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은 본래 없다. ‘나’라고 여기는 것과 ‘남’ 혹은 ‘세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단지 내 안에서 일으킨 하나의 개념일 뿐이다. 내가 세상을 볼 때, 사실은 내 마음이 내 마음을 보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대상을 보자마자 과거의 기억을 검색한 뒤 그것과 비슷했던 기억을 떠올려 눈앞의 대상을 그것으로 대충 묶어 규정짓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선험적 기억을 재조합해 현실을 기억이라는 필터로 분별해 재창조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볼 때 내 밖의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내 마음 안에 있는 분별의 가상세계를 보는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은 오직 하나의 마음일 뿐이다. 물론 마음이라는 것 또한 하나의 방편으로 하는 말일 뿐이고, 이 세상은 텅 빈 공(空)이며, 광대무변한 불성(佛性)의 현현이며, 무한 권능의 아름다움이면서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닌 그 무엇이다.
이 텅 빈 공성, 허공의 무한 가능성을 우리 눈앞의 가상 현실로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내는 요술방망이가 바로 우리의 마음인 것이다.
이처럼 식, 즉 마음이 우주만물을 만들어낸다. 외부에 독자적인 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내가 처해 있는 상황,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것이 내 바깥에 있는 실체적인 별개의 존재요 상황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이 한마음의 투영일 뿐이다. 우주도 나요, 타인들도 나고, 처한 상황이며 보고 듣고 맛보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바로 나라는 한마음, 한바탕에서 일어나는 환영일 뿐이다.
삼계유심 만법유식(三界唯心 萬法唯識), 심생즉종종법생(心生則種種法生)이 바로 그것이다. 즉 세계는 오직 마음으로 만들어졌고, 우주는 오직 마음일 뿐이며, 마음이 일어나면 그에 따라 온갖 종류의 세상 만물이 만들어진다. 내 밖에 실체적인 세상이 따로 있어서, 세상은 세상 나름대로의 법칙대로 흘러갈 것이고, 나는 다만 그 세상에 속한 한 명의 작고 여린 존재일 뿐이라고 여기지 말라.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신이 바로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다. 우리는 마음으로 이 모든 세계를 매 순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만들어진 이 세계 또한 허망한 꿈이요 환영을 창조한 것이지만, 그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세계가 진실이라 여기며 그 가짜 세계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차피 나와 우주를 스스로 창조할거라면 주인임을 확실히 깨닫고 주도적으로 창조해 나가라. 내가 만든 자아와 우주에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책임감 있게 피조물들을 창조해 내라.
외부의 세계를 바꾸고 싶다면, 답은 간단하다. 바로 내 마음을 바꾸면 된다. 외부에 바꾸어야 할 세계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변하면 세계도 변한다.
궁핍한 마음은 가난한 현실을 만들어 낼 것이고, 자비로운 마음은 사랑 가득한 이들을 내 삶으로 끌어올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견고한 물질세계인 것 같고, 나와 다른 독자적인 사람들이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도저히 내가 바꿀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꿈일 뿐이다. 내가 꾸는 꿈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이 먼저 변화를 시작한다면, 그 견고할 것 같던 우주가 내 뜻에 따라 저절로 변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