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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지금의 자신의 결론이었다.
성배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성배를 얻는 것이 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이기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세이버가 구원 받는다면, 나는 전력으로 이 싸움에————
「!?」
무거운 방울 소리가 울리는 것과, 저택이 어둠에 빠진 것은 동시였다.
이 자리의 공기가 일변한다.
갑작스럽게 전기가 나갔는데도, 나도 세이버도 토오사카도 한 마디도 흘리지 않고, 감각만으로 주위의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
무거운 방울 소리는 그치고, 거실은 그저 무음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가벼운 것이 서로 문질러지는 듯한 소리가, 잔물결처럼 울려 온다.
「……지금 그 경고음, 이 저택의 결계야……?」
아무 말 없이 끄덕인다.
지금 그 소리는 랜서가 침입해 왔을 때와 같다.
그렇다면, 이건 말할 필요도 없이———
「———!」
소리는 많고, 가까이 와 있다.
……대그락대그락하는 소리.
유아등(誘蛾燈)에 몰려드는 벌레를 상상시킨다.
소리가 나고 있지 않은 건 이 거실 뿐이다.
전기가 나가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거실은 정체불명의 소리에 포위되어 있었다.
「———적인가. 하지만 서번트치고는, 이건」
수가 너무 많다.
나도 마술사 나부랭이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력이, 복수의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건 느낄 수 있다.
대충 느껴지는 것만도 20.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이상하게 가볍다.
사람의 의사를 느끼지 않는다.
대그락대그락하고 소리를 내고 있는 그것은, 텅 빈 인형 같다.
「뭐어야, 역시 왔구나.
지금까지 실컷 나한테서 도망친 주제에, 버서커가 없어지니까 날아오는걸.
정말, 타산적인 서번트네」
———하고.
긴박한 우리들과는 정반대로, 이리야는 매우 침착해 있었다.
「이리야, 아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알 수 없는 서번트 따위 없어. 밖에 있는 건 캐스터고, 뭔가 잔뜩 데리고 와 있어. ———뭐야, 용 이빨로 만든 같아」
시원스럽게 말하는 이리야.
그러자———동시에, 귀에 거슬리던 소리가 그쳤다.
「————————」
거실에 놓아 둔 목도를 손에 잡는다.
……세이버도 토오사카도, 이쪽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망설일 필요없다! 세이버와함께 이싸움의 종지부를짓을뿐.드디어,최후의 싸움이 시작된다.
적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적 서번트……캐스터가 수하를 데리고 습격해 왔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여기에 있어도 할 수 없지. 세이버, 같이 와 줘. 토오사카는 이리야를」
「에에—, 어째서—!? 싫어, 나 린 돌보는 거 사양하겠어!」
「그런 건 나도 사절이야. 하지만 너, 시로가 하는 말이라면 듣는다고 했잖아. 저 녀석이 저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얌전히 따라」
「그런 거 몰라!
세이버 따위보다 내 쪽이 도움이 되———」
떼를 쓰는 이리야를, 토오사카는 뒤에서 겨드랑이로 팔을 넣어 조르면서 입을 막는다.
「……! ……!!!! …………!!!!!」
중얼중얼, 무엇인지 들으면 참기 힘들 것 같은 온갖 매도를 계속 내보내는 이리야.
「알고 있어, 이리야는 내가 끝까지 지킬 거야. 그 동안에 너는 캐스터를 쓰러뜨려」
「부탁해. 하지만, 가능하면 무리는 하지 마.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도망치는 걸 생각해」
말할 것도 없다, 하고 토오사카는 끄덕여주었다.
토오사카에게 등을 돌리고, 툇마루로 통하는 복도로 서두른다.
「세이버」
「알고 있습니다. 시로는 제가」
토오사카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세이버는 내 뒤에 따라왔다.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검이 휘둘러진다.
멍하니 서 있는 내 정수리를 향해서, 용서 없는, 피할 수 없는 흉격(凶擊)이 작렬했다.
「윽————————!」
그걸,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면서 목도로 튕겨냈다.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죽었다, 라고 생각한 순간, 몸 쪽에서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저하는 일 없이 다음 일격을 날려 왔다.
매끄러운 기계 같은 동작.
낭비가 없는 정확한 검극.
———하지만 그것뿐.
정확할 뿐이고 세련되지도 않을 뿐더러, 필살을 생각하게 하는 격렬함도 없다.
세이버에 비하면 너무나도 우둔한 일격, 버서커에 비하면 깃털 같은 일격이다.
「———」
벽에 등을 대면서 튕겨낸다.
그, 이쪽이 몸을 빼서 빈 공간에,
번개 같은, 세이버의 일격이 내리쳐졌다.
「시로, 무사한가요」
「보는 대로. 간담이 서늘해졌지만 어떻게든 됐어」
「어떻게든 됐다, 가 아니에요. 이런 때는 제 뒤에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후로는 조심해주세요」
음 , 하고 내 경솔함을 꾸짖는 세이버.
그건 세이버의 말대로지만, 뒤에 따라가는 건 싫었던 것이다.
「시로? 제 말을 듣고 있는 겁니까?」
「똑바로 듣고 있어. ……그것보다 세이버, 지금 그 녀석은————」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다.
세이버의 일격으로 산산조각 나서 날아간 아까 그 이형은, 환영처럼 사라져 있었다.
「지금 그건 이리야스필이 말했던 대로, 마물의 몸을 촉매로 만들어낸 병사예요. 이라고 하기보다는 골렘 같지만, 질은 낮군요. 지금 그 골렘 정도라면, 포위돼도 문제는 없습니다만————」
「…………!」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아니, 어느새 여기까지 들어와 있었는지.
무언가, 잘못 만들어진 집 짓기 블록 같은 그것은, 거미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덧붙여서, 질 나쁘게도 기척은 이것만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몇 배나 되는 뼈가, 이 저택을 둘러싸고 있다————
「시로, 옆이에요!」
「————!」
순간적으로 벽에서 떨어진다.
「큭, 이————!」
조금씩 다가오는 뼈를 목도로 쳐 낸다.
그 직후, 틈 투성이인 내 등을 지키면서, 세이버는 다가와 있던 뼈를 베어낸다……!
뼈들은 산만한 움직임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와서,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똑 같은 동작으로 덮쳐 온다.
처리하는 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때마다 저택 여기저기가 부서져 간다.
아니, 세이버는 어쨌든, 이쪽은 그냥 목도다.
순간적으로 “강화”를 해 봤자, 그렇게 오래는 못 버티겠지.
……거기에,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뼈들의 숫자가 그야말로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잘못되면 이쪽이 쓰러질 때까지, 이런 작은 전투를 계속하게 될 지도————
「칫, 어디서 솟아나는 거야, 이 자식들……!」
세이버에게 등을 맡기면서 악담을 한다.
나에게 다가오는 뼈는 적다.
녀석들은 실내에서도 솟아나고 있는 듯 하지만, 대개는 뜰에서 침입해 오고 있다.
세이버는 뜰에서 침입해 오는 뼈를 차례차례 베어내고 있었다.
……녀석들의 목적은 거실이다.
거실에 이리야와 토오사카가 있는 이상, 세이버도 그 쪽의 대처에 쫓기고 있는데————
「————」
세이버는 검을 다시 겨눈다.
그녀의 검은, 이미 투명하지 않다.
숨길 필요가 없어진 것인지, 황금의 검은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하려고 빛나고 있었다.
「———기, 기다려, 세이버! 안 돼, 엑스칼리버는 쓰지 마! 우리 집이 날아가는 건 상관없……아아 아니, 상관있지만, 그래도 주위는 주택가야. 여기서 그런 걸 썼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눈앞에 다가온 뼈를 후려치면서 외친다.
「……마스터의 지시라면 따르겠습니다만———이 정도 숫자를 제대로 상대하는 건 성가십니다. 일소하지 않으면, 결국 궁지에 서게 돼요」
「알고 있어. 요컨대 저건 패밀리어 종류잖아. 그렇다면 조종하는 녀석을 치면 일망타진이지. 세이버, 캐스터의 기척은 찾을 수 있겠어?」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캐스터는 뜰에 있어요.
……기척을 숨기지도 않는다, 라는 건, 저희들을 꾀고 있는 듯 한데」
「상관없어, 꾀임에 넘어가자. 어느 쪽이든지, 이런 걸 계속하고 있으면 이쪽이 먼저 지쳐버려」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이대로 캐스터를?」
「———」
여기에서라면 뜰은 눈앞이다.
캐스터가 뜰에 있다면, 도달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건 여기의 방어가 없어진다는 것.
지금은 세이버가 있으니 됐지만, 세이버가 뜰에 가버리면, 뼈들을 막을 벽이 없어져버린다.
이 상황에선 토오사카를 믿을수밖에없다. 녀석은 나로써도 인정한 엘리트다.그런녀석이 쉽게당할리없다.
「————!」
유리가 깨지는 소리.
거실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로, 지시를.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알고 있다.
어느 쪽이든, 늦은 만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뿐이다.
「———캐스터를 친다. 이리야는 토오사카에게 맡긴다고 했어」
「그럼 가죠. 마스터, 제 등을 맡기겠습니다」
몰려드는 뼈들을 베어내면서 세이버는 질주한다.
그 모습은, 눈을 가르는 설상차 같았다.
뼈로 된 병사는 세이버에게 접근하지도 못하고 무산되어 간다.
눈꽃, 이라는 것이 이것인가.
흩어져가는 뼈가 너무나도 많아서, 마치 눈보라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하아」
등을 맡긴다고 했지만, 이래서야 지킬 필요도 없다.
새삼스럽게, 세이버가 어느 정도 뛰어난 검사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세이버는 망설임 없이 힘차게 나아간다.
이 뼈들의 뿌리.
저택에 침입한, 아직 본 적 없는 6명째의 서번트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세이버가 발을 멈춘다.
그 정도로 몰려들었던 병사들의 모습도 없다.
여기가 종착점인지, 눈앞에는 무언가가 서 있었다.
일그러진 사람 그림자.
로브인가 무언가를 걸친 그 녀석은, 거기만 검게 칠해진 것처럼,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 그림자.
그걸 본 순간, 뭐라 할 수 없는 불안이 덮쳐왔다.
「당신이 세이버? ……과연, 확실히 이거라면 그 을 쓰러뜨릴 수 있겠네. 내 잡병으로는 발을 묶지도 못하겠지」
킥킥 하는 소리 죽인 웃음.
검게 칠해 감춰진 저것이 뼈들의 주인……서번트 캐스터인 듯 하다.
하지만————
「마스터가 없다……」
가까이에 마스터 같은 모습은 없다.
이 녀석도 랜서와 마찬가지로, 마스터로부터 떨어져서 행동하는 타입인 걸까……?
「———네놈. 계약이, 끊어져 있는 건가」
불쾌한 듯이 세이버가 묻는다.
「그래. 그는 내 주인에 어울리지 않았어. 그래서 사라지게 했고, 사라졌지」
검은 로브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굉장히 차가운 목소리로, 캐스터는 그렇게 대답했다.
「마스터 살인자———그럼, 네 마스터는」
「진작에 죽었어. 하지만 문제는 없어, 세이버. 우리들은 소울 이터잖아? 마력의 공급원 따위 얼마든지 넘쳐 있어. 마스터가 없어도, 성배가 있는 한 이렇게 머무르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
남은 건, 그래————성배만 손에 넣으면, 그런 기우도 없어지겠지」
「……네놈도 현세에의 부활을 원하는 건가. 어디의 영령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과거의 긍지를 버린 건가」
「어머. 인간 따위에게 사역되는 건, 긍지를 버렸다고는 말하지 않는 걸까.
