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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래간만에 찾아뵙는 불성실 연재작가 A - ROD 입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을 줄로 압니다. 시험기간...그것도 89년생으로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느라..^^;
아주 시험을 제.대.로. 쌌.씁.죠. -_-;;;;;; 제.대.로.!!!
덕분에 토, 일, 월, 화...제대로 컴퓨터 못했습니다-_-; 그래서...이제야 올립니다. 20편. 앞으로는 깔끔
한 퇴고를 바탕으로 한 글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_ -; 어쨌든 오랜만에 뵌 기념으로 양을 늘려
봤습니다. 기대해 주시고...내용이 간간이 이상하다고 느끼실 때가 있으면 언제나 지적을 부탁드리며,
이번 회도 내용이 어불성설 격의 내용들이 많고 어설픈 전개로 묶여 있습니다. 소설을 쓴 공백기간이
길어서 그러니...부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ㅠ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The Main Text...
“한국이 우승할 것입니다. 그것을 변함없는 사실로 만들겠습니다.”
홍명보의 호기로운 발언이었다. 세계의 외신들은 받아 적기에 급급하다. 언제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 그것은 진두 지휘자로서, 한국의 선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집중하겠습니다.”
“조성철 선수! 바르셀로나와의 재계약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 바르셀로나에 남고 싶다는 겁니다. 아직 많은 바르셀로나의 팬들이 좋고, 동료들이 좋고, 감독님이 좋습니다.”
“박주영 선수, 다음 상대인 이탈리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력합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담담하다. 모든 선수들이 담담하다. ‘이탈리아’라는 적수를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야, 하명아. 밀란 어떻든?”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무슨 대답을 원하고 물어본 거지?”
“그냥. 밀란 어떠냐고. 어때, 좋냐?”
“하하하, 강진아. 매일 네스타랑 같이 훈련한다. 매일 쉐브첸코랑 몸싸움하고. 맨날 스탐이랑 헤딩 경합을 하는게 밀란이야. 안 좋을 리가 있냐?”
“하~ 그렇긴 하겠다. 부럽다. 난 도쿄...언제 유럽이란 데 한번 가보냐.”
“진! 일로 와봐. 너 진짜 잘하드라. 대단해. 그래, 모나코 가서 이쁜 여자 사진 많이 가져 왔겠지? 너 내가 어렵게 연락한 거 알지? 자, 꺼내 놔 봐.”
김승용과 오장은은 막내 남궁진을 불러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휴게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진짜 주춤주춤 꺼내들은 남궁진의 사진을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
“야, 남궁진. 너 여자친구 있었어?”
“네...에. 네.”
"나, 참. 미치겠구만. 너 왜 지금까지 이 사진 꺼내지 않았냐?“
“아~ 이 사진도 다른 사진 있었으면 안 꺼냈을 거예요.”
“야~ 이 자식 봐라. 지 혼자서...실망이다, 실망. 쳇.”
“야, 근데...여자애...죽인다!”
많은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많은 대회들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렀고, 많은 강호들과 대적해 온 그들이었다. 이제 전통적인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도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반드시 이긴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알겠나?”
“예!”
그렇다. 이탈리아는 아닌 것이다. 한국에게야 이탈리아가 특별히 의미가 없는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지만 이탈리아에게 있어서 한국은 반드시 물리쳐야 할 상대였다. 굳이 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난 2002년의 일을 회상할 수 있었다. 후반 43분의 동점골을 내주고, 연장 후반전 종료 3분전에 역전골을 내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게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의 국민들이 이 경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흔히들 외국의 축구는 즐기기 위해서 한다지만 이젠 이탈리아에게도 분명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한국을 격파한다는.
