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6일 :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 레온
19일 차(18.1Km)
레온(Leon)
새벽 출발 후 뒤돌아보니 아침 해가 떠오름.
성당 제일 높은 곳은 여지없이 새 둥지.
다시 문명의 세계로 들어옴
레온은 로마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로 인근 금광에서 캐낸 금이 모이는 곳
예전 레온은 로마군대의 주둔지였고 제7군단의 기지였음.
레온이라는 이름은 군단 즉 레기온(legion)에서 옴.
레지오 마리애의 레지오는 이 레기온에서 따온 것으로
마리아(성모님) 군단을 뜻함.
그 후 아스투리아스와 레온의 옛 왕국의 수도가 됨
레온은 서고트족과 무어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교 군대에게 점령,
재 점령 당하기를 반복.
현 인구는 14만 명
▼ 레온 대성당 (Catedral de las León)
레온 대성당과 다도의 성모
레온 대성당 안에는 다도의 성모(Virgen del Dado)라고 부르는 성모상이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이 아름다운 성모상은 원래 대성당 북쪽의 파사드에 있었는데,
성모상을 옮긴 이유에 얽힌 교훈적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플랑드르 군대의 병사 한 명이
대성당 북쪽의 파사드에서 유대인들과 주사위 노름을 했습니다.
병사는 노름을하면 할수록 점점 돈을 잃게 되었고,
화가 난 병사가 주사위를 집어 던졌는데
불행하게도 이 주사위가 성모상의 아기예수 머리에 명중했습니다.
그러자 아기 예수상의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병사는 너무나 놀라 예수님께 참회하고
남은 인생을 기도와 희생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이후 사람들은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성모상을 대성당 안으로 옮겼습니다.
모조품(상), 경당에 있는 진품(하)
▼ 까사 데 보띠네스 (Casa de Botines)
세계최고의 건축가중 한 명인 안토니오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입니다.
중세의 향기가 살아있는 모더니즘 건축물로으로
1969년에 스페인의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첨두아치로 된 창문과 검은 돌 판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고딕 양식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산 마르꼬스 (San Marcos)
16세기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었으나
현재는 호화로운 고급 호텔(파라도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앞에는 호세 마리아 아퀴나(José Maria Aquña)가 조각한
순례자상이 있는데
메세따를 힘들게 걸어온 순례자가 신발을 벗어놓고
십자가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늘 드디어 레온 도착하여 어느 성당에 들어가니 미사 중.
영성체 함.
매일 은총의 나날
오늘 묵는 알베르게는
베네딕토 수도회 수녀님들이 세심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수녀원 예배당에서 7시 미사, 9시 순례자 축복기도가 열림.
오늘 도착 후 오른쪽 발등과 발목이 시큰거리고 아파 걷기 불편
시내 관광 대충하고 숙소에 와
스포츠테잎으로 조치했으나 여전히 발을 디디면 아픔.
내일 일이 걱정.
자고 나서도 아프면 버스라도 타고 갈까 생각
7시 미사 때 양형영성체 한 후 신부님 안수 받음
저녁 통증도 가라 앉힐 겸 마트에서 과일과 맥주 2캔 구입
식당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육포를 꺼내 캔맥주를 마시려고 따는 순간
아뿔사 이건 맥주가 아니고 코카콜라
마트 냉장고에 콜라와 맥주가 같이 있었는데 6팩에서 2개 남은 것을 선택.
마호우(mahou)맥주와 코카콜라가 구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함.
황당하여 약 50미터 떨어진 마트에 다시 가서 마호우 맥주 구입
주인에게 마호우 맥주 산다는 것이 콜라를 샀다고 하자 그저 웃을 뿐
맥주를 사가지고 주방에서 먹으려는데 독일여자 2명이 들어옴.
레드와인 1병과 과일 그리고 샐러드 종류를 가지고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육포를 권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맛있다고 해도 웃으며 사양
그러면서 와인을 권해 내가 맥주를 보이며
난 맥주가 와인보다 좋다고 하자 수긍
말하고 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실 난 맥주회사에 근무하다 퇴직했다고 하자
그제야 웃은 띤 얼굴로 이해한 듯
이후 맥주 이야기
독일이 맥주 본고향이지만 맥주에 대해선 나도 일가견
독일맥주와 한국맥주의 차이점
독일은 맥주회사가 수 천개인 반면 한국은 2~3개지만 규모가 큼.
우리나라에서 독일 레벤브로이를 비롯
하이네켄과 버드와이저도 생산한다는 것
독일 옥터버 페스트 이야기등 나누는데
순례자 축복기도 있다고 봉사자가 알려 중단
9시부터 40분간 15명의 수녀님과 순례자 축복예절을 한 후
순례자 기도문 함께 봉독.
끝나고 말씀사탕 같은것 뽑음(사진)
잠자리에서 발을 움직이니 통증이 사라진 듯.
