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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먹빛으로 물든 하늘과, 망해(亡骸)로 덮인 붉은 언덕.
무겁게 자욱이 낀 구름은 떠나며, 싸움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이 광경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본 광경이다.
이건 세이버가 경험한 전장 중 하나.
항상 이겼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제 당연해진 전쟁터의 풍경이다.
이 뒤, 그녀는 성에 돌아가,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갈채를 받고, 다음 싸움에 대비하는 것이겠지.
이것은 일상이다.
그녀가 달려온 12번의 대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승리의 여운도 없고, 그저 태연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거겠지, 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틀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꿈이 아니라.
이제 바꿀 수가 없는, 차가운 가 틀림없다.
바위에 꽂힌 검을 뽑았을 때부터, 그녀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를 대신해 영주가 된 뒤, 많은 기사들을 거느린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아서 왕이라고도 알트리아라고도 불리며, 기사를 목표로 하고 있던 소녀는, 그 인생이 일변했다.
———아니.
남에 의해서 끝나게 됐다, 라는 표현 쪽이 옳았던 것이다.
아직 어린 티를 남기고 있던 소녀는 그 순간에 사라지고, 기사왕으로서만, 존재를 용납된 것이니까.
그녀는 왕의 아들로서 행동했다.
많은 영토를 다스리고, 기사들을 이끄는 몸은 남자가 아니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왕이 소녀라고 아는 자는, 그녀의 아버지와 마술사 밖에 없었다.
그녀는 문자 그대로 철로 자신을 감싸고, 생애, 그 사실을 봉인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인간이, 그 정체를 끝까지 속여온 것이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고뇌가 있었는가 따위, 멀리서 보고 있는 자신은 알 수도 없다.
……시간이 흘러간다.
그녀가 왕으로서 있었던 10년간의 기억이겠지.
그 안에서 공통되는 것은 하나뿐.
왕좌에 있을 때도,
별것 아닌 통로에서도,
전장에 있어서조차,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인간 따위 없었다.
기사들이 각각 무용을 이야기하는 화려한 원탁에서조차, 왕이 나타난 순간에 침묵으로 변해 있었다.
즉 그런 것이다.
그녀는 단지, 우상으로서 용인되었을 뿐이었다.
많은 기사들은 소년의 모습인 알트리아를 비하하고, 자신의 검을 맡기는 것을 쾌히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뽑지 못했던 성검을 뽑은 이상, 형식뿐일지라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그 굴욕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검을 뽑았다고는 해도, 어차피 어린애.
의 보좌가 있다고는 해도, 곧 실태를 드러낼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성검을 빼앗아, 다시 한 번 왕의 선정을 하면 된다———
그것이 많은 기사들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막 성인이 되었을 뿐인 기사는, 흠 잡을 데 없는 왕이었던 것이다.
서로 다투고 있던 영주들을 한데 모아, 즉시 침공해오는 이민족을 격퇴했다.
물론, 그것은 성검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성검은 왕을 지키는 것만을 위한 것.
나라를 지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왕의 힘에 의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항상 결과로 기사들을 억눌러 왔다.
성검의 수호는 적의 검에 대해서만 있을 뿐.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문자 그대로 분골쇄신, 누구나가 이상으로 꿈꾸는 왕으로 계속 존재했다.
그렇게 되면 기사들도 진심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계속 소년인 채인 왕에의 불만을, 완벽하다면 어쩔 수 없다고 눌렀다.
그녀가 목표한 것은 이상의 왕.
그들이 지지하는 조건도 이상의 왕.
———거기에, 인간으로서의 알트리아 따위 없었다.
왕으로 운명 지어진 소녀.
성검을 뽑고, 그 때부터 나이를 먹지 않고, 12번의 대전을 이겨낸 위대한 기사.
완벽하면 할수록 경원 당하고,
오래 계속하면 계속할수록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왕.
———그것이, 그녀의 정체였다.
그래도 그녀는 잘 했다.
아니, 지나치게 잘 했다.
효율 좋게 적을 , 싸움에 희생되는 백성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어떠한 싸움이든, 그것이 싸움이라면 희생은 나온다.
그렇다면 미리 희생을 치르고 군비를 갖춰서, 군더더기 없이 적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싸우기 전에 마을 하나를 말라 죽게 해서, 군비를 갖추고, 이민족에게 영토가 황폐해지기 전에 이를 쳐, 열 마을을 지킨다.
그것이 왕으로서 그녀가 낸 결론이며, 사실, 당시에 있어서 그것은 최선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불만이었겠지.
그들에게 있어서 죽어도 좋은 것은 이민족뿐이며, 싸움에서는 희생 따위 내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상도(常道)다.
싸우기 전부터 자신의 영토를 포기할 필요 따위 없다.
자신들은 승리할 것이니 희생 따위 내지 않는다.
희생 따위 내지 않으니, 왕의 행위는 그저 기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그들의 이상론이었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기사들은 작은 마을 따위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유린당해도 당연하며, 그들이 지킬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으니까.
기사들은, 적에게 멸망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자신들이 말라 죽게 하는 것은 대죄라고 한다.
물론, 그런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왕에게 그러한 사사로운 정은 끼어들 수 없다.
그녀는 사사로운 정을 억누르고 결단을 내리고, 그들은 사사로운 정을 누르고 따른다.
그렇게 희생을 치르고, 연승을 계속해가는 동안에 나라는 안정됐다.
그 대가는 왕에의 반역이었다.
“아서 왕은,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라고.
어떤 기사는 그렇게 남기고, 왕성에서 떠나갔다.
……이상한 이야기다.
누구도 사람으로 있기를 바라지 않았는데, 사람으로서의 감정이 없으면 반감을 가졌으니까.
전란의 시대는 계속된다.
전부터 왕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던 기사들은, 그 기사가 떠난 것에 의해, 더욱 반감을 강하게 품어 갔다.
온갖 외적과 자국의 문제를 밀어 붙여, 그녀를 궁지에 몰아간 것이다.
파탄이 일어날 것은 뻔했다.
계속 쌓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죽음.
모든 문제를 해결해 봐야, 그 끝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겠지.
하지만, 그건 왕에게는 관계없는 사소한 일이다.
멀리함을 당하고, 두려움 받고, 배신 당해도,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진작에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 검을 손에 쥐려고 결의했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의 감정 따위 버렸던 것이다.
———이미 몇 년이나 옛날이 된 광경.
전국의 기사들이 모여서, 바위에 꽂힌 검을 뽑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한 사람도 뽑을 수 있었던 자는 없었고, 기사들은 마상전 실력을 겨뤄, 가장 뛰어난 자를 왕으로 하자고 기를 쓰고 있었다.
기사들은 우르르 투기장으로 향하고, 밖에 있었던 바위에 꽂힌 검 따위 잊고 있었다.
……그것은, 밖에서 축제를 보고 있는 감각과 비슷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용맹한 기병의 소리.
기사들의 소란은 멀고, 바위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그걸 앞에 두고,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느 새, 뒤에는 낯선 마술사가 서 있었다.
「그걸 손에 잡기 전에,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게 좋아」
나쁜 소리는 안 할 테니 그만 둬라, 라고 그는 말하고.
