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만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어.
여행가는 것.
명절 연휴가 길거나 짧거나, 종가집인 우리 가족은 제사와 손님맞이 때문에,
명절에 집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야.
물론 고향을 찾아 가는 사람들도 오가는 길이 엄청 고생이겠지만...,
난 명절을 전후로 준비와 뒤치다꺼리로 온통 연휴를 우울하게 보냈지.
연휴를 맞아 여행가는 사람들을 뉴스에서 보면,
근본도 없는 것들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컸는데...
드디어 이번 설에 나도 그 대열에 끼었다네.ㅎㅎ
몇 년 전부터 명절이 되어도 집안 어른들이 연로하셔서 한 분 두 분 제사에 못 오시더라고.
그러더니 이번엔 아무도... 캬~ 기회다싶어서 친척들에게 알리지 않고 신정을 지냈지 ㅎ
고루한 어른들이 아시면 대노할 일이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머.
이 나이에..배짱이닷!
명절 전 날, 통쾌하게 집을 떠났다~~
토요일 오후, 안면도로 고고싱~
우리가 묵은 곳은 연육교 가기 전에 있는 곰섬이 보이는 “곰섬파라다이스펜션”
그 곳은 전에 살던 아파트 이웃이 고향으로 내려가 터를 닦아 만든 곳으로,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두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서로 얼싸 안고 회포를 풀었지..ㅎㅎ
저녁은 주인장의 소개로 안면도 백사장항에 있는 황해횟집에서 푸짐하게 먹고,
다음날 아침과 점심은 그 마을에서 잡은 한우를 우려낸 떡국과 갯벌에서 채취한 해산물로 가득한
진수성찬을 대접 받았다~
집에서 떠날 때 챙긴 먹거리라고는 고작 냉장고에 오랫동안 누워있던 호빵 3개와 사과 2개.
식구들이 야유했지만 이것저것 챙기기가 귀찮아서 가볍게 떠났지...
하지만 옛 친구의 따뜻한 환대와 뛰어난 음식솜씨 덕분에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민폐작렬 ㅎㅎ
우리아이들은 태어나서 지낸 명절 중에 이번 설이 가장 즐거웠단다.
마치 고향에 다녀온 것 같다고^^
아이들 말에 공감한다.
매번 명절마다 그려지는, 점잖은 하얀 노인들과 기름 냄새에 쩔은 엄마의 피곤한 모습이
결코 즐거운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ㅎㅎㅎ배짱으로 살아보기..그거 괜찮더라구 ㅎㅎㅎ
펜션입구에서
황해횟집의 푸짐한 음식
곰섬파라다이스펜션-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 카페도 있음^^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즐거운 한 판
신이 난 아이들의 공중부양 ㅋ
기지포해수욕장
첫댓글 럭셔리한 설명절을 보냈구만..그동안의 노고가 많았으니 쪼깨 보상을 받을때도 됐지머..난 마침 형수님이 다리 골절상을 입어 부모님을 집으로 모시지도 못하고 복지센터에서 잠깐 뵙고 눈물먹은 이별을 고했는데..
애들만 갔나?
사진 찍는건 좋아하는데 찍히는건 싫어서...모습보면 슬프거덩
멋진 바닷가네^^ 덕분에 우리도 즐거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