[ 올림픽 2번째 경기, 한국 대 이탈리아의 경기가 열리게 될 이곳은 베이징 스타디움입니다. 자, 이제 선수들이 입장해서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요. 오늘 이탈리아 전, 상당히 많은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경기입니다. ]
[ 그렇죠. 해외 외신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었을 만큼 두 팀의 실력이 출중하고, 또 지난 19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0으로 물리치고 난 다음부터 이어져 온 한국과의 좋지 못한 인연은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도 계속되었죠. 비에리 선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만 후반전 경기 종료 4분전에 터진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 그리고 연장 후반전에 터진 안정환 선수의 그림 같은 결승 골든골에 힘입어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했었죠. 그런 만큼 이탈리아는 오늘 경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
[ 그렇습니다. 자, 한국의 선발 멤버 보실까요. 골키퍼에 차기석 선수. 수비는 캐나다 전과 동일합니다. 이강진, 최하명, 김진규 선수입니다. 이 세 선수는 모두 해외파입니다. 이강진 선수와 김진규 선수는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죠. ]
[ 그렇습니다. 이강진 선수는 도쿄 베르디에서, 김진규 선수는 주빌로 이와타에서 뛰고 있습니다. ]
[ 그리고 이 최하명 선수. 이번 올림픽에 새로 발탁된 선수인데,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최강팀인 AC 밀란에서 뛰고 있는 선수에요? ]
[ 그렇습니다. 많은 한국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인데요. AC 밀란의 유스팀과 2군을 넘나들며 꽤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입니다. ]
[ 자, 미드필더 진영을 보시겠습니다. 왼쪽 윙에 안태은 선수를 배치했고, 가운데에 조은광과 백지훈 선수, 오른쪽에 오장은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글쎄요. 일단 저번 경기와 차이점이 있죠? ]
[ 그렇습니다. 저번 경기에서는 왼쪽 날개로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남궁진 선수가 나왔고, 오른쪽에는 안태은 선수가 배치되었는데요. 오늘은 남궁진 선수를 빼고 왼쪽에 안태은 선수를, 오른쪽에 오장은 선수를 투입했네요. ]
[ 어떻게 보십니까? ]
[ 글쎄요. 홍명보 감독, 초반에는 수비적인 게임 운영을 하다가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를 상대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남궁진 선수를 투입함으로써 역습을 노려본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요. ]
[ 그렇군요. 공격진영 보시죠. 왼쪽 윙포워드에 김승용 선수, 오른쪽 윙포워드에 박주영 선수, 그리고 중앙 공격수에 조성철 선수입니다. 역시 포메이션이 바뀌었어요? ]
[ 그렇습니다. 캐나다와의 경기에서는 최전방의 세 명이 역삼각형 형태로 서는, 3412의 전술로 나왔었는데 오늘은 김승용 선수를 투입하면서 양쪽 윙들의 활동폭을 넓히는 343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카드가 기대됩니다. ]
[ 그렇습니다. 자, 이탈리아를 보시겠습니다. ]
“이탈리아도 최고 전력이야. 골키퍼에 부폰과 톨도를 이어 갈만한 인재라고 일컬어지는 리오르카(Liorca), 수비에는 페르틴(Pertine)과 와일드카드 보네라. 유벤투스의 유망주 쿠르치(Curci)와 로마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그리고 베르니에르라는 괴물 신인. 공격진에는 역시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알베르투 질라르디노가 버티고 있어.”
“물론 최고 전력의 팀이다. 아무리 상승세를 달려온 한국이라도 이번 경기 쉽게는 볼 수 없을거야.”
“이탈리아는 또 거칠게 몰고 나올까?”
“물론. 그들은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할 거야. 그 중 하나가 바로 월등한 신체적 조건이니까.”
라이트는 편하게 눕다시피 한 채로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윤민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로케와 농담을 나누었다. 이젠 한국의 경기라면 놓칠 수 없는 네 사람이다. 한국의 경기가 있는 곳에 항상 그들이 있었다.
[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파란색 유니폼의 이탈리아가 선축합니다. ]
“헤이!”
거칠게 몰고 나오는 이탈리아였다. 로마의 유망주 공격수인 알레시오 체르치가 중앙으로 파고 들어갔고, 질라르디노라는 괴물 공격수는 체르치보다 약간 쳐진 위치에서 그들 도왔다. 초반 난타전의 형식으로 흘러서라도 선제골을 넣어야 한다는 게 이탈리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감독님, 아무래도 허리 싸움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글쎄. 하명이의 능력을 한 번 보자고.”
홍명보는 꽤나 대범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탈리아에게 진다면 말리 전까지 가야 16강 진출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홍명보가 말하는 점은, 수비수 ‘최하명’을 시험하기 위해 이탈리아라는 강적을 버린다는 것이다.
