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25년째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외벽을 장식해온
‘광화문 글판’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구(詩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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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향기 한줌/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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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나태주]
쓸쓸한 사람,
가을에
더욱 호젓하다
맑은 눈빛,
가을에
더욱 그윽하다
그대 안경알 너머
가을꽃 진자리
무더기, 무더기
문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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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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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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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나태주]
너무 멀리 가지는 말아라.
사랑아
목소리 들리는 곳 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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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나태주]
오래
보고 싶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
그것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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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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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나태주]
하루의 좋은 시간을
다른 곳에 다 써 먹고
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
그댈 생각해 낸다.
그댈 생각하고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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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나태주]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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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전화/나태주]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인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거기 계신 것만으로도 참 좋아요
그럼요. 그럼요.
오늘은 전화를 다 주셨군요.
배꽃 필 때 배꽃 보러
멀리 한번 길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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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세상/나태주]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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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시인 약력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63년 공주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43년 동안 일하다가 정년퇴임.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대숲 아래서』외 여러 권.
*공주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