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린 눈이 밤새 쌓였습니다.
눈은 쌓였지만 아침 산책은 포기할 수 없어 8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정말 아름답지만, 사진으로는 표현 안 되는 눈 풍경.
단단히 채비하고...생전 장갑을 잘 안끼지만, 날이 추워 미혜샘이 선물해준 장갑도 챙기고.
첫 번째 만난 발자국 - 도대체 누구의 발자국일까요?
눈 대롱대롱 달고 있는 씨앗도 너무 어여쁩니다.
또 다른 발자국
요것 좀 다르네요.
눈 내리는 날, 외출에 나설 동물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고라니, 멧돼지, 토끼?
아, 고양이도 있겠군요.
요건 또 다른 발자국....
제가 오전 8시에 나왔는데 이미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제설차가 들어와 눈을 몇 번 치운 듯했어요.
걷기에 아무 불편이 없었거든요.
무거운 눈 이고 씩씩하게 서 있는 소나무...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저수시에 도착했습니다.
아, 청둥오리 등이 한 마리도 나와있지 않네요. 조금 섭섭...
남도의 신기한 마늘밭..
마늘은 추위 속에서 꿋꿋이 잘 자라고 있더라구요.
북쪽지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하긴 상사화나 맥문동, 송엽국이 초록초록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온도 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겠어요.
남도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물 발자국과 인간 발자국.
동물들은 신나게 눈밭을 뛰어놀았을 텐데, 인간은 눈밭에서 미끄러질까 봐 벌벌 떨며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약한 인간인데....왜 그렇게 탐욕스럽게 자연을 짓밟고 있는지요.
한 시간 반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오니 오늘의 국과 반찬이 짠!
두부가 먹고 싶었는데 그 마음 어찌 아셨는지 김치두부찌개가 나왔네요.
잘 안 먹던 콩장도 왜 이렇게 맛있는지...(아, 단백질 부족인가?)
어제 사온 책 중 '득량, 어디에도 없는'을 읽다가 이불속에 쏙 들어갔어요.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갔다와서 그런가 볼따꾸니가 빨갛게 되었고 몸이 으슬으슬.
감기 걸리면 큰일이지 싶어, 귤 까먹고 뜨뜻한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촌장님께서 입주작가들과 문화탐방을 하신다는 거예요.
오후 1시 반 출발이라고!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빨래도 조금 하고...
1시 반, 촌장님과 4명의 작가들이 눈 쌓인 날 문화탐방을 나섰습니다.
사실 이 작가님들 거의 글을 낳는 집에 몇 번 입주를 하셨던 분들이라 안 가본 데가 거의 없지만
오늘은 특별히 눈이 많이 쌓여 그 사진을 찍으러 가신다고 하시네요.
처음 간 곳은 무월마을. 저는 비오는 날 다녀갔지만 이렇게 눈 쌓인 날 오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요 근래 고드름 본 적이 거의 없잖아요.
여기 고드름은 정말 길어요. 개구쟁이 아이들이 보았으면 고드름 칼싸움도 하고 재밌었을 텐데...
혼자 올 때와 다른 점- 누군가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
그 다음 장소 풍암정으로 출발.
강용준 소설가는 멋진 사진기를 들고 오셨는데 눈이 녹았을까 걱정하셨어요.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이라는데....
사람은 별로 없고, 풍경은 끝내주고....
아, 이곳에 수달이 사는군요.
무등산 의병길 -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환상적입니다.
양옆의 나무는 단풍나무라고 하는데 봄에 와도 좋고, 가을에 와도 정말 좋다는군요.
단풍나무 사잇길은 자갈로 덮여 있어서 걷기가 괜찮네요.
아침에 6,000보 정도 걸어 다리가 조금 아팠거든요.
저는 뭐가 그리도 신났을까요?
촌장님이 찍으신 사진은 거의 이렇게 웃고 있더라구요.
풍암정 가는 길....
계곡물이 흐르고 눈은 쌓여 있고...
여기가 바로 풍암정입니다.
풍암정은 조선 선조와 인조 때 풍암 김덕보가 지은 정자로 풍암은 그의 호를 따서 붙인 것이다. 풍암이라는 이름은 단풍과 바위가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이라는 뜻이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큰형 김덕홍이 금산에서 순절하고, 작은형 김덕령은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죽자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둔하며 학문에 전념하였다. 풍암정으로 가는 길은 단풍나무가 숲 터널을 이루고 있는 평평한 자갈길이다. 정자는 원효 계곡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축대 위에 세워졌다. 정면 2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로 , 한칸은 온돌방을 두고 나머지는 판자 마루를 둘렀다. 건물 안에는 풍암정사라는 편액과 함께 당대 이름 있는 선비들이 시를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개울이 있지만, 지금은 눈 때문에 건너갈 수가 없어요.
