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에
멧돼지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더란다
이 사나이가 뭐하는 사나인지 왜 멧돼지라 불리는지는
이제 온 백성이 다 아니 그만하고
이 사나이 진짜 어쩌다 임금이 된 뒤
생각하는 거라고는 어떻게 폼을 잡을 거냐
어찌하면 반대 붕당을 꺾어 놓을 거냐
그 영수들을 어떻게 잡아넣을 거냐 하는 것이렷다
잡아넣고 조리 돌리고 뻥튀기하는 데는 도가 튼 멧돼지
의금부 시절 형조판서를 그렇게 해서 물러나게 했것다
물러나게만 했는가 그 마누라 잡아넣고 딸래미 학교 쫓아내고
원래 검새는 불러 조져가 특기인데
멧돼지 이 인간이 검새 대장을 하면서는
뒤져 조져가 무기로 자리잡았는데
뒤져라 뒤져라 집안을 몽땅 뒤져라 일터도 뒤져라
뒤져서 안 나오면 짜장면 시켜 먹으면서라도 뒤져라
애들 일기장까지 뒤져라 성적표도 뒤져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 하나 놓치지 말고 뒤져라
뒤지고 뒤져서 꿈에서도 뒤지는 꿈 꾸게 만들 정도로 뒤져라
이리하여 멧돼지와 그 수하 검새들을 몽골 기병이라 불렀것다
자 그때처럼 뒤지려면 몽골 기병 검새들 진영을 정비해야 하는데
아직 의금부 대장이 없어서 좀 거시기 한 거라
법으로는 의금부 대장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데
에라 모르것다 형조판서로 훈새를 임명했으니
훈새가 알아서 검새 진영을 짜라고 하자
그리하여 이곳저곳에 수하들을 박아 놓고
이제부터 작전 개시로 들어가는데
첫 번째 목표는 임금 선거 때 맞섰던 인간
그때부터 천한 것이 까불더라니
뭐 지하고 나하고 특별의금부를 하자나 뭐하자나
그래서 이보세요 이보세요 하면서 호통을 치니
이 친구 움찔하더구만 조사받는 놈들이 다 그렇지
헌데 이 친구 좀처럼 안 걸려 들어
땅 개발하는 사업에서 틀림없이 돈을 먹었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확 뒤져서 잡아넣고 싶지만
임금이 돼서도 그게 쉽지는 않더란 말이지
사실 그것은 멧돼지도 찜찜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서 그냥 덮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것다
그밖에도 이것저것 걸려드는 것이 있는데
그 마누라가 관찰사 카드로 초밥과 고기 사먹었다지
150만냥이라는데 150군데 뒤져서 초죽음 만들고
이제 본인을 겨냥하려는 찰나
바깥이 시끄럽다 내시를 불러서 뭐냐고 물으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것만 연발하면서 벌벌 떠는 거라
아 그만 황공하고 빨리 말해라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또또 그놈의 황공이냐
그게 저 개 돼지들이 중전마마를 특별의금부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뭐가 어째 어떤 놈들이야 당장 잡아들여라
저 그것이 지금은 백성이 주인인 척하는 세상이라
백성들에게 그 정도 발언권은 있기 때문에
그런 말 했다고 잡아들일 수는 없는지라
알겠다 그러면 과인의 말이라고 전해라
과인이 누구냐 법과 원칙, 공정의 사나이 아니냐
법과 원칙에는 과인의 가족도 예외가 없다고 전해라
멧돼지는 자기가 말하고도 멋있는 것 같아서 으쓱하는데
내시가 재빨리 뛰어나간 사이에
가니가 사랑하는 강아지를 안고 들어왔것다
가니는 멧돼지의 아내인데
왜 가니인지는 만백성이 다 아니 그만하고
오 가니 어서 와요 가니를 반가이 맞이하는데
왠지 찬바람이 쌩 도는 거라
오빠가 나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하라고 했어?
