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균의 감
황제로 즉위한지 2년(서기 1877년)
위대한 대한의 황제의 복색은 훗날 어느 학당의 선생의 설명으로는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익선관을 썼지만 서양의 대원수 복식 위에 케이프를 덧 입었으니
일부 유림들은 황제가 오랑캐의 복장을 하고 있다며 통곡을 하였으나
가운데 용보가 있을 부분에는 태극 무늬를 넣었고 대신 케이프에는 이화문을 넣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곤룡포를 입었다.
황후 할리 퀸젤은 자신의 황제가 점점 서구의 기술 이상의 여러 장치들을 다루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황제는 황후에게 외계기술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 나라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녹색등잔이 하늘에서 지상을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있기에
이 세상 안과 밖에서 반역자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황제의 망상일까?
황후는 황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생각했지만 그 모든게 상상이라면 그가 하늘을 날았던 것, 우주의 수호자라는 녹색등잔을 황제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이 땅의 이방인이고 유일한 초능력자라면 자손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강한게 이런 충동적이고 강박적으로 바뀌는게 아닐까 싶었다.
황제의 스트레스를 기존에는 정적 숙청과 주변 국가에 대한 도발(황제 1인이 저지른 행동이지만)로 풀었다면 지금 후사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편 조선의 모두가 황제의 공포에 굴종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성 어딘가에서는 귀족소리를 듣는 안동김씨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나 양부 김병기 밑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광대놀음을 하던 어떤 부랑배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안동김씨 가문의 여러 수장들이 차례로 광대들에게 테러를 당하면서 친부와 양부의 재산 이외에도 큰 자산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방탕한 도련님으로 살면서 한성의 몇몇 호텔을 직접 인수하기도 했지만 그는 생각했다.
"작금의 대한제국은 황제 개인의 초인적인 힘과 녹색등잔의 감시로 이루어진 자유가 사라진 국가가 되었다. 황제는 선량한 인물이고 녹색등잔 또한 나라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허공을 떠돌고 있다만... 어느날 백성들을 지킬 생각이 사라졌다면? 그때는 어찌 되는 것인가?"
밤에 몰래 의적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중얼거린 옥균은 누군가가 자신을 박쥐무사라고 불리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서 한성에서 제일 높다는 호텔 위에서 스스로 맹세를 하였다.
"나는 복수다. 나는 밤이다. 나는.... 박쥐무사다!"
이 시기에는 김옥균과 비밀리에 영웅 놀음을 하는 이들은 몇이 있었다.
우편배달 업무를 맡다가 하늘의 번개를 맞고 천리를 눈 깜빡할 순간에 오갈 수 있는 <섬광>이라는 영웅의 정체는 홍영식이라고 하는 자였고, 마지막 화성인이었던 마샨(옥균과 친구들은 그를 마산이라고 불렀다)는 조선인 박영효라는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옥균이 그와 접촉해서 대화한 결과로는 진짜 박영효는 마산이 이 땅에 오면서 정신 없는 사이에 서로 한몸이 되었다고 한다.
혼란한 천하에 혼란한 이들이 모였으니 옥균은 <정의 연맹>이라고 하여 뭔일 있을 때를 대비하여 준비를 위해서 특별한 이들을 모으고 있었다.
한번은 홍영식이 옥균에게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오? 황제에게 반역을 할 준비를 할 것인가?"
라고 묻자 옥균은
"어허, 그 어찌 무엄한 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준비를 하는 까닭은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런 것이라네." 라고 하였다.
영식이 옥균에게 어떤 꿈이라고 재촉하자 그는 주저하고 자신의 서재에 그를 부르고는 필담으로 그에게 꿈 내용을 언급했다.
옥균의 첫번째 꿈
자신은 꿈에서 다른 세상을 보았고 이 시기는 보다 다른 미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 또한 지금의 황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때 황제는 일본의 이등박문이라는 자에게 어떠한 불평등한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겠다고 협박을 받는데 이때 황제에게 녹색의 반지가 오더니 황제에게 끼워졌고 황제는 녹색연등의 주문을 외우시고는
이등박문을 엄청나게 끔찍한 고문을 시키고 일본과 전쟁을 일으키셨다.
옥균의 두번째 꿈
현 황제가 사는 세상인듯 하나 황제께서는 인간의 머리 뒤에 어떠한 장치를 박아놓으셨는데 단지 가축과 같이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집단으로 변화하였고 자신은 황제와 맞서 싸웠으나 결국 황제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옥균의 세번째 꿈
마산이 황제의 육신을 흡수하고 지구를 화성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
옥균의 네번째 꿈
그 세계는 조금씩 망해가고 있었고 옥균과 이들, 그리고 황제, 흥선 대원군 등의 많은 이들이 멸망을 늦추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일본은 결국 이 나라를 멸망케 한다.
옥균의 다섯번째 꿈
어떤 끔찍한 세상에서 홍영식은 도망쳤고 이때 현재의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말하며 황후를 조심하라고 일렀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으니 홍영식은 공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능성 세상에서 일본국은 위험한 국가였고 황제 또한 언제든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 인물이었다. 또 황후의 존재 또한 그 위험성이 컸다.
"특별한 사람들을 더 모아야하오 "
"꿈 이외에 어떤 근거라도 있는거요?"
"느낌이 그렇소."
그 말을 한 뒤에 옥균은 자신의 복면을 뒤집어 썼다.
옥균 소유의 별장 어딘가에는 박쥐 형태의 차량이 있었다. 사실 차량의 빠른 발전도 황제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기술 덕분이지만 그래도 황제와 맞서 싸울 일이 생기면 자신은 여러 무기류를 사용해서라도 싸워 이겨볼 생각이었다.
운현궁 주변의 어딘가에서 얻어온 녹색 돌을 분석해본 결과는 황제의 탄생과 연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소문 역시도 운현궁에서 흘렸지만 말입니다."
자신을 따르던 늙은 하인이 말했다.
"황제와 대원왕의 사이가 안좋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 돌의 영향인지 머리카락이 빠지고 계신다고 합니다."
"저런... 녹색등잔이 사용하는 가락지라도 끼셔야 할테지요."
이들은 무엄하게도 대원왕의 탈모 소식에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그리고 황제가 즉위한지 9년(서기 1884년)..
황제는 우정국 연회를 열었고 황후는 8살이 된 황태자와 함께 연회장에 나타났다.
"메타휴먼에게 자유를! 자유를 위하여!"
정변이 시작되었고 첫 총성은 서재필에 의해 시작되었다. 또한 고씨성을 가진 궁녀가 황후를 밀치고 황태자를 인질로 삼는 등의 행동을 하며 연회장의 외국인 공사들과 각종 언론인, 대신들까지 위협했다.
황제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지루했는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구만. 껄껄껄. 안그런가? 태자?"
태자 또한 안광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