「일단 그것을 손에 들면, 너는 인간이 아니게 돼」
손에 들면 온갖 사람에게 원망 받고,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하튼, 마술사는 잘 보여줬던 것이다.
그 검을 잡으면, 그녀가 어떠한 최후를 맞이하는가 라는 것을.
「———아니오」
하지만, 그것이 소녀를 결의하게 했다.
자신의 미래를 보고도, 힘있게 끄덕였다.
괜찮은 거니, 하고 마술사는 추궁한다.
「———많은 사람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검에 손을 댄다.
마술사는 곤란한 듯이 얼굴을 돌리고,
「기적에는 대가가 필요해. 너는, 그 가장 소중한 것을 대가로 바치게 되겠지」
그렇게, 예언 같은 말을 남겼다.
그렇다.
소녀는 그저, 모두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라는 감정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는, 왕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 따위 불가능하니까.
그걸 잘 알고서 검을 뽑았다.
그걸 잘 알고서, 왕으로서 산다고 맹세한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멀리함을 당하고, 두려움을 받고, 배신 당한다 해도,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으로서의 마음은 버렸다.
어린 소녀는 그걸 대가로, 지키는 것을 바란 것이니까.
그 고상한 맹세를, 누가 알리오.
——————싸운다고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설령, 그 앞에,
——————그래도, 싸운다고 결심한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고독한 파멸이 기다리고 있어도.
그 끝이, 이것이었다.
캄란의 싸움.
아서 왕이 원정에 나선 뒤, 한 기사가 왕위를 찬탈하고, 그녀의 나라는 둘로 나뉘어 죽고 죽였다.
전설에서는 이 싸움에서, 기사도 기사도도, 모든 것이 전쟁에서 깨끗이 사라졌다고 한다.
과거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기사를 전부 베어 죽이고, 자신이 지켜왔던 토지에 공격해 들어갔다.
겨우 자신을 따라 준 기사들도 죽고, 자신의 몸도, 상처 입어 움직이지 않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가슴에 있는 것은 왕으로서의 긍지뿐.
그녀는, 이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얻는 것이 있다고 믿었기에, 단 한 점의 더러움도 없이 계속 달려왔던 것이다.
그러니 후회 따위 하지 않는다.
아쉬움이 있다고 하면, 그건 이, 황폐해진 나라의 모습뿐이었다.
문득 시선을 든다.
이 언덕에서라면, 멀리 떨어진 성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있는 것은 전장의 흔적과 깊은 숲, 그리고, 돌아가야 할 호수가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
달려 지나갈 뿐이었던 언덕은, 이제 와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깨의 힘이 빠진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소녀는 성검에서 손가락을 놓았다.
———그것으로 끝났다.
이 꿈이 여기서 끝나는 건 당연했다.
그녀의 기억에서는, 이 뒤 따위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건 이미 바꿀 수 없는 하나의 결말.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원망 받고, 배신 당하고.
나라보다도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도 알려지지 않고, 무자비한 왕으로 계속 있으면서.
보답 받는 일도 없고, 이해 받는 일도 없이.
고립되고, 계속 배신 당해온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는, 붉게 물든 검의 언덕————
빗소리에 눈이 뜨였다.
「……아침이 돼 있군」
흔들흔들 흔들리는 머리를 안고, 몸을 일으킨다.
시계는 6시 좀 전.
밖에서 들어오는 빗소리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가랑비는 아니지만 퍼붓지도 않는, 흔히 있는 비인 듯 하다.
「윽……!」
갑작스러운 두통에 이를 갈았다.
그것도 한 순간만이다.
아픔도, 뇌리에 떠오른 광경도, 그렇게 오래는 남지 않는다.
그래도 의식을 깨우는 데에는, 지금 그 광경은 너무나도 충분하다.
「……지금 그, 꿈은————」
아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
그건 세이버의 과거다.
먼 옛날에 일어나서, 이제 바꿀 수도 없는, 그 녀석의 인생의 전말이었다.
「————————」
어느 새, 어금니를 악물고 있었다.
으드득 하는 소리.
어째서인지 괜히 열 받아 있다.
이대로 이가 부서져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를 악물고, 날뛰고 싶은 감정을 억누른다.
「———제길. 뭐야, 그거」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 녀석의 과거도, 그걸 아무렇지도 생각하지 않는 그 녀석에게도, 지금까지 아무 것도 아닌 꿈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었던 자신에게도.
「……………………윽」
마음에 안 든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음에 안 든다.
……싫다.
그런 건, 싫다.
그건 누가 봐도 부당한 인생이었다.
그런 건 잘못돼 있다.
바란 것은 타인에 대한 것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따위, 그 녀석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저렇게나 노력했는데, 마지막까지 이해 받지 못했다니, 그런 건 열 받는다.
그런 건, 너무나도 보답 받지 못했지 않은가———
「————————」
……그렇다.
누구보다도 노력했다면, 누구보다도 보답 받지 못하면 그건 잘못이다.
그 녀석은, 똑바로———자신이 한 일의 보수를, 당연히 받지 않으면 안 된다.
「————————」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와서,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잘 했다, 라고 말을 하면 되는 건가.
너는 훌륭했다고 칭찬해주라는 건가.
설마.
그런 간단한 말로, 메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어. 답 같은 건 하나 뿐이야」
……그렇다.
그녀가 보답 받는다고 한다면, 그 인생을 청산시키는 것뿐 아닌가.
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는, 과거 싸워온 만큼, 그만큼 행복해지지 않으면 잘못이다.
「—————하지만, 그래서 뭘」
사고는 거기서 정지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다니, 그런 방법은 알지 못한다.
……이런 일로, 자신이 일그러져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금까지 정의의 사자가 된다고 살아온 주제에, 해 온 것은 도와주는 것뿐.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있으면, 언젠가는 주위가 행복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아니.
그걸 믿고 달리지 않으면 가슴을 펴고 나아갈 수 없었다.
「——————————————윽」
……사람을 돕는 것과 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차이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세이버가 보답 받게 해 줄 수단 따위, 생각해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럴께아니라 아침식사나 준비해볼까?
아침 식탁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다.
세이버도 토오사카도 순응성이 높은 건지, 이미 이단자인 이리야에게 익숙해져 있는 감이 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시로.
남은 마스터는 3명. 성배전쟁도 기한이 없는 건 아니니까, 슬슬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좋아. 항상 후수로 나가는 것도 한심하고」
토오사카의 말대로다.
몸도 문제없고, 세이버도 완전히 회복돼 있다.
휴일은, 어제로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군. 하지만 행동을 하기에도, 그건 밤부터야.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하겠어」
「진심이야? ……뭐, 상대의 정보가 없으니까 되는대로 쏘다녀도 어쩔 수 없지만 말야. 그럼 시로는 오늘도 세이버한테 괴롭힘 당하는 거지?」
세이버와 단련을 한다.
그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인 행동이고, 마스터로서 싸움에 대비하는 건 당연하겠지.
