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전거 여행기 // 첫째날
Theme 부산 그리고 PanStar Ferry호
이른 새벽, 고요를 깨우며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간밤의 설레임 때문에 한숨도 잘 수 없었기에 쉽게 눈을 뜰 수 있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창 밖으로 빗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빗소리가 내 몸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출발이 될 듯 싶다.
조금은 서둘러서 마지막으로 짐을 점검하고, 빠진 것들을 하나하나 가방에 담았다. 최대한 짐을 줄였는데도, 가방은 꽤 무거웠다. 출발을 앞두고 더 정리할 시간도 없어서 막무가내로 일단 집을 나섰다.
엷은 빗줄기의 환대를 받으며 자전거는 신나게 굴러갔다. 우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강남고속터미날까지는 무리라고 판단해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고요한 새벽, 첫차를 타기위해 몰래 자전거를 들고 유유히 입구를 통과했다. 지하철 플랫폼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첫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분명 부지런한 분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또다시 설레임이 찾아왔고 무언가를 기대하는 미소가 내 얼굴에 피어났다.
지하철을 몰래(?) 이용해서 편하게 강남고속터미날에 도착했다. 같이갈 친구 형민이는 미리 도착해서 부산행 표를 사두었다. 이른 새벽 비를 맞으며 시작한 하루였지만, 우리 둘은 모두 누가 보아도 몹시 들뜬 모습이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우린 자전거를 싣기 위해 운전기사 아저씨께 다가갔지만, 아저씨께선 이미 우리 의도를 아시고 짐칸을 열어주셨다. 덕분에 쉽게, 아주 쉽게 자전거를 실을 수 있었다.
지난 밤 전혀 잠을 자지 못한 형민이는 부산까지 가는 6시간동안 내내 꿈속을 헤맸다. 나도 잠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들뜬 마음은 내가 잠들기를 원하지 않았다. 덕분에 뜬 눈으로 비오는 새벽, 부산행 고속도로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형민이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싸주신 도시락 덕분에 그날 아침과 점심, 저녁까지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부산고속터미날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에겐 첫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 관계자분께서 우리의 지하철을 이용을 막았던 것이다. 부산항까진 지하철로만 20정거장이 넘었다. 자전거로 갈 수도 있지만, 우리의 배시간이 그런 여유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성이는 우리의 모습에 결국 GG를 치시고 안으로 들여보내 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매니아들이 대중교통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실족함을 금치 못했다.
부산의 지하철은 서울의 그것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일단 열차의 폭이 서울 것 보다 조금 좁았다. 그리고 지상으로 연결된 선로구간이 많았다.
** 부산 지하철 안
**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철로
** 앞으로 나와 함께할 내 자전거
** 함께간 친구 형민이의 자전거. 잘빠졌다. ㅋ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부산항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원했던 오사카행 배표가 남아있었다. Premium A 객실만이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2등실은 이미 예매가 끝나서 대기표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은 대략 3~4만원의 차이였지만, 우리가 원하는 여행경로였기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간단히 형민이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과 라면을 하나 시켜서 점심을 먹었다. 곧 배를 탈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두번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안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못들어가도록 통제당했다. 우리 외에도 분명 배에 가지고 간 승객이 있었음에도 우리가 학생이고 어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했다. 어쩔 수 없이 없는 돈을 쪼개서 수화물로 보낼 수 있었고, 우린 거금 4만원을 써야만 했다. 정말 야박하고 몰인정한 대한민국 출국심사에 실망했다.
무난히 출국심사를 통과하고 통로를 통해 배안으로 들어섰다.
** 배와 연결된 통로
** PanStar Ferry호
PanStar Ferry호는 500여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큰 유람선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시설이나 안정성 면에서 쾌속선보다 훨씬 낫다. 출항을 대기하는 갑판에서 시원시원한 부산 앞 바다의 경치를 감상했다. 바다를 보니 진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실감나게 되었다.
** 부산항 앞 바다의 경치
** 배 갑판
** 부산 → 오사카
경치를 보다가 사진 찍는 다른 분들께 부탁해서 형민이와 몇장의 사진을 남겼다. 시원한 부산 바다를 뒤로하고 강렬한 태양을 앞으로하고 눈에 힘주면서 찍었다. 어찌나 눈부시던지 여행가기 싫은 표정이다. ㅋㅋ.
** 부산바다를 뒤로하고
** 다른 포즈로 ~
배 안의 객실은 예상외로 너무 좋았다. 역시 Premium이 다르단 느낌을 받았다. 개인 침대가 있어서 장기간의 항해동안 푹 쉴 수 있어서 좋았다. 객실 사이의 복도는 생각보다 너무 좁았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동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했다.
** 부산행 버스표와 오사카행 배표
** Premium A 4인 객실. 아담하다.
** 객실 사이로 연결된 복도. 상당히 비좁다.
배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밤이 되었다. 일본의 영해에 들어간 후 큰 다리와 도시의 불빛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냈다. 카메라 받침대를 안가져와서 야경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갑판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배에서 일하는 필리핀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이메일과 연락처를 받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 함께 사진찍은 필리핀 친구와 같은 방을 쓰는 거제도사는 형
함께 같은 방을 쓰게된 형은 직장인이고 거제도에 살며 이번이 두번째 일본 여행이라고 하셨다. 많은 일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형민이가 자는 동안 말동무도 해주어서 심심치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린 이렇게 여행 첫날밤을 배 위에서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 같은 객실 식구
:+: Information :+:
When 2005 / 08 / 18 Thursday
Way 강남고속터미날 → 부산고속터미날 → 부산국제항 → PanStar Ferry호
Pay 지하철요금 1,900 원
고속버스요금 28,800 원
배요금 96,000 원 (120,000 원 학생할인 20%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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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126,700 원
첫댓글 저런 자전거로 여행을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체력 와방?? ㅎㅎ
오사카행 배편도가 96000원밖에 안하나요 엄;;
자전거는 어떻게 가지고 가셨나요? 짐..????
우수회원나다니 // 한국에서 갈때는 짐으로 붙여야되서 2만원정도 내셔야 되요. 한국 사람들은 배에 못갖고 들어가게 하거든요. 접히는 자전거는 예외구요. hare // 오사카행 배편은 120000원이었습니다. 2년전이구요. 대학생까지는 할인이 되요. 배는 PanStar Dream호입니다. 쾌속선은 아니구요.
zerobe // 체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내심이 중요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자전거를 한국으로 붙이고 편하게 돌아오고 싶은 생각을 수십번도 넘게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