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는 다수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체를 빠르게 연결하고 융합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속으로 뛰어 들어 집단지성(集團知性)을 만들어 내는 의사결정구조의 설계자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집단 지성의 시대에 리더가 성급하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개진하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하는 창조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결론을 매우 강력하게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오도될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집단사고(集團思考)는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Irving Janis)가 그의 저서 “집단사고에 의한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에서 만들어 낸 개념입니다.
1961년 4월 17일 새벽에 미국은 쿠바혁명을 이끈 피델카스트로(Fidel Castro)정권의 전복을 위하여 쿠바 중서부의 피그만(Bay of Pigs)을 침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침공작전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작전 실패로 인한 후유증이 매우 컸습니다. 피그만 침공때 쿠바에 남겨진 1.189명의 전쟁포로를 데려오느라 5,300만달러상당의 물자를 대가로 치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냉전의 한 축이었던 소련과 쿠바가 가까워지지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후 미국은 1962년 인류 공멸의 핵전쟁 위기로 거론되는 ‘쿠바미사일’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오류의 시작은 미국중앙정보부(CIA)의 엉터리 계획이 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미국 중앙정보부는 무려 50년전의 지도를 보고 침공계획을 작성할 정도로 어리석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만 침공은 내부 봉기를 전제로 했습니다. 이렇게 허술한 자료와 엉터리 추론에 입각하여 대통령과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은 후 피그만 침공의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케네디대통령과 그의 젊은 참모진은 모두 하버드대 동문으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백악관회의에 참석한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Arthur Schlesinger)는 훗날 회고록에서 “당시 토론 분위기는 때문에 소극적으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 반대의견을 내지 못했다” 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동생이자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로보트 케네디(Robert Kennedy)로 부터 “대통령이 마음을 정했으니 지금은 대통령을 도와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 했습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자 어빙제니스(Irving Janis)는 케네디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사결정을 집단사고(集團思考)의 대표적 전형으로 소개했습니다. 제니스 교수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현실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집단사고에 반대하는 개인들을 조직내 왕따로 만드는 방식으로 소수의 비판적 견해에 침묵을 강요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빙제니스는 유대감이 강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을 아래와 같이 집약했습니다:
○무오류의 현상(Illusion of Invulnerability). 집단의 판단은 무조건 옳다는 환상.
○집단적 합리화 과정(Collective Rationalization). (부정적)경고를 무시하기위해 집단적으로 합리화를 해 버린다.
○도덕적이라는 믿음(Belief in inherent morality)다수의 견해는 도덕적이라는 믿음.
○외부의 견해에 대한 일치된 저항(Stereotyped views of outgroups). 적대적 집단의 구성원은 전부 똑 같다고 생각하는 현상.
.○동조압력(Direct Pressure on Dissenters). 집단에 의문을 품거나 이견을 가진 자들을 집단을 무너트리는 (배신)자로 여기는 현상.
○자기검열(Self-censorship).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집단이 싫어 할까 봐 말을 (내집단구성원)알아서 검열한다.
○만장일치의 환상(Illusion of unanimity). 구성원이 침묵할 시 암묵적인 동의로 보는 현상.
○자기보호.(Self appointed mindguards). 집단화목을 깨뜨릴 부정적정보로부터 집단의심기를 (관리)보호 한다.
1906년 영국의 유전학자 프란시스 골턴(Francis Golton)은 가축 품평회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돈을 걸고 황소의 무게를 맞추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대중의 우둔함’을 증명할 시험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보통사람이 추정한 황소의 무게는 분명 실제수치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예상하여 780여 명에게 수치를 적어 내도록 했습니다. 그들의 써낸 수치의 평균을 계산해보니 실제 황소의 무게와 1%의 오차도 나지 않았습니다. 프랜시스 골턴은 대중의 우둔함을 증명하려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집단지성(集團知性)의 지혜를 밝혀 냈습니다.