“감독님,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한 게임에서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주영이고 성철이고 간에 그 기회를 살릴 능력이 없다면 외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겠지. 승리라면 무실점에 원샷원킬이어도 승리다. 어차피 우리는 카운터의 팀이니까.”
[ 한국, 전반 초반에 이탈리아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거세게 밀어붙이는 이탈리아. 몸싸움도 여전하군요. 거친 플레이로 일관합니다만 주심, 그대로 넘어갑니다. 백지훈의 볼을 커트한 베르니에르! 이 선수 조심해야 해요! ]
[ 그렇습니다. 바싹 달라 붙어야죠! ]
[ 베르니에르! 위험합니다! ]
베르니에르의 빠른 돌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백지훈의 볼을 도중 커트한 베르니에르를 좌측과 우측에서 동료들이 벌려 주면서 도왔고, 조은광과의 몸싸움도 이겨내면서 중원을 점령하고 만 것이다. 베르니에르는 지체하지 않았다. 때리든지, 패스하든지 둘 중 하나.
‘하지만 너는 패스하겠지.’
하명은 날카롭게 읽었다. 그렇다고 핵심 공격수인 질라르디노에게 붙은 것도 아니었다.
[ 베르니에르의 날카로운 패스! 넘어지면서 도중 차단하는 최하명! 아~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패스를 막아냅니다, 최하명 선수! 이걸 길게 걷어내는 김진규. 베르니에르 선수 때리는 척 하면서, 질라르디노를 보면서 체르치에게 의표를 찌르는 패스! 하지만 또 그걸 커트해내는 최하명 선수! ]
베르니에르가 하명을 노려본다. 알고 있었단 말이지. 내 패스를. 최하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위치로 되돌아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명은 한국의 수비진영에 큰 산을 구축하고 있었다.
[ 전반전 30분이 흐릅니다만 이탈리아의 일방적인 페이스입니다. 한국은 김승용과 박주영이 멀리서 중거리 슛을 때려봤을 뿐 이렇다 할 공격 기회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탈리아가 또 밀어붙여 오는군요. 오른쪽으로 벌립니다. 쿠르치 선수, 그대로 가운데로 올려줍니다! 헤딩! 아, 위험해요! 질라르디노오오오!! ]
쿠르치가 안태은을 앞에 두고 과감하게 센터링을 올렸고, 공은 이강진과 질라르디노가 경합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간다. 이강진이 헤딩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둘의 머리에 동시에 맞은 볼은 정확하게 착지하는 질라르디노의 발 앞으로 떨어진다. 질라르디노가 누군가. 이탈리아 A 대표팀에서도 주전 공격수를 위협할 정도로 실력 있는 공격수이다. 그가 그런 찬스를 놓칠리 없었다. 반 템포 빠른 슈팅이 이어진다.
[ 수비맞고 굴절! 골라인 바깥으로 나갑니다! 아~ 지금 최하명 선수의 커버 플레이! 정말 다행입니다. ]
[ 그렇습니다. 어느 새 체르치 선수를 제쳐두고 질라르디노의 슈팅 경로로 들어와서 몸으로 공을 막아내는 호수비입니다. ]
최하명은 일어서서 땀을 닦았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덕이었다.
‘선생님의 역량이지.’
하명은 묵묵히 바레시가 가르쳐준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특히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위험한 세트 피스 상황에서는 -
[ 위험합니다! 다시 몸으로 막아내는 한국! 걷어내는 한국입니다! ]
“보통 제일 키 큰 선수에게 직접 슈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런 상대에게는 우리 팀의 최장신이 붙기 때문에 정확한 헤딩을 하기 힘들지. 예외가 있다면 체코의 콜러나 로크벤치 정도랄까? 그렇다면 최장신 선수는 페인트라고 봐도 좋다. 네가 주의해야 할 선수는 2선에서 쇄도하는 선수다. 항상 공간을 먼저 점령해라. 공간부터 점령하고 난다면 80%는 너의 승리다.”
바레시는 날카로운 선생이었다. 운이 좋은 날이라면 하명과 말디니, 네스타가 같이 훈련받을 때도 있었다. 하명은 몸으로 배웠다. 그 느낌이 살아 있었다. 네스타와 호흡을 맞추면서 인자기의 쇄도를 막아야 하는 그 느낌을 -
체르치도 다르지 않았다. 로마에서도 곧 1군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체르치는 날카로운 쇄도를 했다. 제법이었다. 하지만 하명도 처음부터 공간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먼저 골대 앞을 가로막았고, 체르치가 넘어가며 발을 댄 공은 하명의 몸을 맞고 흘렀다.
