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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준비 없이 참여 했다 고생 좀 했습니다. 체력 훈련 좀 하고 내년에 같이 가요.
2012년 9월 1일 중도일보 주최 달빛 걷기 대회가 있었다.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지만 참가 신청은 못했다. 현장에서라도 접수가 되면 22km에 도전 하고 안 되면 7km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현장에서 접수를 할 수 있어 22km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출발은 18시 20분이었고 그 전에 식전 공개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싸이가 대세였다. 에어로빅 팀이 나와 강남 스타일인 말 춤도 추고, 스트레칭 체조도 보여줘 따라하며 준비를 하였다. 엑스포 남문 광장을 출발해 7km 건강 코스는 유림 공원을 반환점으로 해서 돌아가고, 나머지 코스는 걸음을 계속했다. 갑천 누리길을 걷는데 월평 공원 쪽은 달빛만 있는 자연 상태이고, 도안동 쪽은 개발로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고 있어 자연과 문명이 교차하고 있었다. 2시간여를 걸어가면서 풀벌레 소리와 갑천에 물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군대 생활 할 때 경계 나가서 들었던 오래전의 소리가 생각났다. 도보 길과 자전거길이 잘 정비 되어 야간 장비를 갖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철새 관측 장소도 있어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림동 쪽 안내 표지판 있는 곳에 오니 어떤 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서, 내 것도 찍어 보내 준다고 하여 이메일 주소를 주었다. 그 후 동행이 되어 걸으며 이 분이 원주에서 있었던 100km 걷기에도 갔다 오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정림동 우성 아파트 냇가 주위에서 저녁 도시락을 주고 있었다. 일행이 없어 혼자 먹으려 하니 사진을 찍어 주었던 분이 일행도 있으니 같이 먹자고 하였다. 쭈뼛쭈뼛 따라기 보니 제대로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온 걷기 전문가들이었다. 자기들은 거의 매주 전국에서 열리는 걷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하며, 나에게 대전에서 내년에도 걷기대회가 활성화 되어 다시 올 수 있도록 친구들 많이 데려 오란다. 밥을 먹으면서도 신발을 벗어 열을 식히고 다리 아래쪽으로 내린 혈액을 위로 올리기 위해 무릎 꿇고 정좌자세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란다. 나와 같이 사진 찍었던 분이 대전에서 유일하게 상지대에서 걷기지도자 1급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니 이런 기회에 조언을 받으며 33km에 도전을 하란다.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모험을 하기로 하였다. 22시 30분 쯤 저녁을 마치고 혜천대 앞을 지나 유등천변에서 22km 코스 신청자들은 돌아가고, 나는 장수 마을 쪽으로 나아갔다. 장수 마을 다리에서 보는 야경도 좋아 애 엄마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 생각했다. 장수 마을을 지나서는 바로 오르막길이었다. 비가 많이 와 진흙길이었는데 야간 장비를 갖춘 걷기 지도자 분 덕분에 난코스를 무사히 탈출했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간 지도자의 아들과 친구는 진흙에 빠져 신발이 엉망이었다. 이 신발들을 정리해 주느라 시간이 지체 된다고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도 옆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출발했는데 고등학생인 아이들이 계속 처지니 나는 페이스를 유지해 계속 가라고 하여 혼자 길을 떠나게 되었다. 동물원 쪽을 지나는데 314번 버스가 지나갔다. 이 버스는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거라 이것만 타면 편히 집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이제 부터는 계속 오르막이었다. 평지에서는 시속 5km 정도 걸을 수 있는데 오르막에서는 스피드가 줄어든다고 미리 이야기는 들었었다. 이제 20km를 넘어서고 23시 30분 정도 이면 평상시 취침 시간도 지나서인지 정신이 몽롱하였다. 정적만이 휩싸인 보문산 길을 나뭇가지 사이에 보이는 보름달을 보면서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도착한 보문산 전망대에서 바나나와 음료수를 나누어 주며 확인 도장을 찍어 주고 있었다. 물도 마시고 바나나로 에너지도 보충하면서 색소폰 연주 할아버지가 이승철의 그 사람을 연주하는 것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데, 걷기 지도자 분과 아이들이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인증 샷도 찍고 야경도 구경한 후 다시 길을 떠났다. 보문산을 내려 와 대전 고등학교 쪽으로 가는데 다리를 절룩거리는 부상자들이 보였다. 대전 고등학교 앞에서 걷기 지도자 분이 또 뒤처지는 아이들 데리고 간다고 나에게 앞서 가란다. 다시 혼자가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자정이 훨씬 지나 달은 빌딩 숲에서 머리 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안내 요원들과 경찰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으며 대전천을 따라 하상도로로 접어들었다. 홍명 상가와 중앙 데파트를 걷어내고 정비가 잘 된 대전천을 따라 길이 계속 되었다. 