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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05
S#1. 극장 앞 / 저녁.
은수와 태오 극장을 나선다.
은수 생각에 잠겼다..
<인서트>
극장 인파 사이로 총총히 멀어져 가는 엄마와 낯선 남자..
태오 (멍한 은수를 보다가) 자기, 몸 안 좋나.
은수 어? (얼른 돌아와 부드럽게) 배고프다.
태오 (주변의 분식집을 둘러보며) 뭐 먹어요.
은수 맛있는 거 먹고 싶다. 맛있는 거 먹어, 우리.
S#2. 유희 집 앞 / 저녁.
찬석, 기다리고 있다.
S#3. 유희 집 안 / 저녁.
유희, 방안에 앉아 있다.
S#4.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 저녁.
종업원 가고나면 태오, 빙글빙글 웃다가 불쑥 내민다.
은수가 뭔가 보고 태오 보면,
태오 (빙그레) 선물.
은수 (풀며) 선물? (연필깎이 나오면) 샤파네.
태오 응. 없는 거 같아서.
은수 와~..
태오 집에서 가져온 거예요.
은수 집?
태오 우리 집 문방구 하잖아.
은수 아~ 그렇(구나)
태오 우리동네 좋은데, 언제 놀러와요. 수유리.
은수, 웃고는 연필깎이 레바를 돌려본다. 천천히.
곧 다시 자기 생각에 빠져버린다.
태오 자기, 좀 이상하다.
S#5. 유희 집 골목 / 저녁.
유희 집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찬석.
대문이 열린다.
찬석 일어선다.
유희 줘.
찬석 애틋하게 보는데, 유희, 버틴다.
찬석 핸드폰을 꺼내 내민다.
유희, 받아서 돌아선다.
찬석 유희야.
그냥 걷는 유희, 대문 앞에 이르자, 찬석 다급하게 붙드는 소리로,
찬석 유희야, 나 이혼했어.
유희, 선다.
그리고 날카롭게 돌아서서 열 걸음쯤 골목으로 걸어 나온다.
찬석 따라 걸어오면, 유희 무섭게 돌아보며,
유희 너. 좀 맞아!
말 마침과 동시에 맵게 따귀를 때리는 유희.
유희 그래서. 니가 이혼을, 해서. (뜸) 그래서!
찬석, 아무 말도 못한 채 서 있고,
유희 돌아서 가버린다.
남아 있는 찬석 얼굴 위로 유희 집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S#6. 정동극장 까페 / 저녁.
은수, 스테이크를 자르는데, 생각이 샌다.
<인서트>
화장실에 들어서다 은수를 보고 놀라는 엄마.
엄마 - (당황한 기색) 어! 막내야. /(점프)
은수 - .. 근데 누구랑?
엄마 - 어~, 친구우... (다시) 김포아줌마~.
은수 - 아~ 아줌마~.. /(점프)
사람들 사이로, 총총히 멀어지는 엄마와 낯선 남자,
엄마, 물건을 떨어뜨리고 주워주는 남자의 모습. //
은수, 칼을 탁 소리 나게 놓는다.
태오가 쳐다보면, 정신을 차리듯 웃음으로 수습하는 은수.
태오 (귀엽게) 어디 갔다 왔어요?
은수 뭐가?
태오 자꾸 딴 데 가잖아, 혼자서만.
은수 (웃음) 먹어~.
S#7. 김포 아저씨 차 안 / 저녁
김포 요즘엔 영화들두 참 잘 만들지?
은수엄마 (딴 생각 중)...
김포 지숙아.
엄마 어? 나? (불렀어?)
김포 (은수 엄마를 보다) 무슨 생각을... 왜 무슨 걱정있어?
엄마 걱정은.. 아, 다 왔네, 저기서 세워주우.
김포 늦었어. 타구 가.
엄마 아냐, 버스 타구 가야지.
김포 (보다가) 그래, 그럼. (차 세운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지숙아.
엄마 (돌아보면)
김포 벌써 에어컨들 (틀어서) 춰~. 겉옷 들구다녀. 꼭.
엄마 (웃음. ‘내가’) 애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각이 많은지) 오빠.. 나.., (하다가 관둔다) 아냐..
김포 말은 왜 삼켜.
엄마 (웃음) 고맙수, 정진국씨. (김포아저씨 보면) 세상, 나보구 지숙아~, 그러는 사람은 오빠 하나유~. 갈게.
엄마, 차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에 서면, 김포아저씨 그런 엄마를 잠시 보다가 차 출발. (김포 아저씨 차에는 김치회사 광고가 그려져 있다)
차 출발하면 엄마도 차 뒤꼭지를 잠시...
S#8. 은수 원룸 골목 / 밤.
손잡고 걸어 들어오는 은수와 태오. 은수는 생각에 잠긴 채...
은수 태오야... 나..
태오 어.
은수 사실은.... 아까 극장에서, 친구 엄말 봤다?
태오 근데?
은수 근데.. 어떤 아저씨랑 있다?
태오 어떤 아저.. 하하. 데이트 하시는구나?
은수 (다리 힘 풀린다..) 그런..거지?
태오 하하. 자기한테 들켰구나, 클랐네. 그 아줌마~.
친구 누구? 유희누.
은수 아냐. 그냥 아는 친구..
태오 말할 거예요?
은수 뭘. 친구한테? 아니.
태오 야~.. 연애들 하시는 구나~.. (은수, ‘연애’란 말에 오금 저리는데) 재밌다.
은수 (반사적으로 조금 날카롭게) 재밌어?
태오 응. 궁금하잖아, 나 어른들 연애에 관심있는데, 영화적으루.. (은수 곤두서 가는데, 모르고) 에이, 아깝다, 말 줌 해주지. 나두 쫌 보게.
은수 아까워? (차고 날카롭게) 직업병이라드니.. 너 진짜 병이구나?
태오 (엇? 놀라서 본다)..
은수 너한텐 뭐든지 다 그렇게 영화로 보여?
태오 (당황스럽다.. 뭐라 말하려는데..)
은수 구경하지 말라구. 누군간 진짜루 상처받구 있을 지두 모른다구!
태오 (뚝.) 자기. 왜 그래요?
은수 (집 앞이다) 갈게. 잘 가.
태오 (부른다) 자기.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는 은수) 그렇게 가면 어떡해(요.)
은수,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고,
태오는 벙찐 얼굴.
S#9. 은수 원룸 / 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문에 기대 숨을 내쉬는..
전화가 온다. 받지 않는다. 벨소리 그친다.
안으로 들어오며, 윗옷 안쪽으로 팔을 빼 브래이지어를 벗어 아무렇게나 던저 놓는다.
S#10. 은수 원룸 골목 / 밤.
전화를 귀에 댄 채 205호를 올려다 보는 태오.
전화 덮고, 저벅저벅 골목을 빠져 나간다.
S#11. 은수 방 / 밤.
자려고 누워있는 은수. 잠인 안 오는 지 뒤척인다.
S#12. 지하철 / 아침 출근길.
은수, 핸드폰을 내려다 본다. 망설이다 문자를 쓴다.
은수E 어젠 내가 예민하게 그랬지.. 미안..
S#13. 은수 회사 / 오전.
은수, 일하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무시하는데,
황부장off 오대리!
은수 네!
은수, 일어서서 부장에게 가고, 책상 위에 남아 계속 진동하는 전화기.
S#14. 은수 분당 집 / 오전.
엄마, 들고 있던 전화기 덮고, 다듬어 놓은 나물 들고 끙, 일어나 개수대로 간다.