「린. 저와 시로가 행하고 있는 건 단련입니다. 지금 그 발언은 다른 사람이 듣기에 너무 안 좋아요」
「아니——뭐, 그렇군. 오전 중에는, 평소대로 세이버한테 호되게 구를 거야」
「……시로. 당신까지 그렇게 말해서야, 제가 설 곳이 없습니다만」
「에———? 아니, 미안, 세이버. 멍해 있어서 못 들었어」
「그러니까, 린의 말투는 너무 난폭하다고 하는 거에요.
……정말, 어떻게 된 겁니까, 시로. 오늘 아침은 패기가 느껴지지 않아요. 아침 식사도 어딘가 배색이 빠져 있고, 어제도 늦게까지 광에 있었던 건가요」
그렇게 말은 하지만, 세이버의 목소리에는 비난의 색은 없었다.
세이버가 나를 신용해주고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오히려, 그녀와 시선을 맞출 수 없다.
눈을 맞대면, 아무래도 그 언덕의 광경이 떠올라 버린다.
「……후우. 알았습니다, 나중에 활기를 불어넣어드리죠. 그럼 오늘도 도장에서 단련을 한다, 라는 거죠, 시로?」
「아아, 부탁해. 이리야는 어떻게 할 거야?」
「나? 나도 어제랑 마찬가지야. 비에 젖는 건 싫으니까,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해 주면 좋겠어. 가능하면 이리야한테는 집에 있어줬으면 하니까.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해」
「응. 어제 같이 도시락 만들어 준다면, 같이 있어줘도 좋아」
……흠.
아무래도, 이리야는 어제 그 도시락이 마음에 든 듯 하다.
그 정도로 기뻐해주는 건 황송하지만, 이리야가 기뻐해주는 만큼 이쪽도 기뻤다.
「뭐야, 그럼 어제랑 마찬가지라는 거네.
나도 조사할 게 있으니까 방에 틀어박힐 건데, 오후가 되면 얼굴 내밀어. 좀 할 말이 있으니까」
「……조사, 말인가요?」
「그래. 세이버라면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제부터 류도사의 낌새가 이상해.
그 정도 정력적으로 하고 있었던 마력 모으는 것도 멈췄고, 무언가 움직임이 있었던 건 명백하잖아.
뭐, 남은 마스터 중에서 제일 성가신 건 류도사 녀석이니까. 패밀리어라도 만들어서, 안의 낌새를 살펴 볼게」
「그러면 탐색에 전념하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무리하게 시간을 쪼개서, 시로에게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그건 그거, 미안하지만 참아 줘. 나도 말야, 아직 위태해서 내버려 둘 수 없어.
적한테 죽는 거라면 괜찮지만, 마술 쓰다가 실수해서 자멸이라도 하면 스승으로서 면목이 없잖아」
「———네, 린의 말대로에요.
……저는 좀 이상해져 있었군요. 린의 수업이 시로에게 불필요하다니, 왜 그렇게 생각해버렸던 건지」
「그 이유는 간단하지만, 뭐 모르고 있는 게 행복하니까.
그럼 오전 중 단련, 힘내. 그 녀석 튼튼하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 혼내주는 정도가 최적이야」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고, 토오사카는 거실을 뒤로 한다.
「……세이버. 말해두겠는데, 토오사카가 하는 말 진지하게 듣지 마. 저 녀석은 세이버가 치고 들어오는 걸 맞아 본 적이 없으니까 저런 소리 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지」
일단, 못을 박아 둔다.
세이버는 뭐가 기쁜 건지,
「네, 알고 있어요. 시로의 몸에 대해서라면, 제 쪽이 숙지하고 있으니까」
온화하게, 그런 말로 대답해 왔다.
우리는 지금 도장에서 식사를하고있는중이다.
「왜 그러나요, 안 먹는 겁니까, 이리야스필?
어제에 비하면, 아직 3할도 안 됐는데요」
「아냐, 이런 건 못 먹어. 나 매운 거 못 먹으니까」
「……하아. 그렇게 맵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이 향신료는 닭고기에 잘 맞아요」
「마스터드는 싫다니까. 됐으니까 먹어! 그 대신, 그 쪽 딸기를 먹어 줄게」
「윽……! 무ㅡ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이리야스필!
이봐요! 돌려주세요! 그건 안 됩니다, 단 걸 원한다면 사과 파이가 있잖아요!」
「………………」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은, 어쩐지 사이 좋은 자매 같이 말싸움 하고 있다.
시간은 정오 좀 지난 정도.
우리들은 셋이서 마주 앉아, 어제와 같이 여기서 점심 식사를 먹고 있었다.
……이런, 어제랑 같은 건 점심 식사만이 아니었다.
아까까지 하고 있었던 단련은, 어제의 재탕이었으니까.
아니, 딱딱한 걸로 말하자면 오늘은 한층 더 어색했겠지.
……뭐라고 할까, 세이버와 마주 대하고 있으면 이유도 없이 가슴이 개운치 않아서, 여느 때 같이 필사적으로 돌진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세이버도 세이버대로, 지금까지라면 그런 틈은 놓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려서, 둘이서 마주 선 채였다.
「둘 다 왜 그래? 보고 있어도 별로 재미없는데?」
라고 하는 이리야의 질책에 기합을 다시 넣고, 어떻게든 세이버에게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쪽의 어중간한 공격을 가볍게 받아넘긴 뒤, 세이버는 반격하지 않고 나를 눈감아 준다.
묵인 당한 나는 금방 세이버에게 돌아서서, 또 돌진해서, 묵인 당한다.
그런 맞물리지 않는 시간이 끝난 게, 그저 10분 전.
또다시 세이버의 제안에 의해 점심 시간이 되어, 이렇게 항례(恒例)의 점심 식사 타임이 되어 있다.
일단, 메뉴는 어제랑 같은 샌드위치다.
다만 어제랑 똑같아서야 평범해서 재미가 없기에, 이번에는 이것저것 안에다 솜씨를 좀 부려봤는데, 이게 두드러지게 호평이었다.
갖가지 색의 샌드위치에 이리야는 들뜨고, 세이버도 정좌를 다시 하고, 후우, 하고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고.
……추측이지만, 그건 세이버 나름대로 기합을 넣고 있었던 거겠지.
어쨌든, 어제에 비해서 오늘은 한층 더 소란스럽다.
밖은 공교롭게도 비가 와서, 바닥은 차가운 마루기는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피크닉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아 정말, 그만하세요, 이리야스필.
그래서야 옷이 더럽혀지잖아요. 정말, 시로 흉내를 내서 한입에 먹으니까 그렇게 되는 겁니다. 당신의 입은 작으니까, 좀 더 얌전히 먹어야죠」
「흐—응이다, 모르고 있는 건 세이버 쪽이야. 이런 도시락은 말야, 예의를 신경 쓰는 쪽이 실례인 거야.
이건 피크닉이니까,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진짜지, 시로!」
우걱우걱, 하고 기쁜 듯이 샌드위치를 미어지게 밀어 넣는 이리야.
그 입가를, 세이버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냅킨으로 닦는다.
「꺄———아하, 간지럽다니까, 세이버」
「………………」
……약간 의외다.
세이버도 세이버지만, 이리야도 이리야대로, 어제보다 세이버에게 경계를 풀고 있다.