아침에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옆 사람 코를 너무 골아 잠을 못 이룸.
그분 (70대)은 서양인 특유의 냄새도 나고
침대 배정 시, 가운데 침대가 자기 것인데
벽쪽에 있는 내 침대를 먼저 가로챔
봉사자 일본인 할배가 수 차례
당신 침대는 가운데인 옆 침대라고 애기해도 무시한 분임
조금 지나자 다른 침대에서도 코를 골기 시작,
9명 자는 방이 천둥 치듯 돌림노래도 아니고
스트레오 같이 울린데다 옆 할아버지는 잠꼬대까지
룸메이트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인데
혼자 큰소리로 떠들다 으악 비명도 지르고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방명록 쓰는 휴게실에 나와 방명록에 글을 쓰고 내용을 보니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중단하거나
컨디션 조절, 치료 등을 위해 2~3일 묵고 가는 경우 많음.
나도 예외는 아닌 듯
지금 12시 40분 오늘은 쓸 것이 많은 날임
데스크 탑이면 양손으로 타이핑하겠지만
스마트폰은 엄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치고
그것도 틀린 글자를 눌러 수정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림
출발 5일 이내 한 번 어려움이 닥치고,
반환 점을 막 지난 레온이 2번째 위기
레온에서 포기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도전하겠다는 글도 많고
대도시인 이곳이 의료시설이 좋고
수도원에서 1박 이상 허용하는 알베르게라
이곳에 며칠 머물며 치료도 하고
휴식한 후 출발하는 사람도 많음
6월 7일 : 레온 – 비야르 데 마사리페
20일 차(23.1Km)
잠을 설쳤지만 6시가 되어 발 상태를 보니
걸을 만하여 천천히 걸을 요량으로 출발
레온시를 벗어나려는 곳에서 누가 차 한잔 하고 가라고,
무료라고 한국말로 이야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보니 한국인 2명.
외국인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난 멈추어 담소
남편은 시각장애인인데 까미노 순례길을 꼭 오고 싶어 해,
전 코스를 걷지는 못하고 주요지점에서 봉사한다고.
이곳에서 며칠 더하다 산티아고에 가서 하고, 바르셀로나를 거쳐 귀국할 예정이라 함
따뜻한 믹스커피를 오랫만에 마시고 곱은 손을 비비며 감사인사 전하자
남편이 하모니카로 '일어나 걸어라' 연주(오늘의 배경음악)
사진찍고 작별인사.
까미노는 은총의 연속
10여분 걷자 외국인 한명(조금 전 나에게 길 물어본 사람),
내가 커피 마시는 동안 추월해 앞장섰던 분이
길을 되돌아 오며 양말 한 짝(예쁘고 알록달록 색깔있는 -
누가 선물 아니면 떠준 것 같이 소중한 것)을 들고
다른 한 짝 못 봤느냐며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오고 있음.
나 같으면 한 짝 포기했을 텐데...
나에게 묻길래 모른다고 하자 포기한 듯 돌아서 내 뒤를 따라옴.
2~3분 걷자 앞에서 환호성
가보니 양말 한 짝이 전봇대에 튀어나온 부분에 걸려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발견한 사람이 주인이 찾을 때 찾기 좋도록 걸어놓은 듯
6~7명이 잠시 멈춰 환호와 함께 축하해줌
성경에 잃어버린 동전 하나 찾았을 때의 기쁨을 느낌.
정말 작은 일에도 서로 축하해주는 사랑의 까미노
라 비르헨 델 까미노
새로 닦은 도로 사이에 놓여 있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그리고 까미노의 성모에게 봉헌된 까미노 성모 성당이 있습니다.
까미노의 성모는 가족 문제, 순례에 대한 문제와 여러 기도를
들어준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해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이 마을을 찾습니다.
▼ 까미노의 성모 성당
(Santuario de la Virgen del Camino)
수사였던 프란시스꼬 꼬에요의 작품으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조각가 호세 마리아 수비락이 청동으로 만든 열세 개의 거대한 조각이 있는데
이 조각들은 성모 마리아와 열두 사도를 의미합니다.
내부에는 ‘성모의 발현’으로 제작된 작가 미상의 16세기 성모상이 있습니다
10킬로 오자 갈림길.
어느 길을 가든 내일 저녁에 만나게 됨.
까미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다수 있음.
한쪽 길은 2킬로 짧지만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는 길로 시끄럽고 산만함.
다른 길은 길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길
같이 가던 사람들 짧은 길 선택.
나는 한동안 망설임
발도 아픈데 따라갈까 하다 로버트 푸르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남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습니다
나는 그 두 길을 함께 다 가지는 못할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오랜 동안 서서, 한 쪽 길이 굽어 꺾어져 내려간 곳 까지
될 수 있는 한 멀리까지 바라 보았읍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읍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의 발자취가 적어서
아마 좀더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길을 걷게 되더라도,
그 길도 다른 길과 거의 비슷해 질 것 이라고 여기면서.....
