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스타케미칼에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80일째 고공농성 중인 차광호 씨와 10명의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고공농성 277일째를 맞는 2월 27일 오후 7시 구미 스타케미칼 공장 앞에서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주관으로 봉헌된 미사에는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를 비롯한 신자들과 시민사회단체 60여 명이 참여했다.
해복투 홍기탁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회사가 매각된 뒤, 비정규직을 포함한 250여 명의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퇴직금이 아닌 위로금 800만 원, 1000만 원을 받고 공장을 나가야 했다”면서, 고용승계에 대한 스타플렉스 김세권 회장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은 한진중공업 김진숙 위원 309일 투쟁인데, 차광호 씨가 그 기록을 깨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면서, “3월 22일이면 고공농성 300일을 맞는다. 그 전에 어떻게든 싸움에서 이기고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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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7일 스타케미칼 해고자 복직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이 미사는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주관했으며, 대구대교구 정평위 등 신자와 시민 60여 명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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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호 씨는 현재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혼자 있기 때문에 언어 구사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협심증을 앓고 있다.
이날 전화통화를 통해 미사 참석자들은 차광호 씨와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차광호 씨는 “미사를 함께 드리면서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절실히 느꼈다”면서, “굴뚝 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장을 삶의 터전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 20여 년 동료들을 자본에 의해 잃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고 이겨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세상은 거칠고 매정하고 변할 것 같지 않아 절망하지만, 우리 옆에 있는 소중한 당신이 있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나눕시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이날 미사 참석자들은 45미터 하늘에 떠 있는 차광호 씨와 10명의 해고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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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합니다." 미사 참석자들이 굴뚝 위 차광호 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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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을 맡은 성 베네딕토회 왜관 수도회 인영균 신부(클레멘스)는 “우리의 관심사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면서, 하느님의 선한 의지, 하느님의 공정과 생명이 아닌 물질주의에 혈안이 된 세태를 꼬집었다.
인 신부는 “하느님의 의로움은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할 때, 우리를 통해서 실현된다”면서, “연대는 관심과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며, 아무도 듣지 않는 외침을 우리가 먼저 듣는 것이며, 마침내 기도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케미칼 해복투 박준호 씨는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자리를 찾아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면서, 미사를 통해 큰 원동력을 얻었다고 감사했다. 그는 11월 19일부터 서울 목동 본사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전국에서 더 힘겹게 싸우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미사 주례를 맡은 황동환 신부(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뒤늦게 오게 돼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면서, “오늘 미사를 시작으로 싸움이 끝날 때까지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 해고자들이 회사의 매각, 해고에 맞서 싸워 온 것은 꼬박 10년째다. 2005년부터 5년 간 분할매각에 반대하는 싸움을 이어오던 중, 2010년 한국합섬이 파산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스타플렉스에 회사를 매각했다.
회사를 인수한 스타플렉스는 2011년 3월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1년 8개월여 만인 2013년 1월 폐업을 선언하고 노동자들 250여 명을 해고했으며, ‘노조원 고용 승계 거부’ 입장을 밝혔다.
스타케미칼 노조 측은 스타플렉스가 당시 600여 억 원의 가치였던 한국합섬을 339억 원이라는 헐값에 인수하면서도 해고자들의 퇴직금과 체불임금 330억 원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으며, 인수 당시 합의안에 따라 공장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함에도 일부 라인만 가동하다가 손익분기점 예상 시점인 2013년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말부터 스타케미칼 사측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2013년 2월 정규직 조합원 168명 중 121명이 권고사직으로 퇴직했으며, 남은 노조 집행간부와 대의원 28명이 ‘스타케미칼 지회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서울 목동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시작했다.
2014년 5월 26일 사측이 ‘청산, 매각관련 합의서’에 따라 구미 공장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5월 27일 해복투 차광호 대표가 무기한 굴뚝 공동농성에 들어갔다. 현재 스타케미칼 해복투는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에 “분할매각 중단과 공장 정상화, 해고자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서울 목동 사무소와 구미 공장 고공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한편,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 말고는 고용문제에 대해 더 이상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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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27일, 해고자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한 차광호 씨는 2월 27일 277일째 굴뚝에 올라 있다. 그는 고공농성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장을 삶의 터전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며 사람들을 향해 불빛으로 화답했다. ⓒ정현진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