「……놀랐는데요. 거부하지 않는 겁니까, 이리야스필」
「어째서? 나, 상냥하게 해 주는 거 좋아해?
응, 다른 녀석이 날 만지면 죽이겠지만, 세이버는 예쁘니까 용서해 줄게.
거기에 지금은 같은 도시락 먹는 동료인걸. 세이버가 날 좋아한다면, 나도 세이버 좋아해」
시원스럽게 이리야는 말한다.
「————————」
과연 독기가 빠진 건지, 세이버는 멍하니 이리야를 바라보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조차, 이리야의 웃음은 기습 비슷했으니까.
「뭐야? 세이버는 즐겁지 않아?」
「아———아니, 그건」
「나는 즐거워. 밖은 비가 오고, 여긴 이렇게 살풍경한 곳이고, 가지고 싶었던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이렇게 있으면 기뻐.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훨씬 따뜻해? 그런데 세이버는 즐겁지 않아?」
「———」
이리야의 웃음에 뭔가 느낀 것이라도 있었는지.
세이버는 아아, 하고 깊게 한숨을 흘리고 하얀 소녀를 바라봤다.
「———그렇군요. 저도, 이러고 있는 건 굉장히 즐거워요」
환한 목소리.
그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세이버의 웃는 얼굴이었다.
「————————」
왜인지, 가슴이 뜨거워진다.
지금 그 웃음은 좋았다.
지금 그건 세이버가 세이버를 위해 흘린 것이다.
여느 때의, 누군가의 무사를 바라보는 듯한 웃음이 아니라.
그저 기쁘니까 흘린, 그녀 자신을 향한 웃음.
「시로? 왜 그러나요, 그런 얼굴을 하고.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에? 아니, 별로 아무것도……근데, 지금 이상한 얼굴 하고 있었어, 나?」
「응, 했어. 아빠 같은 얼굴. 멀리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어요, 라는 분위기야.
나, 그런 얼굴은 싫어」
「……?」
이리야의 말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웃고 있었다, 라는 걸까.
「그래……뭐, 좋은 일이 있었으니까. 그만 히죽댔는지도 모르지」
「하아. 좋은 일, 말인가요?」
「그래. 세이버는 지금 같은 웃는 얼굴인 게 좋아. 그걸 봐서 다행이다, 하고」
「……어렵군요. 그런 게 기쁜 건가요, 시로는」
「그래. 나, 세이버의 그런 얼굴을 보는 게 좋은 것 같아」
하아, 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끄덕이는 세이버.
———그러자.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그녀는 작게 웃으며 얼굴을 들고.
「그런가요. 그럼 거꾸로로군요, 시로」
「? 거꾸로라니 뭐가」
「저는, 당신이 웃는 얼굴로 있어주는 쪽이 기뻐요. 당신이 웃고 있을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
세이버와 정면으로 얼굴을 맞댈 수 없다.
저런 웃는 얼굴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으면, 누구도 머릿속이 어질어질할 게 뻔하다.
「————————」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세이버의 옆얼굴을 훔쳐 본다.
세이버는 온화한 표정인 채로, 피크닉 같은 점심 식사를 재개하고 있었다.
거기에 불안은 없다.
불안한 요소 따위 없는데, 무언가가 가슴에 걸린다.
———저는, 당신이 웃는 얼굴로 있어주는 쪽이 기뻐요.
그렇다, 처음으로 보는 그 웃는 얼굴로.
그녀는 무언가, 굉장히 모순된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토오사카의 방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마술강좌라는 것은 이름뿐인 건강진단 비슷한 것으로, 토오사카가 준비한 약을 마시고, 전신의 마술회 로를 체크했을 뿐이다.
이 이상 가르친다면 본격적으로 되니까 이런 데서는 무리다, 라는 건 정말인 듯 하다.
……그건 상관없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료하다.
결과를 보기 위함이니 당분간 움직이지 마, 라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야기도 하지 말아라, 라는 것도 아니겠지.
「토오사카, 잠깐 괜찮을까」
좌선을 한 채로 말을 건다.
「응? 괜찮은데, 뭐야」
「세이버 말인데.
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입 밖에 내고, 자신의 생각이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것을 알아챈다.
세이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고 할 때가 아니다.
나는 세이버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라는 것조차,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저, 그 녀석, 뭐가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이 스스로 무언가 하는 건 지금까지 없었잖아. 그러니까———」
「세이버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다만, 너무나도 무욕한 이유를 모르겠어.
……그래,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겠어」
「흐—응……뭐, 그렇네. 세이버가 자발적으로 했던 건, 너를 지키는 것뿐인걸. 서번트로서는 당연하지만,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면 모를 만도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욕이라는 건 아니잖아. 세이버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너를 지키고 있는 거니까」
「————아」
그렇다, 그녀가 서번트가 된 이유를 깜박하고 있었다.
「……그래. 세이버의 목적은 성배를 손에 넣는 거지. 목적이 없다는 게 아니지」
그리고, 그 성배는 주인의 바람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세이버에게는 이루고 싶은『소망』이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서번트가 되면서까지 이루려고 하는 소망이다.
그것이 그녀 자신을 구하는『소망』이 아닐 리가 없다.
그렇다, 예를 들면.
이렇게 이 시대에 있으니까, 성배의 힘으로 여기에 머물러서, 두 번째의 생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그 정도 하지 않으면, 그 녀석의 최후에 보답하지 못할 터———
「뭐야———얘기는 간단하잖아!」
「……? 기분 나쁘네, 갑자기 기운이 넘치고. 지금 그 얘기, 그렇게 재미있었어?」
「응, 기운 났어. 그래,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싸울 리가 없지.
세이버는, 무엇보다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응응, 하고 무의식 중에 끄덕인다.
그런 내 태도에 어이가 없는지.
「에미야 군. 기뻐하고 있는 거 방해해서 미안한데, 그건 네 지레짐작이야. 세이버는 자신을 위해서는 싸우지 않아」
「너도 알고 있는 거 아냐? 세이버는 그런 타입이 아냐. 그녀가 성배를 구하는 이유는, 결코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고」
「무————뭘,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렇다.
자신을 위한 소망 따위 무엇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 녀석은 홀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 세이버가———이제 와서, 자신의 구원 같은 걸 구하고 있을 리가 없다.
「…………윽」
다만, 그래도.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겨우 한 순간이라도, 그녀의 모습을, 왜곡했다.
「————————」
「……………………」
대화가 끊긴다.
……이 뒤는 이대로, 무거운 침묵이 계속될 뿐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시시한 얘기지만 말야. 아쳐도, 너랑 비슷한 말을 했었어」
「……하? 아쳐라니, 그 아쳐?」
「그래. 나도 말야, 그 녀석한테 물어본 거야. 네 소망은 뭐냐고.
그랬더니 그 녀석, 뭐라고 했을 거라고 생각해?」
「에……으, 그 녀석의 소망이라고 해도, 곤란한데」
나는 그 녀석을 아무것도 모른다.
결국 적이 된다, 라고 공언하고 있던 아쳐는, 애써 나나 세이버와는 접촉하지 않았다.
