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공무원연금 이야기
한돈희
얼마 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었다. 서울올림픽공원에서 국민장을 치르는 것을 TV를 통해 보았다. 신문에는 노대통령의 공로와 과오에 대하여 논하여서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분의 공로 중에는 공무원들에게 잘 해준 일이 하나 또 있다.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나도 교사를 하면서 도움을 받아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1990년대의 노태우정부 당시 공무원들에게 누락 된 경력을 다시 등록하게 하고 호봉재사정을 해 준 일이다. 내가 당곡고등학교 교사로 있을 때인데 그런 내용의 공문이 와서 뜻밖의 일로 생각하였고 일이 잘 되어서 누락된 경력을 다시 찾았고 호봉도 재사정 해서 몇 단계 올랐고 봉급액수도 늘었다.
1968년도 인가 서울에서 중등학교평준화교육이 처음 실시될 때이다. 서울시교육청(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는 대규모 중등교사를 뽑았다. 공립학교, 사립학교 교사를 모집하였다. 나는 공립학교 교사 채용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합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령이 중요하였다. 영어, 수학, 국어 등 교사들은 다음 해 3월에 신규 발령을 받아 교사생활을 하는데 나는 발령이 안 나서 기다리기만 하였다. 교육청에 가서 알아보면 불어를 배우는 고등학교가 적어서 자리가 안 나고 언제 날지 모른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른 취직자리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군본부에서 편집군무사로 일하게 되었다. 그 당시는 공무원이나 문관(군무원) 등은 봉급이 적어서 대학을 나와서 그런데 들어가면 잘 알아주지 않았다. 교사는 공무원보다는 월급이 많았다. 전에는 교사생활도 몇 년을 하여서 익숙해있었다. 교사를 하려면 불어 과목은 어렵고 영어교사자격증을 따서 영어교사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충북대학에서 중등교원양성소를 개설하고 영어, 수학교사 각 40명을 뽑는다는 광고를 신문에서 보고 가서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몇 개월 교육과정을 마치고 영어교사자격증을 땄다.
1972년도에 생각하지도 안 하던 불어교사 발령이 났다. 3년인가 4년 만에 난 것이다. 안 났으면 충청도 시골에서 오래 영어 선생을 했을 것이다. 서울교육청에 가니 영등포고등학교에서 불어교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장학사는 내 서류를 챙겨보면서 경력사항에 적은 경력을 그쪽 기관에 조회를 했는데 인증서류가 오는 대로 결재해서 정식 발령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때 나는 인천에 살아서 영등포에 있는 영등포고등학교가 가까워서 좋았다. 그 당시는 일류고등학교, 이류고등학교가 있었다. 영등포고등학교는 일류가 아니었다. 학생들도 순박하고 교사들도 좋아 보였다. 이제 내 자리를 찾아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다시 직장을 옮길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먹었다.
4월 달에도 정식 발령이 안 나자 교육청 인사계로 찾아갔다. 경력조회가 안 와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인천신문기자 경력, 성신고등공민학교 교사 경력, 인화여고교사 경력 등을 인정을 받지 않기로 하고, 빨리 발령을 내달라고 부탁하였다. 장학사는 경력사항에 기재한 것을 줄을 그어 지워버렸다. 군인경력만 인정받은 것 같다. 그해 5월 2일 정식 발령을 받고 교장실에서 교장으로부터 정식발령장을 받았다. 그 순간부터 정식교육공무원이 되었다. 영등포고등학교는 9년간 계속 근무하였고 여러 학교를 전전하다 또 그 학교로 와서 1년을 근무하여 10년을 채웠다.
여러 학교를 거쳐 1990년대에 당곡고등학교에 와서 근무하였는데 노태우 대통령정부 시대이다. 그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누락경력 찾아 호봉을 재사정 해준다는 공문이 와서 놀래기도하고 기쁘기도 하였다. 살다 보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그때 아내가 경력증명서를 떼러 여기저기를 다니며 애를 썼다. 인화여고를 가니 많은 사람들이 경력증명서를 떼느라고 줄을 서있다고 했다. 성신고등공민학교는 수도국산 아래에 있었는데 이사 가서 인천 어느 변두리에 학교를 짓고 정식 여자중고등학교가 되었다. 숭덕여중고로 공부 잘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나 있었다. 고등공민학교 시절 교사하던 분들이 교장, 서무과장이 되었다. 같이 근무해서 그분들도 나를 잘 안다. 서무과장은 옛날 서류를 보고 경력증명서를 떼어주었다. 아내가 물어서 찾아가느라고 애썼다. 해군문관경력증명서는 그 당시 대방동에 있는 해군본부에 내가 직접 가서 떼어왔다.
당곡고등학교 서무과 담당 직원이 이 서류들을 조회하고 확인하여 교육청에 올려서 누락경력을 찾았고 호봉도 몇 단계 올라갔다. 공무원연금공단에도 규정에 따라 새로 찾은 경력에 대한 돈을 내었는데 옛날 직장에는 봉급이 작던 때여서 내는 돈이 아주 작았다. 그런 일로 호봉이 올라갔고 정년퇴직 전까지 33년 치 연금을 부울 수 있었다.
나는 2004년에 2월에 정년퇴직하였는데 어렵게 불어교사로 발령을 받아서 공로퇴직을 하지 아니하고 정년퇴직을 하였다. 지금 2021년 11월이니 퇴직 한지도 오래다. 나는 처음부터 연금을 타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그 동안 연금을 타서 아내와 생활하고 있다. 연금이 나오면 아내는 봉투에 용돈을 넣어 나에게 주고,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한다.
나는 경기, 인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매년 연금생활자를 대상으로 교육 세미나를 하는데 연락이 오면 참석하고 연수교육을 받는다.
한돈희
시조시인, 수필가 등단.
서울교원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천문인협회 회원
서울고등학교 교사 역임
문학서울 25호 원고
본인-010-9344-2719, 아내-010-7769-2719
주소- 부천시 원미구 안곡로 284, 102동 1703호
(역곡1동 한국아파트 1703호)
첫댓글 수필 제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비 입금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