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출발한 G마켓은 2000년 4월 (주)구스닥이라는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2005년 G마켓의 총 거래액은 1조 719억 원. 옥션에 이어 업계 2위인데, 2005년 4분기부터는 옥션을 추월했다고 한다. 모(母)회사에서 경쟁 업체로 바뀐 인터파크 매출을 뛰어넘은 지도 오래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순이익은 52억 원이다. 회사가 성장하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 출범 당시 6명이었던 G마켓의 직원은 현재 180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설립한 지 6년이 안 된 G마켓이 전 세계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 글로벌 기업과 막강한 재원을 무기로 뛰어든 대기업을 따돌리고 국내 인터넷 장터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G마켓의 수장 구영배 대표는 “소비자가 쇼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던 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타 숍’의 효시가 된 ‘효리 숍’의 이효리와 당시 1억 원이 넘게 팔린 바지. |
G마켓은 사업 초기부터 기존 온라인 시장에 없던 파격적인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스타들의 패션 스타일을 내세운 ‘스타 숍’도 G마켓에서 처음 시작했다. 가수 이효리가 즐기는 패션 아이템들을 모아 파는 ‘효리 숍’을 오픈한 것이 처음. 스타들의 옷 입기를 따라 하려는 대중의 심리에 착안, “브랜드로 승부할 수 없는 시장 상인들에게 스타의 힘을 활용하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2005년 7월 오픈한 효리 숍은 3개월여 만에 2만 원짜리 바지를 1억 원어치 팔았다. 그 후 탤런트 홍수아, 윤은혜, 이영아, 가수 이민우, 민경훈 등의 숍이 오픈 돼 성황을 이뤘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 ‘1 대 1 흥정하기’, 판매액 중 일정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후원 쇼핑’, 재고 처리를 위한 ‘땡 처리 시장’ 등 마케팅 전략도 다양하다. 그때그때 트렌드를 잡아 내는 순발력 있는 기획이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모두 직원들 머리에서 나온다. G마켓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0세. 구영배 대표가 만 40세로 가장 연장자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기획이 진행될 때 연공서열이 무시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팀장이 돼 추진하면,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직원도 그 밑에서 도와야 한다. G마켓 직원들은 일 벌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일을 벌였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대리’로 불리는 구영배 대표
천방지축 튀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게 하는 게 G마켓의 방식. 구영배 대표는 군림하는 대신 이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해 ‘구대리’라고 불린다. 구영배 대표 방은 말단 사원도 언제든 들어가 1 대 1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항상 문이 열려 있다. 그렇다고 그가 방을 지키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데, 열띤 토론을 벌일 때는 누가 사장이고 누가 사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20~30대를 주로 공략해야 하는 인터넷 쇼핑 업체에는 ‘속도’가 생명력. G마켓의 기업문화가 한 달, 1주일 간격으로 새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속도전을 치러야 하는 인터넷 도태되는 사업의 속성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G마켓은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부터 독특하다. 학력과 경력은 별로 보지 않는다.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가’, ‘얼마나 창의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가’, ‘도덕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는가?’ 세 가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G마켓에는 전직 영화 촬영감독과 축구선수, 모터사이클 레이서, 가수, 한우 아가씨 등 독특한 이력의 직원들이 많다. G마켓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는 튀는 직원들을 만났다.
G마켓 ‘스타 숍’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가수 박정아, 민경훈, 탤런트 오윤아, 윤은혜, 가수 이민우, 탤런트 장신영. |
축구 선수 출신 이종찬
사업팀 막내 이종찬 씨는 단국대 축구부 출신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단국대를 험멜코리아배 원년 우승팀으로 이끈 주역. 어깨 부상과 무릎 수술로 프로구단 진출의 꿈이 좌절된 그는 대학 졸업 후 13년 축구 외길에서 벗어나 취업 전선에 나섰다.
“IT 업종에 진출하려 관련 자격증을 4개나 땄어요. 국가대표 스키 선수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대학 선배의 자서전을 탐독하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었죠.”
수십 군데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입사에 실패했다. G마켓 입사 면접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을 듣자 그저 ‘격려’ 차원에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꿈만 같았다. 그는 “나의 가능성을 믿어 준 회사를 위해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고객지원센터에서 사업팀으로 옮긴 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체력은 물론 운동선수 특유의 순발력과 민첩성으로 우수 판매자 확보에 전력할 것”이라고 했다.
가수 출신 임우영
운영기획팀 임우영 대리는 1999년 〈마이 소울〉이라는 앨범을 내고 방송 활동까지 했던 가수였다. 대진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후 가수로 활동하게 된 것은 사촌매형 때문이었다.
“사촌매형이 작곡가 김진권 씨예요. 핑클의 ‘나우’, 유승준의 ‘찾길 바래’, 샵의 ‘잘됐어’ 등을 작곡한 분이죠. 매형의 권유로 음반을 냈어요.”
