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
한낮의 높은 기온에도 부모들을 따라 바깥으로 나온 아이들이 눈에 띈다.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고, 뭔가 정해진 야외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손자의 사진을 받았다. 축구교실에 등록하여 상장을 받았는데 타이틀이 '기량발전상'이었다.
제까짓게 무슨 가량일까? 돈벌이 수단, 그냥 하나씩 주긴 주어야 하는데, 갖다붙이길 성실하고 타선수의 모범, 기량향상이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운동도 뒷바라지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매우 힘이 든다. 잘하면 해외 응원까지 가야겠네."
아들은 '이것 저것 시켜보고 적성이 있으면 다행이고, 경험삼아 시켜보는 것이라며, 애한테 물어보니, 하고싶은게 유튜브랑, 축구선수 그리고 미술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란다.
인터넷에서 요즘 아이들의 일반적인 장래희망은 운동선수, 의사, 교사, 유튜브(크리에이트)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른 것은 그렇다치고 유튜브는 또 무슨 연유일까? 혹시 아이가 유행처럼 회자되는 인터넷상의 장래희망을 염두에 두고 말함일까? 아니면 작년엔가 유튜브를 한다고 흉내내더니 뭔가 재미를 느낀 것일까?
어떻든 가능성은 별개로 하고 통속적인 직업군을 벗어나 새로운 감각이 눈떠 있다는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자라고 있는 이 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현재 14위)안에 든다며 의시대면서도, 출산율 꼴찌 자살율 1위라는 씻을수 없는 불명예를 가진 이상한 나라이다.
그렇다면 3만 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삶의 중압감이 그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 죽어라 공부를 해야하고, 좋은 직장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한다.
그러한 경쟁에서 탈락한 젊은이들은 꿈은 사라지고, 스스로 절망하며 가진 기성세대가 죽거나 빨리 망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험난한 과거를 돌아보며 젊은이들의 나약함에 혀를 찬다. 이땅이 맘에 안들면 옛날처럼 외국(사우디)에라도 돈벌이를 떠나 보든가...
오전 옛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년에 큰수술을 받았던 친구이다. 의사에게 물으니 술을 마셔도 된다기에 부산의 친구들 끌어모아 1박 2일하며 실컷 마셨단다. 옛날로 돌아간 기분으로...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지나온 세월 삶의 방식에 대한 후회를 해보았다. 좀더 적극적으로 형제들과 어울려서 살걸...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들의 어린시절, 그 무슨 장래희망을 생각하고, 꿈꿀수 있었나? 그저 거친 음식일망정 배채우면 그만이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수 밖에는...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니 그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미련없이 발걸음 돌릴 수 있을까?
마다가스카르가 생각났다. 오랜 옛날 연결되어 있던 아프리카와 인도가 분리되면서 가운데 있던 마다가스카르가 외롭게 대서양에 따로 떨어졌다.
수천년간을 다른 곳과 고립되어 희귀한 동식물들이 많았다. 사람들 대부분은 말레이족이다. 그들의 시골엔 이곳으로 오면서 볍씨를 가져와 논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간다.
농사일은 품앗이를 하듯 공동작업을 하고, 소를 이용해 탈곡을 하였다. 우리의 70년대와 같이 여자들이 새참을 만들어 들판으로 내어왔다.
그들의 주식이 쌀이니 넓은면적 적은 인구에 풍성한 수확이 있고, 소를 팔아 필요한 생필품을 산다. 그러니 그들은 돈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자동차며 휴대전화는 없어도 먹을거리 픙족하고, 고민꺼리가 없으니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었다.
입시며 과외가 필요할까? 정부가 출산율을 걱정하고, 사회가 이웃사람의 자살을 우려할끼?
그런것이 행복이 아닐까? 비교하며 경쟁하는 삶에서는 만족이란 끝이 없는 것, 진정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못할 것 같다.
결국엔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괴롭히고, 무덤을 파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저승갈땐 시험치고 휴대폰, 자동차 다루는법 테스트 하지도 않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