……다만, 그래도.
그 녀석은 비웃는 말만 하고 있었지만, 바보 같은 목적을 가질 녀석은 아니라고는 알고 있지만.
「이게 말야, 들으면 웃을 거야. 소망은 뭐야, 하고 물으니까, 그 녀석은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렇군. 항구적인 세계평화라는 건 어때?”
정말 어이없는 걸 넘어서서 폭소했지.
그렇게 했더니 그 녀석, “역시 웃는 건가. 뭐 타인의 손에 의한 구원 따위 의미는 없지. 지금 그건 개그로 해 두지” 라고 말하고 주눅들어가지곤」
「……뭔가 말야, 그런 녀석이니까 영령 같은 게 되어가지곤, 나 같은 계집애한테 사역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
……그래.
도저히 그렇게는 안 보였지만, 그 녀석은 그 녀석 나름대로 훌륭한 기사였구나.
「하지만 말야, 착각하지 마. 성배가 정말로 모든 소원을 이룬다면, 항구적인 세계평화 따위 최악의 소원이야.
요컨대 그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잖아? 다툼 없는 세계 따위 죽어있을 뿐이야. 모든 일은 움직이지 않으면 썩을 뿐이니까」
「……하아. 그거, 아쳐한테도 말했냐」
「말했어. 그랬더니 그 녀석, “그것이 현자의 생각이다. 나도 같은 의견이지만————지금도 이것만은, 어리석은 자의 꿈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라는 거야」
「뭐, 그건 됐으니까, 그럼 다른 소망은 있냐고 하니까, “있기는 있지만, 성배로 이룰 정도의 것도 아니고, 내 몫은 너에게 양보하지” 라고 했던가.
같잖지? 그 녀석, 분명 생전에는 난봉꾼이었던 게 틀림없어」
「흐응. 어쩐지 그런 이미지는 없지만 말야. 하지만, 그 얘기가 어쨌다는 거야, 토오사카」
「별로? 서번트한테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걸 말하고 있을 뿐이야」
아, 그러신가요.
……뭐, 참고가 된 듯한 생각도 드니까, 도움이 됐다고 하면 됐지만.
「그럼, 이번은 이쪽 차례지.
뭐, 내 이야기도 세이버에 관한 건데」
「? 그러고 보면 아침에도 말했었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던가」
「응, 별일 아니지만 좀 신경 쓰여서.
새삼스럽지만, 에미야 군은 아서 왕 전설을 알고 있어?」
———아서 왕 전설.
그건 이 며칠 간, 싫어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보통 사람 정도로는 알고 있어. ……뭐, 아서 왕이 여자애였다, 라는 건 몰랐지만」
「그래. 하지만 성별에 관한 건 아무래도 좋아.
별로 아서 왕이 여자애였다고 해도, 전설 그 자체에 변경을 더할 필요는 없잖아. 아서 왕이 주위의 인간을 계속 속이고 있으면, 여성이었어도 남성으로 취급 받으니까」
「다행히, 아서 왕에게는 멀린이라는 마술사가 붙어있었고 말이지. 인큐버스와의 혼혈이라는 악마 같은 녀석이니까, 아서 왕의 성별을 위장하거나, 태어나지 않을 터인 아이를 준비하는 것도 장기(長技)였겠지」
「……아아, 그렇겠지.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문제로 삼고 있는 건 전설과 지금의 세이버의 어긋나는 점이야.
있잖아, 에미야 군. 너는 엑스칼리버가 어떤 건지 알고 있어?」
「뭐야, 이제 와서. 엑스칼리버라고 하면, 아서 왕의 대명사잖아. 요정한테 받은 검이고, 벨 수 없는 건 없고 날이 빠지지도 않는다는 명검이지」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흐흥, 하고 왠지 우쭐해 하는 토오사카.
「……음. 나, 무언가 이상한 말 했냐」
「했어. 너도 아서 왕과 같은 착각을 했다는 거지. 멀린이 있었으면 미숙한 놈이라고 야단맞을걸」
「그러니까 왜 말야.
……에에, 바위에 꽂혀있던 검이라는 건 엑스칼리버가 아니었지. 그 쪽 검은 도중에 부러져버려서, 그 뒤에 호수의 요정에게서 양도 받은 검이 있고, 그게 엑스칼리버잖아?」
「그래그래. 엑스칼리버를 아서 왕이 받았을 때에 말야, 멀린은 이렇게 묻는 거야.
“왕이여, 당신이 마음에 드신 것은 어느 쪽인가요?
검인가요, 그렇지 않으면 검집인가요”」
「아서 왕은 주저 없이 검 쪽이다, 라고 대답하지만, 멀린은 질책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십시오. 검은 적을 토멸하는 것이지만, 검집은 당신을 지키는 것. 그 검집을 몸에 지니고 있는 한, 당신은 피를 흘리는 일도 없고 부상당하는 일도 없습니다.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검이 아니라 검집인 것입니다”」
「…………」
토오사카는 재주도 좋게, 아서 왕과 멀린의 연기를 한다.
「흐응. 기합 들어가 있네, 토오사카.
———그래서,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뭐, 뭐냐니 여기까지 듣고도 몰라!? 요컨대 아서 왕은 불사신이야! 엑스칼리버라는 건 공수 모두 무적의 보구인 거야.
그러니까, 사실대로라면 세이버는, 상처를 입어도 금방 나을 거라는 거야!」
「……토오사카. 실제로, 세이버는 상처를 입어도 낫고 있는데」
「……그건 그렇지만……세이버의 자기 회복은, 세이버의 어이 없을 정도로 방대한 마력을 쓴 무식한 기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어쨌든, 전설의 엑스칼리버의 칼집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과연. 토오사카가 그렇다면, 그건 사실이겠지.
그렇다면 이쪽에서 질문.
아서 왕은 불사신이라고 하는데, 그럼 어째서 아서 왕은 죽은 거야. 전설의 최후는 아서 왕의 죽음이잖아」
「헤?」
떡, 하고 입을 벌리는 토오사카.
그대로 몇 초 굳어져 있은 뒤에, 으득, 하고 이를 갈면서 시선을 돌린다.
「……그래……엑스칼리버의 칼집은, 도중에 적이 훔쳐가지……」
응, 초보적인 미스다.
나도 그건 잊고 있었지만, 전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된다고 일컬어지던 칼집을 잃고, 거기부터 아서 왕의 전락이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납득이 갔냐, 토오사카」
「……갔어. 웃음거리로 삼고 싶으면 웃어도 돼」
거짓말 마.
웃는 순간에 뒤꿈치 찍기 등을 날려올 분위기가 훤히 보이는 주제에.
「납득이 갔으면 됐어. 하지만, 어째서 그런 걸 신경 쓰는 거야. 세이버가 상처 입지 않는가 어떤가는 너한테는 관계 없잖아」
「시, 시끄러워! 뭐야, 살짝 그랬으면 무적이구나—, 라고 들떴을 뿐이잖아.
나도 말야, 가끔 틀릴 때 정도는 있어」
「………………」
……어려운걸.
