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country님이 오래 전에 추천해주신 영화였는데 내내 미루다가 이제서야 보았어요.
미룬 이유는 왠지 우울하고 답답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였지요.
그러다가, 답답하고 우울하고 슬프다면 이유를 알고 싶고,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궁금해져서
열일 제치고 보게 되었어요.
영화는 1990년부터 시작해 2010년 정도까지의 뉴욕 할렘가의 모습과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전과 이력이 화려한 주인공 이네스는 위탁가정에서 도망치려다 창문에서 떨어져 다친 6살 테리를 만나게 되는데
테리는 기억 속에 있는 이네스는 '두 살 때 나를 버리고 간 엄마'라고 박혀 있었지요.
영화 후반부에 나오지만 사실은 이네스가 버리고 간 게 아니라 버려진 테리와 함께 아이의 부모를 기다린 거였거든요.
하지만 두 살 테리는 이네스가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생각한 거죠.
병원에서 '엄마는 항상 내 곁에서 떠나려고만 한다'는 테리의 말에
이네스는 테리를 무작정 데리고 나오고 새로운 신원증명서(가짜)를 만들어 아이를 키우게 됩니다.
자기와 같은 처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죠.
그러다가 테리가 18살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간에
우등생이고 똑똑한 테리의 사정을 알고 취직시켜 주려다가
테리의 신분 증명이 가짜임이 밝혀지고 이네스와 테리는 다시 헤어지게 됩니다.
테리는 복지국에서 주선하는 위탁가정에 가야만 하고,
법을 어긴 이네스는?
그러나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차별이 심했던 시절,
흑인이 살기는 어려웠던 미국 뉴욕, 더구나 흑인 여자가 아이 하나 데리고 살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영화는 그런 어려움과 비참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화면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줄창 나고(뭔지 불안하고 어지러운 상황이 느껴집니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한 여자와 남자 아이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듭니다.
*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 된 점
- 미국 남자들은(다는 아니겠지만) 내 핏줄이 아니어도 충분히 내 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 여주인공 이네스 역을 맡은 테야나 테일러가 비욘세의 안무가라는 것. 그녀 역시 1990년에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났다고 함.
첫댓글 제가 미국에서 1년 살 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어요.
제가 살던 곳은 백인들만 살던 곳이었는데 딱 두 명의 흑인이 있었지요.
슈퍼 계산원과 우리 옆집 젊은 흑인 남자.
그런데 제 눈에 보기에도 옆집 남자는 조심이 몸에 배인 거 같더라고요.
늘 빳빳하게 늘 조용히... 왠지 안쓰러웠어요.
흑인들의 역사와 삶 - 알면 알수록 슬픈 역사.
예전에 '뿌리'라는 영화 나왔을 때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