그날 아침, 두 개의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읍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다른 한 길은 남겨 두었읍니다.
길은 길로 이어져 끝없이 뻗어 감으로
내가 다시 돌아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에서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 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 졌다고.
나도 사람들이 덜 선택한 길을 택해 걸으니
앞에도 뒤에도 사람의 그림자라곤 없었습니다
보이는 건 앞서가는 내 그림자(매일 서쪽으로 가기 때문),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곧게 쭉 뻗은 자갈도 아닌 모래도 아닌 걷기 딱 좋은 비포장 도로,
들리는 건 사각사각 내 발자국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볼에 스치는 바람, 코끝에 풍기는 꽃 내음.
정말 내 페이스에 맞게 노래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평화롭고 조용한 길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보니 인구가 500명도 안 되는 평화로운 마을로
선물가게 박물관 아트갤러리가 전부였고
여장을 풀고 재충전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정말 탁월한 선택.
숙소에도 사람이 적어 빨래 샤워 잠자리도 편합니다
오는 길에 나무에 걸린 신발 한 켤레 발견.
겉으로 보기엔 말짱
낡아 버린 것인지 아니면 필요한 사람 신으라고 한 것인지.
걸어놓은 사람만 알겠지요
오늘도 은총의 까미노는 계속 됩니다
비야르 데 마사리페
이곳은 확실히 순례자들에게 친근한 마을이다.
이 마을 중심지에 있는, 유쾌한 바가 딸린 과일 가게도
푸루타스 데 카미노 데 산티아고(사진)라고 불린다.
맞은편에는 성 야고보에게 봉헌된 성당이 있는데
내부엔 성인들의 상이 여러 개 있다.
인구가 500명이 채 안 되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갈림길에서 탁월한 선택결과 숙소도 4인실.
4명의 룸메이트 중 한 명은 미국인으로 이름이 어려워 기억 못함.
비흐?인가
통성명 후 서로 가톨릭 신자임을 확인.
아무튼 앞에 있는 성당 문은 언제 여는지,
내가 들고 있는 마트 봉지를 보며 상점은 어디에 있는지,
식당 음식은 얼마며 맛은 있는지 이것 저것 물어봄
정통영어 발음이 아닌 것으로 봐 출신이 아랍계 미국인 인 듯
종교이야기를 하면서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마호메트가 한줄기라고 말하는 듯.
짧은 영어로 대화하자니 진땀 흘리며 대답
성당 문은 마을 주민에 의하면 보통 5시에 열지만,
때에 따라 달라 오늘 열지 모른다 대답
어제 받은(말씀 쪽지) 에디트 슈타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묻자
‘말없이 고요히 머무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것(관상?)’이라는 해석을 하는데
맞는지는 몰라도 엄지척하며 훌륭하다고 칭찬해줌.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그 역시 좋아함
이후 마트에 다녀오더니 계속 성당과 시계를 보며 문열기를 학수고대
5시 30분 전부터 아예 성당 벤치에서 앉아 기다림.
그는 61세고 미혼이라 함
성당 문이 열려 내부를 둘러봄
내부엔 이상한 십자가가 있는데
십자가에 사다리가 걸쳐있고 여러나라 말로 설명되어 있음.
한국어로 된 설명에 의하면
이 작품은 1927년 이마을에서 태어난 남성에 의해 제작된 것이며
십자가 한쪽(세로)은 천국을 가리키고 한쪽은 당신의 팔 아래 놓여있다.
그것 외에 다른 십자가는 없고 다른 포옹도 없다는 설명
글쎄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런 내용
까미노를 걷다보면 각 나라에서 온 순례객들에게 스페인어 문구를
해당 국가의 언어로 설명해 놓은 곳이 많이 있슴.
그런데 설명이 매끄럽지 못하고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많음.
전문가가 아닌 스페인어를 조금 안다는 사람이 번역한 것이라 생각됨.
가이드북에서 본 내용이 생각나서 마트(과일가게:사진)에 들러
이 마을 예술가 몬세뇨르가 재미있는 분이라
대화를 좋아하고 세요(스탬프)도 찍어준다기에
어디에 사느냐 물으니 상점주인 아줌마
제스추어를 써가며 손으로 목을 자르는 시늉과
하늘을 가리켜 죽었다는 것으로 판단.
언제냐 물으니 손가락 5개를 폈던 기억.
이것을 제작한 남성이 그 예술가일거라 추측
밖에 나와 순례자상과 한 컷.
룸메이트도 세요(스탬프)받고 열심히 성당을 둘러봄
첫댓글
그러니요
농수로가 아주 잘 되었지 싶습니다
하루도 추억의 행복
더 많이 간직 하셔요
세잎 클로버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