이 경우, 가끔이 아니라 빈번히 틀린다, 라고 정정해 주는 쪽이 본인을 위한 길인 걸까?
해가 지고 밤이 되었을 무렵,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다.
아침에 한 이야기대로라면, 저녁 식사를 마친 뒤는 거리에 나가서 마스터를 찾게 될 텐데———
「그 전에, 확인해 둬야지」
세이버의 의사.
그녀가 뭘 목적으로 싸우고 있는가 라는 것을.
「……그렇다고는 해도, 정면에서 물어봐도 안 되겠지……가능한 한 아무렇지도 않게 알아내야 할 텐데」
———좋아, 하고 정신을 집중하고 일어선다.
어쨌든 거실로 가자.
저녁 식사 전의 평온한 공기를 방패로, 세이버의 아성을 부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만약에 말야.
혹시 성배전쟁에 이겼다고 하면, 어떻게 할까」
하고.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좋은 안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내 봤다.
「에?」
「하?」
「응?」
3자 3색, 다른 동작으로 같은 반응을 한다.
「———그러니까 이긴 뒤 얘기야. 성배를 손에 넣으면 어떻게 할 거냐 라는 거지」
「그런 건 설명 안 해도 알겠지만……무슨 바람이 불었어. 네가 그런 말을 꺼내다니」
끄덕이지는 않고 있지만, 세이버와 이리야도 토오사카와 같은 의견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역시 갑자기 말을 꺼내는 건 부자연스러웠나.
하지만, 그래도 이번은 시치미를 끝까지 떼지 않으면 안 된다.
「아아, 아니———그저 우연히 생각났을 뿐이야.
그, 남은 서번트는 앞으로 3명이니까, 그런 걸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수가 줄어서, 명백히 끝이 보이게 됐으니까」
「흐—응……뭐, 듣고 보면 그렇지.
아무리 시로라고 해도, 이 상황이면 그 정도는 생각하게 되나.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고 해도, 목숨을 걸고 있는 이상 보수 정도는 신경 쓰일 테고」
「그, 그래그래. 일단 그 정도는 생각한다구」
……토오사카가 이론 좋아하는 녀석이라 살았다.
이야기에 조리가 있으면, 그것도 가능성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토오사카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순간만 얘기지만.
「그래서, 토오사카는 어때. 혹시 성배가 손에 들어오면 어쩔 거야?」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그래. 나는 이기는 것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성배로 이룰 만한 목적은 없어.
일단 성배는 손에 넣지만, 그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
지기 싶지 않으니까 싸운다는 건가.
……아니, 뭐,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그럴 줄이야.
「어이없어. 제일 생각 많을 것 같으면서, 사실은 제일 생각 없구나, 린은」
「흥, 말 잘했어. 그럼 그러는 너는 어때, 이리야스필」
「그런 건 몰라. 성배는 내 거니까, 누구에게도 넘기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야.
애초에 내 거니까, 그런 거에 흥미 있을 리가 없잖아」
「……흐응. 요컨대 성배보다 성배전쟁 쪽이 재미있다는 거야?」
「당연하지. 나는 이기는 것만을 위해서 왔는걸. 성배의 용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서로 닮은꼴, 이라고 하는 걸까.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으음, 하고 서로를 노려보며, 뭐라 말할 수 없는 sympathy를 얻고 있는 듯 하다.
「……………………」
세이버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이 대화에 참가할 의사는 없는 거겠지.
하지만———아무리 세이버가 싫어해도, 이 질문만은, 지금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둘의 목적은 대강 알았어」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끄덕이고,
「그럼, 세이버는?」
입을 다물고 있는 세이버에게 말을 걸었다.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분위기가 보통이 아닌 것을 눈치챘는지, 말싸움을 벌이고 있던 둘도 세이버에게 시선을 돌린다.
시간으로 센다면, 그건 1분 정도의 침묵이었겠지.
「이제 와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성배를 손에 넣는 것은 저의 의무입니다.
성배가 어느 정도의 허용범위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것이 성배인 한, 저는 성배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물론, 성배가 제 소망을 이룰 수 있다면, 그 소망을 이룰 뿐입니다만」
———말했다.
분명히, 세이버는 자신의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 그래서, 그 소망이라는 건 뭐야?」
높게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태연하게 질문한다.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로 됐다.
대답할 수 없다, 라는 거라면, 그건 이기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세이버의 성격으로 볼 때, 자신만을 위한 소원을 입 밖에 내는 것은 꺼려지겠지.
그러니———웃기지도 않는 소원을 말하는 것보다는, 아예 아무 말하지 않는 쪽이 좋다, 라고.
그런 나약한 소리가, 뇌리를 점했다.
「뭐야, 그건 그렇게 어려운 거야?
서번트의 소망은 현세에 되살아나는 거라고 할아버님은 말했었어. 영령들은 두 번째 생을 얻기 위해 성배를 구한다고. 세이버도 그런 거 아냐?」
그 말에, 무의식 중에 얼굴을 들었다.
그것이 세이버의 소망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아뇨, 두 번째 생에는 관심은 없습니다.
제 목적은 린이나 이리야스필에 가까워요. 제 목적은 성배를 손에 넣는 것 입니다.
애초에 이 몸은, 성배를 손에 넣는 대가로, 서번트가 된 것이니까」
————분명, 그럴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그 을 손에 든 그녀가, 두 번째 생 따위를 구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잠깐 기다려, 성배를 손에 넣는 것을 대가로 서번트가 됐어……? 그건 영령이 될 때의 계약 말이야?」
「네. 이 몸을 서번트로 하는 교환조건으로, 저는 성배를 구한 겁니다」
「에에—!?
그럼 뭐야, 너는 성배를 손에 넣기 위해 불려진 서번트가 아니라, 성배를 손에 넣기 위해서, 스스로 서번트가 됐다는 거야……!?」
어지간히 놀란 건가, 토오사카는 그렇게 늘어놓은 뒤, 음? 하고 자신의 말에 머리를 갸웃했다.
「……즉 세이버는 영령이니까 소환된 게 아니라, 스스로 이 싸움에 참가했다는 거야?」
「하지만 서번트인 이상, 영령으로 받들어지고 있으니까, 스스로 이쪽 세계에 관여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그럼 세이버는 서번트의 룰에서 크게 어긋나……있는 것도 아니고.
아아 정말, 잠깐 기다려, 지금 정리할 테니까」
「아뇨, 정리할 것까지도 없어요. 린이 한 말은 옳습니다.
저는 다른 서번트와는 달라요.
저는 아직, 완전히 서번트가 된 게 아니니까요」
「완전히, 서번트가 되지 않았어————?」
완전히 서번트가 되지 않았다, 라는 건 무슨 말인가.
아니, 애초에———서번트가 된다, 라는 건 무슨 말인가.
세이버는 말했다.
성배를 손에 넣는 대가로서, 서번트가 되는 걸 받아들였다고.
즉, 그것은————
「……잠깐 기다려 봐.
서번트라는 건, 설마———무언가를 손에 넣는 대가로, 억지로 싸우고 있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닙니다. 원래 서번트라는 것은, 이 성배전쟁만의 특별한 패밀리어예요.
