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흔히 가족을 그린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가는 사실 냉정함이다.
그는 단언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서늘한 얼굴을 불쑥 내민다.
<세 번째 살인>의 장르적 외피는 법정 스릴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손을 거친 후 새로운 영화로 변모한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밝혀나가는 법정 드라마의 서스펜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 위에 서 있다.
진실을 밝힌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서는 일종의 맥거핀에 가깝다.
30년 전 첫 번째 살인, 지금 일어난 두 번째 살인,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세 번째 살인의 의미를 되짚는 과정에서 단죄, 심판, 구원 등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부조리를 통해 내면을 파고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통찰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
개인의 정의와 법 집행의 한계, 그 모순의 교차로 위에 서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