들을 화진 안으로 유인하여 혈전 을 벌이고 있소. 그런데 적들은 무공이 고강하고 진식에 달통 한 인물들이 있어서 그들을 화진으로 제압하기는 어려을 것 같소." 강옥봉은 눈을 뜨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양 형, 내가 바로 뒤따라 나갈 테니 어서 나가서 본 방 고수들을 독 려하여 잠시만 화진이 격파되지 않도록 하시오." "알겠소" 양만균이 황망히 밖으로 달려나가자 조중화는 즉시 물었다. "소협은 어떻게 처리하실 작정이오?" "음…… 침입자들은 틀림없이 성심장 소속들일 텐데 만일 그들 중에 냉상아나 그녀의 측근이 있다면 억울하게 희생당하게 되니 참으로 난 처하군요." "그러나 무림을 위해선 사소한 것에까지 신경을 기울일 수가 없소. 그리고 냉 낭자는 사정을 알고 있으니 섣불리 끼여들거나 하지 않을 거요." "아무튼 나가 봅시다." 두 사람은 단실에서 나와 화진 앞에 당도했다. 드넓은 화진은 하나의 거대한 격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쾅! 콰쾅! 퍼퍼펑! 차차차창! 연신 터지는 폭음과 검명, 도풍 소리…… "크아아악!" "아아악!" 그리고 처절하게 들려 오는 비명 소리, 신음 소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성심장에서는 일거에 회서방을 섬멸할 작정인 듯 성심오로와 팔대비 객을 비롯한 정예들이 거의 대부분 망라되어 있었다. 그에 대항하는 회서방 측에서도 열다섯 명의 온서급 고수들과 삼십 명이 넘는 전서급 고수들을 위시한 백여 명에 육박하는 인물들이 맞 서고 있었다. 쌍방은 치열하게 싸움을 벌여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때 돌연 화진 밖에서 하나의 기화가 솟구쳐 올라 주위를 눈 부시게 비추었다. 그 기화는 배교에서 소식을 전할 때 사용하는 만리화통이 었다. 강옥봉은 운봉랑 등이 자기의 안위를 걱정하여 달려왔음을 짐작하고 급히 조주오하에게 말했다. "조 장주, 수고스럽지만 화진 밖으로 나가서 운 낭자 등이 화진 안ㄴ 으로 들어오는 것을 제지하시오. 만일 그들이 들어온다면 나의 행동 이 부자연 스럽게 됩니다." 조중화는 망설였다. "노부는 화진을 출입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강옥봉은 급히 옥서령과 냉상아에게서 받은 성심장의 신물을 꺼내 주며 몇 마디 밀담을 속삭이고는 말했다. "이곳의 화진은 하도와 낙서의 이수에 근본을 두 고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그 구결에 의해 드나들면 조금도 어 려울 게없소." 조중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화진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무련 양만균 등 회서방 고수들은 워낙 많은 수로 달려드는 성심장 의 고수들에게 중과부적으로 밀려 화진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성심 장 고수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기력이 쇄진하기를 기다 려 금제를 발동시켜 사로잡으려는 전략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성심장 측에서도 지략이 뛰어난 기재들이 많아 슁사리 걸려들 지 않았다. 따라서 쌍방은 화진 안에서 서로 밀고 밀리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 다. 조중화가 화진 안으로 들어서자 양만근이 앞으로 나와 의혹에 찬 눈 으로 바라보면서 전음성으로 물었다. "조 장주 어딜 가려는 것이오?" "성심장의 많은 후원부대가 지금 화진밖에 쇄도해 있소. 그러므로 온일호께서는 저더러 그들을 화진 안으로 유인하여 일망타진하라고 하셨습니다." 조장주는 양만균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온 일호님은 적들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면 대할은 피하고 암습으로써 승부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노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 양만균은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저쪽으로 가버렸다. 조중화는 다시 화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회서방 고수들이 가끔 그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옥서령을 보이자 무사 히 통과되었다. 그가 화진 한복판에 이르린을 때 음침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게 서시오!" 동시에 마관을 쓴늙은 도인이 전면에 나타나더니 냉엄한 눈초 리로 그를 훑어보았다. 그 도인은 창백한 얼굴에 푸른 기운이 은은하게 떠 있고 뱁새눈에 매 부리코를 지니고 있었으며 턱주가리엔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 남광이 번쩍이는 기형의 구연환을 맸으 며, 손에는 오목으로 자루를 만든 불진을 들었다. 그는 바로 성심오로 중의 한 명인 마화도인으로, 칠대흉인 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조중화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강옥봉이 건네 준 노란 깃발을 꺼내 들었다. 깃발에는 녹색 글씨로 '성' 이란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화도인은 노란 깃발을 보자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귀하는 삼공녀가 보낸 분이오?" 삼공녀란 바로 냉상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깃발은 냉상아가 강옥봉에게 건네 준 것으로, 성심기라 불렸다. 성심기는 모두 다섯 개가 있었는데 그 중 두 개는 두 장주의 신물 이었고, 나머지 세 개는 각기 세 명의 제자들을 나타내는 물건이 었다. 그 중에서 냉상아는 녹색 글자가 적힌 녹기를, 도옥린은 금기 를, 그리고 대제자인 삼절공자 남검당 은 남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조중화는 정중히 포권의 예를 취했다. "그렇소. 지금 삼공녀께선 이 화진의 오묘함을 깨우치시고 총단 내로 잠입하시면서 나에게 화진을 드나드는 법을 여러 동지들에게 알리라 명령하셨소." 그리고는 화진의 내용에 대해 소상히 얘기했다. "삼공녀께선 회서방 도당들을 발견하는 즉시 인정사정 보지 말고 가 차없이 쳐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셨으니 진법과 명령을 여러 동지들에 게 전해 주시오." 이어 그는 몸을 날려 앞으로 달려갔다. 얼마쯤 더 나가자 운봉랑과 락희연이 진 내의 동정을 살피고 있는 모 습이 보였다. 운봉랑과 곽희연은 각기 얼굴을 엷은 흑사로 가렸고 일신에는 간편한 청의와 흥의경장을 걸쳤는데, 아름다운 몸매가 두드러지게 돋 보여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들은 불안과 초조에 쉽싸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조중화가 불쑥 나타나자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조 대협, 그분은 어디에 있나요?" 조중화는 내심 운음을 금치 못하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분이라니? 누구를 가리키는 말이오?" 그녀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 운봉랑이 정색을 했다. "조 대협께선 지금같이 다급한 시기에도 농담을 하시나요?" 조중화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소협은 무사하네. 그는 노부더러 두 분 낭자에게 함부로 화진 안으 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를 내리도록 부탁했네." 이어 강옥봉이 은밀히 부탁한 말을 소상히 전해 주었다. 그녀들은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아무 말 없이 회서대전 안으로 물러났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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