“센스가 좋군.”
칭찬이 인색한 홍명보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최하명 혼자서 세 골을 막아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그들은 괴물 신인이라는 안토니오 베르니에르, 이탈리아의 주전 공격수를 ‘찜’ 해놓은 알베르투 질라르디노, 무서운 유망주 알레시오 체르치이기에 그 가치가 더하다.
[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립니다. 한국, 전반에 이렇다 할 공격을 못해 보고 이탈리아에게 일방적으로 페이스를 내줬습니다만 수비진의 몸을 던지는 투혼, 그리고 골키퍼의 선방으로 잇다른 위기를 넘기면서 0대0, 무승부로 전반을 마칩니다. 이 정도 되면 수비적으로 나온 홍명보 감독의 전략이 반은 성공했다고 보이는데요? ]
[ 그렇습니다. 물론 45분 내내 경기의 주도권을 이탈리아가 잡고 있긴 했지만, 비교적 수비적으로 나왔던 한국이기 때문에 후반전에 역습을 노려볼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후반전이 기대되는군요. ]
[ 그렇습니다.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무려 다섯 골을 폭발시켰던 한국. 그 폭발적인 공격력을 이탈리아와의 후반전에서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여기는 중국, 베이징입니다. ]
“수고했다. 후반전에는 공격적으로 나가자. 태은이, 장은이 더 공격적으로 올라가고. 은광이도 전반에는 시킨 대로 수비에만 치중하면서 잘 해줬다. 후반에도 거칠게 공격해올 거다. 너도 거칠게 밀어붙여 줘라. 주영이, 승용이는 후반에 더 움직인다. 전반전엔 비교적 체력을 아껴 뒀으니 후반전에 밀어 붙인다.”
짧은 주문이었다. 전반에는 수비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젠 공격을 해야 할 차례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충분히 알아들었다. 이젠 그 폭발력을 시험할 차례인 것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수비를 구사하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역시 그랬지?”
“응. 뭔가 무기력했어. 한국이 고의적으로 공격빈도를 줄인 것 같았는데.”
“캐나다 전에 비해서 전진 패스의 시도 자체가 적어. 이탈리아의 프레싱이 강하긴 했어도 이 정도까지 오는 건 아닌데.”
“후반전엔 한국이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할거야. 에이, 콜라 또 떨어졌네.”
“그만 마셔. 이빨 썩어.”
“쳇.”
라이트도 윤민도 한국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들의 눈은 날카로웠지만, 이탈리아에도 입만 산 사람이 감독으로 앉아 있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도 눈치채고 있었다. 충분히. 그 증거물이 바로 보네라를 축으로 한 수비진 바로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인 미켈란젤로를 투입시킨 것이다. 전반에는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하나 더 투입했었지만, 후반에는 아니었다. 물론 아직도 선제골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수비에 너무 소홀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폭발적인 파괴력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은 한국이기 때문에.
[ 후반전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이 선축합니다. 한국은 선수 교체가 없고, 이탈리아는 선수 교체가 있습니다. 미켈란젤로 선수가 들어왔죠. ]
[ 그렇습니다. 이 선수는 한국의 조은광 선수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는 선수인데, 비교적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역시 이탈리아도 한국의 거센 반격을 예측한 거겠죠. ]
[ 한국, 전반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압박하며 공을 뺏어 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군요. 역시 수비력이 탄탄한 이탈리아, 다시 공을 빼앗습니다. 아! 앞으로 한 번에 연결하는 패스! ]
이탈리아의 주무기는 강력한 수비력에서 비롯되는 빠른 역습이다. 실제로 그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맞아 무수한 기회를 만들었고, 토티나 비에리에게 완벽한 찬스도 왔었다.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일 뿐. 지금의 대표팀도 그들과 같은 ‘이탈리아’ 가 아닌가. 확실히 카운터에 강했다.
