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아바타 2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 2를 나도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소감은 이 영화가 마치 21세기의 예언서처럼 다가왔다는 점이다. 2,500년 전에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양피지에 자기 민족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메시지를 기록했다면,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예언자는 스크린에 인류를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리고 전 세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도’를 하고 있으니 그는 현대판 ‘대예언자’라고 할만하다.
아바타 2라는 예언서는 전편에 이어 청중의 마음을 감동하게도 하고 짠하게도 하며 분노하게도 한다. 그는 훌륭한 설교자다. 그 메시지는 우선 ‘경고’다. 그 경고는 지구의 위기이며 동시에 생존의 위기다. 영화 속에서 이미 지구는 종말을 맞았다. 그들의 종말은 지구인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선언한다.
그런데 이 예언서는 한편으로는 지구의 종말을 경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회개를 촉구한다. 이 메시지에서 예언자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곧이어 가장 추하고 악랄하게 망가뜨리는 인간의 횡포를 보여준다. 그 횡포는 발악(發惡)이다. 발악은 악을 발산하는 것이다.
인간이 회개해야 하는 지점은 다름에 대한 배제와 적대적 행위이다. 인간은 나비족의 행성에 와서 아무런 설명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짓밟고 불태우고 빼앗고 죽인다. 마치 그 판도라 행성은 주인이 없는 미개척지라서 누구든 가질 수 있다는 식이다. 그것은 지금껏 문명사회가 지구와 다른 대륙과 나라들을 대하던 방식이다. 이 해묵은 원죄를 회개하라고 예언자는 절절한 메시지를 세시간 동안이나 선포한다.
성경에서 사도 바울의 메시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성전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모으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포용과 연대라는 가르침을 통해서 세계인의 종교가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영화 아바타 2는 오늘 우리에게 생명을 보존하고 생존하려면 우정과 연대를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바타 1에서 판도라의 세상은 에이와(Eywa)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명의 땅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이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이 그렇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바타 2에서는 세상의 모든 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통하며 모든 생명체를 관통하고 보존한다는 점이 추가된다. 이것은 인간들 사이에서 연대와 우정을 넘어 동물과 식물, 그리고 지구 자체에 대한 교감과 우정을 요청하는 메시지다.
영화 아바타 2는 이처럼 자연과 교감하는 인생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과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생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대조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그 대조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고래를 사냥하는 대목이다.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으로 고래를 사냥하는 인간의 잔인함은 고래의 모성애와 대비된다. 어쩌면 그 모성애는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그리고 거대한 고래가 가진 지성적이고 감성적이며 심지어 철학적인 능력을 발견하며 그 놀라운 생명체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사람들과 고래의 뇌에 구멍을 뚫어 불로장생의 약재를 추출하는 사람들이 대조된다. 이것은 교훈을 주는 가장 뛰어난 방식이며 현대판 잠언이라 할만하다.
이 영화에는 신앙심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소개된다. 하나는 가장 위대한 어머니라고 부르는 에이와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모습으로 신앙 그 자체를 소개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의 방식은 신앙심을 전두엽의 활동으로 뇌과학의 입장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뇌과학의 입장에서 신앙심을 분석하고 설명할 수는 있지만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앙심을 가진 사람은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 초월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입양된 딸 키리(Kiri)에게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키리가 기도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끝으로, 아이맥스영화관이 아니라 일반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음에도 바닷속 신비로운 모습과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감상하면서 스킨스쿠버를 체험하며 바닷속을 구경하고 온 것처럼 느껴졌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실감나게 보여준 영화제작자들에게 감사한다.
<끝>.
아래는 상담교사의 영화감상 소감이다…
<아바타2 후기>
1. 키리와 ADHD
키리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며 ADHD학생이 떠올랐다. 주변에서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있는 그 모습과 겹쳐졌다. 키리는 괴물이 아니라 특별한 아이였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를 그렇게 봐주지 못했다. 문제라고 생각했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지 못했다. 너무 미안했다.
미국에서는 ADHD가 가진 잠재력과 장점을 이미 많이 이해하고 있고 이를 발휘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ADHD가 무슨 낙인마냥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부터 그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일깨워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2. 다양성 존중
로아크, 스파이더의 모습을 보며 내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많이 반항하고 방황했던 시절, 그 모습을 보던 우리 부모님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특별함을 존중받을 때 나타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나? 고작 1년 남짓의 학교생활이지만, 벌써 나만의 기준이 생기는 걸 느낀다. 편협하고 고정된 나의 관념을 깨부수기 위해 무수히 노력해야겠다.
3. 공존의 문제
영화에서는 공존을 메인 이슈로 다루는 것 같다. 가족 안에서의 공존, 다른 문화들의 공존, 인간과 나비족의 공존, 우주에서의 공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로 서로를 대해야 하는 걸까? 그 물음표를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그 역할을 잘 해낸 것 같다.
4. I SEE YOU. 제대로 본다는 것.
영화에서 'l see you'라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가슴이 울리는 경험을 했다. 내가 너를 본다. 그 말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
우리는 과연 상대를 제대로 보고 있을까? 제대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영화에서 느낀 의미는 ‘내가 너를 알아.’ 였다.
누구도 몰라주는 너의 마음을 내가 지금 느끼고 이해해.
난 너를 믿어. 내가 너를 알아줄게.
그 말 하나가 가진 힘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결국 내가 학교에서 하는 역할은 아이들을 제대로 봐주는 것 아닐까?
툴쿤과 나비족이 교감하는 장면, 툴쿤이 상대를 공감하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
또 보고싶은 명작 영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