수도꼭지 틀고 나물을 씻는데, 방에서 나온 아버지, 베란다로 가다 부엌 쪽을 못마땅하게 본다.
개수대로 다가와 퉁명스레 수도를 눌러 잠가버리는.
엄마, 발끈. 그러나 말없이 끙~.
아버지 베란다로 가면,
엄마 (물 벌컥 틀었다가 금새 다시 최대한 약하게 줄이고는 혼자만 들리게) 유세는! 이 나이에 물두 내 맘대루 못 틀어? 어구.. 내 팔자야~
S#15. 윤포토 스튜디오 / 오후.
베란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은수.
안쪽에 작업 중인 윤포토가 보인다.
(오빠) 십오만원 보냈으니까, 보태서 잘 좀 골라봐.
은수 그냥 언니가 좀 사지~, 돈은 부칠게.
(오빠) 야, 니 언니 요새 무지 짜증이다. 엄마 취향이야 니가 낫지. 전화해서 물어보든가. 그냥 뭐 옷 같은 거 사.
은수 (귀찮다) 아~
(오빠) 자식은.., 글구 엄만테 전화 줌 해라, 전화 안됨 걱정부터 하누만.
은수 일하는 중이야. 들어가 봐야 돼.
(오빠) 바쁜 척은. 아, 케익은 사지마, 우리가 살게. 자식, 늦지 말구!
전화 끊는 은수. 그대로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답답한 얼굴.
전화를 건다. 전화가 꺼져있어 음성메시지로 넘어간다는 안내음.
끊으려던 은수의 얼굴이 답답함에서 서운한 노여움으로 바뀌더니,
은수 (빽!) 못됐어! 미안하다구 했잖아! 미안하다구 했는데두 전화두 안 받구! 못됐어, 진짜! 왜 그래! (버럭버럭 하다가 뚝)
“저장은 1번...”, 안내음이 나오자 취소한다.
“취소 됐습니다, 메시지 녹음은 1번..”
은수, 쨍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은수 (혼잣말) 전화 좀 해라~
S#16. 뮤지컬 아카데미 연습실 / 낮.
댄스 수업시간. 땀을 많이 흘리며, 몰입해서 춤을 추는 유희.
썩 잘하는 편. 음악에 맞춰 스탭을 밟는다.
선생 (유희가 좌우를 틀리니까) 왼발, 오른발, 그치, 왼오왼왼오!
S#17. 은수 원룸 앞 / 밤.
은수, 터덜터덜 걸어 와 자동으로 우편함 우편물 뭉치 들고 계단으로.. 고지서가 대부분인 우편물을 넘겨보던 은수, 걸음을 멈춘다.
소인 없는 카드 한 장.
열면, 툭 튀어 나오는 병아리문구사 배경의 ‘나 홀로 집에’ 팝업카드.
- 초대장. ‘수유리에 놀러오세요!’
은수, 피식.. 점차 흡족한 미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 오른다.
S#18. 유희 집 앞 / 밤.
유희, 골목을 걸어오다 우뚝 서 있는 허찬석을 본다.
마주 보는 두 사람.
S#19. 공원 / 밤.
저벅저벅 걸어오는 유희와 찬석.
유희, 찬석을 똑바로 보는데, 찬석 유희를 볼 뿐 말을 못한다.
유희, 할 말 있음 하라는 듯 찬석을 보는데,
찬석, 아련하게 유희를 볼 뿐.
유희 얼굴에 비웃음 일며,
유희 멋은 있어야 되지.. (돌아서 간다)
찬석 (팔 잡는다.. 뜸..) ..
유희 ...
찬석 .. 조금만... 조금만.. 이렇게... 숨 좀 쉬게..
유희 (잠시 그대로 서 있다 됐어?하듯 노려보면)
찬석 (팔 놔주고.. ) 고마워..
유희, 웃으며 돌아선다. 헛웃음을 웃다가,
유희 멋있네.. (쐬기를 박듯) 재.수.없어.
찬석 보고싶었어..
유희 (돌아보고) 안 되지, 그런 말. 모양 빠진다. (쭉쭉 걸어나온다)
찬석 ... 달라질 줄 알았어. (유희, 걸음 멈춘다.) ...니가 없음 달라질 줄 알았다구... 내가...
유희 ... 지겨웠구나.. (뜸) 7년 만에 듣는 이유.. 솔직해서.. 고마워..
찬석 그래. 지겨웠어. 니가 아니라 유희야, 내가. 너 아니라 내가 죽도록 지겨웠다구. (뜸) 다시 살아보고 싶었어.. 하나두 남김없이 다 다시.. 그러려면...... (돌아선 유희를 보며) 우리 그랬잖아, 우리 너무.. 니가 난지 내가 넌지두 모르게.. (유희 듣고 있다) 첨엔 좋았어. (뜸) 너 없는 첫날은 날아갈 거 같았으니까.... (숨 내쉬고) ...근데,
유희 ..
찬석 ... 외로웠어..... 유희야.. 너 없는 내내... 나 너무 외로웠어....
유희 (나직이.) ... 외로워..
찬석 ....
유희 나 지금 들었지. 그 말.. (돌아서 찬석을 본다) 할 수만 있음 파내고 싶은데, 그 말. (뜸) 외로운 게 뭔지 알아? 내가 여기 없는 게 외로운 거야. 내가 여기 없어서 그 말, 내가 아니라 너 혼자 들어야 외로운 거야. 외롭다, 외롭다, 외로워서 죽을 것만 같다, 울부짖어두, 그걸 들어야만 되는 그 단 한 새끼가, 없어서, 내가 뱉은 말, 나 혼자서, 들어야.. 외로운 거야.
찬석 어렸잖아.. 그땐 우리..
유희 이젠 너무 늙었구.
찬석 (잦아드는 목소리) 그러지 마... 너 뿐인데.. 아무도 날 모르는데... (뜸) .. 뭘 어떻게 하잔 거 아냐.. 그냥.. 보고 싶었어.. 너무..
유희 ....
찬석 ... (유희를 본다) 잘 못했어. 내가.. 너한테 잘못..했어..
유희 ...
찬석 ... 용서해줘..
유희 늦었어...
찬석 (젖어든다..) ...유희야....
유희 (담담하려고 애쓰며) 이유도 모른채 버려졌을 때, 나 스물 네 살이었어. 골목 끝에서 저 끝까지 다 돌아보지 않군 집으루 들어간 적이 없어. 골목 끝에 니가 있으면, 있기만 하면, 절대로 돌아보지 않을 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왜 그랬어~, 어떻게 그래~, 묻지도 않을 거다. 그럼 모든 게 끝이다. 거기서 끝이다..... (올라오는 감정 누르고) 지겨웠다구? 내가 없음 인생이 달라질 거 같았다구? 내가 없어서 날아 갈 거 같았다구? 말을 하지! (찬석을 보다가) 했어두, 난 너 이해했어, 할 수 있었어, 그런 때가 있었어, 왠지 알아? 난 널 아니까! 안다구 믿었으니까!...(잦아든다) 정말이야.. 거기서.. 끝낼 수 있었어.. (누르느라 비져나오는 소리) 끝..나야.. 되는 건데... 꿈을 꿔. 다음 장면이 뭘 거 같애. 결국 나는 나와. 벌써 갔을까봐, 신발두 제대로 못신어. 근데 넌 없어, 선배~ 어딨어~. 어딨어~, 갔어? (올라오는 울음 누르며)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아져, 가지마~ (운다) 내가 잘못했어..(흐느낀다)
충혈 된 찬석의 눈에 눈물이 고여간다.
