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개인 vs 공동체, 그리고 도덕과 사회
폭주하는 전차를 몰고 있는 당신, 5명을 죽일 것인가? 1명을 죽일 것인가? 테러로 인한 폭발물이 터지기 일보직전, 당신은 테러리스트를 고문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마이클 센델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험악한 질문 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마이클 센델은 이처럼 다양한 갖가지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정의에 대한 고민으로 인도한다. 그 사례들을 중심으로 갖가지 대립되는 관점들을 내놓고 양가의 것을 모두 보게 하는데, 이 점이 바로 머리가 터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현실적이고도 잔인한 밸런스 게임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정의와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며 생각하게 되고 참여하게 된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초반부에서 크게 눈에 띄는 대립 구도가 있다. 바로 공리 vs. 자유, 공동체 vs. 개인이다.
공리주의의 제러미 밴담은 말한다.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이 정의의 기준이며 판단의 기준이라고 말이다. 우리들은 흔히들 행복을 쫓아 살아가기에 행복이 그에 기준이 되고 따라서 공동체 전체 행복의 총량에 판단을 맡기는 양적인 행복에 집중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자유지상주의는 반박한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몇 개인이 짓밟히는 상황에서 개인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것과 행복의 총량으로서 모든 가치를 단일 통화 시켜버린다는 허점이 크다는 것이었다. 만약 다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투표를 했을 때 51%와 49%로 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1%의 차이로 49%의 사람들을 무시해 버릴 수 있는가? 또한 행복에 관한 각기 다른 추구에 있어서도 공리주의는 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리주의에 대해 이러한 반박을 내놓은 자유지상주의 또한 완전한 것은 아니다. 자유지상주의는 개인을 간섭하는 국가를 최소로 만들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상은 현대에 서방쪽에서 각광을 받아오던 사상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유시장을 이루고 개인의 소유권을 이루었다. 하지만 흔히 눈에 뛰는 빈부격차와 불평등 등의 문제가 그의 병폐로 떠올랐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장기거래와 식인 등의 비인간적인 일들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나는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이 대립을 들었지만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무리 모두 각기 한 곳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했다. 결국 항상 걸리는 것은 보편적인 도덕이다. 두 사상 모두 극단적으로 치닫은 상황에 놓였을 때 보편적인 도덕선에 어긋나게 되고 인권이 무시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많은 예시들 가운데에는 어떤 원칙으로 인해 인권과 보편적 도덕을 해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핞고 비교적 가벼운 상황이 있다. 그리고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의 무거운 상황이다.
어느날 그 유명한 축구선수 손흥민이 단지 심경의 변화로 은퇴를 한다고 해보자. 그를 좋아하던 세계 팬들은 슬플 것이다. 행복과 고통 사이에서 놓고 보자면 고통에 가까운 것이다. 만약 이 때 공리주의로 따진다면 다수가 고통을 느끼게 되니 국가가 개입해서 손흥민 선수를 은퇴하지 않도록 막아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식적으로 그 정도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선 손흥민 선수의 권리 대로 자유롭게 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듯 가벼운 상황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 장기매매 같은 인권과 도덕을 해치는 듯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에게 이러한 자유가 용인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세상에 올바르기만한 공동체는 없다. 다수의 의견이 꼭 옳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수를 정의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세상에 온전한 자유는 없다. 주변과 그물망같은 연대를 형성하며 사는 인간이 어떻게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만 움직일 수 있겠는가. 자유 또한 정의로 정의될 수 없다.
이와 같이 보면 나는 인권과 도덕에 대한 최소한의 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각기 생각하는 인권과 도덕에 대한 토론과 나름의 정립도 필요하고 이에 관해 종교와 가치관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새삼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정의와 도덕같은 가치관의 중요성을 느낀다. 그 어떠한 사회의 문제들도 가치관 없이는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