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이 3월 14일,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나라에서 과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지 느끼기 힘들다. 미국은 각당의 후보 지명전부터 화끈한 분위기 속에 치러지지만, 러시아에서는 애당초 그런 분위기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대통령의 독주 속에 여타 6명의 후보들에 대해 언론보도가 거의 없어 국민들은 그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불과 며칠 전에는 후보 중 한 명인 러시아자유당 이반 리브킨이 출마 포기를 선언, 러시아 대선은 싱겁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푸틴의 독무대다. 국민들이 푸틴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데다 경쟁이 될 만한 후보가 없어 대선 실시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 야당은 러시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과 관권을 지배하고 있는 푸틴에게 정적도 있을 수 없고, 경쟁이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도 푸틴 정권이 미디어를 최대한 동원한 데 반해 야당들은 언론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했다고 하소연했었다. 야당은 일제히 부정선거였다며 시위했지만, 크렘린궁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야당 후보들을 보면 황당하다. 전통적인 제1야당 공산당의 하리토노프, 자유민주당 말리쉬킨, 조국당 글라지예프, 유일한 홍일점(紅一點) 후보인 하카마다 등이다.
여기에다 미로노프 연방상원 의장이 가세했다. 주가노프 공산당수, 야블린스키 야블로코당수,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수 등 내로라할 만한 정계 거물들은 한 명도 없다. 이들은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언론·관권을 동원한 부정선거가 재현될 것이라며, 대선 출마 자체를 보이콧해버렸다. 푸틴 정권과 싸움이 되질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출마한들 지난 총선 재판이 될 것이고, 백전백패한다는 논리에서다. 고심하다 허수아비 후보들을 내세운 것이다. 야당들은 일단 4년은 포기한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친여정당은 의석 총 450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러시아 대선은 일찌감치 언론과 대중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재 야당 대선 후보들은 제한적인 언론 토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선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대(對) 체첸정책과 언론장악 문제 등 실정(失政)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푸틴 정권은 이마저 막으려 하고 있다. 급기야 가장 푸틴에 적대적이었던 후보 르브킨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출마를 철회했다.
최근 전 러시아여론조사기관의 여론 조사 결과,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80%의 득표율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야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기껏해야 1~2%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피온트코브스키 러시아 전략문제연구소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각 당 후보들의 역할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는 데다 국민들이 각 당의 정책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 회의를 나타냈다. 야당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민주 정치는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같은 해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을 보면 러시아는 민주주의보다 독재 성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러시아 언론들은 매일 푸틴의 정치·경제 개혁을 부각하며 푸틴을 띄우고 있다. 마치 5공(共) 당시 ‘땡전 뉴스’와 집권세력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한국의 TV 방송을 연상시킨다.
첫댓글 러시아도 민주화의바람이 불어야 겠군요..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할찌..
여기서 잡히는 아리랑위성방송을 보니 한국은 마치 풍전등화같은데...해외에 보내는 방송마져 이모양이니 한심한 작태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