유희, 흐느낌 그치고 노려본다.
유희 용서? 하구 싶었어! 너무나 하구 싶었어! 죽도록 하구 싶었어! 근데, 못했어! 왜! 넌, 거기 없었으니까! 니가 원하는 게 용서야? 할 수만 있음 얼마든지 해. 근데, 못해! 왠지 알아?
찬석 ... (두 빰에 눈물 흐른다...)
유희 잊었으니까. 다 잊었으니까! 넌 죽었으니까! (가슴 움켜쥐고) 온 몸에 살점을 뜯어내듯 뜯어냈어! 내 살보다 깊이 박힌 널! 하나두 남김없이, 뜯어내 죽여버렸다구!!
찬석 ...
유희 해봐, 너두. (유희 돌아서 간다)
붙박힌 듯 서 있는 찬석.
S#20. 뮤지컬 아카데미 탈의실 / 오전.
생각은 딴 데 간 채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유희. 거의 다 갈아입었다.
문 열리고, 지욱 들어오려다 유희 보고 문 얼른 다시 닫음./
유희 나오면,
지욱 남여사님. 노크했습니다, 저.
유희 대답 없이 연습실로 나가면, 지욱 뻘쭘. 탈의실 안으로. /
(즐거운 음악 터지며)
S#21. 수유리 대로 & 지하철 4호선 - 수유리 지하철역 밖 / 오전.
수유리 길을 바람처럼 달려오는 태오! /
설레는 표정으로 지하철에 앉아있는 은수. 팝업카드를 펴보곤 배시시~./
수유리 길. 중년 남자가 ‘맥갈비’ 라는 간판 앞에서 전화로 누군가에게 애타게 가게 이름을 설명하는 중.
중년남 (상대가 못 알아들어 답답하다) 아니, 맥! 맥갈비라니까, 아니아니, 백이 아니구 맥! 매액!...
태오 (바람처럼 스쳐 지나며) ‘맥주’할 때 맥!이요!!
남자 (반사적으로) 맥주 할 때 맥! (됐다!) 그래애! 맥갈비! (저만치 뛰어가는 태오가 돌아보면, 기분 좋게 눈 마주치고 웃는다) /
지하철의 은수. 옆에 서서 자리 나길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에게.
은수 (손짓) 열루 오세요. 열루! (누가 물어봤나?) 저 요담에 내리거든요? (말마치자 마자 자리에서 냉큼 일어선다) /
수유리 지하철 역으로 바람처럼 뛰어오는 태오! /
계단을 타다다다 뛰어 올라오는 은수!/
드디어 만나면, 둘 다 숨을 헉헉!
(음악 그치고...) 다시 만나 좋아 죽으면서도 괜히 서먹하게 쭈뼛쭈뼛.
그러다 눈 마주치면, 배시시~. 둘이 산책하듯 걷기 시작!
S#22. 뮤지컬 아카데미 / 오전.
보컬 수업시간, 피아노 앞에 앉은 선생, 학생들 둘러보다,
선생 한 사람 비네? 누구야?
학생들 서로 둘러 보다,
수아 유희 언니.
지욱 (둘레둘레) 오셨는데~, 남여사님.
S#23. 북한산 / 낮
유희, 나무 곁에 서 있다. 마른 잎을 떼어내 주는 유희.
S#24. 수유리, 수유초등학교 / 낮.
초등학교 운동장. 정글짐에 앉아있는 두 사람.
높은데 앉으니 시원하다.
은수/태오 아~...
태오 옛날엔 여기 꼭대기가 에베레스트 같아보였는데. (뜸. 시선으로 가리키며)우리집이예요.
은수 (둘레둘레) 어디?
태오 저기! (학교 아래 문구사 가리켜) 병아리문구사.
은수 아~.. 하하. 진짜네... 병아리 문구사.. (학교 돌아보며) 여기 다녔구나?
태오 응. 국민학교 나왔죠?
은수 어?
태오 (웃음) 난 들어갈 땐 분명히 국민학교로 들어갔는데, 나올 땐 초등학교 나왔잖아.
은수 하하. 진짜?
태오 응. 6학년 때 갑자기 초등학교가 됐어요. 5년 내내 국민학생하다 갑자기 초등학생할려니깐 엄청 이상하드라구.
은수 귀엽다..(웃음.)
태오 흐~
둘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시 바람을 쐬다가,
태오 자기.
은수 응?
태오 생각 많이 했어요, 나.
은수 무슨 생각?
태오 (웃음) 왜 그래! 못됐어, 안놀아!... 아악.. 보고싶다!!
은수 (하하 웃다가) 놀랬지? 미안. (다시 진심으로) ... 미안했어.
태오 (삐진 척 보다가 웃고는 다시 진지하게) 자기.
은수 응?
태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하고 싶어짐 말해요,... 언제든.
은수 (태오를 본다)
태오 (은수의 손을 가만히 꼭 잡는다. 그렇게 조금 있다가) 자기 혼자 힘들어함.. 나, 외로워요...
은수 (보다가 천천히 끄덕끄덕.. 그리고 미소...)
S#25. 북한산 / 오후.
나무 아래 앉은 유희.
울었는지 쓱쓱 눈물을 닦아낸다.
S#26. 수유리 전철역 앞 / 늦은 오후.
태오 저녁 먹구 가지. 취소함 안돼요? 그냥 백화점 갈 거라며.
은수 친구랑 약속했어. 살 것두 좀 있구.
태오 살 거 뭐어~.
은수 재인이 생일 선물두 사야되구.. 또.. 엄마(생일..)
태오 나두!
은수 어?
태오 나두 가구 싶다, 재인 누나 생일.
은수 어? .. 그래. 가. 같이 가.
태오 언젠데?
은수 담 주 수욜인데, 평일이니까 따로 잡겠지, 날은.
태오 앗싸아!
은수 (태오를 본다.)
S#27. 백화점 / 늦은 오후.
부인복 매장. 옷들을 들춰보는 은수. 꽁한 표정.
직원 생신선물하실 거면, (블라우스 하나 들고) 어떠세요? 요새 젤 잘 나가는 건데.. 좋아들 하세요, 색감두 화사하구, ** 소재라 가볍구, 엄청 부드러워요..
은수 (무시하고 다른 걸 꺼내 본다)
직원 아~ (얼른) 그것두 점잖으시긴 한데.. 어머님, 연세가... 환갑...
은수 안 됐는데요.
직원 그쵸? 에이~ 아직 젊으신데~, (권했던 걸 다시 권하며) 이거 하세요, 좋아하실 거예요. 나이드신 분들, 의외로 화려한 걸 좋아하세요, 젊어 보이니까....
은수 (자기가 골랐던 걸 내밀며) 이거 주세요.
직원 (언제 권했냐는 듯) 네~. 계산해드릴게요. /
여성 의류 매장 앞.
은수 들어서 몇 개를 들춰보는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직원.
은수, 그냥 나오며,
은수 뭐야~~ 사람을 개무시해? (자기 옷 한번 쫙 펴며) 쯧! /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며, 거울에 자기를 비쳐본다.
너무 편하게 입은 옷.
은수 쯧! (궁시렁) 이런 불량한 상태로 오는 게 아니지~. (매장 쪽 째려보며) 쫌만 기다려라.. 구세주가 온다.. (전화가 온다, 반색하고 받으며) 도착했어? 어. 4층으로 와. /
4층 에스컬레이터 앞. 설레는 표정의 은수 위로,
은수 구세주.... 이를테면.. 풀버젼 커리어 우먼 룩을 자랑하는...?