[ 빠르게 구석으로 침투하는 쿠르치! 개인기가 좋습니다! 안태은을 제치고 이강진이 뛰어나옵니다만 스피드가 있죠! 가운데로 올라오는 볼! ]
이 상황에서 쿠르치는 이미 작정하고 있었다.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던 한국의 20번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 조금 긴 듯한 센터링, 뒤로 내줍니다! 위험합니다! 슛! ]
하명은 질라르디노에게 맨마킹을 들어가고 있었다. 김진규는 체르치에게 달라붙었다. 그러나 공은 그 둘을 외면했다. 수비수로서 상대의 주전 공격수를 버리고 공을 향할 수는 없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니기에 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공은 뒤쪽의 미드필더 잠브렐라(Zambrella)에게로 향한다. 잠브렐라도 브레시아에서 뛰면서 꽤나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조은광과 같은 팀 소속이었고,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상대였다. 그는 논스톱으로 패스를 연결한다. 그리고 그 위치에는 괴물 신인, 베르니에르가 자리잡고 있었다.
[ 아~ 허용합니다. 허용합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한 번의 역습으로 빠르게 전환한 이탈리아, 세 번의 정확한 패스로 골문까지 열어젖히고 맙니다. 베르니에르~ 베르니에르에게 허용합니다. ]
‘결국 해냈다! 흥, 최하명이라는 놈. 밀란에서 뛴다고? 아직 날 당하지 못해! 난 세리에 주전이란 말이다.’
베르니에르는 선제골을 터뜨린 뒤 하명을 의식했다. 하명은 묵묵히 땀을 닦고 있었다.
[ 이번에는 완벽한 패싱을 주기 전에, 측면에서 쿠르치 선수의 돌파를 막지 못한 게 원인이죠. 안태은 선수, 이강진 선수를 모두 뚫고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뒤에서 달려오던 잠브렐라 선수 정확하게 볼의 힘을 죽이면서 이어주는 패스도 참 좋았습니다. 여기서도 오장은 선수가 좀 더 타이트하게 맨마킹을 해줬어야 되는데요. 2선에서 달려오던 베르니에르를 순간적으로 우리 수비들이 놓쳤고,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으니까 지체없이 구석으로 때려 넣는 베르니에르였습니다. 아쉽네요. ]
[ 한 골을 허용하는 한국입니다. 후반 7분. 기습적인 공격으로 한 골을 허용합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 많이 남았습니다. 보다 공격적인 전술로 나가야겠어요. ]
“몸들 풀어라. 출격은 20분이다.”
“옛-서!”
점퍼를 벗고 노란 조끼를 입는 선수들. 이탈리아에게 이기는 게임을 하겠다고 했던 홍명보 감독이 초반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선수들은 감독을 가까이서 보고 지내왔기에 그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선제골을 줬다는 것은, 이제부턴 극단적인 공격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훈련해 온 그들이기에 잘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바라는 것은 무승부도 아니다. 승리 - 상대가 그 누구라도.
[ 한국, 빠르게 몰고 나갑니다. 수비적으로 치우쳐 있던 조은광 선수의 화려한 돌파!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잠브렐라 선수를 제치고, 베르니에르와 맞섭니다만 옆으로 밀어줍니다. 백지훈, 우측으로 크게 벌립니다. 오장은 선수 이어받고, 앞으로 패스. 박주영 선수에게로 갑니다. 하지만 바싹 달라붙는 이탈리아의 수비. 박주영 선수 터치라인 바깥으로 쳐냅니다. 한국의 스로인. ]
[ 역시 이탈리아는 수비를 정말 잘합니다. 카데나치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축구를 하는군요. 이 선수들이 나중에 더 성장해서 이탈리아의 주전 수비진을 맡을 텐데요. 오늘도 정말 탄탄한 수비를 하고 있습니다. ]
[ 시간은 점점 흐릅니다. 어느덧 15분을 넘어서는데요. 오장은의 짧은 스로인, 김진규 쪽으로 돌립니다. 김진규, 수비라인에서 그대로 앞으로 때려줍니다. 헤딩으로 걷어내는 보네라. 좋아요! 흐르는 볼 낚아채는 김승용! ]
“승용!!”
