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박' 마냥 못 웃는다…그냥 두면 안 될 그래프 [Focus 인사이드]
탄력받는 세계 4위 방산수출국 목표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사력 강화를 서두르는 가운데, 폴란드가 우리나라에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1차 도입 분량만 K2 전차 180대, K9A1 자주포 48문, 그리고 FA-50 경공격기 48대다, 이후 폴란드에서 우리 업체의 기술 지원을 받아 수백 대의 전차와 자주포를 현지 생산할 예정이다.
© 제공: 중앙일보폴란드가 지난달 27일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등 구매 기본계약을 한국 방위산업체와 체결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국방부 공동취재단
폴란드가 지난달 27일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등 구매 기본계약을 한국 방위산업체와 체결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국방부 공동취재단
이번 수출의 최종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국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덕분에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향후 5년 내 세계 4대 방위산업 수출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수출에 앞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인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무기 수출입 통계를 발표하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2021의 5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방위산업 수출국 6위에 올라섰다. 수출 점유율은 2.8%를 차지했는데, 2012~2016 기간의 1%에 비교하여 177%라는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의 발전은 국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산업부와 방위사업청에 의하면, 2021년 방위산업 수출은 72억 5,000만 달러(계약 기준)를 넘어 역대 최고의 실적으로 세계 10대 방위산업 수출국이 되었다.
성과 아래 감춰진 업체들의 어려움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위산업계는 가동률과 영업 이익률 모두 제조업 평균을 훨씬 밑도는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10월 산업계 경영 실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4.4%인데 비해 방산업체 영업이익률은 3.4%에 불과했다. 평균 가동률도 제조업은 73.2% 지만, 방산업체는 72%로 낮았다.
© 제공: 중앙일보2011~2020 방산업체 영업이익률 현황. e-나라지표
2011~2020 방산업체 영업이익률 현황. e-나라지표
이전 통계는 더 암울했다. 2018년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 7.3%, 방산업체 2.4%, 가동률은 제조업 평균 73.5%, 방산업체 71.2%였다. 2017년에는 영업 이익률에서 제조업이 평균 7.6%를 기록했지만, 방위산업은 0.5%에 불과했다.
수출은 군에 납품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방산업체들에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이번 폴란드 수출과 같은 수주가 꾸준하게 필요하다. 최근 인도·태평양과 유럽을 중심으로 군비 확충 움직임이 일면서 우리 무기의 수출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우리 방위산업은 완제품 수출 위주로 구성돼 해외 수주를 따지 못할 경우와 딸 경우의 수치 차이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우수한 부품 및 소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 업체들은 외국에서 무기를 도입할 때 반대급부로 제공되는 대응구매(off set)에 따라 부품 등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응 구매에 따른 수출은 물량이 한정적이며, 기한이 정해져 있어 업체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무기 도입에 따른 대응구매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 부품·기술더 적극 수출해야.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수출은 완제품 수출에 더해 부품과 소재, 기술까지 수출하는 전방위 수출 전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 무기류의 국산화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차나 자주포 등 지상 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높지만, 아직 항공기와 전투함정의 국산화 비율은 선진국 대비 낮다.
© 제공: 중앙일보림팩 2022 훈련 기간동안 전시된 국산 유도로켓 비궁. LIG 넥스원
림팩 2022 훈련 기간동안 전시된 국산 유도로켓 비궁. LIG 넥스원
외국제 부품 및 장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산 부품과 장비의 개발을 더욱 촉진하고 이것들을 외국제 장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과 이스라엘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는 미국에 자신들의 장비를 팔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일부 현지 법인은 미 국방부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주계약업체 지위까지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경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어,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를 대체하는 미 육군 사업에 한화 디펜스가 개발한 레드백을 제안하고 있지만, 미국 주계약업체로 오쉬코시 디펜스와 협력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 위한 선결과제 RDP-MOU
하지만, 미국 시장이 점점 닫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는 미국산 물품 구매 의무를 강화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우리 무기는 물론이고 부품의 진출에도 걸림돌이 된다.
© 제공: 중앙일보2020년 9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시간주 전미자동차노조를 방문해 ‘미국산 구매’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0년 9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시간주 전미자동차노조를 방문해 ‘미국산 구매’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의 조치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방산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이라 불리는 ‘상호 국방조달 협정(RDP-MOU)’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엄청난 규모의 미국제 무기를 도입했지만, 캐나다와 영국 등 28개국과 맺은 RDP-MOU는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우리 부품 및 소재 기업들의 진출을 위해서도 미국 국방 조달사업 참여시 가격 페널티 적용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 RDP-MOU 체결이 시급하다.
세계 많은 국가에 수출되는 미국제 무기에 우리의 기술과 부품이 들어가면 방위산업의 기반인 부품과 소재 업체들의 기술 개발 능력도 더욱 강화되고,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