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 이사회가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돼온 김용(53·Jim Yong Kim·사진)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을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 아시아계 최초의 세계은행 수장 탄생이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16일(현지시간) 총회이사회를 열어 오는 6월 임기를 마치는 졸릭 총재의 후임자로 김 총장을 최종 확정했다. 김 총장은 7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지난 2009년 아시아계 최초로 명문인 다트머스대학의 수장으로 선출된 김 총장은 이번에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제치고 총재로 선임됐다. 이는 무엇보다 1945년 세계은행 설립 이후 아시아계 인사로는 최초로 총재직에 선출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주로 발탁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 UN, IMF 그리고 WB가 있다. 김 총재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 특히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를 평가할 때 ‘사람의 이동’ ‘상품의 이동’ ‘자본의 이동’ 중 대개 ‘사람’을 중심에 놓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반기문 UN사무총장에 이어 김용 총장이 세계권위 직책을 맡는 것은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을 개선시키는 데 간접적이나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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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총장은 이미 지난 3월 총재직에 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월드뱅크 이사회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김 총장을 후보로 지명했으며, 월스트리트 등 주요 저널은 이를 보도하면서 ‘내정’이 아닌 ‘임명’으로 주로 표현했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 5년 동안 반 총장이 인정받은 한국인의 세계경영 능력이 김 총장 지명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미 김 총장은 교육자이면서 사회봉사활동에 나서는 실천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여 년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에이즈 퇴치 등 의료구호활동에 매진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인물. 2006년 미국 타임(TIME)지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을 역임하면서 그는 2009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의 하나인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 17대 총장이 됐다.
서울서 태생으로 5세 때 부모를 따라 아이오와주에 이민했고, 브라운대학을 나와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은 그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는 “미국의 오바마가 한국 출신의 그를 지명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외교적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리로서는 재미동포의 100년사의 새로운 성공신화라고 기록할 수 있다”면서 “(김 총장의 세계은행 총재 선출은) 개인의 명예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일대 경사”라고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