나는 그게 참을 수 없었을 뿐이야. 옛날도 지금도, 누군가의 손발이 되는 건 지긋지긋해. 그러니 쓰는 쪽으로 바꿨을 뿐이야. 당신에게 비난 받을 이유는 없어」
「———그렇겠지. 나도, 네놈의 잘못 따위에는 흥미는 없다」
세이버의 몸이, 약간 기운다.
———캐스터까지의 거리는10미터 정도.
그 정도라면, 세이버는 한 호흡으로 간격을 좁혀, 캐스터를 해치우겠지.
「뒤숭숭하네, 모처럼 대화를 하러 왔는데 문답무용이라니. 이래봬도 좀 봐 준 건데?」
「네놈과 이야기할 건 없다. 깨끗이 여기서 죽어라」
세이버는 쓰러뜨릴 생각을 하고 있다.
……반대는 하지 않는다.
캐스터에게서는 피 냄새 밖에 나지 않는다.
자신의 손으로 마스터를 죽였다고 하는데, 그건 틀림없이 진실이겠지.
이 습격도, 저택에 있는 인간을 전부 죽이려고 한 것이다.
「…………」
고로, 세이버를 말릴 이유는 없다.
애초에 세이버와 캐스터는 승부가 되지조차 못한다.
캐스터의 능력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저건 1대1에서는 가장 약한 서번트다.
이 상황이 되어 버리면, 이제 와선 세이버에게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안 돼, 세이버」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불안을 떨쳐낼 수 없다.
버서커가 가지고 있었던, 절망적인 죽음의 예감도 아니다.
생리적인 혐오감인가, 좋지 않은 것에의 경종인가.
나는 어쨌든, 세이버는 저것에 다가가서는 안 된다고, 이 왼손이 욱신대고 있다————
「!」
그 망설임이 필요 없는 것이었다.
세이버는 땅을 차고 검은 그림자에게로 질주한다.
비틀린 그림자가 미소 짓는다.
캐스터는 달려오는 세이버에게 당황하는 모습도 없이,
『』이라고.
우리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 이상으로 뇌에 작용하는 주문을 중얼거렸다.
순간, 세계가 일그러졌다.
아니, 세이버의 주위만, 공기의 밀도가 변화했다.
「뭐————!」
퉁, 하는 충격.
지면은 가라앉고, 무언가 거대한 것이, 세이버를 향해서 낙하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아무런 동작도 없이 마술을————!?」
아니, 영창 같은 중얼거림은 있었다.
확실히 영창은 단축할 수 있다. 간단한 마술일수록, 자기를 변혁시키는 주문은 적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마술에 속하는 것이다.
그걸 한마디로 발현시키는 마술사는 없다.
가능하다고 해도, 토오사카처럼 미리 촉매를 만들어두는 이외에는 방법이 없겠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캐스터는 중얼거린 것만으로 대마술을 발동시켰다.
……차원이 다르다, 정도가 아니다.
지금 그게 캐스터의 마술이라고 하면, 저 녀석은 마술사 같은 단순한 이 아니다————
「세이버……!」
세이버는 굳어져 있다.
그 발은 지면을 찬 채다.
지금, 그녀는 공간에 꿰매져 있다.
아니, 세이버의 주위의 공기가 투명한 젤라틴 같이 변화되어 있다.
「————!」
다가가고 싶어도 물컹한 보이지 않는 막에 튕겨난다.
이 탁함은 세이버의 주위만인 듯 하지만, 땅에 발이 닿지 않는 이상, 세이버는 움직일 수 없다.
「얕본 모양이네, 세이버. 당신 시대의 마술사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손가락은 신대에 살아있던 것.
이런 말세의 마술사들이 보면, 내가 행하는 건 마법의 그것이겠지」
검은 로브에서 조소가 흘러나온다.
세이버는 공간에 꿰매진 채로,
「———뭐야. 정말로 이 정도입니까, 」
그렇게, 시시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대마력……!? 그런, 내 마술조차 튕겨낸다는 거야————!?」
검은 로브가 뒷걸음질친다.
단숨에 캐스터의 마술을 시킨 세이버는, 이번에야말로, 번개 같은 속도로 캐스터에게로 간격을 좁힌다.
세이버가 검을 들어올린다.
이미 그녀는 캐스터에게 육박하고 있었다.
「————아냐. 안 돼, 세이버」
그래도, 가슴의 동요에 재촉 당하듯이, 필사적으로 세이버에게로 달려 나가서,
「뭐?」
갑자기, 세이버의 움직임이 멈췄다.
캐스터가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다.
세이버 자신이, 캐스터에게 “무언가”를 느끼고 굳어진 것이다.
「네놈, 그것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집으려고 하는 세이버.
하지만.
땅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인가, 후퇴하려고 하는 세이버의 두 발에, 뼈로 된 팔이 휘감긴다————!
「———흥, 예지직감까지 가지고 있다니 예상 밖이었지만, 이걸로 체크야, 세이버!」
캐스터의 검은 로브에서 날붙이가 튀어나온다.
그것은 이상한 형태의 단도였다.
가늘고, 무르고, 일반적으로 사람을 죽이기에는 부적절한 날붙이.
그래도 세이버는 그것을 혐오하고, 캐스터는 승기라고 하는 듯 높이 쳐 든다.
땅 속에서 발을 잡혔다, 라는 놀람도 있어서인지.
세이버는 휘둘러지는 단도를 튕겨내지도 않고, 멍하니 그것을 받아 들———
「이————야야아아아아…………!」
「뭐———」
등 뒤에서, 캐스터의 목소리를 듣는다.
녀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세이버의 앞에 서서, 대신 칼날을 받는 정도 밖에 없었다.
「크————아야…………!!!!」
……윽, 그건 그렇고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나한테는 정면에서 캐스터의 단도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단도를 받는 것보다, 세이버를 감싸는 쪽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세이버를 숨기듯이 끌어안았다.
결과적으로, 캐스터의 단도는 내 등————특히 터무니 없이 아픈, 등뼈를 깨끗이 도려낸 것이다.
「윽, 커………………!!!!」
엄청난 통증에 울려고 하는 걸 참으면서, 세이버를 안는 팔에 힘을 준다.
「시, 로……?」
귓가의 목소리도, 지금은 뭐라고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떨어, 져————세이버, 뒤, 에」
목소리를 짜내서, 뛰어, 라고 말하는 것보다 먼저, 세이버는 이쪽 뜻을 알아채 준 듯 하다.
휭, 하고 크게 몸이 헤엄친다.
세이버는 두 발을 잡은 뼈를 뿌리치듯이 뒤로 도약하고, 세이버를 안고 있던 나도 같이 옮겨졌다.
「시로, 상처를————!」
절박한 세이버의 목소리.
상냥하게 지면에 내려지기는 했지만, 등의 아픔은 늘어나기만 한다.
이렇게, 등뼈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려서, 억지로 납이 쑤셔 넣어졌다.
버걱버걱하는 아픔으로 보면, 그래그래, 딱 휴대폰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시로, 정신 차리세요, 시로————!」
……평정을 잃고 있는 건 아니, 겠지.
그건 그렇고, 세이버치고는 신기할 정도로 큰 목소리에, 거꾸로 이쪽이 냉정하게 된다.
「———바보, 그렇게 소리 안 질러도 들려.
이런 거, 아플 뿐이고 별 거 아냐. 지금은 나보다, 캐스터, 를」
얼굴을 숙인 채, 캐스터가 있을 장소를 가리킨다.
「————네. 금방 결판을 내겠습니다. 잠시 동안만 참아 주세요」
……세이버는 캐스터에게로 돌아선다.
「지금 그게 네놈의 보구인가, 캐스터」
험상궂은 세이버의 목소리.
검은 그림자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 손에 든 비틀린 단도를 들어올렸다.
「……그래. 보시는 대로 무디고, 인간 한 명 죽일 수 없는 물건이지만 말이지. 네가 직감한 대로, 어떤 일에 관해서만은 만능이라고 하는 마법의 부적이야.
……닿고 싶지 않으면, 나한테는 다가오지 않도록 해, 세이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캐스터에게는 아까까지의 여유는 느껴지지 않는다.
캐스터 정도의 마술사라고 해도, 마술인 한 세이버에게는 상처를 주지 못한다.
저 단도가 어떤 보구이든, 이제 와서 기습을 한다 해도 세이버에게는 통용하지 않겠지.
「……상관하지 마, 세이버. 저 녀석의 수는 드러났어. 너라면, 이제는 문제없이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이를 악물고 지시를 보낸다.
「어머, 그래도 좋아, 세이버? 확실히 너라면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동안에 누가 그 남자를 지키는 걸까.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내 마술이 통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너뿐. 네가 거기 도련님한테서 멀어지면, 궁지에 몰린 내가 뭘 할지, 예상이 가지 않아?」
「————네놈」
폐에서 짜내는 듯한, 세이버의 목소리.
———뼈들이 내는 소리가 늘어 간다.
지면에 무릎을 꿇은 나와, 나를 지키듯이 검으로 자세를 취하는 세이버를 포위해 간다.
「제————길」
……실수했다.
아무리 세이버를 구해냈어도, 내가 이 꼴이어서는 의미가 없다.
이런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세이버의 방해만 될 뿐이다.
사실, 세이버 뿐이었다면 캐스터는 적조차 되지 않는, 데————
「……대화를 하러 왔다, 라고 했지, 캐스터」
「뭐———세이, 버」
「마스터는 아무 말 하지 마세요. 지금은, 이게 올바른 선택입니다」
세이버가 검을 내린다.
주위를 둘러싼 뼈들의 소리에 섞여서, 캐스터의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린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듣지, 캐스터. 조건에 따라서는 눈감아 줘도 좋다」
「제정신이야? 너희들의 목숨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그렇게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 그만 쥐어서 부숴버리고 싶어질 것 같은데」
「착각하지 마라. 네가 쥐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마스터의 목숨뿐이다.
———하지만, 그걸 부순다고 한다면 나도 용서는 하지 않겠다. 이 몸이 사라지기 전에, 나의 모든 검술로 네놈을 완전히 불태우겠어」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세이버의 말 앞에, 캐스터만이 아니라 주위의 뼈들까지 위압되었다.
「……좋아, 거기 도련님한테는 손을 대지 않겠어. 애초부터 내 목적은 당신인걸. 한 사람 정도 마스터를 눈감아 줘도 지장은 없어」
「? 처음부터 내가 목적……?」
「그래. 버서커를 쓰러뜨릴 정도인 영령을 놓칠 수는 없지. 남은 서번트는 나와 당신, 거기에 랜서 뿐. 당신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면, 랜서 따위 적이 못 되는걸」
「———남은 게 3명? 그럼, 어새신은 이미 쓰러진 건가」
「글쎄? 이제 없으니까 쓰러진 거겠지. 주인도 지키지 못하는 서번트는 사라지는 게 당연해」
「————————윽」
어새신이 쓰러졌다……?
그럼 류도사에 있던 마스터는 이제 없는 건가.
직접 싸우기는커녕 정체를 알지도 못했지만, 이걸로 또 한 명, 마스터가 사라진 게 된다.