유희 올라오면서 머리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드러나는 유희 복장. 은수 끙~, 하는 표정. 유희, 산에 다녀온 연습복 차림이다.
은수 (유희 복장, 특히 흙이 잔뜩 묻은 신발을 두고) 끙~. 땅 파다 왔냐?
유희 용하네~. 어케 아라쪄? /
유희와 닌텐도 매장을 구경 하고 있는 은수.
유희 딱이다.
은수 재인이두? 재인인 가방 같은 게 낫지 않나?
유희 (닌텐도 가리켜) 갖구 싶댔어. 유준이한테두 딱이구.
직원 (제품 설명 줄줄) ****************
유희 (아무렇지 않게) 사긴, 인터넷이 싸겠지? (KB카드 단말기 꺼내 가격비교)
은수 (옆에선 직원이 의식돼서 어색하게 웃고는) 어~,
유희 (매장 나오며) 잘 봤어요! (나오다 딴 물건 가리켜) 어머, 이거 봐~, 이뿌다~.
은수, 다시 매장 직원에게 애매 미소 보내고 총총히..
S#28. 백화점 밖 / 해질녘.
은수와 유희, 백화점 밖으로 나오는데, 비가 온다.
은수 아~ 비오네..
유희 (비를 본다)...
은수 아~ 또.. 우산두 없고만.
유희, 내리는 비를 보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넓게 펴, 은수 머리 한 뼘 위로 올린다. 머리를 덮듯이. 그리고 가자는 시늉.
은수 걷기 시작하면, 유희 빠르게 손을 좌우로 흔든다. 은수, ‘뭐해?’ 하듯 보면,
유희 못생긴 게 머리 빠진다.
은수 챠~, (유희 머리 위로 손 빠르게 같이 해준다)
비를 피해, 빠르게 주차장으로 뛰는 두 사람.
S#29. 야외 주차장. 유희 차안. / 해질녘
차에 오르는 두 사람.
은수, 머리 털고 안전벨트 당기는데,
유희 (시동 걸려다) 온수야. 찬석이 기억나? (뜸) 허찬석.
은수 (뚝. 뜨악하게 본다. 벨트 탁 채우고) ..뭐야... 뜬금없이..
유희 안 나지? (은수 보고 웃고는) 나두 안 난다.
차를 출발시키는 유희.
은수, 유희를 돌아보면, 유희의 묵묵한 얼굴에서,
노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선행하며,
S#30. 뮤지컬 아카데미(음악 몽타쥬) / 오후.
댄스시간 몸을 푸는 학생들 사이의 유희. 몸풀다, 자기 얼굴을 보고 숨을 내쉰다. /
강사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추는 학생들.
열심히 춤추는 유희의 얼굴위로, 노랫말 들린다.
....♪ I don't know how to take this.
I don't see why he moves me.
he's a man. he's just a man...
<인서트> 대학 앞 길. 11년 전 과거. 대낮.
조금 느린 느낌. 유희는 신입생 느낌. 머리 짧다. (소리는 없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유희의 밝은 얼굴 위로 빗방울
후두둑 떨어진다.. 유희, 얼굴을 밝게 찡그리는데,
유희 눈에 보이는 비 오는 하늘을 가리며, 불쑥 들어오는 넓은 손바닥.
보면, 찬석(21살)가 유희 머리 한 뼘쯤 위에 손바닥을 펼치고 있다.
유희 어. (꾸벅인사)
찬석 (좌우로 빠르게 손바닥을 흔들며)못 생긴 게 머리 다 빠진다. (가자는 시늉)
찬석 손 우산을 하고 빗속을 같이 뛰어가는 유희. /
<인서트> 북한산. 어제 오후.
나무 아래 앉아 혼자 우는 유희. /
<인서트> 북한산. 7년전 과거.
북한산을 오르는 찬석과 유희.
뒤따라 오는 유희의 손을 잡아 끌어주고 돌아서는 찬석.
찬석 배낭에 작은 묘목이 비죽이 나와있다.//
나무를 심는 두 사람.
S#31. 뮤지컬 아카데미 앞, 늦은 오후.
유희, 뮤지컬 아카데미 앞에 서 있는데, 비가 온다. 우산을 펴는 유희.
천천히 빗속으로 나선다.
빗속을 걷는 유희.
유희 앞으로 과거의 유희와 찬석이 비를 피하며 뛰어간다.
서로의 머리 위로 펼친 손바닥을 장난스럽게 흔들며 (환상)
찬석E 외로웠어... 유희야.. 너 없는 내내.. 나 너무.. 외로웠어..
그대로 서서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고 있는 유희. (음악 그친다)
S#32. 은수의 분당 집 / 저녁.
불 켜진 케익.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식구들.
은수는 소파에 걸터 앉아있고, 다른 식구들은 마루에 앉아 화기애애.
엄마와 지호가 함께 촛불 끄면, 선물을 내미는 올케, 카드 내미는 지호.
엄마 (카드 열며) 아구! 이게 뭐야? (읽는다) 할~머.니, 생.신. 축하해요, 지호 올.림. (귀여워 죽는다) 아구아구, 아구우~, 내새끼, 누가 만들었쪄, 누가 만들었쪄~?
지호 지호.
아빠 지호가 만들었어~?
엄마 어구, 내 새끼, 어구 내 새끼이~.
올케 (선물을 내민다) 아가씨가 고른 거예요.
엄마 그래? (막상 보니 맘에 안 든다. 은수를 돌아본다) 블라우스네..
올케 어머~, 아가씨, 너무 노색이다~.
은수 (불량하고 심드렁한 자세로 무대꾸.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올케 어머니~, 맘에 안 드시면 바꾸세요. (은수 뒤꼭지에) 아가씨, 어서 샀어요?
엄마 뒀다 입지, 뭐. (은수 들어간 안방쪽 보며 농담) 칠순 잔치 때~.
은수, 안방 화장실로 가는데, 딩동, 문자 알림소리.
돌아보면, 엄마 핸드폰.
마루쪽 의식. 마루에선 다음과 같은 대화가 흘러들고..
오빠 아부진, 뭐 없으세요?
아빠 끙~.
엄마 됐다, (니 아버질 모르냐는 뜻) 물을 걸 물어라. 평생 생일이구 결혼기념일이구 내복 쪼까리 하나 읃어입어 본적 없는게 느 엄마다.
올케 아우~ 아버님이, 너무 하셨다~. 아버님~, 쫌 하세요오~.
은수, 밖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엄마 핸드폰 열면, 바로 뜨는 문자.
‘지숙이, 쉰일곱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은수, 숨이 막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빠 내복 쪼가리? (엄마 옷 가리켜) 응. 이적지 벗구 살았지, 벗구 살았어. 여적 누구 돈으루 먹구 살았는진 나만 아네, 나만 알어. 평생 십원 한 장 벌어본 적 없는 예편네가.
엄마 (기가 차고 억울하다) 허이구~ 고오맙수~, 멕여주구 입혀줘서 황송하우. 나니까 산다, 나니까 살어.
은수, 긴장한 채로 천천히 통화버튼을 누른다.
들어가기 시작하는 전화. 통화 연결음악 흘러나온다. 은수, 점점 더 긴장되는데,
김포E 여보세요. 그래, 지숙(이냐..)
은수, 목소리 들리자 마자 핸드폰 덮는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반사적으로 마루 쪽을 쳐다보는 은수. /
마루. 지호가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부르고 있고,
엄마와 올케 부엌을 정리하고 있는데,
마루로 나오자 마자, 말도 없이 가방 들고 현관으로 움직이는 은수.
