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칠월, 광주의 비극 보도연맹 사건
-광산구 암탉골을 중심으로
김완
해방은 되었으나 그해 칠월까지 광복은 오지 않았다
보도연맹원들은 유월 농번기 모심기에 동원되고
한숨 돌리는 그해 칠월, 한국전쟁이 터진 후
소집령을 받는다 전쟁에 대한 소식 잘 알지 못하고
일부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광산구 삼도 지서로 모였다
지서에 모인 이들은 예전에 없던 일이지만
갑, 을, 병으로 나눠 호명된 후 노끈을 꼬는 일을 했다
나중에 그 끈이 자신의 손을 묶어 죽음으로 이끌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밤새 대마 껍질로 노끈을 꼬았다
자기 손으로 만든 노끈에 묶여 각 지서에서 묶여온 이들이
군용트럭에 실려 광산구 치평동 속칭 암탉골*에 도착한다
암탉골 앞에 세워진 이들에게 산 위에 설치된 기관총으로
경찰들은 무자비하게 난사를 시작한다 영문도 모른 채
툭툭 쓰러지고 널브러진 살점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찢긴 채로 서로 엉킨 사람들 피에 물든 땅, 비명들이여!
그해 칠월, 각 방면에서 끌려온 보도연맹원들 10여 일간
줄줄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흙더미를 덮어 매장되었다
북한군들이 점차 남하하자 총살을 하지 못한 연맹원들은
생매장까지 되었다 이런 참상은 인민군이 진주하고 난 후
유가족이 발굴하기 시작하니 산 전체가 시체덩어리었다
부패하여 살점이 냇물에 씻겨내려가고 냄새가 지독했다
그때 암탉골에서 발굴된 시체가 모두 499구였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행위를 한 경찰이나 가족들에게 대한
피비린내 나는 보복행위를 하니 아 슬프구나 동족 간에
그리고 이웃 간에 상잔의 아픔을 서로 안기는 것이었다
그해 칠월, 광주에서는 인민군이 광주에 진격한다는 소식을
접하여 우익의 테러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7월 5일부터 20일 사이에 광주지역에서 집단학살이 벌어졌다
이는 이승만 정권의 '모두 죽이라'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광주에서는 5사단 20연대 헌병대와 광주경찰서 사찰계가
보도연맹원들을 광주 경찰서, 상무관, 형무소 등으로 소집
한 곳당 대략 400~500여 명이 굴비 엮듯이 묶여 끌려가
대촌 방면, 비아 방면, 증심사계곡에서 집단으로 사살되었다
그해 칠월, 동명동에 위치한 광주 형무소에 수용 중이던 재소자와
한국전쟁 발발 후 예비 검속되어 구금된 국민보도연맹원들은
광산군 비아면 소재 산동교 인근 야산 등지에서 희생당했다
북구 양산동 산 99-1번지 장고봉 골짜기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장재성이 학살된 곳 북구 장등동 산 284-1 도동고개 원터골,
북구 동림동 광주시 장애인 종합복지관 부근(운암산),
남구 양과동 776번지 옥골재, 동구 용산동 몰몽재도 학살 장소다
원통하게 죽은 수천 명***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란
배롱나무꽃 하나둘 피어나던 1950년 그해 칠월의 광주
피에 붉게 물든 고개, 골짜기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겨울 꿈에 시든 산하山河를 하루아침에
붉은 피의 음악으로 깨우는 진달래 피는 사월
해마다 참혹했던 그해 칠월을 되새겨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평화는 없다
하얀 찔레꽃과 붉은 장미가 어우러져 살 날은 언제인가
전쟁과 똥, 역사는 하나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학살 장소 어느 곳에도 민간인 학살 원혼비 표식 하나 없었다
사건 개요: 1950년 7월 5일부터 20일 사이에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집단학살 사건
* : 암탉골, 광주시 광산구 도덕동 산 63-1, 당시 산사태로 큰 골이 깊이 파여 있던 곳이다.
** : 안종철. 해방공간의 정치사회운동,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지역사회운동사, 2016. p 245~250.
이들 시신의 대부분은 가족들이 이빨, 허리끈 또는 신체상의 특징을 보고 찾아갔으나 50여구는 끝내 가족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 :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광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사상범들과 이승만 정부가 조직한 국민보도연맹 가입자 수천 명이 광주 일대 6곳으로 끌려가 학살되었다고 한다.
**** : 함석헌 선생의 말씀 중에서
<감사의 말>
이 시를 쓰기 까지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1946년 10월 1일 벌어진 대구시월항쟁 때 종증조부(당시 영천군수)를 잃고, 1950년 암탉골 보도연맹사건 때 독립운동가인 이용근 조부가 사망한 이준경 광주시농민회 회장님, 암탉골로 직접 안내하여 옛 지형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신 삼도 평동 주민 오효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주본부상임대표님, 한겨레 신문 기사(2022.11.01일자)의 정대하 기자님과 자료를 제공해주신 남녘현대사연구소 박동기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첨부한 사진 설명: 삼도 평동 주민 오효열님이 암탉골의 옛 지형을 설명하고 있다. 좌측 함께 동행했던 채희윤 소설가, 나.
첫댓글 장소 (場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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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전쟁의 불꽃 속에서 피는 꽃이다
"피에 말라붙은 반쯤 엎어진 검정 고무신짝 하나"
피의 음악===>피의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