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권력은 말할 기회가 너무나 많은 반면, 누군가는 말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에게 부지런히 언어를 빼앗는 권력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언어를 활용한다. 권력은 어떻게 언어의 보호장비를 갖추는가. 권력은 자신들의 특권과 비리, 각종 부패를 순화된 언어로 표현하거나 아예 다른 의미로 변형시킨다. 힘 있는 자들의 약탈과 착취는 늘 '관행'이란 이름을 얻는다. 권력은 언어의 개념을 지배한다.
신분제가 폐지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특권층의 권력은 시민의 권리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며 남용된다. 공직에 있었던 법조인들은 '전관예우'라는 관행에 따라 퇴임 후 특혜를 받는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혜, 비리, 부패, 착취 등을 모두 다른 이름으로 바꿔버린다. 법무부가 검찰의 '스폰서 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고 했을 때 '스폰서 문화'는 검찰 조직의 부패를 뜻한다. 부패 검찰이라고 해야 할 것을 스폰서 문화라 순화해 표현한다. 여전히 다수의 언론은 성폭력을 '몸쓸 짓'이라는 완곡어법으로 얼버무린다. 미성년자 성착취를 '원조교재'라 부르고, 여성 성착취를 '스폰서'라 부름으로써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남성권력이 아니라 성을 이용해 돈을 받아내는 여성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힘이 윤리를 지배한다.
이 책은 고통에서 시작해 아름다움으로 끝난다. 고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기리고 아름다움, 이렇게 스물하나의 화두를 풀어냈다. 권력의 언어, 곧 에이드리언 리치가 말한 '압제자의 언어'에 밝히지 않으려는 꿈틀거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