남는 서번트는 세이버와 캐스터, 그리고, 그 밤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랜서 뿐이라는 셈이다———
「……흥. 하찮은 잡담은 끝이야.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의 그 보구뿐. 마스터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그 검을 넘겨」
「———그거야말로 의미가 없군. 이 검을 쓸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보구는 그 주인이 아니면 쓸 수 없다고, 영령이라면 알고 있겠지」
「아아, 그랬었지.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 채로 받아갈 뿐이야, 세이버.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도, 잡기만 하면 어떻게든 회유할 수 있고……무엇보다, 당신은 내 취향이니까. 길들이는 건 즐거울 것 같아」
진심으로 즐거운 듯한 목소리.
「윽……!」
단편적으로 이어져 있던 의식이 끓어오른다.
등의 통증을 구석으로 차서 날려버리고, 감각이 없는 발로 일어선다.
「웃기고, 있어———」
내 탓으로 세이버가 잡히게 놔 둘 수 없다.
세이버를 지킨다고 결심했으니까, 이 정도 상처로 쓰러져 있을 수 있겠냐————!
목도를 다시 쥐고, 우리들을 둘러싼 뼈들에 베어 들어간다.
「안 돼요, 시로……!」
절박한 세이버의 목소리.
「그래. 자살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어」
조소하는 캐스터의 목소리.
달그락달그락 꿈틀거리는 무수한 뼈들의 소리.
그것들을, 일제히 싹 지워버리듯이.
호우 같은 화살에 의해, 눈깜짝할 사이에, 뼈들은 일소되어 있었다.
「뭐————」
멍하니 서 있다.
비 같이 퍼부은 화살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환상일 리가 없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들어 있던 뼈들은, 한 마리도 존재하고 있지 않으니까.
「크, 누구냐————!?」
캐스터가 시선을 든다.
「————————」
세이버는 이미 알아채고 있었는가.
그녀는 캐스터보다 빨리, 담 위에 있는 “그것”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
거기에, 예상 외의 것이 있었다.
달을 등에 진 모습은 황금.
금색 갑주로 무장한 그 남자는, 혹독하고 박정한 웃음을 띄우며 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 누구————」
저것이 자신의 부하들을 일소한 것이라고 직감했는지, 캐스터는 소리를 지른다.
「————————」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캐스터를 보고 있지 않다.
저 녀석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내 옆에 있는, 은의 기사뿐이었다.
「대답하세요,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감정이 고양된 캐스터의 목소리.
그걸로, 남자는 겨우 캐스터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윽———————」
붉은 눈동자에 응시되어, 캐스터는 숨을 삼킨다.
남자의 시선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으로 차가웠다.
———저것은, 캐스터를 인간취급하고 있지 않다.
떨어져 있는 나조차 그렇게 아는 것이다.
시선을 받고 있는 캐스터가, 엄청난 위압에 마음을 찢겨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 당신은, 어째서 내 방해를————」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삼켜진다, 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잡종에게 이름을 댈 이유는 없다. 사라져라, 피에로(놀잇감)」
남자는, 죽음의 선고로 거기에 응했다.
딱, 하는 소리.
그것이 손가락으로 소리를 낸 것이라고 알아챘을 때에는, 이미, 참극은 시작되어 있었다.
돌연 공중에 나타난 무수한 흉기는, 그야말로 기관총처럼 캐스터에게로 힘껏 쇄도한다.
캐스터가 팔을 든다.
『』의 개념.
검은 로브의 상공에, 유리 같은 막이 만들어진다.
———아마도, 저 방어는 버서커의 육체에 필적하겠지.
하지만, 유리라는 것이 안 좋았던 것인가.
수정으로 전개된 그것은, 쏟아지는 무구의 일격조차 막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에————?」
멍해진 목소리.
불쌍하게도 머리를 갸웃하는 캐스터 따위 상관하지 않고, 그것들은 검은 로브를 꿰뚫었다.
용서 따위 처음부터 없다.
창에 뚫려, 날아가는 로브를 거듭 창이 꿰뚫는다.
쓰러지려고 하는 몸을 검이, 땅에 떨어지려고 하는 팔을 화살이, 무참한 아픔을 호소하려고 하는 목을 도끼가, 각각 필사의 단두대가 되어 참살한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 따위 전혀 없다.
완전히 다져져서 완벽하게 해체된 캐스터는, 이미 사람 모양이 아니라, 붉은 살 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바람이 분다.
주인을 잃은 검은 로브가 흩어져 간다.
살랑, 살랑.
갈갈이 찢긴 로브는, 그래도 간신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그런 것만이, 캐스터였던 자의 자취였다.
「————————」
엄청난 광경에 말을 잃는다.
긴장된 의식은, 그저 가련하게 흩어져 가는 검은 로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무례한 놈. 이 몸께서 사라지라고 했다. 빨리 자해하는 것이 예의이지 않느냐!」
모멸이 담긴 목소리로, 금색 남자가 고함쳤다.
「뭐———」
눈의 착각, 이 아니다.
검은 로브는 뱀처럼 꾸불텅 움직였는가 하자, 검은 날개가 돋아서 날아가려 한다.
하지만 늦었다.
남자가 무엇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밤하늘에 균열이 갔을 뿐.
바다가 갈라지는 듯이, 하늘에 생긴 단층은 검은 로브를 휩쓸어 간다.
그 모습은, 롤러에 말려들어 가는 인간을 연상시켰다.
「아————아…………!」
검은 로브가 떨어진다.
그 밑에는 상처 하나 없는 캐스터의 모습이 있다.
거기에.
이번에야말로, 마검의 폭풍이 퍼부어졌다.
「히,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규가 울려퍼진다.
절규에 호응해서 검은 숫자를 늘리고, 그 숫자에 응해서 절규는 높고 커져 간다.
「아, 하, 아파, 뽑아줘, 아파, 뽑아줘, 제, 발…………!!!」
캐스터에게는 세이버와 마찬가지로, 자기재생의 힘이 있는 건가.
검에 뚫리더라도 죽음에 이르지 않는 만큼, 그 모습은 너무나도 무참했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흉기는 각각 모양이 다르고, 같은 것 따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그 하나 하나가, 서번트들의 “보구”에 필적하는 마검, 마창의 부류였다.
「거짓말, 이런 게, 있을 리, 없어———이런 말도 안 되는 숫자, 있을, 리———」
무진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보구의 비.
그 밑에서 발버둥치는 캐스터는, 너무나도————
「큭, 아우, 죽, 어……? 나, 죽어버리는 거야? 이런, 이런, 엉터리 같이, 죽다니, 그런, 아하, 웃겨, 히, 웃겨서, 이런 거, 거짓말, 아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으로 끝났다.
캐스터의 모습을 숨기고 있던 검은 안개와 함께, 마술사 서번트는 사라졌다.
끝없이 계속될 거라 생각되었던 무한히 순환하는 고문은, 실제로는, 겨우 10초 될까 말까.
그 동안.
세이버는 그저, 담 위에 선 황금의 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흥. 마술사 따위가 기사왕을 잡겠다니, 입에 담는 것만도 대죄다.
저것은 왕인 이 몸의 것. 왕의 보물에 손을 대는 도배에게는, 그러한 꼬챙이 형이 어울리리라」
「그런데, 오래간만이군, 세이버. 기억하고 있나, 이 몸이 내린 결정을」
친근하게 남자는 말한다.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남자를 노려보는 그 기백은, 지금까지와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무엇인가, 그 얼굴은. 아직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겐가?
그로부터 10년이다.
이미 마음을 결정하고 있어도 좋을 때인데———아아, 하긴 그것은 이 몸만의 이야기인가. 너에게 있어서는 바로 요전의 일이었군.
……정말, 남자를 기다리게 하다니 희룽대는 여자로다」
유쾌한 듯이 남자는 웃는다.
……가슴이 삐걱댄다.
지금 그 참극을 봤다, 라는 것도 있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런 웃기지도 않는 눈으로 세이버를 내려다 보는 녀석에게 구역질이 난다————
「————. 아직 잡종이 남아 있었던가」
불유쾌한 듯이 말하고, 남자는 저택으로 시선을 돌린다.
「?」
그 끝———거실에 이어지는 툇마루에는, 이리야와 토오사카의 모습이 있었다.
「…………뭐야, 저거」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이, 이리야는 남자를 올려다 본다.
이리야는 필사적으로 뚫어지게 바라본 뒤, 믿어지지 않는다, 하고 머리를 저었다.
「말도 안 돼———당신, 누구야」
「흥? 얼빠진 놈, 보고도 모르는가. 이 몸은 네가 잘 아는 영령 중 하나이지 않느냐」
「————말도 안 돼!」
이리야는 툇마루에서 뛰쳐나오더니, 도전하는 듯이 남자를 노려본다.
「몰라. 나, 당신 따위 몰라. 내가 모르는 서번트라니, 존재해서는 안 되는데………………!」
「아————기다려, 이리야……!」
제지하는 목소리도 늦었다.
이리야로부터 내뿜어진 마력 덩어리는, 일직선으로 남자에게로 작렬했다.
키잉, 하는 소리.
남자는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다.
녀석의 눈앞에는 거울 같은 방패가 출현하여, 이리야가 뿜어낸 마력 덩어리를 반사했을 뿐이다.
「에————?」
마력을 쏜 게 무아지경이었다면, 그 일어난 일에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리야는 자신이 쏜 마력덩어리를 앞에 두고, 멍하니 서서————
「윽————아야야…………」
순간적으로 끼어 든 토오사카에 의해, 간신히 살아났다.
「……흠. 과연, 이번에는 이거 또 이상한 놈이로군.
저번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금은 궁리했다는 겐가」
남자는 핥는 듯이 이리야를 바라본다.
세이버에게 향해진 것과 같은, 자신의 소유물을 애완할 뿐인 차가운 시선.
「……싫어. 싫어,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나, 나는 당신 따위 싫다니까……!」
토오사카에게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져 졸려지면서, 이리야는 아직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네놈의 사정 따위 알 바 아니다. 됐으니 빨리 열어라. 자, 귀중한 다섯 번째니까 말이지」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
거기에 어떤 효과가 있었던 것인가.
「아————야, 응————」
이리야는 크게 몸을 떤 뒤, 푹 머리를 숙이고 의식을 잃었다.
그걸로 끝.
이 이상, 일어나는 일 따위 아무것도 없다.
나와 토오사카는, 남자를 올려보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나도, 토오사카도 알고 있다.
저 녀석은 우리들을 보고 있지 않다.
여기서 나나 토오사카가 소리를 지르면, 그 순간에 캐스터와 같은 운명을 따를 뿐이다.
「————————」
다만, 세이버만은 다르다.
그녀는 우리들과는 다른 침묵으로, 황금의 기사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나 묻겠습니다. 왜 당신이 현계(現界)해 있는 건가요, 아쳐」
억지로 누른 듯한 세이버의 목소리.
그것에, 나와 토오사카는 놀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왜고 뭣이고 있겠나. 성배는 이 몸의 것이다. 자신의 소유를 가지러 오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나」
「웃기는 소리를. 당신은 그런 영웅이 아니죠. 아니, 애초에————」
「그만 둬라. 그 뒤를 입 밖에 내면,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기사왕이여.
———아니,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으나, 흥이 깨졌다. 재회를 축하하기에는, 여기는 너무 초라하니까 말이지」
말하고, 남자는 발을 돌린다.
당당하게, 우리들 따위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고 등을 보이고.
「근간 만나러 오겠다, 세이버.
그 때부터 이 몸의 결정은 바뀌지 않는다. 다음에 찾아올 때까지, 마음을 정하여 두는 것이 바람직하겠지」
남자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것만으로 긴장돼 있던 공기는 풀려, 뜰은 여느 때의 정숙을 되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그것뿐이다.
에미야 저택은 황폐해지고, 이리야는 정신을 잃고.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등을 보이는 세이버는, 무거운 침묵을 짊어진 채였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기절한 이리야를 눕힌다.
