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화요일 종일 비 내리고, 어제 하루 반짝이더니 오늘 또 날이 심상찮네요.
이곳에 와서도 저는 남은 밥, 음식찌꺼기, 과일 껍질 알뜰살뜰 모아 닭에게 주고 있습니다.
수탉은 역시 멋집니다.
음식찌꺼기를 뿌려주면, 암탉들이 달겨들고 수탉은 느긋이 그 광경을 쳐다보지요.
그리고 암탉들이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그때 '나도 한번 먹어볼까?'하면서 콕콕 땅바닥을 찍습니다.
그러니 이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구름이 낮게 깔렸으나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아 황급히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논둑길에서 발견한 민들레.
두 송이가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고, 이미 진 것도 두 송이가 있어요.
참 신기한 남쪽지방입니다.
북쪽 지방에서는 절대로, 결코 볼 수 없는 광경.
글을 낳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인가로 내려가는 시멘트 길.
발자국이 찍혀 있어 그게 늘 신기했어요.
누구 발자국일까.
아마도 시멘트가 굳기도 전에 고라니(?)가 겅중겅중 뛰어다닌 듯해요.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발바닥에 시멘트 붙어 고생 좀 했을 듯.ㅋㅋ
원래 목적지였던 저수지까지는 못 가고, 중간에 돌아와야했어요.
빗방울이 투둑투둑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더라구요.
이러다 비 흠뻑 맞겠다 싶어 서둘러 돌아왔지요.
그래도 늘쩡늘쩡 한 시간은 걸어서 흐뭇했답니다.
오전 9시, 옆방 시인과 아침식사- 오늘의 메뉴는 두 가지 다 이름 모르는 반찬.
한 가지는 다시마, 팽이버섯, 각종 야채가 들어간 국 비스름한 것- 사모님 말로는 팽이버섯은 폐와 기관지에 좋은 음식이랍니다.
또 한가지는 콩나물과 삼겹살을 볶은 듯한 반찬 - 저는 한 번도 이렇게 해 먹어본 적이 없어 무척 낯설었지만 맛은 꽤 있더라구요.
밑반찬과 기본 반찬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오늘은 이렇게 두 가지만 준비했다고 하시면서
내일은 제가 좋아하는 가지나물을 해주신다고...ㅋㅋ
매일매일 행복한 밥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11시경, 옆방 시인과 촌장님 그리고 강용준 소설가는 순천 작가 만나러 간다고 하네요.
옆방 시인이 11월에 시집을 내고, 아마도 근방에서 만나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쳐 바쁜 듯했어요.
함께 가지 않겠냐고 하는데, 저는 아직 친하지도 않고 더군다가 순천 작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 거절했지요.
그냥 조용히, 책 읽고
옆방시인 없는 틈 타 언제부터 보려고 했던 영화 '화이트 크로우'도 좀 보고(다른 사람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없을 때는 요때다 하고 영화를 좀 보려고요.) 이 영화는 발레 영화인데 끝내 다 보지 못해서 내일 마저 보려고 합니다.
내일 옆방 시인은 곡성역에서 기차 타고 어딘가를 간다고 저보고 새벽 6시 30분에 곡성역까지 태워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마고 했지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어요?
내일 떠나면 아마도 다음 주 목요일쯤 돌아올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는 다음 주 목요일까지 혼자 있다가 금요일 새벽 인천으로 쌩 달려가야지요.
혼자 점심 먹고 나서
입주 작가들이 좋다고 적극 추천한 인근 무월마을에 가보기로 했어요.
비는 오고 있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슬슬 구경하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았지요.
글을 낳는 집은 대덕면 용대리,
무월마을은 대덕면 금산리...바로 옆동네.
아무도 없는 것 보이시죠?
하긴 비오는 날 누가 여길 구경하러 오겠어요?
아마도 꽤 유명한 관광지가 된 듯해요.
창평면 슬로시티처럼 이곳도 비슷한 마을이지 싶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 보이는 400년된 느티나무와 정자(무월정)
산기슭에 위치한 이 마을을 느긋하게 이 골목 저 골목 다니기 시작했어요.
여기도 돌담이 아주 예쁘네요.
창평 슬로시티와는 조금 다른 돌담이에요. 돌도 다르고 쌓은 모습도 좀 다르고.
돌과 함께 오래도록 버티어온 나무의 모습이 장하게 느껴집니다.
돌다보니 처음 그 자리로 왔네요.ㅋ
이번에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돌담만 계속....
민박집도 꽤 있더라구요.
이곳도 새로 기와(진짜 기와는 아님)도 올리고, 새단장한 집이 꽤 많았어요.
돌을 어찌 저렇게 예술적으로 쌓았을까요?
중뜸샘에 도착.
그 옛날, 이곳에서 사람들이 물을 뜨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눴겠지요.
가장 시끄러웠을 것 같은 곳.
지금은 이 물을 어떤 용도로 쓰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설명표지판에는 그런 얘기가 안 나와 있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조선시대부터 있었다는 정미소.
실제로 작동이 되어서 신기했어요.
쿵덕쿵덕, 곡식 찧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요?
골목골목 모두 다른 돌담, 모두 다른 집들.
꽃 피고 신록 우거졌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언덕에서 바라본 건너편 산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 들판.
이 집은 대문도 특색있고
안 텃밭도 정갈하게 꾸며 놓아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어요.
아직도 피어 있는 꽃이 있어 기쁨을 주네요.
한바퀴 쭉 돌아보고 무월정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부탁해볼 텐데....ㅋㅋ
안작가는 혼자 놀기의 달인!
신나게 구경하고 돌아와 역사동화 '울음으로 길 밝히는 곡비' 마저 읽고.
- 곡비 얘기로 시작해서 중간 중간 곡비가 되기 싫었던 주인공 은실이 얘기는 나오지만 손탁호텔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제목이 좀 안 어울리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했습니다. 어쨌든 독특한 주제(곡비)로 쓰신 작가님의 애씀이 그대로 느껴지는 역사동화였네요. 초등고학년용이라는데, 저는 역사청소년소설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역사청소년소설 '수를 놓는 소년'을 펼쳤어요.
이 책을 쓴 작가는 본업이 화가인데 이 소설을 썼다는 게 놀라울 따름.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흥미진진하네요.
오늘까지 쓰려고 했던 수학동화 시놉은.....
오늘 다 못할 듯.
시놉을 자세히 짜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네요.
아, 시간은 많고 할일은 없으니 이번 주까지 해보렵니다.
화이팅!
첫댓글 돌담 멋집니다. 참 거기 머무는 비용은 어떻게 되는가요?
선생님, 이곳은 한달에서 석달까지 머물 수 있고 비용은 무료입니다.
@바람숲 나라에서 지원해주는군요. 좋은 곳입니다
@凡草 선생님도 안 바쁘신 시간 이용하여 오셔요.
닭들에게 최고십니다. 옆방 시인에게도요. 선물선생님 덕분에 구경 잘 합니다^^
봄여름이었으면 꽃구경 실컷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습니다. 사모님께서 김미혜작가가 좋아하는 꽃이에요. 하시면서 참꽃마리 흔적을 보여주시더군요. 그럴 때 정말 아쉬워요. 사모님이 엄청 애정하시는 등심붓꽃도 직접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어폰 안 가져가셨어요?
다음 영화는 <미샤와 늑대들>이라는 다큐 영화 보세요. ^^
이어폰 끼는 걸 싫어해서요. 이제 일주일동안 맘 놓고 볼 수 있어요. 추천해쥬신 영화 얼른 좌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