위에서 집단 사고(集團思考)와 집단지성(集團知性)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집단의 판단이 한사람이 내린 결정보다 반드시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다수의 결정이 어떤 경우에는 집단지성(集團知性)으로 발현되고 어떤 경우는 평범한 한 개인의 결정보다 못한 집단사고(集團思考)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1장 1절부터 9절에 “바벨탑”이야기가 나옵니다. 해당 성서 구절은 인간의 언어가 하나일 때 어느 권력자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만들자’라고 제안하자 이에 대해 아무런 이견 없이 모두가 찬성합니다. 인간의 오만에 화가 난 신은 결국 탑을 파괴하고 그때까지 하나였던 언어를 각기 다른 언어로 만들어 서로 말이 통하지 않게 만듭니다.
여기서 신이 진노한 까닭은 같은 언어를 사용해 다른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집합체의 발전과 성숙을 도모하는 인간의 사고 기능이 정지되는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각기 다른 언어로 사고하는 지혜의 원천을 인간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저술가이며, 언론인 그리고 정치 평론가인 월터 립만(Walter Lippman,1889-1974
)은 “When all think alike, then no one is thinking. “즉 모두가 똑 같이 생각한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논어 제 13편 제23장에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和而不同(화이부동)은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그렇다고 소신 없이 남이 하자는 대로) 부화뇌동(附和雷同) 하지 않는 다는 뜻입니다.
화(和)를 비빕밥에 비유하여 신정근 교수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의 비빕밥은 재료 각각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라고. 화이부동의 화(和)를 필자는 무지개의 일곱색갈에 비유하여 전체로서 조화를 이루지만 각각 다른 색 갈을 가지고 구성 요소 하나 하나의 개성미를 잃지 않고 발휘하면서 보는 사람의 눈으로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경우 리더가 먼저 정답을 제시하면 다른 사람은 리더의 심기를 감안하여 만장일치로 동조하는 경향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높습니다. 더구나 리더의 정답이 인지편향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 어리석은 의사결정은 반복되기 마련이고 그 결과로 생기는 후유증은 구성원 모두가 두고두고 감당해야 하는 고통스런 부담으로 귀결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경색된 정국의 해법으로 비상계엄이라는 정답을 급조된 번개 국무회의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회의 적법한 해제결의로 효력을 상실한 12.3 비상계엄의 경우 집단사고(集團思考)가 집단 사고(集團事故)로 둔갑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작금의 공권력의 싸움에 대해서 외신들은 실시간 생중계로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세계만방에 아침저녁 밥상의 메뉴로 알리고 있습니다. 못난 부부가 대문을 열어놓고 부부싸움을 하면서 동내 사람들에게 서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헐뜯고 침소봉대 하면서 누어서 침 뱉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무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국격이 떨어지고 나라의 명예가 실추 된 후 어느 정치인이 승자가 된다고 한들 만신창이 가 된 나라의 이미지는 영영 회복할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법치국가란 rule of law 를 의미합니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것이 제일 원칙입니다.
法(법)이라는 글자의 한자풀이에 따른 고대사회의 법집행을 고대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고대사회에서 시비가 있을 경우, 두 당사자를 물가에 앉힌다. 그리고 검은 양을 두 사람 등 뒤에 세운 뒤 가서 아무나 들이 받게 한다. 등을 받쳐 물위에 엎어진 사람이 바로 범인이다. 재판관인 무당은 범인을 자루에 넣어 물속에 빠트린다.
이것이 고대사회의 재판 방법이라고 합니다.
법에 대한 해석에 이해 관계에 따라 왈가왈부가 심하여 한자 법에 입각한 고대 사회의 재판방법을 도입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윤석열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윤대통령측은 체포영장 발부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영장집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경호처의 법적다툼도 점입가경입니다. 공수처는 경호처장과 차장을 공무집행방해로 고발하고 경호처는 공수처장 등 150여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협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라의 통치를 담당할 책임자가 갈등의 핵이 되어있는 데다 공권력이 서로 정당하다고 다투고 있으니 우리사회 혼란은 당분간 가중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집단 지성(集團知性)을 발휘하여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누란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