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아주 가늘게 내리던 눈이 점심 때가 지나자 아주 굵어졌습니다.
수학동화 시놉을 완성하고 나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입주작가 송기역 시인이 운영하는 광주 기역책방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갖고온 책 다섯 권을 모두 읽은 터라 마침 읽을 책도 필요하였고요.
광주시 동구 백서로 179, 2층
작은서점, 카페, 갤러리.
마침, 바느질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이번 전시는 4대강 사업 수몰지인 내성천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지율스님이 지난 13년 동안 수놓은 바느질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
이 작품들엔 도롱뇽, 흰수마자, 먹황새, 수달 등 내성천을 터전으로 살아온 여러 생명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또한 작품들엔 '힘내라 내성천' '댐보다 습지를' '반갑다, 제비야' 등 지율스님과 '내성천의 친구들'이 시기별로 외친 목소리가 담겨 있더라구요. 놀라운 것은 작품의 재료입니다. 저고리 치마 이불 등으로 누군가 쓰고 남긴 것들, 주로 내성천의 수몰된 마을에서 구한 것들을 이용해 만들었고, 이 작품들은 때로는 현수막의 구실로 한다고 해요.
아래 글은 바느질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정연두가 쓴 전시 서문입니다.
책방 주인장 - 송기역 시인
작지만 아름다운 서점이었어요.
이곳에서 북콘서트도 하고, 전시회도 하고, 낭독회도 하고...
한쪽의 자그마한 카페.
저는 요 공간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역책방에서 고른 두 권의 책.
책을 고르고 있는데 뜻밖의 전화가 왔습니다.
홍종의 작가가 전남 섬지역에서 강의를 마치고 올라가던 중, 글을 낳는 집에 들렀다는 거예요.
홍작가는 지난 3월, 그리고 10월에 글을 낳는 집에 머물면서 무려 5편의 동화를 완성했답니다.
저처럼 돌아다니지도 않고 방에 콕 박혀 글만 썼다는군요. 너무나 즐겁게.
참 부러운 일이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요?
하여....
송기역 작가와 촌장님, 홍작가, 저 이렇게 넷이서 만나기로 했고
창평 슬로시티 한옥카페 매화나무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슬로시티를 또한번 오게 되었네요.
매화나무집은 신기하게 지난번 슬로시티 왔을 때
지나가면서 요 창문으로 사진을 찍었던 집.
여긴 우리가 앉은 탁자 바로 밑- 그곳은 바로 우물이었어요.
우물을 그대로 살려놓고 그 위에 탁자를 놓은 것.
홍작가가 동심우물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는군요.
서비스로 나온 고구마와 오란다- 오란다는 이곳 매화나무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해요.
홍작가는 만나자마자, 엿치기를 해야 한다면서...
창평은 엿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1차전 - 촌장님 탈락(맨 오른쪽)
판정이 어렵다 하여 2차전!
다시 엿 하나를 선택하여 반으로뚝 자르니...
이번에는 확실한가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ㅋㅋ
우선 각자 1만원을 내고 엿치기를 합니다. 촌장님은 1차에서 떨어지고, 우리 셋이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다시 2차전....
2차전에서는 제가 이겼답니다.
각자 낸 돈 4만원에서 계산을 하고,
카페 사장님에게 팁 1만원을 주고(카페 사장님이 엿을 준비해 주셨고, 오란다와 찐 고구마도 서비스로 주셨다는군요.)
1만 1500원이 남았는데 그 남은 돈은 1등한 사람이 갖는다는 거예요. 저...엿치기 잘해서 오늘 1만 1500원 벌었습니다. ㅋㅋ
만난 기념으로
카페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사진을 찍고 난 후, 저는 카페 이곳저곳을 구경해보기로 했어요.
이곳은 민박도 하는데 다른 곳보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는군요.
혹시 모르죠. 이곳에 와서 묵게 될지....그래서 자세히 보아두기로 했지요.
4인실 2개, 2인실 2개가 있다네요.
저는 요 물이 콸콸 나오는 펌프가 마음에 들었어요.
눈 내리는 창밖을 보니 아늑하고 참 좋네요.
이제 헤어져야할 시간
홍작가와 함께
홍작가, 촌장님과도 찰칵!
오늘의 만남이 두고두고 추억이 되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눈 오는 날, 뜻밖의 반가운 만남, 그것도 타지에서....
카페 사장님과도 한 장!
카페가 너무 마음에 들어 다음에 또 올 것 같습니다. 아니, 또 오고 싶습니다.
아이고, 어째 둘 다 눈을 감았을꼬. 그래도 기념이니까 남겨두렵니다.ㅋ
소복히 쌓인 눈.
홍종의 작가는 서울로 올라가고,
송기역 작가도 자기 집으로 가고,
저는 촌장님을 모시고 글을 낳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촌장님 왈, 한 달 가지고는 부족하니 혹시 더 있고 싶으면 내년 1월~2월까지 있으라고 하시는데...
1월에는 6일살이 선약이 되어 있으니...ㅠㅠ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격년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만약 오고 싶다면 2025년이 되겠습니다.)
돌아오니, 안주인이 준비해주신 가래떡과 조청이 똬악~~!
으악, 기분 좋다.
내일은 콕 박혀 수학동화 시놉 다시 손보고....
다음 주에는 어쨌든가 수학동화 마무리를 할 참입니다.(계획대로 될 지는 모르겠으나...ㅋㅋ)
첫댓글 바느질 작품이 멋지네요. 홍작가를 여기서 보니 반갑습니다!
책 사러 갔다가 좋은 작품 보고 왔습니다. 홍작가와의 깜짝만남으로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답니다^^
날마다 특별코스예요. 여유로운 시간이 좋아 보입니다~^^
샘이 오셨을 때는 자연이 더 아름다웠겠죠. 꽃들도 많이 있고.
꽃은 없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재밌게 보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홍작가는 방콕하면서 글만 썼다는데, 저는 왜 그게 안 될까요?
역시 차가 있어 활동반경이 넓습니다.
차가 있고 없고 생각의 범위도 달라지겠어요.
저는 콕 박혀 있는 게 답답하고 어렵네요.ㅋ
자수 멋지고 찡합니다
수를 놓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눈물이 떨어져 수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예, 그래서 더 찡했어요. 판매도 한다더라구요.
송기역작가는 아주 오래전에 잠깐 만났었는데. 날마다 즐거운 인연을 만드시네요^^
아, 그렇군요, 샘!
여기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