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the earth should see the end tomorrow, I will plant an apple tree."
-스피노자
현재 할 일에 최선을 다 하자.
몇년 전 교회에서 제자훈련공부를 할 때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그 때는 제자 훈련 중이었으니 당연히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겠다고' 했었지요.
지금은 답이 달라졌냐구요?
글쎄요,,, 지금은 이렇게 대답할 거예요. ' 아이를 가르칠 겁니다 ' 라고...
큰 녀석이 방학 중에 공부하러 잠시 나가 있는 동안, 작은 녀석을 가르치느라 한창입니다.
수학익힘책 1 -가 부터 4 - 나 까지 구해서 녀석과 약속한 대로 매일 한 단원씩 풀고 있습니다.
이번 방학엔 키도 조금 큰 만큼 학습을 받아들일 자세도 조금 커졌는지 아주 조금씩 제게 무장을 해제하며
공부에 마음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아직은 만만한 계산이라 연필을 집어던질 자세는 취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혼자서는 해결할 생각이 없는지 머리통 한번씩 쥐어박히면서도 날더러 봐달라 징징거립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태도에 너무 감사하며 이미 풀어놓은 책의 연필자국들을 열심히 지워주고, 알만한
문제들은 선심쓰며 넘어가기도 합니다. 한쪽 눈으로 보는 까닭에 보는 감각은 무디지만, 듣는 감각은 엄청
빠릅니다. 그렇다고 듣는 감각만을 이용하다보면 그야말로 '맹' 교육이 될 거라 '보는 감각' 을 훈련시켜 보려
합니다. 한 쪽 시력이 그나마 1.2 정도까지 나오니 감사할 일이지요. 덕분에 머리통도 가끔 쥐어박을 수 있구요.
읽기 공부로 성경 잠언을 1장씩 소리내어 읽는 것도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이도 아직은 성경책 냅다 집어던지고 도망가지는 않네요. 이쁘다고 연신 뽀뽀해대며 끝까지 읽도록
가끔씩 놓치는 부분의 줄을 손으로 가리켜 줍니다. 아무래도 다음 줄로의 이동이 우리처럼 쉽지는 않지요.
그도 훈련하면 나아질 겁니다.
그 두가지를 하고나면 나도 약속한대로 그 녀석 카페에 들어가 일수찍듯 출석확인을 합니다.
성경 쓰기도 하라고 난리치지만 그건 더 있다가 징징거리지 않을 때 해 줄 생각입니다. 서비스로...
아빠와는 운동 약속을 하고 매일 저녁 식사 후에 걷기 1시간 정도를 하고 옵니다.
이것도 첫 날은 엄청 징징거려 내 속을 뒤집어 놓고 나가더니 이틀, 삼일째 부터는 스스로 약속 시간을 챙깁니다.
오늘은 발이 삐긋했다고 빼먹긴 했습니다만...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엄청 느린 속도지만 지구 종말이 오기 전까지는 그 녀석과 함께 열심히 살아갑니다.
벌써 몇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는지 세어 볼 수도 있으니 언젠가는 맛있는 사과도 먹게 될 겁니다.
마지막이 언제일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나는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거 한가지는 분명히 압니다.
'오늘도 나는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 했음'
첫댓글 역시 그저 있음님이예요. 이세상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사는 어머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