[ 김승용 선수, 한 번 치고 가운데로 올려줍니다! 휘어 들어가는 센터링! ]
넓은 그라운드에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차가운 금속의 음파가 전해졌다. 모든 선수들이 노란 옷을 입은 주심에게로 눈을 돌렸고, 주심은 손가락을 뻗어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 페널티 킥! 페널티 킥입니다! 한국의 페널티 킥을 선언하는 주심! 결정적인 동점골 찬스를 맞습니다! 리플레이를 보시죠. 여기서 김승용이 흐르는 볼을 잡고 좌측으로 빠지면서 왼발로 휘어 때리는 크로스가 참 좋았어요! ]
[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서 절묘하게 들어가던 조성철 선수를 페르틴 선수가 한 발 늦게 따라가면서 급하니까 잡아 챘죠! 주심, 놓치지 않고 잘 봤습니다. 한국의 페널티 킥이 맞아요. ]
[ 이렇게 되면 한국, 동점을 만들 결정적인 찬스를 잡습니다. 누가 찰까요? ]
홍명보의 입에서 드디어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몸이 근질근질한 제트기들이 출격하는 것이다.
[ 한국, 선수 교체를 합니다. 페널티 킥을 차기 전에 그 페널티킥을 만들어 준 김승용 선수를 빼고 남궁진 선수가 투입됩니다. 그리고 오장은 선수를 빼고 오장은 선수 자리에 임규혁 선수가 투입됩니다. 조금 더 공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투입함으로서 역전까지 노리겠다느 홍명보 감독의 전략인 것 같네요. ]
[ 그렇습니다. 특히 남궁진 선수같은 경우에는 저번 캐나다 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거든요. 기대됩니다. 그리고 임규혁 선수. 축구 황제라는 펠레가 설립한 리토라우에서 뛰면서 좋은 활약을 보였는데. 원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와 쉐도우 스트라이커입니다만 이렇게 되면 오늘은 오른쪽 윙으로써 출전하는 것 같습니다. ]
[ 그렇습니다. 두 선수에게 기대해 봅니다. 자, 한국의 페널티 킥입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조은광 선수죠? ]
[ 그렇습니다. 조은광 선수네요. 조성철 선수나 박주영 선수가 차지 않을까 했는데, 조은광 선수가 나섰습니다. ]
[ 그렇습니다. 배짱 좋은 조은광. 잘 성공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
조은광은 페널티 스폿을 잘 다진다. 페널티 킥은 골키퍼와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바죠가 말했다. 페널티 킥에서만큼은 자신을 닮지 말라고.
[ 조은광...그대로 달려들며 슛! 침착하게 성공시킵니다! 1대1 동점! 동점골을 넣는 한국! 조은광 선수가 페널티 킥으로 동점을 만듭니다! ]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이탈리아로서도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한국도 절대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뭉쳐 있었다. 조은광의 페널티 골 이후 약 20여분 간 슈팅은 단 세 개밖에 터지지 않았다. 허리 싸움이 그만큼 치열했고,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앞서는 집중력, 그리고 체력을 가진 마지막 선수. 승리의 여신은 그 선수에게로 서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 후반 40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의 빠른 공격. 베르니에르 선수 역시 괴물신인답게 오늘 정말 멋진 활약 보여줍니다만, 마지막 패스가 번번이 걸립니다. 짜증을 내는 모습. 최하명 선수 볼 커트하고 가운데로 낮고 빠르게. 백지훈 잡아서 이번엔 왼쪽으로 때려줍니다. 왼쪽에서 볼 이어받는 남궁진! 서서히 진출합니다만 앞을 막아서는 미켈란젤로! ]
미켈란젤로도 AS로마에서 데 로씨 이후에 나타난 황금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불리고 있었다. 탄탄한 맨마킹과 거친 몸싸움, 그리고 지능적인 커버플레이도 일품이다. 남궁진은 재빨리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도 미리 알았다는 듯 바짝 달라붙는다.
[ 남궁진, 미켈란젤로의 거친 수비에 막혀 공을 다시 뺍니다. 그리고 다시 달라고 손짓하는군요. 안태은이 다시 밀어줍니다. 볼 이어받는 남궁진과 그 앞을 다시 가로막는 미켈란젤로! ]
“흥.”
