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조 문학상 수상작>
막간의 오후
김용주
병원 앞 실개천에 살얼음 녹는 우수雨水
봄빛을 유혹하는 물소리 흘러갈 때
선잠 깬 갯버들 수꽃
봄바람에 춤춘다
그 옆에 이주해 온 민들레 노란 가족
어느새 홀씨 되어 세상 밖 날아간 날
환복한 중년의 사내
그 풍광을 지켜본다
목련의 꽃그늘은 더욱더 길어지고
활짝 피지 않은 생의 무게 다시 재는
해 질 녘 막간의 오후
눈물 같은 봄이 간다
올해의 발표작
어머이 시워하어요
추석을 이틀 앞둔 침산동 공중목욕탕
앳된 얼굴 작은 여인 할머니 등을 밀며
“어머이 시워하어요” 말투가 어눌하다
알고 보니 갓 시집온 태국인 며느리
낯선 등 때를 밀며 수줍은 몸짓이니
불현듯 다문화 시대 맨살 엉겨 하나다
신작
비, 행티
1.
온종일 굵은 비가 정원을 두드리자
갈 곳 잃은 길고양이 빈 화분을 긁어대고
마늘을 싸게 판다는 행상 소리 잦아든다
2.
창틀 고구마꽃이 세상 밖을 그리다가
야생의 결기를 접고 물 뱉는 단식투쟁에
화들짝 현관을 나서 빗줄기를 받아친다
또 웬일
신은 짐짓 봄을 펼쳐 뭇꽃을 피워 놓고
또 웬일, 황사비로 쉰 목소릴 뱉게 하나
진달래 붉은 얼굴이 하얗게 바래진다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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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조 문학상 수상작> 막간의 오후 외 3편 / 김용주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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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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