오빠/올케 (의아하게 보다) 가? / 가시게요?
엄마 어디. 누가 가? (하다 은수 보고) 아이갸, 지꺼 싸는구만, 기다려.
은수, 대답없이 신을 신으면,
엄마 어어~?
은수 (나가며) 저, 가요. (나가버린다)
은수, 나가고 나자 어안이벙벙한 가족들.
오빠 왜 저래.
S#33. 버스 안 / 밤.
멍하게 비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는 은수.
신호등에 버스 잠시 서는데,
창밖. 주변을 살피며 건물 밖으로 나오는 오십대 후반의 커플이 보인다.
은수, 무심코 시선을 위로. 모텔 간판.
은수, 뚝. 돌아보려다 멈칫. 두렵다. 돌아본다.
버스 출발하고, 멀어져 가는 중년 커플의 모습...
<인서트> - 4부
극장 인파 사이로 총총히 멀어져 가는 엄마와 낯선 남자..
그 위로 남자의 목소리
김포E - 여보세요. 그래 지숙(이냐.) //
S#34. 거리, 공중전화 부스. 밤.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있는 유희.
(찬석) 여보세요? (뜸) 여보..
유희 나,.. 너무 미워할 거 같은데.. (흐느낀다) 너무.. 미운데..
(찬석) 유(희야..)
유희 ... 보고 싶어...
(찬석) 어디야, 너 지금 어디야?
유희 .....
S#35. 프레시 캣 사장실 / 오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고 있는 영수. 평화로워 보인다.
느리게 해바라기 체조, 목 돌리기를 하다가,
벽에 붙은 (여러 사진 사이) 은수 사진에 시선 닿자 얼굴에 미소 살짝 떴다 사라진다.
영수 뒤로, 탁자 위 <프레시 그린캣> 창간호가 보인다.
S#36. 인서트. 프레시 캣 매장들 / 오전.
매장에 배포되는 <프레시 그린캣> 창간호.
장보러 왔던 사람들 잡지를 든다.
S#37. 은수 회사. 안이사 방. 같은 시각.
안이사 (무지 다정. 프레시 캣 책을 두고) 아주 단박에 오케이가 낫다며? 봐, 내, 우리 오대리가 잘 해낼 줄 알았지. 수고했어요~. 반응 나오는 대로 반영할 건 반영하고오?... 후레시 캣, 입금두 철저하구, 매너가 아주~ (좋다는 시늉. 그러다) 흐~, 두 사람은.. (은수가 보면, 은근히) 어떻게.. (흐~) 잘~ 돼가는 거지?
은수, 뭐라 답할지 모르겠는데,
안이사 흐~, 그래, 그래, 오죽이나 잘하겠어. (은수, 전화 온다) 흐으~, 그래요, 그래, 전화, (나가서 받으라는 손짓) 받아, 받아.
<탕비실>
액정에 찍힌 ‘엄마’.
은수, 핸드폰 진동이 멈출 때까지 액정을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부재중전화 표시로 넘어가는 액정.
S#38. 프레시 캣 / 오후.
은수가 마당을 가로 질러 들어온다. /
사무실로 들어서면,
순영 오셨어요? (책을 두고) 와~, 너~무 좋아요, 너~무 이뻐요.
은수 순영씨, 너~무 좋다니까, 저두 너~무 좋은데요?
순영 반응 (엄지손가락) 최고! 아 근데, 오타 찾았는데 (웃음. 보여준다)요기요.
은수 아고. 오백원 드려야겠네. 오타 찾아줌 오백원 주거든요, 우리끼리. (웃음. 사장실 쪽을 본다.)
순영 아. 사장님. 아래층에 계세요. (은수가 보면, 바닥 가리키며) 지하요.
<프레시 캣, 지하창고>
은수, 들어서면 하얀 통 앞에 귀 기울이고 있는 영수가 보인다.
기척에 돌아보는 영수.
영수 오셨어요?
은수 네.. 뭐하세요?
영수 .. 들어보실래요? (은수가 보면) 그때 만든 와인이요.. 이때 쯤, 숨을 쉬거든요.
은수, 영수 곁에 서서 귀 기울이면, 하얀 통 위로 나온 배꼽으로 정말 와인이 숨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삑~’ 은수, 얼굴이 활짝. “와~.”
<프레시 캣, 베란다> 오후.
은수, 영수, 순영, 와인잔으로 건배한다. (영수 잔만 딸기 쥬스)
은수 (맛보고) 음~, 맛있다. (순영에게) 맛있어요.
순영 (사장에게 놀리듯) 맛있어요~.
은수 정말 술은 아예, 안 하세요?
영수 (미소.)
순영 쏘주 마시면 사이다, 맥주마시면 아이스티, 와인마시면 포도주스~, (잔 들어 은수, 영수와 건배하고) 딸기 와인엔, 딸기 쥬스~. (일동 웃음)/
(경과)
순영, 안에서 전화를 받고 있고,
베란다엔 영수와 은수.
은수 (불쑥) 안 더우세요?
영수 (돌아보면)
은수 늘 긴소매시라.
영수 네. 그냥 편(해서..)
홍이사 (얼굴 내밀고) 한 여름에두 그런다니까요, (영수에게) 좀 벗어요. 시원하게.
은수 안녕하셨어요? 같이 드세요. (은수에게 전화오기 시작)
홍이사 넵. 금방 올께요. 책! 와~!
은수 고맙습니다.
홍이사 빠지고, 은수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본다. 엄마. 은수 얼굴 굳어진다.
받지 않고 주머니에 그냥 넣는다.
은수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전화기... 영수가 본다.
은수, 영수가 조금 의식되지만 그래도 받지 않는다.
S#39. 은수 분당 집 / 오후.
한팔에 걷은 빨래를 걸치고 전화를 들고 있던 엄마.
전화 덮고, 창밖을 한번 내다 본다.
S#40. 프레시 캣 베란다 / 오후.
가만히 마당을 보고 있는 은수...
은수 사장님.... 그런 거 아세요? (영수가 보면)... 세상이 어떻든, 나한테만은 절대루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이..
사무실 안에서 베란다로 나오려던 홍이사. 은수 말에 멈춘다.
은수 ... 어느날 보니까.. 벌써 일어나 있는 거..
영수, 은수를 본다. 고요하지만 확연히 반응이 그의 얼굴에 일었다 사라진다. 홍이사, 도로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은수 ... 딛고 있던 땅이 통째로 흔들리는 거 같은...... 그런 거요...
은수, 말 마치고 영수를 본다.
영수, 앞을 본 채 가만히 있다가 아주 천천히,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은수 정말요?
영수 ...... (그렇단 소리.)
은수 ......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아주 작은 미소. 와인 한 모금 마시고 마당 보다가 작게) 모든 생명 있는 건 위험 속에 사는구나.....
영수 (은수를 보면)
은수 (밝게) 그러셨잖아요... 그말.. 이상하리만치 위로.. 된다구, (미소. ‘정말’) 그런데요?
영수 (은수 보다 다시 앞을 본다..)
은수 .... 어떻게 하셨어요...,
영수 (보면)
은수 .... 그때.. 사장님은?
영수 (보던 눈길 다시 마당으로.... ‘글쎄요...’ 하고 생각하는 표정)...
은수 ... 기다리면 될까요? 시간이 지나가길..?
영수 ....
은수 시간이 지남..... 다... 제자리로 돌아올까요?
영수 (한참 앞을 보다가 낮게) ..... 잘... 모르겠어요..