촌장님이 건너려다 미끄러워서 빠질 뻔했어요.
올해 눈은 원없이 본 것 같아요.
그 다음에 간 곳은 식영정.
식영정 옆에 가사문학관이 있는데 촌장님 말씀이 가사문학관 가는 것보다 식영정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 조선시대의 문인 정철(鄭澈)의 행적과 관련된 유적으로 송강정(松江亭)·환벽당(環碧堂)과 더불어 정송강유적(鄭松江遺蹟)으로 불린다.
원래 김성원(金成遠)이 1560년(명종 15)에 임억령(林億齡)을 위하여 지은 것으로, 서북쪽에는 칸반의 방이 꾸며져 있다. 정철은 노송의 숲 속에 묻힌 식영정의 정취와 주변의 경관을 즐기면서 「성산별곡(星山別曲)」을 지었다고 하며 「식영정십팔영(息影亭十八詠)」도 남아 있다.
주변에는 정철이 김성원과 함께 노닐던 자미탄(紫薇灘)·조대(釣臺)·노자암(鸕鹚巖)·방초주(芳草洲)·서석대(瑞石臺) 등의 승경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광주호의 준공으로 말미암아 거의 모두가 물 속에 잠겨버리고, 정자 옆에 세워진 「성산별곡」의 시비(詩碑)만이 정철의 발자취를 말해주고 있다.
돌계단을 올라가면 꿋꿋이 서 있는 노송 한 그루.
성산별곡 시비
꼭대기에 오르면 호수가 보입니다.
윤슬도 아름답고.
자세히 보면 호수에 새들도 많이 있어요.
이 호수의 이름은 광주호.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뜻의 식영정
그만큼 편하고 아늑하고 편하다는 뜻이겠죠.
그 옛날 이런 곳에 있으면 시가 저절로 나왔을 듯합니다.
오래오래 잘 보존되기를....
노송 옆에는 오래된 배롱나무가 꽤 많이 있었어요.
그 배롱나무가 꽃이 피었을 때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배롱나무는 그 나무와 가지 자체로도 아름답거든요.
식영정 구경을 마치고
아름다운 윤슬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카페 '빠라디'로 가기로 했어요.
빠라디는 파라다이스라는 뜻.
빠라디 카페에서 발견한 새- 아마도 커다란 유리에 부딪혀 정신이 몽롱한 상태인 듯했어요.
한참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정신이 났는지 움찔움찔 움직이다가 날아갔어요.
다행이다...
카페 안에 들어가니 마침 전시회가 열리는 중.
꽃, 새, 나비, 거위, 집, 자동차, 비행기...
화려한 색을 많이 쓰는 작가.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커피 대신 쌍화차를 마셨는데
왠 건더기가 그렇게 많은지. 그것도 견과류...
인사동 쌍화차에 비교가 안 되네요.ㅠㅠ
집에 돌아와 만보기를 보니 '9519'
건강하고 유익한 탐방이었습니다!
첫댓글 식영정은 가본 적이 있네요. 여긴 눈이 귀해서 눈풍경이 인상적입니다.
풍암정 가는 길이 엄청 인상적이었어요. 단풍나무 보러 다시 오고 싶을 정도.
역시 눈은 한옥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전 눈이 오면 고궁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빨간 목도리에 빨간 털모자였으면 딱인데!
그럼 샘 너무 귀여우셨을듯.
털모자니 부츠니 하나도 안 가져갔어요.ㅠㅠ 이렇게 춥고 눈올 줄 몰라서...
그리고 이 나이에 귀여워봤자...ㅋㅋ
여유롭게 지내시니 좋아요. 방실방실, 환해지셨고요.
이제 겨우 입주작가들과도 어색함이 없어진 듯.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ㅋ
어머나~ 담양살이를 이렇게 차곡차곡 남기셨군요.
역시 짱짱짱~ 이십니다!!! 선생님의 그 부지런함은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듯요~
풍암정 앞 계곡에 풍덩 뛰어들었던 지난 8월이 눈에 선합니다. 겨울 풍경도 참 근사해요.
선생님, 그곳에서 원하시는 작품들 순풍순풍 낳아 오셔요~^^
아, 선생님이 계셨던 8월에는 풍암정에 뛰어들 수가 있었겠군요. 얼마나 좋았을까요?
일년 열두 달 어느 때 와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겠어요.
저는 시놉 정도만 완성해 가려고 해요.
남도 여행 가신 거 같아요 ㅎㅎ
예, 너무 답답해서 방에만 있을 수가 없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