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풍 - 오형록
비를 부르는 바람이 분다
정말 오랜만에 불어오는 남동풍에
두 팔을 내밀어 본다
배고픈 산야에
단비를 배달할 거란 생각에 이르자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픈 생각에
콩닥이는 가슴을
두들겨 본다
나의 철골 한 뱃구레에도
역겨운 것들이 난장판을 벌이고
눈꼬리에 걸쭉한 것들은
천방지축이구나
문득문득 눈을 뜨면
비를 부르는 남동풍을 타고
천지분간을 모르는
그대만의 소나기가 되고 싶다
남동쪽 하늘을 우러른
해바라기가 사슴처럼 모가지를 길게 늘어트리는 것은
남동풍을 애타게 기다리는 까닭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구나.
2022, 6. 7.
#소나기 #단비 #동남풍 #해바라기
----------------초고
남동풍
/오형록
비를 부르는 바람이다
정말 오랜만에 불어오는 남동풍
두 팔을 내밀어 꼬옥 끌어안고 싶다
메말라가는 산야에
단비를 배달할 거란 생각에 이르자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픈 생각에
콩닥이는 가슴
나의 철골 한 뱃구레에도
역겨운 것들이 난장판을 벌이고
눈꼬리에 걸쭉한 것들은
천방지축이구나
문득문득 눈을 뜨면
비를 부르는 남동풍을 타고
천지분간을 모르는
그대만의 소나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남동쪽을 우러른 해바라기가
사슴처럼 모가지를 길게 늘어트리는 것은
남동풍을 애타게 기다리는 까닭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구나.
2022,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