정신을 잃었다고는 해도, 이리야의 자는 얼굴은 평온해 보여서,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봐, 한눈 팔지 마! 붕대가 비뚤어지잖아」
팡, 하고 등을 맞는다.
「아얏……! 토오사카, 너 부상자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시끄러, 사람이 애써서 치료해주고 있으니까, 조금은 얌전히 있으라는 거야.
자, 오른손 들어. 이제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이쪽에도 약 발라 둘 테니까」
「윽————차갑다니까, 그거」
「촉각이 있다는 건 괜찮다는 증거야. 자, 다음에 붕대」
빙글빙글 오른쪽 어깨부터 솜씨 좋게 붕대를 감아 간다.
시간은 10시 좀 지난 정도.
캐스터와의 일건 뒤에, 거실에 돌아오자마자 토오사카는 내 상처의 치료를 시작했다.
시작하긴 했는데, 상처는 이미 대부분이 아물어 있어서, 그 뒤는 형식뿐인 처치를 할 뿐이었다.
「자, 끝. 그렇다곤 해도, 정말 엉터리 같은 몸이네. 그 정도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흡혈귀 정도야. 너, 정말로 인간?」
……어쩐지, 비슷한 말을 전에도 하지 않았었냐, 너.
「이봐, 나는 멀쩡한 인간이야.
나도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 모르니까,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겠냐」
「농담이지, 멀쩡한 인간이 척추 잘리고 쌩쌩할 거 같아?
편리하니까 구태여 추궁하지 않았지만, 이제 슬슬 기분 나빠졌어. 혹시 너, 목을 잘리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지방 출신 아냐?」
「………………」
뭐가 성가신가 하면, 토오사카가 상당히 진짜로 의심하고 있는 게 무섭다.
이 녀석, 언젠가 손도끼를 들고 내 목을 노리러 올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세이버도 그렇게 생각하지.
원인은 세이버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불사신스럽다고 할까」
「하……? 시로의 치유능력은 시로의 것이 아닌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 “강화” 하나 밖에 모르는 시로가, 그런 고등기술을 마스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녀석이 괴물 같은 건, 틀림없이 너랑 이어져 있기 때문이야. 세이버의 자기회복능력이, 그대로 시로에게 흘러 들고 있는 거 아냐?」
「……그런, 걸까요. 지금까지 그런 연결은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지금도 제 마력은 시로에게 흘러 들고 있지 않으면 이상하고, 무엇보다, 제 자연치유는 시로 정도로 강하지는 않————」
「세이버? 왜 그래, 갑자기 창백한 얼굴 하고」
「————」
토오사카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세이버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설마, 그럴 리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세이버는 시선을 내렸다.
「?」
「?」
뜻하지 않게 토오사카와 얼굴을 마주 본다.
세이버의 태도는, 아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
……아니, 그 원인은 알고 있다.
그 황금의 기사가 나타나고 나서, 세이버에게는 여느 때의 패기가 엷어져 있는 것이다.
「……뭐, 시로 건은 보류해 두자.
그것보다 세이버, 너 아까 그 녀석하고 아는 사이였어? 그 삐까번쩍, 세이버가 자기 거라던가 그랬는데」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게 말하기 힘든 일인 것은, 이미 불을 보듯 뻔하겠지.
그래도, 그 대답이 듣고 싶었다.
토오사카의 질문은, 그대로 내 질문이기도 하다.
「————세이버. 알고 있다면 가르쳐 줘. 아까 그 녀석은 뭐였어. 세이버는, 그 녀석을 아쳐라고 했잖아」
「………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는 그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어요. 서번트는 7명뿐입니다. 그가 소환될 리가 없어요」
「서번트———역시, 그 녀석 서번트인 건가」
아니, 그런 건 첫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단지 그 경우, 커다란 문제가 생겨버린다.
「그의 클래스는 아쳐입니다. 물론 린이 계약한 아쳐와는 완전히 다른 영령으로, 그 능력도, 영웅으로서의 기질도 너무나도 다릅니다만」
……그것도 알고 있다.
아주 약간이었지만, 그것이 어떤 괴물인지는 너무나도 충분할 정도로 느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이상하잖아, 그거.
그 녀석이 서번트 아쳐라면, 그걸로 8명째야.
한 기간에 소환할 수 있는 서번트는 7명이 한도일 텐데. 수가 줄었으니까 보충한다, 같은 건 절대로 없잖아. 애초에 7명 이상의 소환은 성배도 마력이 못 버텨」
「서번트가 7명이라는 건, 그게 처음부터 한 번에 불러낼 수 있는 한도기 때문이잖아. 그렇다면 8명째는 절대로 불러 낼 수————아니, 잠깐.
세이버. 너, 저번 싸움에서 그 녀석과 만났었어?」
「……그 말 그대로입니다, 린. 저번 성배전쟁에 있어 마지막 하루, 불바다 속에서, 저는 그와 싸웠어요」
「————」
한 순간, 몸이 굳어졌다.
세이버가, 불바다 속에서 싸웠어……?
……뭘, 새삼스럽게.
그 불이 성배전쟁의 의한 것이라고, 진작에 코토미네 신부한테서 들었다.
그렇다면 놀랄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놀란 이유는———지금까지 그걸 생각하지 않도록, 무의식 중에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결판은? 너, 그 녀석을 제대로 쓰러뜨렸어?」
「쓰러뜨리지는 않았습니다. ……아뇨, 쓰러뜨리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거꾸로 그 녀석에게 졌지.
하고는 달리, 제대로 소환돼서 무적이었던 네가 이기지 못했던 상대구나?」
세이버는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긍정의 뜻이나 마찬가지다.
「세이버가————이기지 못했어?」
지금의 불완전한 세이버가 아니라, 아무런 족쇄도 없는 세이버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확실히 검사로서의 강함을 묻는 것이라면, 세이버도 역시 무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버서커 상대라면 세이버는 밀렸었다.
하지만 세이버에게는 그 보구가 있다.
다른 서번트들의 보구도 강력하지만, 세이버의 보구는 그것들을 훨씬 웃돈다.
그 성검을 가지고서도 쓰러뜨리지 못하는 영웅 따위, 이 세계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뻔하지.
그 녀석, 저번 싸움에서 소환된 서번트가 아니라, 저번부터 그대로 남은 서번트인 거 아냐?
그렇지 않으면 앞뒤가 안 맞는걸」
「————!」
사고가 중단된다.
토오사카의 말의 의미를 납득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 그것은, 내가 어제부터 그리고 있었던 희망의 형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하지만이고 뭐고 없어. 그 이외에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한 번 성배전쟁에서 불러낼 수 있는 건 7명뿐. 그 이외의 서번트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저번 살아남은『승자』뿐인 거 아냐?」
……무거운 침묵.
그런데도,
이 녀석은, 어째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토오사카. 뭐가 기쁜 거야, 너」
「당연하잖아. 그럴 것이 전례가 있잖아?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컨대 저번 싸움에서 마지막까지 이겨낸 서번트인 거잖아?
그렇다면 그 녀석은 성배를 손에 넣은 거야. 그래서, 그 은혜로 계속 세계에 남아있어」
「————」
「즉 성배만 손에 넣으면, 서번트를 세계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견본이잖아. 그 녀석을 잡아다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정도야」
————아아, 그 말이 맞아, 토오사카.
그 녀석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녀석은 서번트이고, 저번 싸움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렇다면, 세이버도 마찬가지로, 이쪽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다.
「뭐, 그 녀석이 누구고 뭐가 목적인지는 불명이지만, 쓰러뜨려야 할 적인 건 변함없을 것 같네.
세이버, 그래서 그 녀석 정체는 뭐야?」
「……그걸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저번 싸움에서도, 저는 마지막까지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었어요.
그 영웅에게는, 심볼이 되는 보구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볼이 되는 보구가 존재하지 않아……?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어디 있어. 보구가 없는 서번트 따위 서번트가 아니잖아.
뭣보다 그 녀석은, 아까——」
「그래, 아까 산더미처럼 썼잖아. 그만큼 있으면 정체를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잖아? 보구 형상으로, 해당하는 영웅을 찾으면 되니까」
「그럼 묻겠습니다만. 린은 아까 그 보구들 중, 하나라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건 당연하잖아. 에에……」
어디어디, 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토오사카.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를 1분.
어라? 하고 토오사카는 머리를 갸웃했다.
「————거짓말. 그럴 리, 없어」
「? 왜 그래, 토오사카. 뭐가 거짓말이야?」
「———믿어지지 않아. 그 피에 젖어있던 건 아마도 다인스레이프고, 낫 비슷한 건 할페지.
뭔가 중화틱한 녀서도 있었고, 부동명왕 씨의 그것도 있었던 것 같은———」
혼자 중얼거리는 토오사카는, 두드러지게 위험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깊은 곳에 빠져든다, 라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에에, 아까 그건 세이버의 검이랑 비슷하지만 다른 거일 거고. 그런 소박한 디자인은 북구틱하고, 그러고 보면 대개의 마검의 원형은 북구라는데———」
으득으득하고 이를 갈기까지 하고 있다.
「어이, 토오사카」
놔 둬도 백해무익.
이 근처에서 멈춰놓지 않으면, 틀림없이 피해를 입게 되겠지.
말할 것도 없지만, 주로 내가.
「토오사카, 토오사카. 됐으니까 돌아 와—」
「아아 진짜, 입 좀 다물고 있어봐, 시로! 네가 방해 트니까 머리가 혼란해 지잖아!」
「아니, 방해할 생각은 없어. 그 녀석 보구 말이지?
형상만으로 말하자면, 다인슬라이프랑 할페, 듀랜달에 바쥬라에 칼라드볼그, 아아, 그리고 기 불가도 있었나.
어쩐지 중화 분위기 났던 건 역시 모르겠지만, 유명한 건 그런 거 아니었냐?」
「으……그거, 맞아」
분한 듯이 이쪽을 노려본다.
그런 얼굴을 하면 곤란하다고 할까, 미안하다고 할까.
나도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라서, 무심히 머리에 떠올랐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건 대체 무슨 영문이야!?
그런 엉터리 같은 숫자의 보구를 가지고 있는 영웅 따위 없어. 아니, 애초에 출전이 다 뒤섞여서, 정말 뭐가 뭔지————」
「네. 그래서 저도 그의 정체는 알 수 없었어요.
영웅의 증거가 되는 보구를, 그 남자는 산더미처럼 가지고 있는 겁니다. 너무나도 수가 많기에, 아쳐의 정체를 한정할 수도 없었어요」
으—음, 하고 고민에 빠지는 두 사람.
뭐, 확실히 그 정도 꺼내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라는 걸까.
「시로. 너, 뭐 없어」
번뜩, 하고 짜증나는 듯이 노려본다. 응, 틀림없이 화풀이다.
「뭐 없냐니, 뭐 말야」
「그러니까, 눈치 챈 거라던가 추리라던가, 어쨌든 순간적으로 번뜩인 거 말야.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의외성이 있는 의견이야. 벽에 부딪친 사건을 해결하는 건 우연뿐이니까」
흠. 그거야 분명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이지.
「하하하, 과연. ———너, 날 얕보고 있는 거지」
「실례되는 말을, 전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어때」
「항복」
순순히 만세를 부른다.
으—, 하고 아쉬운 듯이 신음하는 토오사카.
「……그렇게 되면 결론은 하나네. 세이버, 그 녀석이 쓰고 있었던 보구는 전부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라도 않으면 설명이 되질 않잖아」
「같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 아니, 그거 가짜 아닌데」
어째서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거지.
