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서기호(분도) 형제와 사법정의를 위한 미사와 문화제’가 열렸다.
서기호 판사의 가톨릭학생회 동문을 비롯 천주교 11개 단체 회원과 사법개혁을 지지하는 이들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서기호 판사와 사법개혁을 지지하면서 무엇보다 참가자들 모두가 기도하고 성찰하면서 힘을 얻는 자리로 마련됐다.
“10년 동안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잠언 21:3)’는 말씀을 법원 한 가운데서 실천해온 서기호 분도 형제를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희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욱 정의로워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아모스 5,24)’하소서”
사회자의 기도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민중가수 박준 씨의 노래로 문을 열었고 2시부터는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에 이어진 3부 문화제에서는 토크쇼를 통해 서기호 판사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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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를 공동집전한 마산교구 김종봉 신부, 예수회 박종인 신부, 광주교구 유기영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서영섭 신부, 예수회 최영민 신부와 주례를 맡은 의정부교구 현우석 신부. 이들은 학창시절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인연으로 또는 서기호 판사의 목소리에 지지하는 입장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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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는 서기호 판사와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현우석 신부를 비롯해 6명의 사제가 공동 집전했다.
“저희 모두의 부족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제 앞장서 나가기 위해 멈춰섰습니다. 우리 자신을 등떠미는 걱정과 유혹을 내려놓고, 어둠을 없애기 위해 빛을 찾고 등불을 밝히며, 마음을 열고 서로 사랑하고자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주례를 맡은 현우석 신부는 이날의 복음에 등장한 중풍병자와 친구들의 처지가 우리 모두와 같다면서, “건강하게 살면서 자신의 일을 하고 싶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스런 병마에 시달리는 중풍환자, 그리고 그를 돕기 위해 예수에게 데려간 친구들의 처지는 마치 지금의 서기호 판사와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예수에게 가면 치유 받을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가졌던 환자와 친구들처럼 우리 또한 하느님 안에서 함께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커다란 시련이 닥쳤을 때, 우리 모두 복음속의 중풍병자가 된다. 나 혼자, 내 힘만으로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면 견딜 이가 있겠는가? 성숙한 사람은 동료의 어러움을 외면하지 않고 또 도움을 받을 줄도 안다. 주기만 하는 이는 교만하다. 다른 이의 사랑을 받는 것은 내가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가능하다”고 하면서, “그런 면에서 서기호 판사가 선후배들이 내민 손을 선뜻 받아주어 고맙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의연하기에 고맙다. 동료인 우리들도 덩달아 마음이 가볍다”고 인사를 전했다.
현 신부는 “우리의 하느님은 도덕교과서의 결론처럼 무조건 용서만을 바라는 무미건조한 글자로 계시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시는 주님이고 우리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주님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우리는 이 미사를 이용하거나 차별화된 방법을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주님의 힘이 필요하다. 길어질 수 있는 이 싸움을 끝까지 함께 하기 위해서이며, 그런 믿음을 서로 나누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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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에 참석한 서기호 판사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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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사에는 서기호 판사와 사법 개혁을 지지하는 이들도 참석해 함께 기도했다. 팔순의 노모와 함께 온 한 참석자는 “트위터를 통해 미사를 알게 됐다. 노모의 집을 부당하게 빼앗길 상황에 처해 있는데, 권력과 돈으로 사람을 짓밟는 세상에 대해 사법정의를 위해 기도하고 싶어 참석했다”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부당해고로 인한 한 실직자는 “사법부 개혁은 정치, 재벌 개혁과 같은 맥락에 있다. 서기호 판사와 우리 모두는 다윗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골리앗과 같은 사법부와 맞서 사법 정의를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 서기호 판사를 오랫동안 지켜본 지인들 역시 “꼭 필요한 목소리를 당당히 낸다는 것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친구에게 감사하며, 지지한다”, “외롭지 않은 싸움이니 걱정하지 말고 힘내라”, “서기호 판사가 지닌 비폭력대화 정신, 소통,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다” 고 응원했다.
미사 후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서기호 판사와 가족, 지인 등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기호 판사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하시는 것은 서기호라는 사람을 영웅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더 힘든 위치에 있는 사법피해자들, 비정규직의 아픔을 헤아리라는 뜻이며, 지배체제 하에서 복종을 강요당하고 눈치봐야 하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꺾이지 않고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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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하는 서기호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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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법 개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참가자의 질문에는 “앞으로 사법 피해자들도 많이 만나고 싶고, 여러 방법을 통해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법 개혁의 핵심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관료 시스템을 깨는 것”이라고 하면서, “10년간 법복을 입었고 벗김을 당했다. 그러나 더 멋있는 국민법복을 입었기 때문에 훨씬 든든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기호 판사가 “팬으로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유쾌한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고 소개한 공지영 작가는 “누군가 우리나라가 왜 잘못됐느냐고 물었을 때, 어느 것도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판사, 작가, 언론인, 정치인 제 자리에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이런 상태가 마치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을 보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가는 날까지 함께 싸우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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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공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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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와 문화제에 참석한 서기호 판사 아버지 서윤섭 씨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며, 그분이 알아서 하실 것이고, 또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하면서, “태어났으니 정의 구현을 위해 살아야 하고, 법관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일렀다.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구속됐을 때도 옳은 일이니 당당하라고 말했고, 지금도 응원한다. 더 큰 뜻으로 일하라는 섭리라 생각하고 모든 분들과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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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호 판사가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 서기호 판사 아버지 서윤섭 씨는 "사법 족쇄가 풀렸으니 너는 이제 자유다"라고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쫄지 않는 분'이시다. 칠순의 나이에도 아들의 구명운동을 위해 트위터를 시작했고 팔로워를 무려 500명이나 뒀다. 서윤섭 씨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갈 것이며, 모든 분들을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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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서기호 판사와 사법 개혁을 위한 기도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며, 오는 2월 27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에서는 ‘99% 국회점령 프로젝트’ 등 시민사회 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위한 서기호 판사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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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호 판사의 모든 것을 말한다. (왼쪽부터)후배인 배우휘 씨, 선배 주원준 씨, 서기호 판사, 절친 이상의 절친 이상훈 씨, 그리고 서기호 판사의 비폭력대화 강사였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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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 자녀들의 깜짝 출연.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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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호 판사에게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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