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 하상도로 철거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하상도로는 대전시청의 둔산 이전으로 구도심과 둔산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당시 연결도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둔산개발에만 급급한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양도심의 교통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하상도로는 환경단체의 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임시도로란 미명하에 건설되었다. 기약 없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임시방편용 하상도로는 점차 확대되어 이제는 하천의 어느 곳에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하천에 당연히 있어야 할 구조물로 인식될 정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하상도로 이외에도 하상주차장, 체육공원, 인공홍수터(둔치), 교량, 각종 물막이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어 하천은 각종 인공구조물의 전시장이 되어 버렸다. 또 하천의 양쪽 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콘크리트로 씌워져 왔다. 주인 없는 하천부지 내에 인간중심의 편의시설을 많이 만들어야 행정을 잘 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로 대전은 물론 전국 중소도시의 하천은 각종 구조물로 만신창이가 되어왔다.
하천의 주인은 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극성스런 괴롭힘으로 물은 하천을 피해버렸다. 이제는 하천에 물이 없으니 물을 가져다 놓자고 또 아우성이다. 언제는 각종 오폐수를 마구 버려 숨도 못 쉬게 하고 또 언제는 더러운 물 보기 싫다고 차집관로를 설치하여 하천을 마르게 해 아무런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 입장에서는 가관이 아닐 것이다.
하천은 한마디로 물길이고 각종 생명체의 발원지이며 삶의 터전이다. 그런데 각종 교량, 하상상가시설, 저수보 등의 시설물은 하천의 물길을 막아 홍수시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하천 수위를 증가시킨다. 또 하상도로는 유속을 빠르게 하여 하천단면이 좁아지는 곳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요즘처럼 이상기온 심각한 때에 언제 400㎜ 이상의 게릴라성 폭우가 와서 대전 도심부를 물바다로 만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수질적 측면은 어떤가? 미국 테렌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도로에서 연간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1차선 1㎞의 도로에서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발생물질 96Kg, 부유물질 241Kg, 중금속인 납이 0.37Kg정도이다. 실로 엄청난 양의 오염물이 아무런 정화 없이 하천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상도로, 콘크리트벽, 천변도로 등이 여름철 햇볕에 달구어져 있다가 소낙비가 오면 뜨거운 빗물과 함께 섞여 들어 오염물로 하천수의 용존산소가 급격히 감소하고 중금속 농도가 높아져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생태적 측면은 어떤가? 물속의 보이지 않는 많은 미생물에서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부분의 생물종이 없거나 부족하면 먹이사슬은 깨지고 상위 포식자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경관적 측면은 어떤가? 하천오염이 심각하던 십여 년 전 사람들은 하천을 기피하고 콘크리트벽으로 말끔하게 정리된 하천을 선호했다. 하천에 수초가 자라면 잘라버리라는 민원이 무성했고, 하상도로나 천변도로가 마을 발전의 상징처럼 인식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시민들이 3대 하천이 있어 대전에 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하천은 시민의 친수공간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도 천변의 인기도가 계속상승하고 있어 경관적 가치를 짐작하게 한다.
대전천 하상 상가를 철거하자, 하상도로를 없애고, 하천의 물막이 보를 털어 버리자.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게릴라성 폭우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하천에 대한 시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이제는 당국이 나서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역할도 중요했고 시민단체의 노력도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 회자되는 하천 생태복원, 하천유지용수 확보를 위한 각종 구조물의 설치 등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 계획들이 하천의 주인인 물과 생물들의 입장에서 계획되지 않고 인간중심적 편리성과 경제성에 맞춰져 졸속 추진된다면 또 다른 불필요한 구조물을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천천히 그리고 파괴에 소요된 기간보다 더 긴 시간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분석과 시민의 참여 속에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