애초에 가짜 보구로 캐스터의 마술을 관통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흐응. 에미야 군, 그 근거는?」
「그러니까 그건 진짜라니까. 오히려 다른 게 가짜 같아」
「하아?」
「아니, 어디까지나 직감이야. ……그, 잘 설명할 수 없지만, 그건 전부 진짜야.
랜서가 가지고 있는 게이볼그는 물론 진짜지만, 아까 그 녀석이 쓴 창도 진짜 게이볼그라고 생각하는데」
「???」
우와, 그런 얼굴 하면 더더욱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아니, 애초에 어째서 그런 걸 생각한 거지.
그저, 저 녀석이 쓰고 있던 보구는 전부 진짜다. 그것만은 실감할 수 있다.
……버서커와의 싸움에서 “투영”을 행했기 때문일까.
그, 산더미 같은 보구를 보고, 각각이 틀림없이 진짜라고 알 수 있었다.
뛰어난 무기에는 상념이 깃들고, 모양만 흉내 낸 것에는 무언가가 빠져 있다.
그건 세이버의 검을 모조했을 때 통감한 사실이다.
그걸로 말하자면, 그 서번트의 보구는 전부 완벽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뭐, 시로의 발언은 우선 놔 두고.
그 녀석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다음은 목적인데」
슬쩍, 하고 토오사카는 세이버를 훔쳐 본다.
「그 녀석도 성배를 노리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 치고, 신경 쓰이는 점이 또 하나 있어.
세이버, 확실히 물어봐도 돼?」
우와. 어째서 그렇게, 이런 이야기가 되면 그런 사악한 웃음을 띄우는 걸까, 이 녀석은.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린.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양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 그럼 묻겠는데, 세이버는 그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그 녀석 말투로 보건대, 아무래도 세이버한테 뜨겁게 불타고 있는 것 같은데」
「…………」
……토오사카를 본받는 건 아니지만, 세이버의 얼굴을 훔쳐 봤다.
토오사카의 말투는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이 세이버에게 집착하고 있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니, 그건 집착 같은 게 아니다.
그 녀석은 처음부터, 세이버를 자신의 것으로 밖에 보고 있지 않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번 싸움 중에, 구혼 받은 기억은 있습니다. 물론, 검과 함께 베어버렸습니다만」
구, 구혼이라니, 그 구혼———!?
「뭐———————」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 서번트———!
「우와. 이 경우에 기뻐해야 할 지 미묘하지만, 나름대로 나쁜 기분은 안 들잖아?
서번트가 돼서도 구애 받다니, 여자로서 과분한 영광이잖아」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저에게 그런 자유는 없어요. 제 목적은 성배를 손에 넣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런 농담은 신경에 거슬립니다」
「그래? 세이버는 그래도 그 녀석은 상당히 끌리고 있었잖아. 그런 타입은 말야, 상대가 거절해도 전혀 타격이 없다니까.
세이버도 완고하기도 하고, 아예 그런 녀석 쪽이 어울릴지도 몰라?」
뭐가 즐거운지, 토오사카는 무책임한 소리를 한다.
토오사카는 세이버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쁜 듯, 세이버도 흥미 없어 보이는 주제에,
「그러니까 그런 것에는 관심은 없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확실히 뛰어난 영령이지만, 저와는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요」
라고,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고.
「헤에—, 그렇대, 시로. 세이버는 남자 따위 관심이 없다는데—. 안심했어?」
「린, 지금 그건 시로에게는 관계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그 발언은, 어딘가 이상해요」
「그렇겠지—. 지금 그건 내 실언이었어. 하지만 뭐가 이상하냐니, 이상한 게 이상한 거지」
후후후후후, 하고 짓궂게 웃음을 참는 소리를 흘리는 토오사카.
그 눈은 세이버만이 아니라, 입 다물고 있는 나까지 보면서 즐기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
왜인지 언짢아져서,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라? 잠깐, 어디 가는 거야, 시로」
「차. 목 마르니까. 타는 김에 사람 수만큼 타 올게」
흥, 하고 내뱉고 부엌으로 향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에 안 들어서, 토오사카한테는 아주 쓴 차를 먹여주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일단 방에 돌아갈게.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이리야가 일어난 다음에 하자」
실컷 세이버에게 시비를 건 뒤, 토오사카는 쓴 차를 단숨에 마시고 일어섰다.
「아아, 냉큼 자버려라. 절대로 돌아오지 마」
「네네. 그럼 뒤는 잘 부탁해」
뭐가 즐거운 건지,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듯한 태도로 토오사카는 별채로 떠나갔다.
「——시로는 어떻게 할 건가요.
상처가 나았다고 해도 무리는 금물이니까, 오늘 밤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아,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조금 더 이리야를 보고 있겠어. 문제가 없는 것 같으면 다다미 방으로 옮겨주고, 그리고 잘게」
「그렇습니까. 그럼, 그 때까지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걸 끝으로, 대화는 두절되어 버렸다.
토오사카가 소란스러웠던 것도 있어서, 이렇게 조용해지면 갑자기 거북하게 된다.
……아니, 거북하다, 라는 건 아닌가.
신경 쓰이는 것,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 이렇게 마음이 초조한 거다.
생각해 보면, 세이버에게 해야 할 이야기는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다.
성배에 대한 것.
아직 죽지 않았다고 하는 그녀.
……결국 성배를 손에 넣어봐야, 알트리아라고 하는 소녀에게는 아무런 구원도 없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아직, 자신의 소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세이버, 아까 그 얘기 말인데」
세이버와 시선이 부딪친다.
거북해 보이는 눈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헤아리고 있는 듯 했다.
「네. 뭔가요, 시로」
조용한 목소리로, 내 말을 견제한다.
……그래도, 말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니까 아까 그 얘기 말이야.
토오사카도 말했지만,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서번트는 이쪽에 남을 수 있잖아. 그렇다면————」
「아뇨, 저는 남을 생각은 없습니다. 성배를 손에 넣으면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뿐이에요」
「그래서 왕의 선정을 다시 한다는 거냐. 죽어가는 을 구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거야」
「네. 나라를 지키는 것은 왕의 책무입니다. 제 힘이 미치지 않았으니, 하다못해, 어울리는 왕을 다시 고르지 않으면 안 돼요」
마치 먼 다른 사람 일인 양 그녀는 단언한다.
「————」
그 말의, 무엇이 화가 났는지.
「윽———이 바보, 이제 슬슬 눈을 뜨란 말야……!
왕의 책무 따위 관계 없어, 세이버는 이렇게 여기에 있으니까,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해 가면 되잖아————!」
「————」
「그 이외의 목적 따위 인정하지 않겠어. 세이버는 강하잖아. 그렇다면 잽싸게 싸움을 끝내고, 성배를 손에 넣어서, 서번트 따위 그만 두면 돼……!
소원이 있다면, 옛날로 돌아가서 새로 시작하는 그런 짓은 하지 마.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옛날이 아니라 지금부터 되찾을 방법을 쓰란 말이야———!」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작은 한숨을 쉰 뒤,
「시로, 끈덕지군요.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딱 잘라서, 내 말을 거절했다.
「거기에, 성배가 있으면 이 시대에 남을 수 있다, 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쳐……그 서번트는 성배를 손에 넣어서 남아있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번 싸움에서 성배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 리가 없으니까」
「……? 세이버, 그건 무슨————」
「없는 건 손에 넣을 수가 없죠. 그 날. 도시가 불꽃에 싸였을 때, 성배는 파괴됐습니다.
———저를 배신한 마스터, 에미야 키리츠구에 의해서」
「————」
시계가 좁아진다.
텅, 하고 뒤로 쓰러지려고 하는 몸을, 손을 짚어 꽉 지탱했다.
「에미야, 키리츠구, 라고……?」
「네. 10년 전, 저번 성배전쟁에서 제 마스터는 그였습니다. 저와 키리츠구는 마지막까지 이기고, 성배는 키리츠구의 손에 넘어갔어요.
아쳐와 그 마스터는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이제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만으로 성배전쟁은 끝날 터였습니다」
「그렇지만, 키리츠구는 성배를 버린 겁니다.
그 결과, 거리는 불꽃에 싸였습니다.
……그 남자는 저에게 명해서 성배를 파괴시켰어요. 성배를 만질 수 있는 건 서번트 뿐이니까.
키리츠구는 마지막 령주를 써서, 제 손으로 강제적으로 성배를 파괴시킨 겁니다」
「성배를 잃으면 서번트는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없어요. 키리츠구도 저를 머무르게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제 기억은 거기까지입니다. 그 와의 결판도, 저를 배신한 키리츠구를 추궁하는 것도 할 수 없었어요」
「————————」
그거야 물론, 조금은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버지도 마술사다. 계속 이 도시에 살고 있었다면, 성배전쟁에 관계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왜 그걸 말하지 않았어, 세이버. 가, 예전 마스터라고」
「……보통, 서번트라고 하는 것은 이전의 기억 따위 가지지 않고, 같은 영령이 서번트로서 소환되는 일도 없어요.
저는 서번트로서는 이례인 겁니다. 그러니까, 이 건에 관해서는 입 밖에 낼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거기에 시로에게는, 키리츠구가 어떤 마스터였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요」
「……?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니, 왜」
「시로. 당신이 내 과거를 꿈에서 본 것처럼, 저도 당신의 과거를 봐 버렸어요.
……당신에게도 놀랐지만, 키리츠구의 바뀐 모습도, 제에게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시로의 기억에 있는 에미야 키리츠구는 훌륭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 있는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어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전형적인 마술사였어요. 자신의 목적 외에는 흥미는 없고,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지 배제하는. 일반적인 인간다운 감정 따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죠.
제가 싸웠던 시간 전부를 통틀어서 말을 걸어온 건 3번뿐입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
「잔인하다는 것도 아니었고, 살인귀인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정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죠.
키리츠구가 저를 도구로서 다룬 것처럼, 그 본인도 또, 자신을 도구로 밖에 보고 있지 않았어요」
「……키리츠구는 모든 감정을 죽이고, 모든 적을 죽였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믿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그 목적이었던 성배를 앞에 두고, 그는 저에게 파괴를 명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 때만큼 령주의 존재를 저주한 적도, 저를 배신한 상대를 저주한 적도 없습니다」
———세이버의 말에는 진실이 있다.
아니, 진실 밖에 없겠지.
생각해 보면, 키리츠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나는 10년 전 그 때 이후밖에 모른다.
그 전의 키리츠구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아는 건 불가능했고———그런 건, 알 필요조차 없다.
에미야 키리츠구가 냉혹한 남자라도 마찬가지다.
에미야 시로를 맡아준 남자는, 정말로 바보 같이 어린애였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저, 약간 가슴이 아픈 것은.
키리츠구가 정말로 냉혹한 인간이었다면, 그 최후는, 너무나도 허망하다고 하는 것뿐이며———
「……그래. 그럼 내가 세이버를 불러낼 수 있었던 것도, 키리츠구의 아들이었기 때문인가」
「……알 수 없어요. 키리츠구는 정규 수순으로 저를 불러냈죠. 마스터로서 적성이 높았던 키리츠구는, 역사 있는 마술사 가계에 고용되어, 성배전쟁에 참가했다는 듯 해요.
마스터로서의 준비는, 그 가계가 전부 해 줬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 왕의 유품을 콘월에서 발굴해서, 키리츠구에게 맡겨 성배전쟁에 임하게 했습니다. 키리츠구는 그것을 촉매로 아 왕을 소환한 거죠.
