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입학 규정과 공교육 접근성의 제한
2025년 4월 1일부터 러시아에서는 외국 국적 아동과 무국적 아동의 공립학교 입학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개정된 규정의 핵심은 입학 전 러시아어 능력 시험의 의무화와 거주 및 체류 관련 행정 서류에 대한 검증 강화다. 2024년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도입된 이 규정은 러시아어 능력 부족으로 인한 수업의 질 저하와 학급 운영상의 부담을 막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언어 능력 시험의 합격선은 러시아 연방 교육감독청 기준으로 ‘만족(satisfactory)’, 즉 (5점 만점의) 3점 이상이다. 이 기준은 그러나 2025년 9월 현재, 시행 초기의 진입 장벽으로는 매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만 3천 건이 넘는 입학 신청 가운데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 사례는 8천223명(약 35%)에 불과했으며 이중에서도 약 5천940명만이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았다. 최종적으로 입학이 허용된 아동은 2천964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약 13%에 그쳤다. 다시 말해, 전체 이주 아동의 약 87% 이상이 공교육 진입에 실패한 셈이다.
입학 거부는 △부모가 거주지 등록과 체류 허가 등 필요한 행정 서류를 완비하지 못했거나 △아동의 러시아어 능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교육 현장에서는 언어 장벽이 완화되면서 수업 운영이 수월해지고 교육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주 아동들이 공교육 체계에서 배제될 경우 사회적 고립과 문해력 저하가 심화되고, 장기적으로는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2026년에는 내무부와 학교 간 데이터 연계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으로, 국가 차원의 교육 접근 모니터링과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 아동의 학교 적응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이주 아동의 학교 적응은 여러 구조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언어 장벽이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CIS 국가 출신 아동의 경우, 가정 내에서 러시아어가 주요 의사 소통 언어가 아닌 사례가 많다. 고등경제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어 미숙은 학업 성취 저하뿐 아니라 또래 관계 형성 실패와 사회적 적응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이주 과정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문화적 차이, 복잡한 행정 절차 역시 아동과 그 가족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주 가정은 거주 등록, 비자, 각종 증명서 제출 등 까다로운 행정 요건에 상시 노출된다.
러시아 쉬콜라(초중등 교육과정)의 모습/텔레그램
설령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학급 과밀로 인해 실제 입학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입학 이후에도 차별, 고정 관념, 또래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많은 이주 아동이 정서적 불안과 학습 동기 저하를 경험한다. 특히 행동 규범과 교육 과정의 차이, 출신국별 교과 이수 체계의 불일치는 학습 결손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교사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다문화 학급이 형성될 경우 교실이 이른바 ‘다민족 게토’로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는 2025년 제도 도입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통계에 따르면 의무 시험 도입 이전에도 전체 이주 아동의 18~40%가 이미 언어 장벽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주 아동을 위한 적응 프로그램과 정책적 대응
이처럼 엄격해진 제도적 환경 속에서 러시아에서는 이주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적응 프로그램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수의 학교는 ‘적응 학급’을 운영하거나 러시아어(외국어로서의 러시아어) 수업 시간을 늘리고 있으며, 러시아교육학아카데미 산하 기관의 권고에 따라 언어 및 사회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개별 학습 계획 수립과 함께 언어치료사와 심리학자가 참여하는 교육 상담이 포함된다.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한 ‘환영 학급(welcome classes)’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도는 아동이 먼저 기본적인 언어와 문화 역량을 습득한 뒤 일반 학급으로 단계적으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일부 학교에서는 이주민지원센터와 연계해 동아리 활동, 사회 정서 학습 등을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연방 민족문제청과 교육부는 이주 아동의 사회 통합 과정에서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험 응시 이전에 무료 준비 과정을 제공하고, 러시아어 사용 가정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며, 온라인·야간 학교 등 대안 교육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제도적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는 적응 센터의 확대와 함께 공교육 사각 지대에 놓인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 장벽이 초래한 이주 가족 구조의 변화
러시아에서 이주 아동의 공교육 진입은 최근 전례 없이 엄격한 제도적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의무적 언어 능력 시험과 행정 요건 강화는 공교육 진입 장벽을 급격히 높였으며, 그 결과 실제로 학교에 입학하는 이주 아동의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교육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배제 효과를 동반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키스 출신 이주 노동자의 삶을 그린 영화 '아이카' 포스터
이러한 교육 장벽은 이주 가정의 자녀 양육및 교육 방식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자녀의 러시아 학교 입학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노동 이주민이 자녀를 출신국에 남겨두고 교육을 위탁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부모와 분리된 채 성장하는 아동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겪는 교육적·정서적 부담은 다시 출신국(중앙아시아) 사회로 전가되고 있다.
가족 분리는 장기적으로 여러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출신국에 남은 아동은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가 약화되고 돌봄의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되며, 수용국(러시아) 사회는 미래의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는 이주 2세대를 안정적으로 포용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나아가 가족 동반 이주의 축소는 이주를 불안정한 단기 및 순환적 형태로 고착화시켜 사회적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이주 아동 통합 정책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가족 정책, 인구 정책, 사회 통합 정책의 차원에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언어 능력의 부족을 이유로 입학 단계에서부터 진입을 차단하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아동을 제도권 교육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성공적인 이주 통합을 위해서는 배제 중심의 접근에서 포용 중심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적응 프로그램의 확대, 접근이 용이한 준비 과정, 다중언어 환경에 대한 교사 연수, 그리고 가족과의 제도적 협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이주 아동에 대한 교육 장벽은 향후에도 가족 분리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격차를 확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