서번트라고 하는 것은 영령의 특성을 이용한 소환마술.
원래는 영령이니까, 서번트에게『빵을 얻은 대신에 노동을 한다』라는 룰은 없습니다」
「……그래. 서번트 시스템이라는 건, 원래 수호정령인 영령을 이용한 것인걸.
애초부터 있는 걸 쓰고 있는 거니까, 서번트 측에도 마스터 측에도, 대가로 지불하는 건 없어」
「하지만 서번트가 되기 전———인간에서 “영령”으로 되는 데에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어.
영령이라는 건 인간의 수호자잖아.
그들은 죽은 뒤도 인간을 위해 일하고, 인간 세상의 멸망을 수면 아래에서 막는 거라던가」
「그래서, 그런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전, 아직 영웅으로서 현역이었던 시절에, 무언가와 거래를 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것이 영령의 계약———세계에, 사후의 자신을 내어주는 의식」
「교환조건에 따라서 재물을 얻은 자가 영웅이 되고, 영웅으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한 뒤, 사후는 으로서 받은 재물을 갚아.
즉 영웅이 되기 위해 빚을 지고, 죽은 뒤는 영령이 돼서 빚을 갚는다는 거지.
서번트라는 건, 그 갚을 돈을 옆에서 에게 빼앗겨서 사역 당하고 있다는 거지」
「음———즉 무언가와의 거래로 인간은 영웅이 되고, 영웅이 된 보답으로, 사후는 으로서 사역 된다는 건가.
그럼 세이버가 영령이 된 교환조건이———」
성배, 인 건가.
생전에 성배를 손에 넣은 세이버는, 그 대가로서, 사후도 영령으로서 수호자라는 걸 계속하고 있어———?
「……그거야말로 이상해. 세이버는 성배가 목적이라고 했지. 하지만, 그건 이미 손에 넣었잖아. 세이버는 성배와 교환해서 영웅이 된 거니까」
「———아뇨, 시로. 저는 아직 성배를 손에 넣지는 않았어요.
알트리아———아서 왕의 소망은, 살아있는 동안에 성배를 손에 넣는 거였죠.
저는 죽기 전에 성배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러기 위해서, 혹시 성배가 손에 들어온다면, 사후는 수호자가 되어도 좋다, 라고 조건을 받아들인 겁니다」
「린의 말대로, 인간은 영웅이 되기 위해 세계와 계약을 하고, 인간 이상의 힘을 얻어, 그 대가로서 사후의 자신을 팔아 넘깁니다.
……하지만 저는, 영웅이 될 때 세계의 후원 따위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아서 왕은 영웅이 되기 위한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겁니다」
……영웅이 되기 위한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즉 세이버는, 세이버 자신의 힘으로, 사람들로부터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된 건가.
「……흐—응. 하지만 너는 영령으로서 여기에 있어.
아서 왕은 영웅이 된 뒤에, 세계에 다른 교환조건을 원했다는 거야?」
「……네. 저는 마지막에, 반드시 성배가 필요해졌어요. 성배가 없으면 참을 수 없었어요.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소원이 생겨버렸죠.
그래서———영령의 계약을 한 겁니다.
내 손에 성배가 쥐어진다면, 사후는 영령이 되어 온갖 것들을 위해 검을 잡겠다, 하고」
「————————」
마지막에, 성배의 기적을 소원했다.
……지금이라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피에 젖은 언덕.
수십이나 되는 검의 묘와 기사의 망해.
누구도 봐주는 사람 없이, 배신으로 끝난 왕.
……그 최후는, 너무나도 보답 받지 못했다.
그 때까지 아무리 자신의 소원을 가지지 않았던 그녀라도, 그 때만은 생각했을 터.
여기서는 죽을 수 없다.
이런 끝을 원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성배의 힘으로, 스스로의 연명을 소망했다고 해도, 그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래. 즉 사후의 자신을 팔아 넘기면서까지, 성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수단을 쓴 거네.
하지만 세이버, 네가 내건 조건이라는 건 살아있는 동안에 성배를 손에 넣는다, 잖아?
그렇다면————」
「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성배탐색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는———아서 왕은, 마지막까지 성배를 손에 넣지 못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세계가 저를 으로 하려면, 아서 왕이 살아있는 동안에 성배를 주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서———」
「———아서 왕은, 성배를 손에 넣을 때까지 죽지 않아. 아니, 죽을 수가 없어.
그럼, 넌」
「……네. 아서 왕이라고 불리던 저는, 죽음을 맞기 한 순간 전에 멈춰있을 겁니다.
시간축에서 보면 저는 이미 멸해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야 계약을 다할 수 없어요.
아서 왕은 죽음 직전에서 서번트로서 소환되고, 성배를 손에 넣은 뒤, 죽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간이 멈춰있는 게 아니라, 시간에 멈춰져 있는 상태인가.
……네가 서번트로서 몇 번 싸움을 반복해도 상관없어. 최종적으로는 성배를 손에 넣어서 계약을 다하는 건 정해져 있는 거니까, 그……」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성배를 손에 넣어서, 저는 계약을 다하겠죠. 그렇기에, 저는 영령이 되기 전부터 “결국 영령화가 결정되어 있다”라는 조건으로, 온갖 시대에 소환되죠」
「그건 이 도시의 성배만이 아닙니다.
성배가 손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 저는 어떤 전장에도 소환돼요.
그렇게 언젠가는 성배를 손에 넣어서, 제 소망을 이뤘을 때야말로, 죽음 직전에서 멈춰 있던 제 시간은 나아갑니다.
아서 왕은 최후를 맞이하고, 성배를 손에 넣은 대가로서, 이렇게 영령이 되겠죠」
「……죽음 직전에서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건가.
이번 성배전쟁도 세이버에게 있어서는 꿈 중 하나.
그리고, 꿈에서 깨는 건 성배를 손에 넣었을 때뿐」
「린은 시로가 미숙하니까 저를 영체화시킬 수 없다, 라고 했죠. 하지만 그건 아니에요. 저는 아직 죽은 사람이 아니니까, 영체가 될 수 없는 겁니다.
어중간한 취급이지만, 이래봬도 위치는 산 사람이니까. ……저번 성배전쟁에서도 저는 그랬어요」
……사과하는 듯이 세이버는 말한다.
영체화할 수 없는 건 내가 미숙하니까, 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겠지.
「————————」
그런 건, 정말로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세이버. 아직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무슨 말이야. 성배를 손에 넣을 때까지 죽을 수 없다는 건 알았어.
……이야기 흐름을 볼 때, 아서 왕의 시대에서 계속 살아오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겠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세이버는 뭐야. 본체의 분신……이라는 것도 아니잖아?」
「네. 이쪽에 소환되는『영령』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본체”의 분신 같은 것이지만, 저는 아직 그 위치에 달해있지 않아요.
성배를 손에 넣을 대까지는, 의 에 멈춘 채로 소환되고 있죠」
「린이 말한 대로, 아서 왕은 시간이라고 하는 큰 강 위에서 정지해 있어요.
저는 그 위치에서 앞이든 뒤든 날아서, 성배를 구한 뒤에, 멈춰 있는 장소로 돌아오고 있는 거겠죠」
머릿속에서 도면을 그린다.