그러니까 키리츠구 본인에게는 저를 부를 인자도 없거니와, 속성이 가깝다는 것도 아닙니다. 시로가 저를 불러낸 것은, 무언가 다른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겠죠」
……이야기는 알았다.
가 마스터였던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의외였던 것은, 그 때의 서번트가 아서 왕……지금 이렇게 눈앞에 있는 세이버였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성배는 파괴되었다, 라고 세이버는 말했다.
그렇다면———이 싸움은, 처음부터 무의미했던 것이 아닐까.
「……모르겠는데. 성배가 이제 없다고, 세이버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그렇다면, 왜 이런 바보 같은 싸움을 할 생각이 든 거야」
「……확실히 성배의 유무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소환된 이상, 성배가 없어서는 이상해요.
잊은 건가요, 시로. 저는 성배를 손에 넣기 위해 서번트가 됐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성배가 없는 장소에는 저는 소환되지 않는 겁니다」
「아————아니, 하지만.
그럼 성배라는 건 부서져도 고쳐지는 건가」
「아뇨. 성배는 그렇게 간단히 대용이 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한 번 부서진 성배가 고쳐지는 일은 없겠죠」
「그렇다면————」
「하지만 있을 겁니다. 서번트는 성배의 자력에 끌려서 나타나요. 성배가 없으면 서번트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건 그 신부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신부————그래, 그 녀석」
교회에 사는, 성배전쟁의 감시역.
성배를 관리하고 있다고 하는 그 남자라면, 모든 의문에 대답할 수 있을 터.
저번 싸움의 끝.
파괴된 성배의 행방과, 아직 남아있는 서번트 아쳐.
그리고, 그———키리츠구가 싸움 끝에 무엇을 보고, 성배를 파괴했는가를.
혼자서, 눈을 떴다.
컨디션이 회복되어도, 세이버는 정기적으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뒤로 방에 돌아와서 금새 세이버는 잠들고, 나도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바닥에 누웠다.
그것이 1시간 전의 이야기다.
12시 막 지난 시간. ……이 시간이라면, 세이버와 토오사카에게 들키지 않고 밖에 나갈 수 있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쓰려고도 생각했지만, 그걸로 둘을 깨워버리면 성가시다.
이 상황에서는 걸어가도록 하자.
사람의 기척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심야라고 해도, 이 조용함은 보통이 아니었다.
공기는 얼어붙어 있고, 건물에는 생기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발 아래, 지면 아래에서는, 무언가 새까만 것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듯한, 모순된 열을 느낀다.
……이리야에게 잡혀 있었던 몇 일 사이에, 거리는 이상해져 버린 건가.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징조가, 여기저기에 넘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기분 탓, 이겠지」
문득, 멀리 있는 영산을 올려다본다.
거리에서 떨어진 류도사는, 여기에서 보면 검은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밤공기에 흔들려서, 두근, 하고 명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두운 강을 건너서, 신토로 걸어간다.
「————그런가. 그 뒤로, 벌써 열흘 지난 건가」
그 날.
처음으로 세이버와 만났던 밤, 토오사카와 셋이서 이 다리를 걸었던 것이, 몹시 옛날로 느껴졌다.
———교회가 보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간 적은 없어』
그렇게 토오사카에게 대답은 했지만, 자신은 저 교회와는 적잖이 연이 있었다.
여하튼, 본래대로라면 나는 저 교회에 맡겨져서, 어딘가의 입양 기관에 맡겨졌을 테니까.
「……에미야 가인가, 저 교회인가. 생각해 보면, 엄청난 갈림길이었구나」
10년 전.
그 병실에 있던 아이들은 전부 고아로, 일시적으로 교회에 맡겨졌다.
나는 그런 고아들 중에서 단 한 사람, 병실에서 양자로 보내졌다.
그래서 그렇겠지.
어쩐지 미안해서, 무의식적으로 저 교회를 계속 피해온 것은.
11일 전의 그날 밤, 교회에 가는 건 처음이다, 라고 토오사카에게 대답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교회에 불은 켜져 있었다.
……그 신부는 질색이지만, 그 녀석에게는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자아, 가자」
후우, 하고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묵직한 문에 손을 댔다.
「코토미네 신부, 있나」
말을 걸면서 걸음을 옮긴다.
예배당에 인기척은 없다.
불은 켜져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지나치게 넓고 조용하면, 어설픈 어둠보다 긴장된다.
「어이. 누구 없냐」
……대답은 없다.
이 이상 안으로 갈 수도 없고, 오늘 밤은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나————
「윽……!」
순간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본다.
「에미야 시로인가. 이런 시간에 무슨 볼일이냐」
「————————」
갑작스러운 대면에, 할 말을 잘 찾을 수가 없다.
「밤도 깊었다. 이제 남은 건 자는 것뿐이었는데———그 얼굴을 봐서는 참회 흉내라도 내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는군, 에미야 시로」
코토미네는 흥미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왔던 문으로 발을 돌린다.
「아———아니, 기다려. 그, 당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그런 건 알고 있다. 근무시간 외라고 해서, 찾아오는 자를 쫓아내지는 않아」
말하고, 코토미네는 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따라 와라. 이야기라고 해도 성배전쟁 건이겠지. 그런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를 여기서 할 수도 없지」
이쪽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코토미네는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윽」
여기까지 왔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갈 수는 없다.
코토미네의 분위기에 위압당하지 않도록 기합을 다시 넣고, 교회 안으로 향했다.
「와———바깥도 굉장했지만, 안에도 손이 많이 갔다고 할까……」
안뜰, 일까.
코토미네 한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훌륭한 정원과 복도가 펼쳐져 있다.
「뭘 하고 있나. 이야기를 할 거라면 이쪽으로 와라」
신부는 몇 번째의 코너를 돌아서 간다.
「……제길, 정말로 안 기다려주는 구만, 저 녀석」
불평을 하면서, 코토미네의 뒤를 쫓는다.
교회는 작은 미로여서, 지금은 얌전히 코토미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
소박한 돌로 만들어진 방이었다.
그 예배당이나 안뜰의 우아함과는 동떨어진 여기가, 코토미네 신부의 사실(私室)인 듯 하다.
「공교롭게도 술이 떨어져서 말이지. 대접할 건 없지만, 용서하게」
무겁게 소파에 몸을 맡기면서, 신부는 그런 말을 한다.
「————————」
……미묘하게 나는 냄새는 와인이나 그런 것의 향기인가.
냄새가 방에 배여 있을 정도니까, 상당한 애주가겠지.
「왜 그러나, 할 이야기가 있었던 것 아니었나. 거기서 멍하니 있어도 성가시다만」
「———누, 누가 멍하니 있었다고 그래! 이 방이 의외여서 놀랐을 뿐이고, 금방 용건을 끝내고 돌아가겠어……!」
「그건 다행이군. 나도 어린애와 어울리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다. 질문은 짧게 부탁하지」
「윽…………」
……역시 이 남자는 질색이다.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면에서 대치하면 기가 죽어 버린다.
「그래서, 이야기는 뭐냐, 에미야 시로. 일단,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전부 가르쳐줬다고 생각하는데」
「……거짓말 하지 마, 넌 알고 있었잖아.
아버지가 세이버의 마스터였던 것, 마지막에 성배를 부숴버린 것. 너는 성배를 관리하고 있는 감독이니까 말이지……!」
「호오. 세이버 자신이 그렇게 말한 건가」
「아……아아, 저번 성배전쟁은 그렇게 끝났다고, 들었다」
「————————」
신부는 이것저것 생각하는 듯이 침묵한다.
「……흠. 서번트가 저번 기억을 이어 받고 있다, 라는 건 이상하군. 세이버는 어딘가 망가져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그 세이버 자체가 이상한 건가.
어떻든지, 보통 서번트라고는 말할 수 없겠군」
「영령은 기억 따위 가지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 어떠한 시대에도 소환되는 녀석들에게, 기억이 있으면 모순이 생기지.
녀석들에게 있는 것은 생전의 기록뿐이다. 사후, 영령이 된 뒤에 일어난 일은 일체 기억되지 않을 터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인지, 신부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
세이버가 아직 영령이 완전히 되지 않았다고 알지 못하니까,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아니, 그건 아냐. 세이버는 다른 서번트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같아」
「사정이 달라? ……과연, 일부러 찾아온 용건은 그건가. 좋다, 얘기해 봐라」
「————————」
거만한 태도가 역겹지만, 지금은 반발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이 신부라면 무언가 명확한 답을 내 줄지도 모른다.
「그게, 세이버는 죽은 게 아니라는 것 같아.
그 녀석은 아직 영령이 될 계약을 하고 있지 않아. 죽음의 늪에서 그 녀석이 바란 게 성배를 손에 넣는 것이고, 그 대가로서 영령이 되는 걸 인정했다던가.
그래서 그 녀석은 아직 죽은 게 아니야. 성배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죽지 않고, 손에 넣으면 완전한 이 된다고 했었어」
「죽지 않았어……그럼 세이버는 아직 윤회의 고리에 머물러 있다는 건가. 다른 영령처럼 시간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고?」
「아아, 그런 거라고 생각해. 토오사카는, 세이버는 혼자서 시간에 멈춰있다고도 말했었어」
「———그런가. 영령처럼 일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배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영령으로서 내몰린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성배를 손에 넣지 못했기에, 실패할 때마다 죽음 직전에 있는 자신에게 돌아가 버린다. 그리하여 저번 기억을 가진 채로, 이번도 소환되었다.
———흥. 일부러 죽기 위해 성배를 구하다니, 영웅이라고 하는 것도 알 수 없군.
그렇게 손에 넣어봐야, 기다리고 있는 건 서번트로서 사역되는 것뿐일 텐데」
「……그래. 비록 성배를 손에 넣어서, 그 녀석이 바람을 이뤘다고 해도———그 녀석은 다른 녀석들과 똑같이 돼버리잖아.
……나한테는 그게 납득이 가지 않아. 애초에 서번트라는 건 뭐야. 영령을 패밀리어로 한다고 하지만, 세이버 같이 모순된 영령도 있을 수 있는 거냐」
「글쎄다, 그 근처의 시스템 따위 모른다.
……혼의 영속. 그 비법을 흉내 내서 만들어진 것이 서번트 시스템이다. 이것만은 입안자였던 당시 사람들 밖에 알 수가 없겠지」
「? ———혼의, 영속……?」
「아니, 원래는 그런 것이었을 뿐, 이라는 거다. 관계없는 이야기다, 잊어라」
「그래서 에미야 시로.
요컨대, 너는 그 세이버를 서번트가 아니게 하고 싶다, 라는 거군?」
「————」
정곡, 인 걸까.
그거야 물론 세이버의 상황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성배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건 자기의 소멸이다.
아서 왕이 아닌 왕이 골라져서, 아서 왕이 이 역사에서 지워진 뒤.
그래도 아서 왕이라고 하는 영웅으로서, 그녀가 사역 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그녀가 서번트가 아니게 되어, 보통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불가능하다.
죽은 자는 되살아나지 않아. 아무리 시간에 멈춰 있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있어서 세이버는 죽은 자다.
그녀를 현세에 불러내고 있는 것은 성배의 힘이면서, 그녀가 영령이 되는 교환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겠지.
성배를 구하지 않는 그녀는, 서번트로서 소환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성배를 구한 이상, 늦든 빠르든 그녀는 완전한 서번트가 되겠지」
「……비록 이번이 실패로 끝나도, 그녀에게는 찬스 따위 무한히 있다.
세이버는 아직 시간축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성배를 손에 넣을 기회”를 동시에 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실패한 시련을 다시 한다, 라는 것도 불가능하지.
