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莊子 外編 10篇 胠篋篇 第4章(장자 외편 10편 거협편 제4장)
그대도 지덕至德이 유지되었던 시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용성씨容成氏·대정씨大庭氏·백황씨伯皇氏·중앙씨中央氏·율륙씨栗陸氏·려축씨驪畜氏·헌원씨軒轅氏·혁서씨赫胥氏·존노씨尊盧氏·축융씨祝融氏·복희씨伏犧氏·신농씨神農氏 등 열두 명의 제왕이 천하를 다스렸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는 백성들이 새끼줄을 묶어서 서로 뜻을 전달하면서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달게 여겼으며 자기들이 입는 옷을 아름답게 여겼으며 자기들의 풍속을 즐거워했으며 자기들이 사는 집을 편안하게 여겼다.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였는데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가지 않았으니 이 시대야말로 지극히 잘 다스려진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마침내 백성들로 하여금 목을 길게 빼고 발뒤꿈치를 들고서 “어디 어디에 현자賢者가 있다.”고 해서 식량을 짊어지고 달려가게 함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결국 안으로는 어버이를 버리고 밖으로는 군주에 대한 의무를 내던져 발자취가 다른 제후국의 영토까지 미치고 수레바퀴 자국이 천 리 밖에까지 연결되게 되었으니 이것은 윗사람이 지혜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비롯된 과실이다.
윗사람이 참으로 지혜를 좋아하고 도를 무시하게 되면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질 것이다.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무릇 활과 쇠뇌, 새그물과 주살 따위의 도구를 이용하는 지혜가 많아지면 새들은 하늘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낚싯바늘과 미끼, 크고 작은 그물, 삼태그물과 통발 따위를 이용하는 지혜가 많아지면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목책木柵과 새잡는 그물, 토끼그물, 짐승잡는 그물 따위의 도구가 많아지면 짐승들이 늪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남을 속이는 못된 지혜, 매끄러운 말재주와 견백론堅白論 따위의 그릇된 언변과 동이同異의 궤변이 많아지면 세속의 사람들이 이 같은 말다툼으로 인해 어지러움에 빠진다. 그 때문에 천하가 캄캄해져 크게 어지러워지는 것은 그 죄가 지혜를 좋아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고만 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추구할 줄 모르며, 모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난할 줄만 알고 이미 좋다고 생각한 것을 그르다고 할 줄은 모른다. 그 때문에 세상이 크게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에 어긋나고,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精氣를 태워 버리고, 중간에서는 사계절의 자연스런 운행을 파괴하여 땅 위를 꿈틀거리는 벌레와 나비나 벌 같은 작은 곤충까지도 모두 그 자연스런 본성을 잃고 만다.
심하구나. 지혜를 좋아함이 천하를 어지럽힘이여.
하夏, 은殷, 주周 삼대 이하의 세상이 바로 이런 시대에 해당한다. 저 소박한 민중들을 버리고 곰상스러운 말재간꾼이나 좋아하며, 편안하고 담백하며 작위가 없는 무위를 버리고 어지러이 말재주를 부리는 인위적 욕망을 좋아하니 말이 많아지면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子獨不知至德之世乎 昔者容成氏 大庭氏 伯皇氏 中央氏 栗陸氏 驪畜氏 軒轅氏 赫胥氏 尊盧氏 祝融氏 伏犧氏 神農氏
(자는 독부지지덕지세호아 석자용성씨와 대정씨와 백황씨와 중앙씨와 률륙씨와 려축씨와 헌원씨와 혁서씨와 존노씨와 축융씨와 복희씨와 신농씨왜니라)
그대도 지덕至德이 유지되었던 시대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용성씨와 대정씨와 백황씨와 중앙씨와 률륙씨와 려축씨와 헌원씨와 혁서씨와 존노씨와 축융씨와 복희씨와 신농씨 등 열두 명의 제왕이 천하를 다스렸던 시대가 있었다.
- 자독부지지덕지세호子獨不知至德之世乎 : 그대만 홀로 至德이 유지되었던 시대를 알지 못하는가. 곧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뜻.
- 용성씨容成氏 : 고대의 제왕. 이하 열두 사람은 모두 고대의 제왕이다. 용성씨容成氏는 력曆을 만든 사람.
- 축융씨祝融氏 : 시장을 만든 문화영웅文化英雄, 여름[夏]의 신神.
- 복희씨伏犧氏 : 삼황(복희伏犧, 신농神農, 수인燧人)의 한 사람으로 처음으로 팔괘를 만들고 수렵, 어업, 목축 등을 백성에게 가르쳤다고 한다(池田知久).