……과연, 그림으로 그리면 간단한 이야기다.
아서 왕은 죽음 앞에서 멈춰 있다.
시간의 흐름은 그녀가 멈춰 있어도 관계 없다.
그저 흘러, 이렇게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녀는 필요에 응해서 각 시대에 날아서, 역할을 다하고, 멈춰 있는 자신에게 돌아갈 뿐이다.
이 때, 혹시 소환된 시대에서 성배를 손에 넣어버리면, 그녀의 시간은 흘러서, 우리들이 알고 있는 역사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하면, 영령이라고 하는 건 이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사망한 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창고” 같은 장소로 옮겨진다.
그 연후에, 구하는 목소리에 응해 온갖 시간 상에 소환되어, 돌아오는 일 없이 그 자리에서 소멸한다.
이쪽에 나오는 영령이 “분신”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
말하자면 세포에서 만든 클론이다.
생전의 능력 ∙ 기억을 완전히 가진 “영령”은 현세에 나타나, 거기서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겠지.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본체”에 돌아갈 수단은 없고, 거기서 소멸할 뿐.
고로, 모든 시대에 동시에 소환되더라도, 영령의 기억에 모순이 생기는 일도 없다.
“영령”이 된 존재는, 이제 거기에서 변화하는 일은 없는 거겠지.
새로운 지식을 기억했다고 해도, 기억한 “자신”은 역할을 끝내면, 돌아가지 않고 소멸할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세이버는 완전한 서번트가 아니다.
여하튼 그녀는, 소환된 뒤에도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 붉게 물든 검의 언덕, 지금이라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자신에게.
「잠깐 기다려.
그럼 뭐야, 이번에 성배를 손에 넣으면 원래 시대로 돌아가서, 그 시대에서 성배를 쓴다는 거야?!
그건 과거를 고치는 거잖아! 시간여행이든 평행세계의 운영이든, 그건 마법의 영역이야.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어」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성배잖아요.
그렇게 성배만 쓸 수 있다면, 저는 사후 이 돼도 좋다고 계약한 겁니다.
성배를 써서 알트리아라는 인물이 사라지더라도, 지금의 제가 영령이 되는 것을 대가로」
담담히 세이버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금 그건 이상하다.
성배를 써서 소망을 이루는 건 좋다.
하지만, 어째서 그 결과로, 알트리아가 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건지.
「……뭐야, 그거. 성배를 써서 알트리아가 사라져……? 웃기지 마, 그런 거.
세이버. 너는 자신을———」
그 언덕에서, 혼자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소녀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성배를 쓰는 거 아니었냐」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시로.
제 소망은, 나라를 멸망에서 구하는 것뿐입니다만……」
「뭐——————————」
자신의 얼굴이 얼어붙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세이버의 소원 같은 건 알고 있었던 주제에———아연히 의식이 하얗게 돼서, 토할 것 같다.
「어째, 서?」
그래도.
성대를 짜 내서, 간신히, 그것만을 입 밖에 낼 수 있었다.
「어째서고 뭐고 없죠.
저는 나라를 지킬 수 없었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왕이 되었는데,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어요.
그 때에 생각한 겁니다.
———바위의 검은, 잘못해서 저를 골라버린 게 아닐까 하고」
「바————」
바보 같은.
어째서, 그런.
「……아뇨, 그 망설임은 항상 제 안에 있었습니다.
나는 왕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닌가.
정말로 선택 받아야 할 영웅은 달리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그 때———성검을 뽑아버렸을 때, 나라를 구하지 못했던 저보다, 나를 구할 수 있는 어울리는 왕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혹시 성배의 힘으로 왕의 선정을 다시 할 수 있다면, 그 때로 돌아가면 분명히———」
……그 때로 돌아가면, 분명히.
그녀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았다고 라도 말하고 싶은 건가.
「————————」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런 바보 같은 걸 진심으로 소원한 세이버에게 분노하고, 그런 건, 한 순간에 지나쳤다.
아마도, 자신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그도 그렇겠지.
세이버의 소망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고, 덧붙여서, 그녀의 소망이라는 것은 자기자신의 소멸이나 다름없다.
그 성검이 있고, 성검을 뽑은 국왕님이 있고, 그렇기에 눈앞의 소녀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걸 없었던 일로 한다, 라는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된다.
성배를 써서 그녀의 소원을 이뤘다고 치자.
왕이 되기 전의 소녀, 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는 한 사람의 기사로서, 그 뒤의 시간축에서 살겠지.
하지만, 눈앞에 있는 세이버는?
만약이라고 해도, 이미 영령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그녀는 그 소원을 이뤘을 때, 그저 싸울 뿐인 현상이 되어 계속 사역된다.
그것을 대가로 성배를 손에 넣었으니까, 비록 알트리아가 왕이 되지 않아도, 눈앞의 세이버는 이렇게 계속 존재한다.
과거나 미래로부터 분리되어.
그 언덕에서 숨이 끊어질 뿐인, 혼자이고 고독한 왕인 채로, 이 앞으로도 주욱.
「——————————바보, 냐」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아무런 구원도 없다.
다시 선정을 해서, 정말로 그녀 이상으로 어울리는 왕이 있어서, 그 녀석 덕분에 그녀의 나라가 오래 가고, 그것에 의해서, 누구보다도 그녀 자신이 구원 받는다고 해도.
————그건 틀렸다.
그걸로 주위가 행복해져 봐야, 계속 싸워온 그녀의 10년간을 틀린 것으로 만드는 것만은 할 수 없다.
「아냐———그런 건 할 수 없어.
다시 한다니 할 수 없고, 해도 의미는 없어, 세이버」
「……시로?」
「———그런 것에 성배를 쓰지 마.
성배는 세이버가 싸워서 손에 넣는 거잖아. 그렇다면, 세이버는 자신을 위해 그 기적을 써야 해」
「뭐……그러니까, 저는 자신을 위해서 쓴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알트리아는 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윽……!」
그러니까, 어째서 그런 걸, 너만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거야————!
「웃기지 마, 너는 이미 너무 충분할 정도로 다하고 있잖아……! 세이버는 그렇게나 싸워 왔어. 배신 당해도 두려움을 받아도 지지 않았어. 그 언덕에서, 마지막까지 검에서 손을 떼지 않았어.
그런데도, 어째서———죽어버린 뒤도 너만이, 그런 맹세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
아연해하는 세이버의 얼굴.
「아…………」
———후회해도 늦다
세이버의 과거를, 내가 꿈에서 보고 있는 건,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무거운 침묵.
걸 말도, 대답할 말도 없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역효과라고, 그런 공기 정도는 읽을 수 있다.
그래도———아무 말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세이버. 난, 노력한 녀석이 보답 받지 못하는 건 싫어」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너무나도 보답 받지 못한다.
어린애 같은 이상론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건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행복하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다른 마스터에게는 지지 않겠어.
성배는 반드시 손에 넣을 거야.
……그러니까, 세이버는 자신의 소망을 이뤄 줘.
그렇다면 나는———이 어처구니 없는 싸움에, 처음으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