한 번 실패한 시련은, 몇 번 재시도해도 실패한다. 결과를 체험하고 있다고 해서, 결정된 결과는 바꿀 수 없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성배를 손에 넣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 성배를 손에 넣을 기회는, 이 성배전쟁만이 아니야.
“성배”에 관한 시련은 온갖 시대에 존재한다.
그 전부를 남김없이 계속해 가면, 반드시 성배는 손에 넣을 수 있다」
「……애초에 그녀는『결과적으로 성배를 손에 넣는다』라는 사실이 있기에, 영령으로서 소환되는 것이다.
네 세이버를 서번트가 아니게 만드는 방법 따위, 그것이 네 앞에 나타난 시점에서 존재하지 않아」
「————」
……역시, 그런가.
세이버가 성배를 구하는 이상, 서번트에서 빠질 수단은 없다.
결국, 세이버 자신이 성배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한, 그 녀석은 평생 그대로인 것이다.
이 성배전쟁이 끝나고, 싸울 필요가 없어져도.
성배가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다음 기회로 나아갈 뿐이고,
손에 들어오면, 영령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온갖 시대에 부려진다———
「……그럼. 성배를 손에 넣든 넣지 않든, 그 녀석은 계속 서번트인 채인 거냐」
「아니,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지. 성배가 정말로 만능의 잔이라면, 세이버를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에———?
하지만, 너 아까, 그건 불가능하다고———」
「아아, 세이버를 서번트가 아니게 하는 건 불가능이다.
하지만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은, 세이버를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머무르게 하는 거지.
그렇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성배전쟁이 끝난 뒤, 서번트를 사람으로서 살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물론, 죽어버리면 죽음 직전에 있는 그녀에게 돌아가게 되지만」
「영령과 서번트는 비슷하면서 다른 존재, 라는 거다.
보통, 영령으로서 소환되는 것에는 의사 따위 없다. 녀석들은 그저, 목적을 다하는 것만을 위한 도구로서 소환되고, 사라져 간다」
「하지만 서번트는 다르다.
그건 성배에 의해 불려진 “본체”니까 말이지. 그거라면, 세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지」
「그런 게, 가능한 거냐.
저번, 세이버는 성배가 부서진 시점에서 사라졌다고 말했었어. 성배가 없어져버리면, 서번트는 남아있을 수 없는 거 아닌가」
「물론이다. 서번트를 불러내는 것은 성배이며, 그 뒤에 그들을 유지시키는 것이 마스터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것도 성배가 마스터의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서 말이지. 본래, 마술사 한 사람 정도의 마력으로는 서번트를 유지할 수 없다. 성배라고 하는 강력한 마력제공원이 없으면, 서번트는 사라져버리지」
「……그렇겠지. 그렇다면」
「아니. 부족하다면 보충하면 될 뿐이지 않나.
서번트에게 있어서, 마력제공 따위 대가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아. 녀석들의 본질은 소울 이터다. 존재농도가 엷어지기 시작했다면, 타인의 혼으로 보충하면 그만이지」
「뭐————」
그건 신지처럼, 무차별로 사람을 습격하라는 건가.
「웃기지 마라,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냐……!
애초에 말이지, 세이버 자신이 그렇게까지 해서 남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런가. 그렇다면, 남은 건 성배의 내용물을 쓸 수 밖에 없겠군. ———간단하다. 네가 진실로 세이버를 사람으로 살게 하고 싶다면, 세이버에게 성배를 마시게 하면 된다」
내 반발 따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인지.
신부의 눈은, 처음부터 이 결론에 도달하고 싶었다, 라고 고하고 있었다.
「———그건, 성배로 나의 소원을, 이루라는 거냐」
「아니. 그건 네 소원과는 관계가 없다. 성배의 내용물은 그런 것이다.
린한테서 듣지 않았나? 서번트는 잔에 차 있는 물을 마시는 것에 의해, 현세에서 두 번째의 생을 얻는 것이라고.
물론, 그건 이 시대의 패밀리어로서의 입장을 확립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지. 육체는 여전히 서번트인 채지만, 마스터만 살아있다면 이 세계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건」
결국, 아무런 해결도 못 되지 않은가.
아무리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서번트인 채여서는 의미가 없다.
마스터로부터의 마력제공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그렇게 오래 이 세상에 머물러도, 죽어버리면 또 그 언덕으로 돌아갈 뿐이다.
……거기에, 세이버가 그런 것을 할 리가 없다.
그 녀석은 두 번째 생 따위에 관심은 없고, 성배를 다른 일에 쓴다고 했으니까.
아아, 아니, 애초에———모든 것의 열쇠인 성배는,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건가.
「……얘기는 알았어. 결국, 성배를 손에 넣을 수 밖에 없다는 거지. 하지만, 성배는 있는 거냐. 아버지가 부쉈다면, 이미」
「이미, 뭔가」
「……성배가 없다면, 싸울 이유가 없어. 이런 바보 같은 싸움은 무의미해」
「싸울 이유는 없다, 라고. 뭘 새삼스럽게.
——————원래부터, 네게 이유 따위 없다」
듣고.
딱, 하고 시간이 멈췄다.
———싸울 이유 따위 없다.
그건 이전, 이 신부가 입에 담았던 것이다.
그 때———그 때는, 아직 마스터가 막 된 참이라서, 싸울 이유가 희박했다.
그래서 흘려 들었다. 그저 비웃는 거라고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싸울 이유는 있다. 혹시 성배가 있다면, 이런 싸움은 끝내고, 그리고, 가능하면, 세이버에게 성배를 건네주는 것이다.
싸울 이유는 있다.
분명히 이유는 있다.
그런데, 어째서————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가슴 속에 있는 것을 토해낼 것 같이, 몸이 떨게 되는 건지———
「———뭐, 됐다. 지금은 에미야 시로의 상처를 절개할 때는 아니지」
……목소리가 났다.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정체불명의 구역질이 가라앉았다.
「성배는 있다. 원래부터 성배는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지.
없어지면, 준비했던 자가 새로운 성배를 준비한다」
「? ……준비했던 자가 새로운 성배를 준비한다니……성배라는 게 그렇게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거냐」
「그릇을 만드는 것뿐이라면, 말이지.
물론, 그에 걸맞은 기술이 필요하게 되지만, 애초부터 그 기술 없이 성배전쟁은 성립하지 않지」
「……원래, 성배라고 하는 것은 신의 피를 담은 잔이 아니라, 고래로부터 전해지는 마법의 가마(釜)가 원형인 것이다.
너도 마술사 나부랭이라면 알고 있겠지.
. 그리스 어로 “도달할 수 없는 장소”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는 거기에는, 소원을 이루는 “만능의 가마”가 있다고 하지.
이, 모든 신화의 바닥에 있는 “만능의 가마”를 재현하려고 한 마술사들이 있었지」
「그것이 아인츠베른, 마키리, 토오사카 세 가문이다.
녀석들은 몇 대에 걸쳐서 “만능의 가마”를 재현하는 의식을 모색하고, 200년 전에 그것을 완성시켰다.
그것이 첫 번째의 성배전쟁———인공물에 지나지 않는 성배에 “만능의 가마”를 강령시켜서, 길을 열려고 한 의식이었다」
「아인츠베른……? 그건, 이리야의 가문 말이냐?」
「그래. 아인츠베른은 라인의 황금이라는 것의 전승에 뛰어나서 말이지. 특히, 성배의 모조품을 만드는 기술은 신의 기술이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배를 불러내는 것은 불가능해.
걸맞은 토지와, 강력한 주박(呪縛)이 필요하지.
그것들을 제공한 것이 토오사카와 마키리다」
「당시, 교회와 마술협회는 죽고 죽이느라 한창이었으니까 말이지. 의식은 교회의 눈이 닿지 않는 극동의 땅이 선택되었다.
아인츠베른은 그걸 예측하고 토오사카를 동료로 끌어들였겠지. 토오사카는 이 일대의 영지의 주인이며, 그 스승은 강령술의 대가였지.
아인츠베른으로서는, 토오사카 없이 성배소환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두 가문뿐이라면 용이하게 배신이 일어나지.
일은 셋이 서로 견제하면서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한 건지, 토오사카는 마키리 가에도 이 이야기를 제안했지.
마키리도 긴 세월을 가진 명문이라서 말이지.
특히 패밀리어에 대해서는 뛰어난 기법을 가지고 있었다. 서번트를 묶는 령주를 만들어낸 것도 마키리다」
「……그 연후에 녀석들은 성배소환을 위해 일치단결했지만, 막상 성공하고 보니 남은 건 싸움이지.
첫 번째 성배의 강령은, 녀석들이 죽고 죽이고 있는 동안에 끝나버렸다는 것 같더군.
그렇게 대를 거듭해서,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룰을 만들고, 모양만은 애초의 협력관계로 돌아갔다」
「토오사카는 이 토지와 서번트를 나타내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마키리는 서번트를 묶는 령주를 제공했다.
그리고 아인츠베른은 성배가 깃드는 그릇을 준비한다.
그것이 그들이 만들어 낸 협력관계라고 하는 거지」
……뭐가 즐거운 건지, 신부는 기쁜 듯이 계속한다.
하지만, 그래……성배전쟁은 의식이라고 했지만, 그 발안자가 이리야나 토오사카의 가문이었던 건가.
「그런 거다. 성배를 준비한 것은 아인츠베른이니까 말이지.
저번에 키리츠구에게 배신 당한 그들은, 최강의 카드를 투입해 왔다. 아마도 아인츠베른의 소녀가 성배를 가지고 있겠지」
「————?」
이리야가 성배를 가지고 있어……?
……이상한데, 그런 짐은 없었을 텐데…….
「자, 이걸로 마음은 풀렸나. 네가 뭘 고민하는지는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해결할 수단은 성배뿐이다. 그걸 알았다면 빨리 돌아가라.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이버도 없이 나다니는 건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지」
「쓸데없는 걱정이다. 아직 랜서의 마스터가 남아있는 것 정도는————」
아, 잠깐.
아직 하나,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코토미네. 성배가 사라지면 서번트도 사라진다. 넌 그렇게 말했지」
「말했다만. 뭔가 문제라도 있나?」
「엄청 있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8명째 서번트가 있었어. 세이버의 말로는, 그 녀석은 저번부터 계속 여기에 남아있다는데」
「뭐, 라고————?」
어지간히 의외였는지.
코토미네는 눈을 크게 뜬 채로, 바보 같은, 하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냐, 코토미네. 너라면 조금은 알 거라고 생각해서 왔는데」
「…………. 사라지지 않았던 서번트가 있다, 라는 거군.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겠지. 저번 싸움은, 세이버가 성배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났다.
즉 세이버 외에도 또 한 명, 서번트는 남아 있었다」
「세이버는 깨끗하게 사라졌지만, 그 서번트가 현계하는 걸 원했다면 이야기는 쉽지.
그건 부족한 마력을 혼을 먹어서 보충하고, 이 10년간 계속 살아온 거겠지」
「———그런 바보 같은. 그 녀석의 기척은 보통이 아니었어.
그런 게 10년 간이나 있었다면, 아버지도 너도 눈치 챌 텐데」
「……알고 있다. 아마도 숨겨주는 자가 있었겠지. 그 서번트의 마스터던지, 혹은……」
「혹은, 뭐야」
「성배전쟁을 알면서도, 마스터의 자격을 얻지 못한 마술사다.
