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연재를 계속합니다 )
겨울이 깊어 가고 다음해 2월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장인 영섭과 총무인 현영의 주관으로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을 모시고 동창회를 가졌다.
동창회는 생각보다 많은 동창이 모여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때를 생각하며 청백으로 나누어 터치 볼, 줄넘기, 윷놀이, 줄다리기, 보물찾기, 고무줄놀이, 이어달리기 등의 놀이를 하며 즐겁게 마쳤다.
동창회를 마치고 뒤풀이도 끝나고 헤어지려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는 도중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강 선생님이 영섭과 보영을 따로 좀 보자고 하신다.
옆에 있던 현영이 따라나서며
“선생님 저도 가도 돼죠?”
하고 물었다.
“아니 미안하다. 오늘은 영섭과 보영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 현영이는 다음 기회에 선생님이 부를께.”
이에 소외감과 질투로 세 사람을 힐긋거리며 쭈빗쭈빗 멀어져가는 현영을 뒤로하고 선생님은 영섭과 보영을 데리고 가신다.
초등학교 때 다른 학생들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두 사람과 만나면 간간이 손을 잡아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동화책도 빌려주시고 어떤 때는 일요일 날 둘을 따로 불러 자장면도 사주시며 특별히 영섭과 보영을 사랑하신 선생님이라 선생님이 두 사람과 별도로 가벼운 술자리라도 만들고 싶으셔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 두 사람은 각자 오늘은 내가 선생님을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선생님을 따랐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차 가지고 올게.”
하고 선생님이 차를 가지러 가시자
“보영아 오늘은 내가 선생님을 대접해 드릴께.”
하는 영섭의 제안에 보영이
“아니야 오늘은 내가 선생님을 모시게 해줘.” 한다.
“오늘은 내게 양보해.”
“그러지 말고 네가 양보해라.”
“그럼 할 수 없지. 우리같이 하자.”
“그래! 너도 양보할 것 같지 않으니 그렇게 해.”
선생님의 차에 오르며 영섭이
“선생님 오늘은 저희가 선생님을 모시겠으니 선생님이 잘 아시고 좋아하시는 음식점으로 가시죠.”
하자 보영도
“선생님 그렇게 하세요. 오늘은 우리가 선생님을 모실 수 있게 해 주세요” 한다.
“그래 너희들의 성의가 고맙다.”
말씀하신 선생님은 시내를 다 지나도록 차를 멈추지 않으셨다.
시외에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려나 보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은 조금 지나자 차가 학교에서 10여Km 정도 떨어진 선생님의 집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이쪽은 선생님 댁으로 가는 방향인데요.”
하는 보영의 물음에
“우리 집 근처에 내가 아는 좋은 데가 있어.” 하신다.
그러나 집 가까이 온 차는 그대로 선생님 댁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오랜만에 댁에 오면서 빈손으로 오게 하시다니.”
영섭이 항의에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어서 들어와.” 하신다.
밖이 어수선 하자 사모님이 나와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영섭이와 보영이 구나, 어서들 와라.”
초등학교 때는 여러 번 선생님 댁을 다녀갔고 졸업 후에도 몇 번 다녀가 사모님은 두 사람을 잘 알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사모님!”
둘이 번 가라 인사를 하며 사모님의 인도를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는 선생님이 먼저 연락을 하셨는지 조촐하고 깔끔한 음식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벼운 술을 곁들인 저녁상이 끝나고 사모님이 후식으로 가져온 과일 접시와 커피가 올라 있는 상을 내려놓으시자
“지금부터 당신은 다른 방에 가 있어 애들도 이 방에 오지 못하게 하고.”
“왜요? 사제 간에 무슨 비밀이라도 있어요?”라는 사모님의 농담에
“그 건 당신이 알 일이 아니야.”하고 선생님이 무둑둑하게 말씀하신다.
그렇게 사모님이 나가시니 방안에는 갑자기 엄숙한 공기가 흐르고 영섭과 보영은 가벼운 긴장감을 느낀다.
잠시 말이 없으시던 선생님이
“이제 너희들도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 이야기를 이해하리라고 믿고 또 더 있으면 늦어질 것도 같아 오늘 너희들을 이렇게 불렸다.”
갑자기 엄숙해진 분위기에 영섭과 보영은 선생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 있다.
“보영이 아버지가 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지?”
“네! ”
대답을 한 보영은 갑자기 선생님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시는 것이 의아하고 또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설음이 인다.
영섭도 보영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문상하러 갔다가 정신 못 차리고 너무 슬피 우는 보영을 보고 자신도 슬퍼져서 제대로 문상도 못 하고 보영이를 위로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보영의 옆얼굴을 보며 그때의 미안함을 다시 느꼈다.
두 사람이 감상에 젖어 있는 것을 보시고 잠시 침묵이시던 선생님이
“영섭이 아버지 이철호와 네 아버지 석창희 그리고 나 강석호 우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였다.” 하신다.
“네? 그러셨어요? 우리는 몰랐네요.”
둘은 놀래 거의 동시에 물음이 나왔다.
“그래 사실이야.”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처럼 지내셨어요?”
영섭의 물음에
“휴!” 깊은 한숨을 쉬신 선생님이
“거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지 그걸 너희들에게 말하려고 한다.
우리는 같은 면내에 있으면서 거리상으로는 서로 십여 리 떨어진 근처 동네에서 자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었다.”
한참을 회상에 잠겨 있던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 하셨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구리천리향님!
기상조건님!
무혈님
늘 감사합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