은수, 영수를 본다.. 영수도 은수를 본다..
더 이상 진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게 서로를 본다...
은수 얼굴에 천천히 작은 미소가 뜨다가,
은수 (웃음 쿡.) 한참이나 물어보구, 들은 거라군 겨우, 모르겠단데.. 웃겨요, 왜 전부 다 들은 거 같죠?
두 사람 잠시 마주본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며 작게 미소..
영수 (여전히 눈길 마당에 둔 채) 이럴 땐..
은수 .....
영수 영수씨가 난 거 같은 데....
은수 (보면)
영수 사장님 보단...요..
은수, 보다가.. 미소. 영수도 살짝, 미소..
S#41. 은수 집 / 늦저녁.
TV를 틀어 놓은 방. 막 세수를 마친 은수가 욕실에서 나온다.
깜박이는 문자 표시. 보면,
태오E 재인이 누나, 뭐 좋아해요? 생일 선물.. 뭐 할까?
은수, ‘아, 맞어, 그런 약속을 했었지’ 새삼 떠오르는 표정.
조금 생각하다 문자.
은수E 글쎄~.. 내가 하니까 자긴 안 해두 되는데.. 아님 짝은 거 아무 거나.
태오E 알았어요~! 날 잡힘 말해조요!
은수E 응. 잘 자~..
문자 보내고 조금 고민하는 은수, 전화를 건다.
은수 어. 남유, 나~.
(유희) (장난기. 일부러 뻣뻣하게) 근데.
은수 어.. 저기이.. 우리 재인이 생일날~ 음.. 내가.. 저기..
(유희) 빨빨 못하겠어? (은수 다시 말하려는데) 그믄 일단,
현관 벨소리 딩동~!
은수 (문쪽을 보고 일어서며, 전화기에) 잠(깐만..)
(유희) 열거라.
은수, 무슨 소린가 하다 문구멍 보고는 알았다.
문 열면, 술 봉다리를 든 유희가 서 있다.
유희 (천연덕) 뭐어~. 재인이 생일날 또 뭐어~.
은수 아이다. /
(점프)
술을 빨리 마시는 유희
팔짱끼고 보고 있는 은수. 유희가 빈잔을 흔들자,
은수 (왜 그러냐고) 어어~? (마지못해 따른다)
유희 (노래) ♪마~시자~, 어디서든지, 나는 술의 왕자 어디서든지~ 헤~.
은수 말 안 할 거지? (술상 거두는 시늉) 가! 집에 가!
유희 (또 다 마시고 술 잔 내밀며) 딱 한 잔만 더!
은수 어어~? 고만 뜸들이고 시작하지이~? /(점프)
은수 (날카롭게 빽!) 뭐! 야! 이! 뭐!? 누굴 만나?
유희 (취기가 올랐다.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허.찬.석.
은수 야! 미쳤어?!!
유희 (웃음) 미쳤지이~?
은수 야, 너 고만 마셔. 가.
유희 나뿐 년. (뿌직 웃는다) 에이~,
은수 허.
유희 허.
은수 어째 그 자식 얘기 할 때부터 불안불안하드라니. 대체 어쩔려그래.
유희 (고개 좌우로 흔든다. 나두 몰라~, 하듯.)
은수 어서 만났는데에~, 어떻게에~.
유희 (핸드폰 흔든다) /
(점프)
은수 단축키 1버언? 단축키 1버언? 허.(한숨 폭폭) 아직두 그 자식 번호가 있는 거두 모자라서. 허. 뭐가 1번? 야! 너, 남유희!!
유희 (술만 마신다)
은수 허.
유희 온수! (은수가 보면) 그러지 마~.
은수 그러지 말긴, 너나 좀 그러지 마! 정신차려. 너, 바보야? 벌써 잊었어? 걔가~, (말문이 막힌다) 너, 너한테~, 걔가~, 걔가, 너한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유희 (손가락 입에 대고) 쉿! 잠깐만~, 잠깐마안~, (심호흡을 한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다 은수 보고 웃는데, 눈물이 주루룩, 눈물 닦으며) 헤~, 별 거 다하지?
은수 ....
유희 (웃으며) 나두 알어~. 아는데, 은수야, 나 걔 못 잊는다? 어차피 못 잊어, 나~.
은수 잊었다며어!
유희 (입모양) 뻥. 뻥이었어~.
은수 하. 밉다. 밉구, 지겹다, 니네, 진짜!
유희 축복해달란 거 아냐. 그냥~, 누구 하나는 내 편이어야지. 너는 그래두 내 편이어야지~. 뭐해줄까? 설거지? 설거지 해줄까?
은수 (버럭) 그러게 이, 칠칠아, 전화기는 왜 흘려! 어떤 미친놈이 오지랖두 넓지, 줏었으면, 곱게 팔아먹든가, 엇다 전활 해?
유희 (일어서며) 설거지~, 설거지~! (정말 개수대로 가는데)
은수 넌 진짜, 다 똑똑한 게 왜 걔한텐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그래!?
유희, 돌아선 채 얼굴 굳는다. 스폰지에 세제 묻히고 물 세게 튼다.
그러다 물 잠그고.
유희 은수야. 사람이, (뜸) 누군가 한 사람한테는 끝두 없이 지기도 하는 거야.
유희 다시 물 세게 틀고.
은수, 유희의 뒷모습을 본다..
(점프)
말없이 가만히 벽에 기대 앉아 있는 은수와 유희.
S#42. 유준의 빌라 골목/ 오후.
은수, 케익을 들고 걸어온다.
유준 빌라를 올려다 보는 은수.. 조금 심란한 얼굴.
S#43. 광화문 미디어 액트, 강의실. 같은 시각.
태오, 강의를 듣고 있다.
강사, 여러 가지 장비를 놓고 디지털 촬영에 대해 강의 중.
S#44. 유준의 빌라 / 오후
작은 초가 60개 켜진 생일 케익 위로, 시끌벅적 노랫소리.
일동 .... ♪사랑하는 재인이 유준이 생일축하합니다!
박수. 유준과 재인이 함께 불을 끈다.
유준 진짜 많다, 초. 숨이 다 찬다. 헉헉
은수는 유준에게, 유희는 재인에게 같은 크기의 상자를 건넨다.
재인 (유희가 준 상자 들고 괜히 튕기듯) 빵빵하나?
유희 빵.빵.하지!
재인 (배시시~.. 선물 열고는 닌텐도 나오자) 이야! 신난다아!! (하다가 유준 걸 보고) 엥? 똑같애?
유희 싫어?
재인 아니이! (유준에게) 당장에 친구 등록해! 우리 맨날맨날 같이 하자~?
유준 (헤벌레~. 끄덕끄덕)
유희 (은수에게) 거봐. 좋아한다니까?
은수 그러네.
(경과)
술 한 잔 씩 돈 분위기.
재인은 유준이랑 나란히 앉아 닌텐도 매뉴얼을 가지고 신났다.
유희 야, 치워, 치워! 이따 해~.
재인 (치우며 유준에게) 이따 또 하자~?
유희 그거 사느라구 온수랑 나랑 살림이 휘~청. 니넨 왜 또 같은 날 태어나서 그러니?
재인 운명이지~. (유준에게) 너 몇시에 났댔지?
유준 저녁, 7시 반?
재인 나. 다섯시.
유준 (웃으며 재인 가리켜) 연상녀.
재인 한 시간 반 간격으루 크흐! 선남선녀가~. (불쑥) 야! 남유준, 너, (흥!) 알구 있었지?
유준 뭘.