- 신농씨神農氏 : 주역周易에 인류에게 농업과 상업을 가르쳐 준 신神으로 나온다.
當是時也 民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樂其俗 安其居
隣國相望 鷄狗之音相聞 民至老死而不相往來 若此之時 則至治已
(당시시야하야 민이 결승이용지하면서 감기식하며 미기복하며 락기속하며 안기거라
인국이 상망하며 계구지음이 상문호대 민이 지로사하도록 이불상왕래하더니 약차지시는 즉지치이러니라)
그 시대에는 백성들이 새끼줄을 묶어서 서로 뜻을 전달하면서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달게 여겼으며 자기들이 입는 옷을 아름답게 여겼으며 자기들의 풍속을 즐거워했으며 자기들이 사는 집을 편안하게 여겼다.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였는데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가지 않았으니 이 시대야말로 지극히 잘 다스려진 시대였다.
- 노자老子 제80장에도 이 부분과 거의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 민결승이용지民結繩而用之 : 새끼줄을 묶어서 사용함. 곧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새끼줄을 묶어서 서로 뜻을 전달한다는 뜻.
- 계구지음상문鷄狗之音相聞 :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림. 곧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이어져 들릴 정도로 거주하는 백성들의 수가 많다는 뜻.
今遂至使民 延頸擧踵 曰 某所有賢者 贏糧而趣之
(금에 수지사민으로 연경거종하야 왈모소에 유현자라하야 영량이취지하니)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마침내 백성들로 하여금 목을 길게 빼고 발뒤꿈치를 들고서 “어디 어디에 賢者가 있다.”고 해서 식량을 짊어지고 달려가게 함에 이르렀다.
則內棄其親 而外去其主之事 足跡接乎諸侯之境 車軌結乎千里之外 則是上 好知之過也 上誠好知而無道 則天下大亂矣 何以知其然邪
즉내기기친하며 이외거기주지사하고 족적이 접호제후지경하며 차궤결호천리지외하나니
즉시상이 호지지과야니라 상이 성호지이무도하면 즉천하대란의리라 하이지기연야오)
그렇게 해서 결국 안으로는 어버이를 버리고 밖으로는 군주에 대한 의무를 내던져 발자취가 다른 제후국의 영토까지 미치고 수레바퀴 자국이 천 리 밖에까지 연결되게 되었으니
이것은 윗사람이 지혜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비롯된 과실이다.
윗사람이 참으로 지혜를 좋아하고 도를 무시하게 되면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질 것이다. 어떻게 그러함을 알 수 있는가.
- 영량이취지贏糧而趣之 : 식량을 싸 짊어지고 달려감. 영贏은 ‘메다’는 뜻인 영攍(멜 영)자로 풀이한다.
- 외거기주지사外去其主之事 : 밖으로는 군주에 대한 의무를 내던짐.
夫弓弩畢弋機變之知 多則鳥亂於上矣
(부궁노필익기변지지 다즉조란어상의오)
무릇 활과 쇠뇌, 새그물과 주살 따위의 도구를 이용하는 지혜가 많아지면 새들은 하늘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 필익기변畢弋機變 : 새그물과 주살 등 속임수를 써서 짐승을 잡는 도구. 필畢은 그물이 작으면서 빛나고 모양이 필성처럼 생겼기 때문에 필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익弋은 실을 묶어서 쏘는 것. 기변機變은 속임수를 쓰는 것.
- 조란어상의鳥亂於上矣 : 새들은 하늘에서 어지러움에 빠짐. 상上은 상천上天.
鉤餌罔罟罾笱之知 多則魚亂於水矣
(구이망고증구지지 다즉어란어수의오)
낚싯바늘과 미끼, 크고 작은 그물, 삼태그물과 통발 따위를 이용하는 지혜가 많아지면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 구이鉤餌 : 낚싯바늘과 미끼. 구鉤는 낚싯바늘. 이餌는 미끼.
- 망고증구罔罟罾笱 : 크고 작은 그물, 삼태그물과 통발 따위. 고罟와 증罾을 모두 그물로 풀이.
削格羅落罝罘之知 多則獸亂於澤矣
(삭격라락저부지지 다즉수란어택의오)
목책木柵과 새잡는 그물, 토끼그물, 짐승잡는 그물 따위의 도구가 많아지면 짐승들이 늪에서 어지러움에 빠지고,
- 삭격削格 : 그물을 걸어두는 목책木柵. 이설이 분분하지만 이이李頤와 임희일林希逸의 견해를 따라 그물을 설치하는 목책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 라락羅落 : 줄줄이 엮어져 있는 그물. 라羅는 그물.