짧은 연예활동을 통해 가수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이벤트 회사에 취직했다가 웹 디자인에 매료됐다. 웹 디자인을 독학으로 익힌 후 학원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2005년 5월 공채를 통해 G마켓에 입사했다. 운영기획팀에서 웹 디자인을 맡고 있는 그는 G마켓 안에 새로 오픈하는 숍 디자인이나 기존 숍을 새로 꾸미는 일을 한다. 수시로 변화를 주어야 하는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도 그의 몫이다. 요즘 그는 매주 5개씩 새로 오픈하는 숍을 디자인한다. “입사한 지 7개월이 됐는데, 그 사이에도 회사가 부쩍부쩍 크고 있는 게 느껴져 신이 난다”고 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서 출신 김영준
운영기획팀 김영준 대리는 모터사이클 레이서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다니던 시절, 이륜차 동호회 ‘스너크’ 멤버로 활동한 그는 모터사이클 레이싱 신인전에 나가 3등을 하기도 했다.
“모터사이클은 냉정하면서도 과감해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0.01초 차이로 추월하거나 추월당하는 세계죠.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인터넷 사업과 비슷합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도 스릴 만점의 이 스포츠를 즐겼는데, 졸업 후 모바일 게임 업체에 취직한 다음에는 여건상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가 두 번째 직장으로 G마켓을 선택한 건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 시스템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든 좋은 기획이 있으면 직위와 관계없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개개인의 업무 수행 능력을 수치화하는데,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시장 반응과 상관없이 성과로 기록됩니다.”
그렇게 얻은 포인트는 연봉협상에 반영된다. 김 대리는 “합리적이면서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때문에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한우 아가씨 출신 김은옥
경영지원팀의 인사 담당자 김은옥 대리는 안동대 행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7년 안동 한우 아가씨 선발 대회에 나가 2등상을 받았다. 그 후 안동 KBS와 EBS 리포터로 활약했고, 제1기 학교 홍보 도우미로 뽑히기도 했다.
졸업 후 벤처회사 인사과에서 5년간 근무한 그는 지난해 5월 공채를 통해 G마켓에 입사했다. G마켓은 그가 전에 다닌 회사보다 연봉이 낮다. 그런데도 이직한 것은 자신이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급성장한 회사이다 보니 인사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고요. ‘우리 같은 회사에 인사 담당자가 왜 필요한가?’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히 보여 주겠노라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2005년 전체 직원 송년회는 김은옥 대리의 아이디어로 한강유람선에서 와인 파티로 열렸다. 그는 구영배 대표에게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복지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G마켓은 최근 직원들을 위해 콘도 회원권을 확보하고,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급성장한 2005년에는 네 번이나 연봉을 인상했다. G마켓 사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대리는 요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직원들에게 묻곤 한단다. “인사 담당 직원 괜히 뽑았죠?” 라고.
영화 촬영감독 출신 류광진
G마켓 사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류광진 상무는 독립영화 촬영감독 출신이다. 강남대 법학과 졸업 후 2년 동안 독립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한 그는 1997년 부산단편영화제에서 〈뫼비우스의 띠〉라는 작품으로 금상을 받은 영화계 유망주였다. 미국 뉴욕으로 유학가 영화공부를 할 예정이었던 그는 유학비 마련을 위해 의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다 인터넷 쇼핑몰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시절부터 유통에 관심이 많아 명품 의류를 이벤트 현장에서 판매했어요. 몇 달 만에 수중에 1,000만 원의 거금이 들어오는데, 재미도 있고 ‘내가 이쪽에 소질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통 분야를 더 공부하려 소프트웨어 업체 영업사원으로 들어갔고, 2000년 초엔 인터파크 전략기획실로 옮겼다. 그는 구영배 대표와 함께 G마켓 설립에 주축이 됐다. 그는 2003년 10월 ‘명품 머플러 품절 사건’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 판매자가 명품 머플러를 팔겠다고 내놓았는데, 하루 3,000건씩 주문이 폭주한 것. 확보된 물량이 부족해 판매자가 판매를 취소하려 하자 명품 판매 경험이 있는 류 상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소비자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며 부족한 물량을 확보한 후 우체국으로 달려가 직접 우송 작업까지 했다. 그는 할인 쿠폰 개념인 ‘스탬프 찍어 주기’, ‘내가 본 물건 5개 띄워 놓기’ 등의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
이종찬
전_축구선수 현_G마켓 사업팀
“경력보다 나의 가능성을 믿어 준
회사를 위해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하겠다.”
류광진
전_독립영화 촬영감독
현_G마켓 상무
“유학비 마련을 위해 의류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다
인터넷 쇼핑몰과 인연을
맺었다.”
김영준
전_모터사이클 레이서
현_G마켓 기획팀 개발 담당
“누구든 좋은 기획이 있으면
직위와 관계없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김은옥
전_한우 아가씨 현_G마켓 경영지원팀 인사 담당
“2005년 전체 직원 송년회를 한강유람선에서 와인 파티로
열었더니 직원들이 좋아하더군요.”
임우영
전_대중가수 현_G마켓 운영기획팀 웹디자이너
“입사한 지 7개월이 됐는데, 그 사이에도 회사가
부쩍부쩍 크고 있는 게 느껴져 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