재인 니한테 옛날에 나 쪼끔 관심 있었든 거.
유준 (알면서 능청) 진짜아~? 말을 하지이~.
재인 나뿐 놈.
유준 그 소녀가 지금 시집을 간단 말이냐? ♪우우우! 못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아~아~아~아!
유희 날짜는 잡았어?
재인 (순간적으로 얼굴에 그림자. 머뭇) 응. 잡(았지)
은수 (냉큼) 담달 5일이래.
유희 타잔 얼굴두 못보구 식장 가게 생겼네?
재인 (말 돌리려) 허리긴 애나 보여주구 말하지?
은수 (냉큼) 찢어졌대.
유준 (은수에게) 온수에게 물어보세요. 온수는 모르는 게 없어~. (유희에게) 잘했다! 너두 인제 늙는다. 백일두 못 채우는 연애, 이쯤해서 작파하구 응? 오빠같이 제대루 된 남자 만나(서..)
유희 (미소. 말 끊으며) 옳지옳지. 그래~서! 얘들아~ (은수, ‘설마.. 그 얘기를 하려고?’ 하는 표정인데) 나, 연애한다.
재인 또오! 벌써?
은수 (이젠 난 모른다.. 하는 표정)
재인 누구, 뭐하는 앤데?
유희 (좌중 둘러보고) 찬석이.
유준, 날카롭게 보고, 재인은 “장난하지 말고”하고.
유희 (담담) 진짜야. 허찬석이랑 다시 만나.
유준/ 재인 (버럭 빽!) 남유희!!! / 미쳤어!?
유희 알아. (담담) 나를 사랑하는 친애하는 친구들아~, 나를 믿어다오.
재인 아니, 야, 걔, 결혼했다며.
유희 이혼했어.
유준 (버럭) 그래서! (유희가 보며) 그 자식 이혼했다구 이래? 너, 니가 뭐야. 니가 무슨 쓰레기차야? 야! 온수! 넌 알구 있었냐?
은수, 묵묵히 지켜 볼 뿐.
유희 유준아.
유준 믿긴 널 뭘 믿어? 남자는 남자가 알아. 걘 쓰레기야!
유희 걘 내가 알아.
유준, 버럭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재인 (유준 나가자) 남유, 너 걔가 어떻게 했는데, 너 걔~, 걔~, 걔~
너 걔~..
은수 재인이도 나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말....
옛날옛날, 먼 옛날에.... 유희는, 니코친의 아이를 가졌었다.
재인 애는.. 없는 거야?
유희 다섯 살이래. 딸.
재인 (걱정스러워서) 야아~.
은수,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45. 빌라 뒤뜰 / 해질녘.
빌라 뒤뜰에 앉아 있는 유준이 보인다.
유준 곁에 걸터 앉는 은수.
유준, 은수를 보면, 은수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한참 말이 없다가,
은수 어차피, 못 잊는대.
유준 ... 등신..
은수 (잠시 가만히 있다가) 유준아. (유준이 보면).. 이상하지...?
(뜸) 나, 이상하게 남유가 부러워. (유준이 말이 되는 소릴! 하듯 보면) 알아, 나두 걔 싫어, 너 만큼. 근데두, 이상하지?
유준 뭐가.
은수 남유 맘은 늘 하나 같애. (뜸) 뭔갈 좋아할 때두, 미워할 때두, 원할 때두, 버릴 때두... (뜸) 비겁하지 않거든.... 늘... 하나야... 뜨거워...
은수 말 위로
<인서트> 같은 시각. 교보문고
교보문고 문구 악세서리 매장에 있는 태오.
(재인 선물 고르는 중)
유준 미련한 거지.
은수 (웃음) 미련하지... 용감하구... 그러니까..
유준 (보면)
은수 (웃으며) 부럽다구!
유준 부러울 거두 많다.
유준, 은수를 보는데, 은수가 진심이고, 뭔가 좀 울적해 보이니까
유준 우울하냐? (은수가 보면) 바보. (뜸) 위로 좀 해줘? (은수가 보면) 너, 옛날에 유희가 너한테 먼저 친구하자 그랬지? 난 또 옛날에 너 한번 만나게 해달라구 유희한테 3년이나 졸랐지. 왜 그랬는지 알아?
은수 왜.
유준 니가 그랬다며. (한 손 들고) 그냥 제가 줄게요~. (은수가 보면) 바보. 중2 학급회의때에~. (은수가 모르겠단 표정이자) 기억 안나?
은수 (맹~ 하게 끄덕)
유준 누가 화분에 물을 줄 것인가를 두구 하나마나한 회의를 십분 넘게 하고 있었다며, 주번이 주자, 지각한 사람이 주자, 주번이 물까지 줘야되냐.... 하이튼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애가 ‘저기요!’ 했다며. 유희가 이렇게 보니까,
S#46. 은수의 중학교 시절, 학급회의 시간. F.B.
교탁에 서 있는 반장 유희가 본다.
손들고 있는 은수가 보인다.
유준E 맹~ 하 게 생긴 애가 손을 들고 있었다며. 근데 걔가 그랬다며.
은수 (맹~. 담담) 제가 줄게요, 그냥.
반짝 하는 유희의 얼굴 위로,
유준E 어때. 멋찌지.
S#47. 다시 유준 빌라 뒤뜰 / 현재. 해질녘.
은수 (배시시) 내가 그랬나? 그랬대, 내가?
유준 바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짓이, 이~상하게 또 한 번씩 정곡을 찔러주는 게! 우리 또 온수의 매력이쥐! (뜸) 어때. 한결 낫지?
은수 응. 난 너무 착한 거 같애.
유준 하. 하하.
유희off 얘들아~.
은수, 올려다보면, 3층 창가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유희.
유희 노올자~.
유준 얼굴, 다시 조금 굳어지는데,
재인 (유희 옆에 얼굴 내밀며) 주거어~, 너네들! 빨 와! 온수! 빨 와!
유준, 마지못해 웃으며 은수와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S#48. 교보문고 매장 / 같은 시각.
색색으로 겹치며 율동하는 빛과 색의 문양들. (만화경에 비친)
태오 눈을 떼고 흡족하게 만화경을 직원에게 내밀면,
직원 포장해드릴까요?
태오 네, 예쁘게요! (설레는 미소 담뿍) 생일선물 할 거 거든요.
S#49. 은수 원룸 / 다른 날 저녁.
은수, 난감한 얼굴로 서 있다.
화난 얼굴로 돌아선 태오의 얼굴.
테이블 위엔 작게 포장한 선물.
은수 태오야..
태오 ....
은수 (어쩔 줄을 모르겠다)...
태오 왜 그랬어요?
은수 ....
태오 .....
은수 .. 그렇게 된 거야..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태오 ... 자기 정말. (뜸) 내 맘 안보여요?
은수 태오야아.. 미안.., 담에~. 담에 또 (가면..)
태오 거기, 못가서 이러는 거 아냐. 왜 솔직하게 말을 못해요.. (목소리 잦아든다) 왜 못하냐구.. 나한테..... (뜸) 자기가 그럼, 나.. 이상한 생각 들어.
은수 ... (무슨 소리가 나올까 두렵다)..
태오 자기. (뜸) 왜 날 못 믿어요? 왜 날 숨겨요?
은수 .... 그런 말이 어딨(어..)
태오 그런 생각 들게 했어요.
은수 ...
태오 (답답) 아. 정말! 이럴 땐 나 꼭 어디, 갇힌 거 같애. 다락방에 갇힌 거 같다구.
은수 ... 미안해...