둑 위에는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도 보이고, 빈 택시의 통행도 있었는데 잡아타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면서 예정대로 22km 선택했으면 지금쯤 편안한 잠자리에 들어 있을 텐데 후회도 많이 되었다. 고통이 오기 시작하는 오른쪽 무릎과 목 근육 쪽 통증을 느끼며 보문 고등학교 근처 삼선교를 지나는 데 다리 위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수면 위로 비추어 지는 모습이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환상적이라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계속 걸으며 보니 농수산물 시장과 신탄진 방향, 스마트 씨티 야경도 화려했다. 마라톤 뛸 대도 느꼈던 일이지만, 항상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고통은 더 증가하는 것 같다. 온 몸에 통증이 오고 대충 신고 온 신발 때문에 혹시 발톱이 빠지는 것은 아닌지 슬슬 무모했던 도전에 여러 생각이 겹쳐졌다. 걷기 시작한지 8시간이 되어가니 체력의 고갈이 느껴지는데, 유도등을 든 안내하는 사람이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한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니 수고 했다는 말과 33km 완보증과 경품으로 2만 원짜리 안경 상품권을 주고 막걸리, 두부와 김치를 주며 단백질을 보충하란다. 두부와 김치를 한 접시 먹고 엑스포 남문 쪽 대로 변으로 걸어 나오는데 참 멀었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저체온 증으로 온 몸은 떨리고 고통으로 신음 소리가 절로 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보니 아침 7시, 생각보다 통증은 덜했다. 아픈 내색도 못하고 교회 갔다 와 점심을 먹고 다시 골아 떨어졌다. 일어나 보니 통증은 훨씬 덜해졌다. 휴식과 영양 보충으로 상처가 많이 치유된 모양이다. 다행히 발톱도 무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7km는 건강 코스, 22km는 두리두리 코스이고, 33km가 왜 月火水木 코스인지 알겠다. 두 코스는 하상만 걷는 코스이지만 月火水木 코스는 보문산 등산도 있으니 달과 나무, 화려한 불빛 야경과 물소리도 같이 있으니 그 제목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 인생과도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이 따랐지만 좁고 곧은길을 가면서, 쉽고 편한 길에서라면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경험했다. 자동차를 타고 휙 지났더라면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던 보문산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던 보름달, 하상변의 코스모스와 달맞이 꽃, 이름 모르는 많은 물새와 화려한 야경은 천천히 걸으면서만 느낄 수 있었던 행운이었다. 여러 갈릴 길에서 빨간 유도등을 들고 있었던 사람들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고. 걷기 지도자의 도움을 받은 것은 주위의 뛰어난 분들에게 조언을 듣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모한 도전을 그나마 완수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튼튼히 낳아 주셨고, 평소에도 틈틈이 체력관리를 했고, 아내가 준비해 준 땅콩 버무린 초콜릿 바가 도움이 되었다. 다음에 도전할 때는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도록 무겁고 뭉떵했던 신발도 날렵한 워킹화로 바꾸고 보강 운동도 철저히 해야겠다. 걷기 도중 저녁 먹을 때 서울에서 내려 온 걷기 전문가라는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들은 씻지도 못하고 땀 냄새 풍기면서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약과 같은 마성이 있기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걷기 대회에 참가 한다고 하였다. 아직 왕 초보라 모르겠지만 "No pain is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라는 말은 맞는다고 생각한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걷는 동안 큰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 제일 더운 여름에 4대강 자전거 타고 다니느라 야간에 적막한 시골길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경험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목적지를 얼마 남기지 않고 온 몸에 고통이 밀려 올 때는 아들의 해병대 극기 지옥 훈련과 천자봉 행군을 생각하며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내가 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만, 아들도 가족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기들 동네에서는 깡다구 좀 있다고 모여든 애들 중에서도 체력 완빵으로 버틴 것은 우리 집에 내려오는 유전자 덕분이라고.......
첫댓글 와~ 대단한 경험을 하셨군요!! 좋은 추억으로 오래 오래 남을거구요..걷는것 만큼 몸에 좋은 운동이 또 어디 있겠어요!체력 보강 잘하셔서 내년에도 도전해 보세요.
달빛걷기에 대해 많이 궁금 했었는데,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지네요.건강한 육체가 있기에 원장님의 건전한 정신을 보게됨을 새삼 느끼게 되구요..^^
내년에는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체력 보강 많이 하려고 합니다.
재밌고 좋으 경험이셨으듯....부럽습니다@@
어떨결에 좋은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