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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누구나 쓸 수 있다>
오봉옥 (시인)
제3강 리듬의 이해
▲ 리듬의 이해
① 리듬은 소리의 주기적인 교체에 의하여 일어나는 율동적인 현상이다.
예>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 쏴아 쏴아
공장의 기계소리 - 윙 윙
시계 소리 - 똑딱똑딱
기차소리 - 칙칙폭폭 칙칙폭폭
발걸음 - 뚜벅뚜벅(남자의 큰걸음), 터벅터벅(지칠 때), 살금살금(조용히 다가갈 때), 사푼사푼(경쾌한 발걸음)
→ 장면과 인물에 따라 모두 다른 리듬을 표현함.
② 시란 언어의 율동적 표현이다.
누구나 시를 쓰면서 리듬을 고민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는 가락을 잘 타면서도 시적 밀도 가 높은 시이다.
③ 자유시는 정형률이 아니라 내재율이 중요하다.
정형률은 ‘일정하게 정해진 틀’
내재율은 ‘일정한 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리듬을 만드는 것’
근대는 복잡한 사회, 인간들의 생활환경이 급속도로 변한 사회이다. 복잡한 사회, 인간 개개인의 개성적 요구가 그만큼 커진 사회에서 정형률은 맞지 않다. 내재율은 거기서 생긴다. 자유로운 형식에 의해서 쓰이는 것이 서정시이기 때문이다. 내재율은 자유분방한 정신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설명이 간단치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내재율 역시 ‘일정한 가락을 타고 흐르는 것’ 인만큼 ‘운율을 이루는 요소’ 들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④ 운율은 ‘운’은 위치의 반복
‘운’이란 ‘위치의 반복’이다. 다시 말해 자음, 모음의 규칙적 반복에 의해 생기는 음악적 효과로 같은 소리 또는 비슷한 소리의 반복을 그 기본형태로 하는 것을 말한다.
예1>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김수영 <풀> 중에서
→ 앞의 ‘두운’ <바>가 반복됨으로써 리듬감을 형성한다. 의도적으로 두운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작품이다.
예2>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 <풀> 중에서
→ 여기서 ‘ㄴ다’가 운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시에서는 압운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압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운이다. 각운으로 인해 주술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3> 주강의 물위에 꽃배 띄우고/ 백운산 령길에 꽃마차 달려/ 광주의 거리에 꽃물결 밀려드네/ 광동아가씨는 꽃을 파네.
→ 여기서 ‘꽃’이 매시행의 중간에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운이다.
*특정 음운(특정 자음이나 특정 모음의 반복을 통한 운율감 형성) 반복 하는 경우
예> 바다 벼랑의 벚꽃놀이
→ 여기서 ‘ㅂ'이 어두에 반복됨으로써 운율을 이룬다.
*특정 음절이 반복되는 경우
예> 산은/ 구강산/ 보랏빛 석산
→ 여기선 ‘산’이라는 음절이 반복됨으로써 운율을 이룬다.
*특정 단어가 반복되는 경우
예>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김소월 <왕십리> 중에서
→ ‘오다’라는 특정 단어의 반복
⑤ 운율에서 ‘율’은 <거리의 반복>을 일컫는다.
‘율격’은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을 규칙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발생하는 음악적 효과를 가리킨다. 고저율(음성의 높고 낮음-한시), 강약율(음성의 강세-영시), 장단율(음성의 길고 짧음-프랑스), 음수율, 음보율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한국시의 율격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것은 음수율과 음보율이다.
▲ 현대시에 적용된 운율
일정한 음절수가 반복됨으로써 운율을 살려내는 현대시
예>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김소월 <개여울의 노래> 중에서
→ 7. 5조로 되어 있다.
일정한 음보가 반복됨으로써 운율을 살려내는 현대시
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전문
→ 3음보의 반복으로 이루어짐.
⑥ 동일 통사구조의 반복에 의한 운율의 형성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 배치함으로써 운율적 효과를 노리는 방법
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윤동주 <별헤는 밤> 중에서
⑦ 동일 시행이나 연의 반복에 의한 운율의 형성
예> 동일 시행의 반복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1902-1950) <향수> 중에서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의 후렴구가 매 연 마지막 행에서 반복된다.
예> 동일한 연이 반복되는 경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전문
⑧ 의성어, 의태어를 잘 살려 운율감을 형성하는 경우
예1>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박두진, <묘지송>에서
예2> 층암 절벽상의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 드리운 듯 이 골 물이 수루루루룩, 저 골 물이 솰솰, -<유산가> 중에서
▲ 마무리
한국의 근현대문학사를 보면 이야기 시 중심으로 흘러온 감이 있다. 백석, 고은, 이시형, 서정주 등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이야기시라고 하더라도, 또는 산문시라고 하더라도 뛰어난 작품은 모두 잘 읽힌다는 사실, 운율감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리듬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리듬은 ‘차단을 통한 역동성‘ 이라는 가르침도 배워야 할 것이다.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스스로의 리듬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 과제
다음은 김지하의 시 <무화과> 이다.
㉠ 의미론적으로 분절하여 원작과 비교해 보시오.
㉡ 음악적으로 분절할 때 몇 박자인지 밝히시오.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이봐
내겐 꽃시절이 없었어
꽃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울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김지하 <무화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