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32-38 그때에 32 사람들이 마귀 들려 말 못하는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33 마귀가 쫓겨나자 말 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 34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35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36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37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38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보리를 거둬들일 때가 되면
어려서 장마가 오기 전에 사람들은 서둘러 보리와 밀을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바짝 마른 보리를 밭에서 수확할 때면 정말 바쁘답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보리가 너무 부서지기 전에 정성들여 베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보리를 짚으로 단을 매어서 지게에 지고 마당으로 날라 오는 것입니다. 마당을 깨끗이 쓸고 고르게 한 다음에 탈곡을 하고, 아직 부서지지 아니한 보리나 밀 이삭을 도리깨(충청도 말로 ‘도리캐’)질로 두드려 모두 털어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쓸 만한 보릿대는 간추려서 밀대방석을 반들 때 쓰거나 밀짚모자를 만들고 부스러기는 두엄을 잘 얹어서 거름으로 만들거나 불 소시개로 씁니다.
마당에 있는 보리는 꺼럭이 얼마나 많은지 보리타작을 하면 온몸이 땀과 보리 꺼럭으로 따갑고 쓰라리기까지 합니다. 보리를 모두 모아 놓고 풍구로 알곡을 가려내거나 죽 가래로 공중에 퍼 올려서 먼지나 부서진 부스러기를 바람에 날려 버리고, 알곡을 고릅니다. 그래도 보리나 밀이 바닥에 있는지 살펴서 고은 빗자루로 골고루 쓸어서 모은 다음에 키질을 합니다. 그래서 모래와 돌을 골라내고, 쭉정이와 깜부기와 귀리를 모두 골라 쓸어버리고 알곡만 모읍니다. 알곡을 다시 말로 되어서 가마니에 담아 마루나 광에 쌓아 놓고 마당을 치우면 큰 추수가 일차적으로 끝납니다.
이제 어린 아이들과 엄마들은 보리밭으로 갑니다. 보리를 베어 거두어들일 때 많은 이삭들을 일부러 남겨둡니다.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이 이삭을 주어가라고 남겨두기도 하고, 아직 덜 익은 보리나 밀을 일부러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인 사랑의 표현입니다. 부잣집에서 보리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거두어들이면 사람들이 인색하다고 뒤에서 욕을 하기도 합니다.
떨어져 흩어져 있는 보리 이삭을 주워 담으면서 사람들은 그 밭주인의 인심과 후덕한 행동을 감사한답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밭 둑 근처에 있는 쥐구멍을 찾는 일입니다. 쥐구멍을 찾으면 쥐들이 얼마나 많은 보리를 양식으로 모아 놓았는지 그걸 찾아오는 일입니다. 그 보리를 가지고 보통은 모아서 동네 친구들이 노는 배구공이나 축구공을 사는 것입니다. 그 때는 그게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쥐구멍 파서 공 살 것이라고’ 미리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추수를 한다는 것은 많은 일을 해야 한답니다. 일손도 많이 필요하고, 역할도 각각 다릅니다. 그 일에 숙달된 사람들은 일손도 빠르고, 빈틈이 없이 준비도 잘합니다. 어설픈 사람들은 일이 돌아가는 일머리를 모르기 때문에 돈과 품은 많이 들어도 능률은 잘 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산성과 효율성의 문제는 어려서 타작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경영학의 실제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추수하시는 방법을 가만히 묵상해보면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들어갑니다. 먼저 주님은 일꾼을 불러 모으시고, 그들을 훈련시키십니다. 말 못하는 이는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고쳐주시고, 여러 고을과 마을을 다니시며 가르치시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고쳐 주십니다. 전혀 가동 할 수 없는 농기구도 모조리 손을 봐 주시고, 당신의 손에 아주 적합한 도구로 만드시고, 당신은 직접 그 모든 것을 수선하시는 수선공으로 나서십니다.
또한 씨를 뿌리고 흙을 덮어주고, 김을 매고, 거름을 주고, 병해충을 잡아주고, 밀과 보리를 베고, 지게로 져 나르고, 타작하고 하는 모든 일꾼이 더 많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꾼은 의욕이 없어서 기가 꺾여 있습니다.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주인들에게 시달리고, 지금처럼 살아서는 앞날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유입니다. 이제 그들이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것은 주님의 격려뿐이랍니다. 타작할 마당도 깨끗이 쓸어야하고, 쭉정이나 귀리나 모래를 골라 버릴 수 있는 키들도 준비해야 합니다. 키질하는 기술은 연마하지 않아도 주님께서 키질해 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불에 때워버릴 쭉정이나 귀리나 모래는 불에 태우실 것이니 우리가 먼저 불을 놓아 가려내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다가 모든 알곡까지 다 태워버릴 수가 있지요 먼지나 부스러기를 날려 버리는 풍구(風具)는 준비하되 바람은 성령께서 불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먼지와 부스러기는 모두 날려주실 것입니다. 불지도 않는 바람을 탓하며 내 입으로 바람을 불려다 꺼럭이 들어와 큰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악마가 모아 놓은 알곡들을 되찾아 와야 하는 일도 이제는 아이들과 여자들이 할 일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이 모아 놓았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빠져 있답니다. 매일 그렇게 애써서 모아 놓은 알곡들을 지금도 악마는 기회를 노리면서 제 굴 속에 훔쳐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지 못하는 동안 새끼들은 번식할 것이고, 그 새끼들은 모두 기승을 부리며 알곡들을 도둑질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그 쥐구멍을 모두 찾아내서 되찾아 오는 버릇이 들어야 합니다. 애기 때부터 주일학교부터 선교의 일꾼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도록 한데 어울리도록 축구공도 사주고, 배구공을 사주어야 합니다. 정말 악마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일꾼이 필요합니다. 두 손을 놓고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주님처럼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선교하고, 가슴에 응어리 진 모든 것을 풀어줄 사람들이 되어야 한답니다. 주님께서 일꾼들을 보내 주시기를 간청하라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를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꾼으로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기도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