았다. 퇴근을 한 시간 정도 남겨 놓은 시각.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혹시 늦어지면 먼저 식사들 하라는 말을 남긴채 사무장과 함께 나간 조 천. 임석(臨席)해야 될 자리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 사무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용무가 끝나지 않아 갈 수가 없으니 식사를 끝내고 먼저들 퇴근 하라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이런 몰상식한 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진아는 관두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 선생, 너무 속상해 하지마?” “어차피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고 일 해왔는 걸요.” “그래…!, 나도 관둘 생각이야. 이달 말 까지만 하고….” “강 선생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강지련보다 열 네 살이나 아래인 하진아였지만 신앙적으로 의지하며 일을 해왔던 터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직 용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마디의 말을 남긴 계연주. 정작 그녀는 조 천과 함께 있었다. 둘 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그들은 이미 시내를 한참이나 빠져 나온 상태였다. “목사님, 근데 하진아씨한테 조금 미안하네요.” “미안하긴. 어차피 예담이 백일잔치때 올건데 그때 보면 되지 뭐?” “그래도…?” “미안해 할 것 없어. 월급을 안준것도 아니고 챙길꺼 안 챙겨 준것도 아닌데 뭘 그래. 지금은 우리들만의 시간이니까 우리에게 집중하자고.” 이들은 항상 대실(貸室)을 선호했다. 업무로 위장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느 누구도 조 천을 참다운 목사로 보지않고 그렇게 취급 하지도 않았지만 연주만은 조 천을 언제나 목사님으로 극진히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정원과학대학교가 있는 초절리 저수지였다. “연주야, 우리 밥 부터 먹자.” 일찍 나온다고 서둘렀던 것인데도 시간은 어느새 저녁 7시가 넘어 있었다. “목사님, 저 앞에 황태집(黃太家)이 있는데 저기가서 우리 황태정식 먹어요.” “그럴까?” 모텔과 음식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 저수지에 투영된 그 불빛들은 차갑고 시리다 못해 자칫 베일것만 같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평일이라서 그런지 썰렁한 황태집안에 손님이라고는 한 팀만이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온풍기의 열기가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한갓진 쪽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 “뭘 먹을까?” “어…. 황태구이 집에 왔으니 구이 정식먹어야죠.” “그럴까! 사장님, 여기 구이정식으로 두 개 주세요?” 진아의 송별식을 내 몰라라 한 두 사람. 결국 자기네들의 회식으로 대체를 해 버리고 말았다. “맛있다 거지?” “그러게요, 황태 정식구이 넉넉 잡아 열 번만 먹으면 정말 건강 좋아지겠는데요.” “그럴까? 하하.” “이것 좀 들어보세요.” 연주는 맛있는 반찬을 골라 조 천의 밥숟가락에 올려주는 살뜰함을 보여주기도했다. 시장했던지 두 사람은 금새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식사 좀 더 할 거야?” “아니. 전 그만 먹을래요! 목사님 더 하세요.” “아니야, 나도 그만 먹을래. 더 먹으면 부담될 것 같애.” “우리 그럼 빨리 몸이나 풀러 나가요.” “그러자고!” 식당문을 열고 나서자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찬바람에 증발 되면서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연주야, 저기 괜찮은 것 같은데?” “파라다이스!” “그래, 파라다이스. 낙원이야 낙원.” “좋아요.” 5층으로 된 아담한 모텔이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낀채 모텔을 향하였다. “어서오세요?” “방 있나요?” “많습니다.” “괜찮은걸로 하나만 주세요.” “주무시고 가실건가요?” “아니예요. 잠깐 쉬었다 갈꺼예요.” “알겠습니다.” 대실 요금을 지불한 조 천은 프런트 캐셔로부터 키를 받아들고 연주와 함께 지정된 방으로 향하였다. “우리 한 시간만 딱 놀고 가자!.” “네, 알겠습니다.” 샤워를 함께 마친 두 사람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조 천이 긴 밤을 원했지만 그럴 때마다 계연주가 브레이크를 걸곤 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다. 계연주와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이 이어 질수록 조 천은 마치 깊은 몽환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
☞ 다음호에 계속
첫댓글 에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