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노차를 마셔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그래도 조금은 더 노숙한 맛으로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맛을 떠나서... 그게 속이 편하고 몸이 편해서...
어린 햇차를 마실 때는...
- 물 온도를 90도 초반으로 떨구어서 우리고,
- 개완같이 물 온도를 낮춰주는 차도구에 우리고,
- 차의 양을 좀 적게 넣어 우리고,
하는 등의 방식으로 탄닌/카페인 성분을 덜 추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불편하지 않게 차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마시는 차의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많지않게...
이런 방식 말고... 차에서 성분은 충분히 꺼내되...
더 노숙하게 우리는 방법에 대해서 가볍게 터치해봅니다.
대략 생차기준으로 16~20년 정도는 되야 적용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어리면 탄닌/카페인이 강하게 우러나서 편하기는 어려우니까요.
1. 노니차호를 사용합니다.
보통 20년 이상 묵힌 니료를 노니라고 합니다. 자사 니료를 오래 묵히면, 산화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내부의 잡질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 결과 비교적 균일한 성분의 니료들로 구성이 되어서 차의 느낌을 머랄까 정갈하게 잡아줍니다.
노자니가 특히 좋습니다. 노자니는 약간 차의 강도를 톤다운시켜주되, 섬세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어정쩡한 노자니 차호는 노차를 우리면 살짝 밍밍해지기도 합니다.
14~20년 정도의 보이차 생차를 우린다면, 노자니로 만든 차호가 최고죠. 탄닌/카페인의 구감을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바꿔줍니다.
2. 불의 조절 : 무화 - 문화로 자박하게
우리는 물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물을 다루는 방식은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거칠게 강한 불에 끓이는 방식을 '무화'라고 합니다. 무화로 끓인 물로 우린 차는 거칩니다. 힘있죠. 그래서, 탄닌/카페인 기반의 어린 보이차 생차의 경우... 더 칼칼하게 느껴집니다.
그에 비해서 '문화'로 자박하게 끓여진 물은 세밀합니다. 우러난 차 역시 세밀하고 부드럽습니다. 적당한 숙차라면 오히려 밍밍할수도 있겠지만... 어린 햇 보이차 생차라면 훨신 부드러운 구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화로 끓이다가 문화로 자박하게 시간을 보낸 물이 좋긴 합니다. 번거로워서 글치...
3. 외탕은 아무래도 생략...
외탕까지 하면... 너무 우러나 버립니다. 외탕을 하지 않고, 그냥 한번 더 우려마신다고 생각하시는 쪽이 좋습니다.
4. 세차는 강하게... 두번도 좋고...
탄닌/카페인과 같은 폴리페놀류는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초기에 우러납니다. 수용성 물질이라서요... 그래서 세차를 강하게 하면 훨씬 부드러운 구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깔끔하기도 하구요.
5. 차호의 7~80%만 물을 채우는 꼼수를...
가득 채우는 것보다 덜 채우는 것이 더 부드럽습니다.
돌려서 말하면 큰 차호에 물을 반만 채워서 우리면 맛이 다 뽑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차를 우릴 때에는 물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어중간한 청병이라면... 차호 내부에 빈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부드럽게 우러납니다. 향기가 공기 중으로 올라올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서 기화 방식으로 일부 자극적인 영양소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는 부드럽고, 향은 살아납니다.
6. 잔도 잘 골라서 사용합니다. - 자사잔, 천목잔, 두두옥잔
당연히 잔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집니다. 부드럽게 차를 만들어주는 잔들이 있습니다. 자사잔이 그렇구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중에는 천목/두두옥 유약을 입힌 잔들이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청자도 글쵸.
옹기잔은 단맛을 강하게 살려줍니다.
백자잔은 살짝 비추입니다, 이 경우에는... 백자잔은 각각의 맛을 뚜렷하게 살려주는 강점이 있는데... 탄닌/카페인을 살짝 죽이고자 한다면 비추죠.
7. 공도배는 유리보다는 도자기가 좋습니다.
자사 공도배가 아마 베스트일 것입니다. 부드럽게 만드는데는...
도자기 공도배도 좋습니다.
유리 공도배가 가장 맛을 깔끔하게... 밋밋하게... 재미없게 뽑아주죠. 투명한 맛에 쓰는 거지...^^ 맛있지는 않습니다.
8. 물주전자는 자사/옹기/도자기 주전자로...
생각보다 물끓이는 주전자가 차의 맛에 큰 관여를 합니다. 자사/옹기/도자기 주전자로 자박하게 끓여낸 물은 달고 세밀하고 깊습니다. 그 자체 성질로만도 노차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스텐/유리 주전자로 끓이면 깔끔하되 거칩니다. 맛있진 않죠. 그냥 편하니까 사용하는거지...
9. 끓이는 불... - 자박한 불이 좋습니다.
전기주전자를 주로 사용하는데... 얘는 물이 맛있지는 않습니다. 도자기 전기주전자가 있는데, 얘 맛납니다. 그런데 무거워서... 도저히 쓸수가 없더군요.
가스불은 격하죠. 약불을 써도 강합니다. 강성이죠.
요즘 쓰기 좋은 건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가 가장 맛있습니다. 복사열을 이용해서 물을 끓이는 방식인데, 깔끔하고 맛도 세밀합니다. 물 끓는 속도가 느려서 전기주전자없이 홀로 사용하기는 어렵긴 합니다만...
인덕션은... 물맛은 없습니다. 제 개인 취향일수도 있습니다만...
10. 차호에서 차를 따를 때, 살살...
강하게 확 기울여서 뽑아내는 것보다... 살살 조금씩 더 기울여가면서 따르는 것이... 훨씬 구감이 부드럽습니다. 고급스럽기도 하죠.
너무 힘없는 숙차라면 그 반대로 험하게 뽑아내는 것이 좋겠지만요.
11. 거름망은 스텐보다는 천이 부드럽습니다.
스텐 거름망보다 천 거름망이 더 부드럽습니다.
참 까다롭네... 싶으시겠지만...^^ 그렇습니다.
도자기에 천 묶어놓은 거름망... 소모품처럼 깨지고 찢어지고 하지만... 나름 의미있습니다.
물론 스텐 거름망은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죠.
12. 가격좋은 노차를 마십니다.
노차를 마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격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성비 좋은 노차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차 품은 좀 떨어져도, 노차가 가지는 장점을 택하는거죠.
물론 개인의 취향입니다.
당연히 차품 좋은 어린 차 쪽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테니까요.
쓰다보니... 12가지나 나오네요.
그냥 우리는 과정에서 조금씩 세밀하게 노력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도구의 도움을 좀 받고, 우리는 방식을 달리하면... 조금 더 노숙하게 우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