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영동곶감울트라마라토대회에 참가 했다가 체력이 다해 85km지점에서 포기했던 아쉬움이 있었고, 우리 지역에서 열리며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인식하고 전주울트라마라톤대회에 신청하였다.
완주 할 수 있을까? 연습과 노력을 해야지! 힘이 다하는 데까지 달리면 되는 거지? 매주 토요일 새벽 전주천을 달리며 운동하였는데 어느덧 5월달 해가 빨리 떠서 뜨거웠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으로 변경하여 운동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대회 3일전에는 체력비축을 위하여 아내에게 소고기 등심을 몇근 사달라고 하여 집에서 구워 먹었다. 비상등도 준비하고 모임과 수면도 조절하는 등 컨디션도 관리하였다. 5월 21일 17:00시에 전주종합경기장을 출발하였는데 조금 더운 날씨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주천 자전거 도로로 내려와 상류방향으로 코스가 되어 있었다. 전주천 제방 비탈면에는 가꾼 듯이 서광꽃 같은 많은 꽃이 피어있어 눈을 즐겁게 하였다. 어느 시인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한 것과 같이 차를 타고 휙 지나가는 것 보다 이렇게 뛰고 걸으며 주변을 자세히 보니 전주천, 한옥마을에 관광온 한복입은 아가씨가 천변에서 사진을 찍는 풍경, 한벽루, 88올림픽기념숲, 동서학동 춘향로, 상관저수지취수장에서 소양 화심 넘어가는 산천 풍경이 참 예쁘다. 그리고 사랑스러워 질라고 한다.
화심삼거리 급수대에 도착하니 25km지점이라 한다. 와~ 사분의일을 왔다. 모르는 사이 주위는 어두워져 배낭에서 비상등을 꺼내 달고 길을 재촉하였다. 가로표지판을 보니 송광사 앞길를 뛰고 있었다. 소양 송광사는 병자호란의 국난을 맞아 이를 극복하고자 염원 했던 호국사찰이다. 예전에 탐방왔을 때 절 비석에는 절짓는데 시주한 많은사람의 이름을 적혀있는데 그 중에는 개시라는 이름이 이두 형태로적혀 있는 것을 보고 온 백성이 참여하여 지은 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 절 스님께서 인근 주민에게 한지제작 기술을 가르쳐주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는 굽이지고 가파라지며 위봉산성 고갯길이다. 앞서가는 울트라맨의 비상등이 마치 앞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반딧불 같았다. 한참을 빠른 걸음으로 돌고 돌아 올라가며 머리을 드니 산능선 위에는 늙은 호박덩이 같은 달이 그림처럼 떠있다. 모처럼 경험하는 밤풍경이다. 울트라마라톤이 주는 팁 풍경선물인 것 같다.
위봉산성 정상 급수대에서 휴대폰사진으로 인증샷을 하고 내리막길이라 선천히 뛰고 걷는데 모내기철인지 주로변 물이 가득한 논에서는 개구리가 개굴 개굴 산천이 떠나갈 지경으로 울어대고 있다. 사오십년전 시골동네에서 어린시절 들었던 그 개구리 울음소리다. 여기 위봉산성 동네 개구리는 여전 하구나. 개구리야 농약 같은거 조심해라 속으로 말하며 길을 재촉하였다. 위봉산성은 조선시대에 전란을 대비한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인 것임을 이밤중에도 알수 있을것 같다. 도로의 가파르기가 낮아지는가 싶더니 대아저수지 줄기가 어둠속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대아저수지는 저수지 치고는 큰 저수지다. 70년대말까지만 해도 이 저수지를 터전으로 물고기를 잡아 생업으로 살아가는 어부가 있었다는데 어디로 갔을까? 산업화로 인근의 도시로 가지 않았을까? 맥없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저수지 둘레길을 돌고도니 멀리 어둠속에 대아댐이 보이고 팔각정 불빛이 보인다. 휴~ 50km지점 반절 왔다. 팔각정에서 야식을 먹는데 미역국이 나왔다. 국에는 미역건데기가 많았는데 먹는다기 보다는 두그릇이나 들고 마셔버렸다. 조금 앉아 휴식하고 보니 내가 제일 후미에 처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53km지점 성림편의점앞 삼거리에서 좌회전 했어야 하는데 지나쳐 잘 못 가고 있다는 것을 50km 완주회송차량 운전기사님이 알려주어 왕복 2km정도를 아르바이트 했다. 낙심이 되었으나 괜찮다며 스스로을 위로해야만 했다. 이제는 앞서 가는 사람들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많이 뒤처진 것을 느꼈지만 따라잡을 힘이 없었다. 죽으나 사나 앞으로 가야만 한다. 어우리삼거리를 지나면서는 다리가 아프고 지쳐가고 있었다. 비봉치안센터앞을 지날 때 천호성지 반환점을 돌고 오는 사람들을 보니 많이 반갑고 부러웠다. 천주교 천호성지 반환점을 돌고 나오는데 일요일 3~4시경이나 되었을텐데, 봉고차, 승용차가 많이 지나고 있어 생각해보니 천호성지로 마냐니따 기도하러 오는 차량인 것 같았다. 뛰면서 주모경을 바치는데 기도문을 몇번이나 잊어먹어 새로 바쳤다. 75km지점에서 다식어 퍼진 어묵국을 한 그릇 먹으니 기운이 생겼다. 날이 훤이 새었다. 저멀리 산속에서 뻑국이 울음 소리를 들으며 이제 뛰기도 걷기도 힘들지만 포기 또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주산단 넓은 주로를 통과하니 삼례들판이 나타났다. 앞서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다. 저멀리 시야 끝에 삼례읍 우석대학교 높은 건물이 보이는데 한참을 뛰어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이제는 해가 떠서 뜨겁다. 한참을 뛰고 걷고하니 저멀리 전주천 둑방길이 보인다. 91km지점 급수대에서 물으니 내가 제일 마지막이란다. 이대로 가면 제한 시간안에 들어갈수 있겠다 한다. 힘, 힘, 힘을 내자 속으로 외쳐보지만 마음뿐이고 몸이 듣질 않는다. 정신력으로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것 같았다. 남들이 보면 슬로모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힘을 다하고 악을 다해서 뛰었다. 어디서부터인가 어떤분이 내곁에서 뛰며 보조를 맞추어 주어 말을 건네 봤다. 아침 마라톤운동을 나왔다고 한다. 5km정도 남았으니 다왔다고 힘내라고... 내생각에는 3km정도 남았다고 생각되었는데 어찌된것인가? 힘든만큼 주로길이가 늘어난 것일까? 이제 다리가 아파도 체력이 다해도 정신력으로 뛰자. 골인지점을 상상하며 젖먹던 힘을 다해 뛰었다. 어제 출발후 전주천 자전거 도로로 내려오던 그곳 쯤에서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 하는 봉사자가 보인다. 500m만 가면 된다고 제한시간 1분 남았다고 힘내라고 .. 드디어 완주!! 감 사 합 니 다.
첫댓글 광주서 하프뛰언는디
울트라 뛰시는 지 몰랐시유
지송허고
완주 축하드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