오빠도 잘 알지만 그러면 나는 쇠고랑이야
주가 조작했지 허위 경력 썼지 엄마하고 짜고 사기 쳤지
그래 나 감옥에 넣고 어떤 년하고 놀라고 그래
당황한 멧돼지 큰 몸집을 움직이면서 허둥대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법과 원칙대로 하라는 건
법으로는 검새가 기소 안 하면 끝이야
그래서 검새들을 다 내 수하로 짜 놓았잖아
우리 가니를 누가 건드려 걱정 말아
이 말 듣고 가니 얼굴이 조금 피었것다
사실 그런 점에서는 오빠가 믿음직스럽지
법과 원칙도 그때 그때 다르고 팔은 안으로 굽고 호호
근데 말이야 여론이라는 게 있잖아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백성이 주인인 척 해야 하거든
그거에 밀려 가지고 나를 희생양으로 삼을까봐
에이 가니가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데 그럴 리가 있나
그러니까 오빠 정신 단단히 차리고
그 인간과 마누라를 확실히 잡아넣어야 돼
알았어 걱정하지마 몽골기병 검새 출동시킬 테니까
근데 이번에는 확실히 잡아 넣어서
다음에 임금이 되겠다는 꿈도 못 꾸게 해야돼
그렇게까지 하는 수가 있나
오빤 그러니까 나보다 법을 더 모른다니까
지난 번 임금 선거 때 이 인간 사는 집 옆에
이상한 숙소가 있었거든 그걸 뒤져야 해
그래서 선거법 위반으로 잡아 넣어야 해
선거법 위반이면 이후 선거에 못 나오잖아
아하 그런 수가 있구나 역시 우리 가니 없으면 난 못 살아
그래야 다음 번에 우리 훈새가 임금이 되지
우리 훈새라는 말이 좀 껄떡지근 하게 들리기는 하는데
오빠가 상왕이 되어서 천년 만년 누려야
오빠도 나도 엄마도 만수무강할 수 있잖아
상왕이 되라는 말에 그저 기분이 좋아진 멧돼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내시 시켜 승지를 부르고
훈새에게 전령을 보내 어명을 전달했것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몽골기병 검새들아 달려라
근데 오빠 직전 임금은 안 넣을 거야
그게 좀 거시기 해서 짱을 봐야지
그 마누라 옷값 가지고 걸어 봐
뒤지고 뒤지고 또 뒤지고
기레기들한테 뻥튀기해서 뭔가 있는 듯 만들고
그래 좋아 이번 기회에 싹쓸이 해보자
낮술 땡기는데 가비얍게 딱 한 잔만 할까
평소 같으면 펄펄 뛸 가니가 이번에는 가만 있는데
한 잔도 다 마시기 전에 내시가 헐레벌떡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술맛 떨어지게 또 뭔 일이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답답하구나 빨리 아뢰렷다
몽골기병 검새의 말들이 글씨 죄다 풀에 걸려 자빠지고
그 바람에 검새들도 줄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디
아니 그렇게 말 잘 타는 검새들이 왜 넘어졌다더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촛새가 된 개 돼지들이 미리 알고 풀을 묶었다고
그러면 훈새는 어찌 되었느냐
그게 글씨 함께 자빠졌다고 하옵니다만
그러면서 내시가 바들바들 떠는데
훈새가 자빠졌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구나
여봐라 빨리 내 투구와 갑옷 검을 가져와라
멧돼지 오랜만에 직접 전투를 지휘하려는데
그 사이 불어난 몸집에 간신히 갑옷을 입고
비육지탄이라 했던가 암튼 이 짓도 이제 힘들구나
말을 달려 전장으로 나간 멧돼지
썩어도 준치라고 묶인 풀을 요리조리 피해 달리는데
아뿔싸 그 중 하나에 잘못 걸려 자빠졌것다
하늘이 노오랗고 땅은 솟아나고
정신은 가물가물하여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촛새로 변한 개 돼지들의 결초보은인가
아니면 멧돼지의 한낱 일장춘몽이었던가
그냥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누워 있었더라는데
그 뒤 멧돼지라 불리는 그 인간 어찌되었는지
아무도 들은 이가 없다고 하더라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셋째 이야기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