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고 싶은 마음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어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이 개방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배구 클럽 운동을 나간다.
신규 회원 모집 현수막을 세 곳에 걸어
다섯 명이 들어왔다.
감독을 영입하고 훈련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바꿨다.
에너지 넘친 젊음에서 어른들과 갈등을 빚은 회장이 글을 올렸다.
개인 톡을 보냈다.
‘무돌을 대표하여 선두에 선 박 회장님!
여러 가지 마음고생 많네요.
배구클럽 운영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장 직권으로
기존 집행부 전원 해임과 신임 집행부 임명이 가능한가요.
12년 된 클럽인데 성실하게 운영 규정을 지키며
절차에 따라 진행함이 옳겠다는 마음입니다.’
바로 일 년 회비를 선납하고 간식 후원금을 보냈다.
‘목사님의 배려로 클럽 분위기가
확 바뀌어 가는 걸 느낍니다.
어제도 목사님 보신 그대로 정말 즐겁게 운동하고 왔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무돌 클럽이 어제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박 회장님! 무슨 말씀을요.
부끄러울 뿐입니다.
모든 것 회장님의 헌신과 노력의 덕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갈등은 존재하지요.
하지만 넓은 아량으로 품고 성실과 끈기로 지속하면
건강한 구성원들과 더불어 운동하리라 확신합니다.
모든 회원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서로가 격려하면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리라 기대합니다.
제 성품은 앞에서 일하지 못해도
배후의 배경은 세울 수 있습니다.
현실이 어렵고 힘들지만 지금처럼 이끌어 가면
더 활발한 분위기 가운데 운동하리라 사료됩니다.
어제 암 투병 중인 최혜정 교감 선생님께 안부 전화드렸네요.
배구할 형편은 못되지만
한번 방문하겠다는 소식 전합니다.
늘 힘내시고 파이팅 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제가 플래카드 하나 제작해서
최혜정 교감 선생님 힘내시라고 무돌 회원들 함께
사진 한 장 찍어 보내 드리는 건 어떨까요?’
‘회장님, 좋은 생각이네요.
큰 힘과 격려가 되겠네요.’
‘네,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주 운동 마치고 현수막 ‘최혜정 선생님! 힘내세요.
저희가 응원할게요!
무돌 배구클럽 회원 일동’을 회원들 앞에 펼쳤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최혜정 선생님, 오늘 운동 마치고
회장님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보냅니다.
응원에 힘입어 빠른 쾌유 소원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가암사합니다 ㅎㅎㅎ. 전 아주 잘 있어요.
5월에 한번 놀러 갈게요. 감동입니다.’
사실 그분은 타 종교인이다.
암 진단과 동시에 퇴직하고 회원 탈퇴 후
요양병원에서 지내 잊혀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영혼 사랑하기에 끄나풀을 놓지 않고 싶다.
살리신 하나님의 섭리는 크고 놀랍기 때문이다.
5월 북구 배구협회장배 대회 출전을 앞둔 시점이다.
선정한 유니폼을 회장이 거실에서 입고 카톡에 올렸다.
‘무돌 배구 클럽 대문을 열고 방문한 유니폼이 멋있네요.
큰 거울 앞에 서고 싶어요.
가벼운 몸놀림이 기대됩니다.
올림픽에 나가도 괜찮겠어요.
이 유니폼! 무돌에 오래 머물길..’
또 회원 중 장애인 단체에 2백만 원
장학금을 전달한 분이 계셨다.
단톡에 반응을 보였다.
‘김명우님!
장애를 안고 사는 학생들에게 기부한 장학금, 큰 감동입니다.
값진 손길에 섬김 받은 이들이 열심히 살며
행복하길 바랄게요.’
총무가 거들었다.
‘목사님의 어록, 기억에 남기고 싶습니다.
목사님은 필경 문학도이셨을 듯..’
‘과찬에 너무 큰 뱅기 태워 어질어질합니다.
문학도는 아니고요, 손보협회 광주상담소장 역임했네요.’
지난주일 할아버지 병문안으로
예배에 불참한 할머니를 찾아갔다.
‘딸이 와서 따라갔어요.
해피뷰 병원에 누워 계신디 코로나 검사 받고 얼굴 봤어요.
아무도 못 알아보데요.
드시지도 못하고 주사기만 꽂고 계셨어요.
간호사가 감염된다고 손도 못 만지게 했어요.
돌아가시게 생겼어요.
목사님 오셔서 기도해 드린다 해도 면회할 수 없데요.
수급자인디 뭔 치료비가 벌써 60만 원 나와
손녀가 카드로 개렸어요.’
난 구청 긴급 의료비 지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장에 6백만 원 이상 잔고가 있거나
보험가입자면 안 됩니다.
지급 후 금융 조회 시 드러나면 회수 조치합니다.’
할아버지 인적 사항을 불러 줬더니
1회 3백만 원 지원 가능했다.
입원 중 신청 가능하다는 말에
병원 원무과를 통해 서류를 보냈다.
사흘 후 승인이 나서 이미 지급한 치료비도 환불받게 되었다.
모르고 지나갈 일에 도움드렸더니
‘목사님, 미안해 어찔 깨라’ 하시며 속 사정을 꺼냈다.
‘사실, 할아버지가 6.25 때 군대를 갔어요.
북한에서 포로로 잡혀 가까스로 내려왔데요.
평생 일만 죽어라 했지요.
한 번은 허벅지 아프다고 사흘을 앓아누웠어요.
약을 발랐더니 고름이 차서 짜냈어요.
그때 총알 파편이 나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버렸어요.
병원 치료 안 하고 괜찮아졌는데
한참 지나서 보훈처에 신고했어요.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로 보훈대상자 지정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어떻게 서둘러 째끔 연금을 받네요.
집도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복잡해 외손자에게 넘겼어요.
통장 잔액도 얼마 안 되지만 찾아 놨어요.’
이틀 후 할아버지 운명 소식에 병원으로 갔다.
딸과 외손자, 손녀가 수습하여
함께 그린 장례문화원으로 모셨다.
교회 장례를 원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 상주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늘에 세 들어 사는 구름처럼 달처럼
모두 세월에 방을 얻어 전세 살다 가는 인생인데
골목집에 열심히 사시는 할아버지를 지켜보면서도
끝내 구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괴로웠다.
2023. 4. 29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