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를 바꾸고 처음으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성서공단 이면도로에 있는 방문업체 근처에서 네비게이터를 보며 좌회전하려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며 편도 1차선의 중앙선을 침범해 치고나가는 차 후미를 받아버렸습니다. 저는 방문할 업체 문 앞에 차를 정차하였고, 상대방 차는 중앙선 침범한 채로 차를 정차하곤 제게 오면서 제 과실이 큰 것처럼 얘기하더군요. 그는 회사 차라, 보험처리하면 불이익을 당하니 수리비용을 현금으로 처리하자고, 반반 부담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좌측 깜빡이 안 넣은 경미한 신호위반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은 중앙선을 넘어 제 차를 추월한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저도 그도 일정이 있는지라 현장 사진, 충돌부위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제가 견적 뽑아보고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정비업체에 가 보니 한 곳은 사고부위 교체를 얘기하는데, 저야 그게 깔끔하고 좋지만 상대방의 사정을 도외시할 순 없었습니다. 다른 정비소에 갔더니 교체 혹은 수리를 얘기하면서 수리할 경우 펜더의 수리 부분에서 오래 지나면 녹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저 혼자 결정할 건 아니라서 그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 대천동에서 차량사고 있었던 상대방입니다. 오늘 정비소 두 군데 가 보았는데 한 곳은 펜더 한쪽 교체, 범퍼 교체로 80만원을 얘기하였고, 다른 곳에 가서 펜더 판금 및 도장, 범퍼 부분 도장을 얘기했더니 각각 20만원, 15만원 해서 35만원이라네요. 보험처리를 원치 않으신다 하셨지만 제 부담이 생길 시는 보험에 맡기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교체하는 게 깔끔하기도 하고, 보험 할증도 거의 없기 때문이죠. 만약 판금 등 수리비 35만원을 내시겠다면 보험처리 않고, 저도 비용 부담을 주장하신다면 부득불 보험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고민해 보시고 오늘 중으로 답변 부탁드립니다.” 몇 시간 지나 전화가 왔는데, 보험처리하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신고 않고 현금으로 처리하면 좋겠다며 비용은 자기가 부담하겠다더군요. 그래서 정비소에 차를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하루 지난 후 다시 전화가 와서는 박봉에 수리비 전액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고, 10만원을 부담해주면 안되겠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읍소하더군요. 저는 편한 길을 돌아가고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의 사정이 딱하기에 그러마고 했습니다. LG 나와서 중소기업에 2년 근무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수준을 느꼈고, 그러한 조건에서도 성실히 일하는 동료들을 보았기에 그냥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10년 넘게 중소기업 지원을 하면서 매년 200~300개 기업체를 방문하는데, 이분이 일하는 레이저가공집의 경우 월급여가 300만원 넘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제 주장만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지인들은 저보고 바보랍니다. 억지 주장도 아니고 왜 손해를, 불이익을 감수하느냐는 겁니다. 그들의 얘기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0만원 때문에 제가 불편한 마음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었습니다. 고맙게도 사정 얘기를 들은 아내는 잘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정비소에서는 앞뒤 얘기를 듣더니 2만원을 빼주겠다고 하더군요. 바보 소리를 들었지만 기분 좋았습니다. 제 맘이 편해져서 그렇고, 아내가 동조해줘서 그랬습니다. 한 푼도 할인 안 된다던 정비소에서 자발적으로 2만원 깎아 준 것도 기분 좋게 했습니다. 카드결제 하려했는데, 마음을 바꿔 현금을 인출하여 드렸습니다. 아직 이 세상은 살만하다, 주변에 걱정해주는 이들이, 마음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생각하니 손해를 보았음에도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즐거운 마음이 일주일을 행복하게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조금은 바보처럼 사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도리어 기분 좋아지기도 합니다.
초윈의 빛(Splendor in the grass)(모셔온 글)======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할지
내가 헛된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르지
혹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난 푸른 잔디가 자라는 곳으로 갈 거야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난 늘 더 많은 것을 원해왔어
그런데 뭘 가져도 늘 똑같더라고
돈은 변덕스럽기만 하고
명예를 쫓아다니는 것도 이제 지겨워
바로 그때 네 눈을 봤더니
너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더 큰 것만 원하던 우리의 일상이
어느새 죄악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야
물론 재미도 있었지 하지만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어?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푸른 언덕이 있고
차는 저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곳
낮에는 찬란한 빛으로 넘쳐나고
밤에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핑크 마티니의 노래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