그런 인물에는 한 명 짐작 가는 게 있지만, 그것도 아니겠군. 마키리 가의 노인장은 이미 은거하고 있지」
납득이 간 건지, 코토미네는 소파에서 일어선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금 그 얘기를 듣고, 감독으로서 놔 둘 수 없군.
그 서번트에 관해서는 내가 조사하지. 너는 남은 랜서와의 싸움에 전념하도록 해라」
이 이상 이야기할 건 없다, 하고 코토미네는 출구로 걸어간다.
「————————」
……확실히, 이 이상 여기에 있어도 얻을 것은 없다.
아무 말 없이 출구로 안내하는 코토미네를 따라서, 이 어두운 석실을 뒤로 했다.
교회를 뒤로 한다.
그 등에,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세이버는 죽는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거겠지, 에미야 시로」
확인하는 듯이, 그런 말이 던져졌다.
「————」
신부는 문 앞에서, 지상에 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세이버는 죽는다.
그런 건, 들을 필요도 없이 알고 있다.
세이버의 목적은 성배를 손에 넣는 것뿐이고, 성배의 힘을 원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성배만 손에 넣으면, 세이버를 묶는 것은 없어진다.
그녀는 죽음 직전에서 여기에 있다, 라는 입장에서 해방되고, 그리고———그 언덕에서, 보답 받지 못하는 죽음을 맞이하겠지.
「무슨 바람이 분 거지. 네가 그런 충고를 할 자식이냐」
「뭘, 네가 세이버에게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건 기쁘니까 말이지. 내 나름의 후의로서 충고하고 있는 거다.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세이버는 사라진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면, 성배는 포기해야겠지, 하고 말이다」
「……그거야말로 모순이다. 성배가 없으면 세이버를 묶어둘 수 없어」
「성배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 아까 서번트 얘기도 있다. 세이버를 계속 살아있게 하고 싶다면, 혼을 계속 주면 될 뿐이지 않나?」
「———웃기지 마라. 그런 짓, 할 수 있겠냐」
신부를 노려본다.
「그런가. 그건 유감이군」
내 응시 따위 끄떡도 없는지, 신부는 유쾌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배 안에 있는 것에 기대할 수 밖에 없겠군.
네 서번트가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령주를 하나 남겨놓으면 그걸로 족하다. 네 소망은, 그걸로 이루어지겠지」
———신부는 말한다.
세이버가 싫어하더라도 상관없다.
마스터라면, 령주의 힘으로 억지로 성배를 마시게 하면 된다고.
「————————」
「이런 실언이었나.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어디까지나 지금 이건 충고에 지나지 않으니.
뭐 세이버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녀의 인생이다, 우리들이 참견할 권리는 없다」
「예의 서번트에 관해서는 내일 중에 조사하겠다. 마음 내키면 다시 한 번 찾아오도록 해라」
교회의 문이 닫힌다.
치솟은 가람(伽藍)을 올려다 보면서, 두 번 다시 올까 보냐 하고 이를 갈았다.
밤에 다리를 건넌다.
언젠가 세이버와 걸었던 곳.
그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이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배를 손에 넣으면 세이버는 죽는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거겠지, 에미야 시로———“
「윽————」
알고 있다.
그런 건, 들을 것까지도 없이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나 뒤얽혀 버렸는지.
세이버는 성배를 손에 넣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그 녀석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성배의 힘뿐이다.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면 성배는 포기해야겠지.
그래도 계속 살아있게 하고 싶다면, 그녀에게 혼을 계속 주면 된다————“
……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런 거.
만일———혹시 내가 바란다고 해도, 세이버는 바라지 않는다.
그런 짓을 할 거라면, 그 녀석은 스스로 사라지겠지.
스스로 사라져서, 그리고———또, 을 반복하는 건가.
“그렇다면, 령주를 하나 남겨두면 그걸로 족하다.
———너의 소망은, 그걸로 이뤄진다”
「윽……! 이, 닥쳐라, 빌어먹을 신부……!」
발을 멈추고, 주박을 떨쳐내듯이 난간을 발로 찼다.
키—잉, 하는 소리가 밤에 울린다.
……주위의 소리는 그것뿐.
거리에는 사람의 기척도, 길을 지나는 자동차도 없다.
「제길……왜 그럴 생각이 드는 거냐, 대체」
난간에 몸을 맡기고, 토해내듯이 중얼거렸다.
코토미네의 말 따위 무시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녀석의 말에는 부정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뭐가 하고 싶어서, 뭘 위해 싸우려고 한 건가.
처음은 성배전쟁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그게 엷어져 가고, 뒤로 돌려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자신 혼자서 싸우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던 때부터인가.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고, 세이버와 손을 잡았을 때부터인가.
그렇지 않으면.
밤의 폐허에서, 살갗을 맞댄 뒤, 그녀를 위해서 검을 만들어냈을 때부터인가.
———그런 건, 전부 거짓말이다.
생각할 것까지도 없다.
나는, 그 때.
그 광에서, 달빛에 비춰진 그 녀석과 만났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다———
「————」
그저, 그것뿐이라면 좋았다.
꿈에 빠져서, 몰랐다면, 아마도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에 끝나 있었겠지.
하지만 알아버렸다.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잃고 싶지 않다고 바래버렸다.
아직, 이렇게 있고 싶다고.
그 웃음을, 아직 보고 있고 싶다고 소원하고 있다———
「———아야」
검의 언덕에서 혼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던 소녀.
그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시간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여자애를 울리지 마라, 라고 키리츠구는 말했다.
나도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 쪽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웃지 않는 세이버에게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말했다.
웃으라고 말하는 자신에게, 웃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쪽이 좋다고.
———그것은.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닿지 않는 별과 마찬가지.
「————————제길」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결코 손이 닿지 않는 별을 보고,
똑, 하고.
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떨어졌다.
「————나, 그 녀석이 좋아」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입에 담았다.
아무리 둔감한 자신이라도, 이렇게 되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어쩔 수 없다.
나는 이유도 없이 울어버릴 정도로, 그 녀석이 좋은 거라고.
「잘 왔어. 꽤나 늦었네」
————하고.
현관에는, 토오사카가 서 있었다.
「토, 토오사카……? 너, 어째서————」
「현관에서 선 채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잖아. 지쳐있는 것 같고, 이쪽으로 와」
꽉, 하고 내 의사 같은 건 묻지도 않고 사람 팔을 잡아 끌면서, 토오사카는 척척 걸어서,
자신의 방까지 데려와 버렸다.
「자, 차. 밖에 추웠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세심하다.
「……아아, Thank you」
솔직히, 뜨거운 차는 반가웠다.
신토에서 여기까지 1시간 좀 넘는다.
천천히 걸어왔기에, 몸은 깊숙한 곳까지 완전히 차가워져 있었다.
「그래서. 키레한테 갔었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그런가. 토오사카 녀석,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건가.
그런데 말리지도 않고, 돌아오는 걸 기다려서, 이렇게 차를 타 주고 있다.
……마음이 굳어진 것도 있고, 토오사카의 굴절된 배려도 기쁘다.
그래서 그랬겠지.
「응, 갔다 왔어. 묻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숨기지 않고, 순순히 대답했다.
「그래. 그럼, 뭘 하고 왔는지는 묻지 않겠어. 시로도 그걸로 됐지?」
「그래. 거기에, 그다지 알맹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 그저 지금 상황을 확인했을 뿐이었고」
「그래. 하지만 놀랐는데, 세이버가 아직 완전히 서번트로 되지 않았다니. 최강의 서번트가, 실제로는 제일 어중간한 서번트였다니 질 나쁜 농담이잖아」
「그렇구나. 세이버는 서번트 따위 되지 않았으면 좋았는데」
순순히 끄덕인다.
「의외네. 시로랑 아쳐, 어쩌면 마음이 맞았을지도 모르겠어. 그 녀석도 말야, 시로랑 같은 소리를 했으니까」
「……에. 아쳐라니, 그 녀석이 말야?」
「그래. 아쳐도 말했었어. 자신은 후회하고 있으니까, 세이버한테는 그렇게 되지 말았으면 한다고」
「……? 왜 그 녀석이 세이버 걱정을 하는 거야. 그 녀석, 세이버를 싫어하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런데 말이지—. 역시 말야, 그 녀석은 세이버랑 인연이 있는 기사였던 거 아닐까.
처음에 세이버랑 싸웠을 때, 그 녀석 분명히 전력을 다하지 않았잖아. 그 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랬었나. 하지만, 세이버는 아쳐를 본 기억은 없다는 것 같았는데」
「그래? 하지만 세이버는 국왕님이었잖아?
그렇다면 국민을 전부 파악하고 있을 리도 없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잖아?」
「……이봐. 그런 소리 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끝이 없잖아. 얼굴을 보고 생각해내지 못하는 녀석이라면, 그건 모른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아. 전설에서는 말야, 아서 왕의 신하 중에는 운이 없어서 를 쫓겨난 기사도 많잖아. 그 녀석, 그 중의 한 명이었는지도 몰라.
그 녀석이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나에 대해서가 아니라 세이버에 대해서였다——라고 하면, 비교적 납득이 가는데」
토오사카는 평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온다.
「————————」
이것도 이 녀석 나름대로 신경 써 주는 방법인 걸까.
그다지 효과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토오사카는 좋은 녀석이다.
보통 때는 용서 없는 주제에, 약해져 있는 녀석을 보면 도와주려고 하는 걸 보면, 타고난 누님 체질이라고 할까.
……그렇게, 둘이서 차를 마시기를 수십 분.
드디어 끈기에서 밀렸는지, 토오사카는 진지한 얼굴로 내 쪽으로 방향을 돌려왔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시로」
「응. 일단 내일은 데이트할 거야」
그 이외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돌아오는 길에 정했으니까 당연하다.
……그러자.
아까까지의 침울도는 어디에 갔는지, 토오사카는 터무니 없이 실례되는 얼굴을 한 뒤.
「풋———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더욱 터무니 없음을 추가해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해댔다.
「히히, 잠깐 기다려, 마음, 마음의 준비가, 아하, 아하하하, 굉장하다니까, 진짜 제멋대로야, 시로!」
……제길,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 바보……!
「시, 시끄럿! 제멋대로인 게 잘못이냐.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절대로 방해하게 놔 두진 않을 거야!」
「아, 아냐아냐, 시로, 시로가 웃겨서, 히—」
배를 잡고, 팡팡 사람 등을 때리는 토오사카.
「큭…………」
왠지, 이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심한 취급이 아닐까.
「히, 히히, 하————아—, 정말 잘 웃었다—」
하아하아 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거 다행이군. 이쪽은 전혀 안 웃겼지만」
입을 삐죽 내밀면서 불평을 한다.
그러자.
「데이트, 힘내. 나, 너희들 좋아해」
아까까지의 태도와는 일변해서 온화하게, 토오사카는 그런 말을 했다.
「아……으. 응, 힘낼게」
간신히 그것만 입 밖에 낸다.
……정말, 지금 그건 불의의 일격이다.
저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이쪽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잖아————
방에 돌아간다.
세이버는 잠든 채이고, 저택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비가 왔지만, 내일은 어떨까.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올려다보면서, 내일은 맑게 해 주세요, 라고,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입 밖에 냈다.
첫댓글 아악 너무 길어서 힘들어!!!!
이래서 페이트가 캐근성게임이라는겁니다.미연시를한경험이 5번이상은되야지 이정도스토리를 견뎌내는거죠^^그리고,또 남은 글들은 더하답니다^^
ㅇㅅㅇ;;;.. 입문작이라는...그닥 길지도 않았던거같아요...다른미연시를 안해봐서...=_=;알고보니 엄청긴거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