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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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나 뿔로 된 인감도장이 있지만 가격이나 쓰임이 만만한 건 목도장이었다 목도장은 삶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공모했다 최초의 공모는 아마도 성적표에 찍어 가야 했던 부모님 도장을 몰래 목도장을 새겨 대신한 것이겠다 ㅎ 집 계약, 은행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결석계에도 도장을 찍었었지 않나 지금은 거의 사인으로 대신하여 목도장도 많이 없어지고 수많은 삶의 증거가 되느라 손 때 반질반질 닳고 닳은, 우리들 부모님의 낡은 목도장! 거기 새겨진 이름의 주인들도 세상에 많이 없는데 ... 심안의 시인이 그걸 그림은 비어 있다고 했나보다 ..
첫댓글 내게도 목도장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내 것, 군 입대 직전 급하게 한글로 새긴 것.
또 하나는 어머니 것~. 때죽나무로 동네 사람이 만들어 주었다는데 한자로 잘 써진 글씨, 표면의 깎은 자국이 작은 조각품 같기도 한~.
아, 때죽나무 도장!!
동네 분이 만드셨다니 ...
그대로 작품일 것 같아요
시로 쓰셔도 깊은 작품이
나올 것 같고요 !!
@초록별 네~, 시로 쓸 생각도 이 시 보며 들었어요. 감사~♤
@햇무리 오~ 정말 특별한 도장이군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아요 위 아래 굵기가 다르고 깎은 자국이 있어 더욱이 때죽 나무가 느껴져요 !!
묵은 목도장이 목숨같았던 시절도 있었지요. 실수로 잘못 찍으면 땅문서 집문서도 날아가는...
그래도 정이 두둑하게 베인 도장 사용시절이 살푼 그립습니다...ㅎ
맞아요
그 시절엔 도장 꾹꾹누르는 만치 사는 정도 꾹꾹 눌렀던 것 같은데 ..휘리릭 사인같은 요즘이네요 ^^
한때는 분신같이 귀한 대접을
받던 도장들.
아직도 문갑 속에 고이 모셔 놓았네요.
도장들도 옛날이 그리울 거 같아요 ㅎ 이제 생각해보면 도장이 참 낭만적이고 예술적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