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웃사랑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기아 이종범(33)이 보육시설인 신애원(광주 남구 송하동)과 10여년간 맺어온 각별한 인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종범은 크리스마스인 25일 기아 상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최상덕(32)과 신애원을 찾아 성금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범의 부인 정정민씨(32), 정후군(5) 가현양(4) 남매를 비롯해 최상덕의 부인 김민선씨(30)와 솔기양(5) 륜기군(2) 남매도 함께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기아 선수 10여명과 그 가족들을 이끌고 신애원을 방문해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등 남모르는 선행을 이어왔다. 이 시설 출신인 친구 조모씨를 만나면서 시작된 선행은 어느덧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종범에게 신애원 가족들은 이제 피를 나눈 친가족이나 다름없다. 신애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원생들이 이종범 선수의 열성을 보고 자란 덕분인지 이제는 그를 친아버지처럼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이종범도 신애원의 김오현 원장(75)을 친아버지처럼 여기며 스스럼없이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특히 원생들의 홀로서기에 신경을 썼다. 틈만 나면 “나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환경만 탓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성장했다. 여러분도 불행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잘 자라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실질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물질적인 지원 등도 아끼지 않았다. 야구선수로 자라고 있는 두 명의 초등학생에게는 야구용품을 제공하는 등 각종 후원을 하고 있다. 이들이 다니는 광주 학강초등학교를 방문해 지도도 하고 있다. 또 골프선수인 고교생 3명의 이달 뉴질랜드 전지훈련 비용을 마련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현재 광주 지역 내 지인들을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골프연습장 건설 등의 성과를 이뤘다. 물론 매년 성금은 별도로 낸다.
신애원의 김요셉 국장은 “우리 원생들이 물질적인 지원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더 많이 의지하고 있다.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세상 높은 곳에 서서 가장 낮은 곳에 애정을 쏟고 있는 이종범의 모습은 어느 해보다 얼어붙은 올 연말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