- 저부罝罘 : 토끼그물과 짐승잡는 그물. 저罝는 토끼그물. 부罘 또한 짐승을 잡는 데 쓰는 그물.
知詐漸毒 頡滑堅白 解垢同異之變이 多則俗惑於辯矣
(지사점독과 힐골견백과 해구동이지변이 다즉속이 혹어변의라)
남을 속이는 못된 지혜, 매끄러운 말재주와 견백론堅白論 따위의 그릇된 언변과 동이同異의 궤변이 많아지면 세속의 사람들이 이 같은 말다툼으로 인해 어지러움에 빠진다.
- 점독漸毒 : 속임수. 점漸은 왕인지王引之가 말한 것처럼 사기詐欺의 뜻.
- 힐골頡滑 : 매끄러운 말재주.
- 해구解垢 : 궤변. 속이고 왜곡하는 말.
故天下每每大亂 罪在於好知
고로 천하매매대란홈이 죄재어호지하니라)
그 때문에 천하가 캄캄해져 크게 어지러워지는 것은 그 죄가 지혜를 좋아하는 데 있다.
- 매매每每 : 어두움. 곧 어리석음.
故天下 皆知求其所不知 而莫知求其所已知者
皆知非其所不善 而莫知非其所已善者 是以 大亂
(고로 천하 개지구기소부지하고 이막지구기소이지자하며
개지비기소불선하고 이막지비기소이선자라 시이로 대란이니라,)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알려고만 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추구할 줄 모르며,
모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난할 줄만 알고 이미 좋다고 생각한 것을 그르다고 할 줄은 모른다. 그 때문에 세상이 크게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故上悖日月之明 下爍山川之精 中墮四時之施
惴耎之蟲肖翹之物 莫不失其性 甚矣夫 好知之亂天下也
(고로 상패일월지명하며 하삭산천지정하며 중타사시지이하야
췌연지충과 초교지물이 막부실기성하나니 심의부라 호지지란천하야여)
그러므로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에 어긋나고, 아래로는 산천의 精氣를 태워 버리고, 중간에서는 사계절의 자연스런 운행을 파괴하여
땅 위를 꿈틀거리는 벌레와 나비나 벌 같은 작은 곤충까지도 모두 그 자연스런 본성을 잃고 만다. 심하구나. 지혜를 좋아함이 천하를 어지럽힘이여.
- 상패일월지명上悖日月之明 :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음에 어긋남.
- 하삭산천지정下爍山川之精 :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精氣를 태워 버림. 삭爍을 쇠를 녹인다는 뜻인 삭鑠의 가차.
- 중타사시지이中墮四時之施 : 중간에서는 사계절의 자연스런 운행을 파괴함. 타墮는 훼손하다[毁也]는 뜻. 이施는 옮겨간다[遷徙]는 뜻인 이迻의 가차.
- 췌연지충惴耎之蟲 : 땅 위를 꿈틀거리는 벌레. 췌연惴耎은 발 없는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양.
- 초교지물肖翹之物 : 나비나 벌 따위의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들. 초肖는 작다는 뜻이고 교翹는 가볍다는 뜻인데 날아다니는 것들로 벌이나 나비 따위이다.
自三代以下者是已 舍夫種種之民 而悅夫役役之佞 釋夫恬淡無爲
而悅夫啍啍之意 啍啍已亂天下矣
(자삼대이하자시이라 함부종종지민하고 이열부역역지영하며 석부염담무위하고
이열부순순지의하나니 순순이면 난천하의니라)
하夏, 은殷, 주周 삼대 이하의 세상이 바로 이런 시대에 해당한다. 저 소박한 민중들을 버리고 곰상스러운 말재간꾼이나 좋아하며, 편안하고 담백하며 작위가 없는 무위를 버리고
어지러이 말재주를 부리는 인위적 욕망을 좋아하니 말이 많아지면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 함부종종지민舍夫種種之民 : 소박한 민중들을 버림. 종종種種은 순박한 모양.
- 열부역역지영悅夫役役之佞 : 곰상스러운 말재간꾼을 좋아함. 역역役役은 곰상스러운 모양. 밖으로 꾸미는 데 힘쓰는 모양.
- 석부염담무위釋夫恬淡無爲 : 편안하고 담백하며 작위가 없는 무위를 풀어 버림.
- 열부순순지의悅夫啍啍之意 : 어지러이 말재주를 부리는 인위적 욕망을 좋아함. 순순啍啍은 말이 많은 모양.
- 순순이啍啍已 난천하의亂天下矣 : 말이 많아지면 천하가 어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