태오 (뜸) 자기.. 왜, 날 사랑해요?
은수, 멍~.. 답을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런 은수를 마주보던 태오, 돌아선다.
은수, 얼굴 위로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린다.
S#50. 은수 회사 옥상. 오후.
다 쓴 핸드폰 문자 창을 보는 은수.
- 미안해..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뒤에서부터 한 글자씩 지워지는 글자들.
은수, 썼던 글자들 다 지우고, 일어선다.
S#51. 은수 원룸 / 밤.
테이블에 놓인 선물 상자를 손으로 만지작대는 은수.
은수 (호소.. 숨을 내쉬듯) 태오야아...
<인서트>
태오 이럴 땐 나 꼭 어디, 갇힌 거 같애. 다락방에 갇힌 거 같다구./(점프)
자기.. 왜, 날 사랑해요 //
연필깎이 레버를 빠르게 돌리고 있는 은수.
“으으으으!! 으으으으으...”
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섬뜩하게 찢어지는 여자의 비명소리.
은수, 뚝! 모든 행동 멈춤. 정적. 그리고 다시 찢어지는 비명소리.
은수, 흠칫 온몸이 오그라든다. 주변을 돌아보는 은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뿐.. 사방이 고요하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온 집안의 불을 켠다.
마지막으로 문이 잠긴 걸 확인하는 은수.
침대로 와 앉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정각을 알리는 알림음 삑, 소리에 다시 화들짝 놀라는 은수.
가슴을 쓸어내리며,
은수 무.서.워...
은수의 말이 허공에 퍼지는 게 보이는 듯하다.
은수, 급하게 전화를 건다.
S#52. 태오 방 / 같은 시각.
스토리 보드를 그리는 태오.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하자, 조금 더 집요한 표정으로 일에 집중.
S#53. 은수 원룸 / 같은 시각.
초조해지는 은수.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간다.
은수 (절박) 태오야. 아, 어떡해, (돌연 밖에서 들리는 쿵쿵대며 계단 내려가는 소리) 악~! 무서워! (주변 다시 고요) 태오야, 나 지금 너무 무서워..
몸을 움츠리고, 전화 끊는데,
울리는 벨소리 딩동. 소스라치게 놀라는 은수.
은수, 초긴장 상태로 조심조심 문가로..
S#54. 태오 방 / 밤.
태오, 느리게 핸드폰에 시선을 준다.
S#55. 은수 원룸 / 밤.
은수, 구멍으로 내다보면, 머리가 부스스한 여자.
은수 누구세요.
여자 저기, 괜찮아요? 옆집이예요, 206호~.
은수, 조심스레 문 열면, 여자 은수 집안을 흘긋 둘러보며,
여자 괜찮으세요? (안 쪽 살피며) 이 집 아니예요?
S#56. 태오 방 / 밤.
음성메시지 듣다 핸드폰 덮고, 정신없이 밖으로 뛰어 나가는 태오.
S#57. 은수 원룸 & 택시 안 / 밤.
여자 난 꼭 여긴 줄 알구... (쪽지 주며) 무슨 일 있음 전화해요. (다시 안 쪽 살피며 부르르) 어유~.
은수 고맙습니다. 근데 무슨 일일까요?
여자 신고했으니까, 경찰 오겠죠... (문 밖으로..)
은수, 전화가 온다. 화들짝 반가워서 여자 가자마자 얼른 문 잠그고. /
태오 (기사에게) 충정로 빨리요! (전화에) 여보세요? 자기?
은수 (울컥) 자기!
태오 괜찮아요? 괜찮은 거예요?
(은수) (긴장 풀리며 아이처럼 울먹인다) 인제 전화하면 어떡해애~
태오 (걱정에 안절부절) 왜, 무슨 일인데요. 자기, 괜찮은 거죠?
은수 괜찮아, 이제 괜찮아~.
태오 정말 괜찮은 거죠? 괜찮아요, 나 이제 금방 가니까 괜찮아요.
(은수) 응. 괜찮아~. 태오야, (울음 터지며)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태오 아니야, 자기가 왜~. 내가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요, 정말~.
은수 (훌쩍) 아니야~, 아니야~ 근데, 나 너무 무서워~ (훌쩍)
태오 괜찮아요, 가고 있어. 금방 가요. 아저씨, 죄송한데 빨리요!/
은수 (어디선가 싸이렌 소리 들려온다) 경찰 오나봐. 여기 어디서 막 비명소리가 났는데, 정말 무슨 일 있나봐~.
태오 문 잘 잠갔죠?
싸이렌 소리 가까워지고, 곧이어 저벅저벅 급히 계단 오르는 소리 들린다. 은수 몸 움츠려 든다. /
충정로 대로변, 택시 서고, 태오, 급히 내린다.
태오 내렸어요. 금방 가니까 전화기 꼭 들고 있어요. 응? 끊지 말구 꼭 들구 있어요!
태오, 전화기 든 채 달리기 시작한다. /
전화기 안쪽에서 들려오는 태오의 숨 가쁜 소리.
은수, 전화기를 귀에 대고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조금 긴장이 풀리는 듯/
골목을 뛰어오는 태오./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침대에 스르륵 몸을 누이는 은수/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태오, 문을 두드린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은수 벌떡 일어서면, 번호 키 열고 들어서는 태오.
은수, 태오에게 와락 안긴다.
태오 (꼭 끌어안으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은수 (흐어억 울며) 아니야~, 내가.(훌쩍) 내가 (훌쩍) 미안해~
태오 (더, 꼭 안으며) 고마워요, 괜찮아서 고마워요..
cut to
태오 팔베개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은수.
태오 (몸을 녹이듯 은수 팔을 쓸어주며) 많이 놀랬죠..... 자요, 어서..
은수 (파고들며) .. 고마워....
태오 (머리카락에 입 맞추고 토닥토닥) 자요~. 같이 있어 줄게..
(경과)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은수, 냉장고에 쪽지 붙이고 침대 쪽으로 간다..
세상모르게 깊이 잠든 태오. 그 위로 쪽지 내용..
은수E 나 먼저 나가. 먹을 게 없어서 어떡해.. 잘 찾음 나올 지두 모르니깐 찾아봐~. 갈 때 문 잘 잠그구. 사랑해~.
S#58. 은수 회사, 오후.
문자가 온다. 보면, 태오에게 온 것.
은수, 웃으며 열면,
태오E 자기! 얼른 와요~.
액정보고 난 은수, 갸우뚱..
은수 (혼잣말) 얼른...
은수 (의아해지며..) 와.요오.....오?
은수, 허걱... 뭔가 불안하다..
S#59. 은수 원룸 현관 앞. 저녁.
조금 긴장한 은수, 비밀번호를 누른다.
또르르 풀리는 잠금.
손잡이를 돌리려는데, 스르륵 저절로 돌아가는 손잡이. 열리는 문.
문 열리면, 앞치마를 매고 국자를 든 태오가 활짝 웃고 있다.
태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오~!
은수 (멍~) 어... 여태.. 안 갔(어?)
태오 밥 안 먹었죠!
은수 (보면 상에 차려진 저녁상) 어.. 어. 근데 집에 안 간 거야?
태오 갔다 왔지이~. (가리킨다) 쨘~!
은수 (보면, 등산용 배낭과 기타 하나.)
태오 자기! (두 팔 들어 만세~!) 나 이사왔어요오!
은수 (허걱!) 이..사..?
고개 끄덕이며, 천진하게 웃는 태오.
은수 (다시) 이사?
심장이 내려앉은 얼굴의 은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