지놀라의 화려한 발기술은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엔 미켈란젤로가 꼼짝없이 넘어가고 만다. 우측으로 한 번 친 공을 오른발의 범위 내에서 곧바로 컨트롤해 상대의 무게 중심을 순식간에 빼앗아버리는 동작. 지놀라도 실전에서는 선보이지 못했던, 그리고 지금은 팀 동료인 호나우딩요가 제일 잘 구사한다는, 플릿 플랩.
[ 와! 화려한 돌파입니다! 좋아요, 남궁진 선수~! ]
[ 침착해야 합니다! 더 뚫던가, 바로 올리던가 빨리 결정해야죠! ]
[ 작정한 듯 수비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남궁진! 페르틴이 달려듭니다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세계 최고라는 이탈리아의 수비를 농락합니다! 완전히 무너진 이탈리아의 오른쪽 진영! 남궁진 선수 침착하게 올려야합니다! ]
남궁진은 주위에 수비들이 없는 걸 알고 반 템포 쉬었다. 크로스라는 것은 주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주는 사람의 템포에 맞추어 쇄도하며 점프를 해야 제대로 된 헤딩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에는 공이 뜨거나, 잘못 맞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남궁진이 죽인 ‘반 템포’의 위력은 대단했다. 확실히 중앙에서 헤딩 경쟁을 하던 박주영과 보네라에게서 템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대단하네, 한국. 전광판의 시계는 2002년처럼 43분을 가리키고,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고. 하하하하.”
“역시 대단한걸. 한국 경기는 정말 매력 있다니까. 하하.”
[ 남궁진 선수의 정확한 센터링! 그리고 그것을 쇄도하면서 발끝을 갖다대는 조성철! 한국의 역전입니다! 후반 2분을 남겨놓고 역전골! ]
리오르카도 꼼짝 못하는 골이었다. 남궁진의 뒤로 돌아가는 크로스, 멋지게 달려들며 발끝을 갖다대는 한국의 히어로, 조성철. 이탈리아는 무기력해졌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2대1 승리.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의 승리를 재현해낸 것이다. 홍명보도 이번만큼은 그라운드로 들어가 선수들과 같이 기뻐했다. 언제부터 이탈리아가 우리의 라이벌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한국은 그들을 꺾었다. 계속된 그들의 승리는 이제 세계 속에서 완연한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로써 우린 2승으로 자력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놀아도 된다. 단, 술은 안 되지. 어린 것들이.”
“감사합니다!”
캐나다와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으면서 한국은 조에서 유일하게 2승을 거뒀고, 따라서 자력 진출을 확정한 첫 번째 팀이 되었다. 덕분에 다음 말리전은 비교적 뛰지 못한 선수들을 내보내는 선에서 마감했고, 그러면서도 1대0 승리를 거둔 한국은 3전 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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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쩝, 많이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잼있어요~~~~
문제아로랑감독님 감사드립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어쨌든...공지 하나 할게요^^; 중국의 베이징스타즈들인가 걔네들 있잖아요. 걔네들 엔트리나 자세한 정보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4567hop한메일입니다. 부탁드릴게요~^^;;
저도 많이 기다렸습니다..
와와와와.. 역시 재밌다는 크크 에이로드님 그걸 부탁한 이유는 설마.. 8강서.. ???
ㅋ 오래 기다리긴했지만 기다린의미가있다는^^
이 자서전으로 패치만들어버리고싶어지는군요-_-;;
아하....ㅜㅜ....쓰겠다던 약속을 못 치키고 안 쓰는 중..아하...ㅜㅡ.....
누가 실제인물이고 누가 가상인지 원 -ㅅ-;;헷갈려라라라라라
진짜 재밋어요 ㅠㅠ
오오오 20편 나왔습니다 선코 후감은 이미 매너ㅋ 시험도 끝나셨고.. 결과따윈 제끼는 거죠.. 이제 방학과 함께 연재만 남으신;ㅁ;?ㅋㅋㅋ 아무튼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아참,심심한데 위닝에다가 몇놈 만들까 싶은디 작가의 허락을 구해보겠사옵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연재도 빨라지길 기대할께요.....89년생이시라.......9년이나 차이나는데... 제 필력과 너무 비교되어 부끄럽네요......^^;; 항상 좋은 글 기대합니다....
드뎌 나왔군요!!
이야..센스가 탁월하시네요. 다음호 기대되네요..요즘 청대는 잘 안보다보니..왜 이렇게 모르는 인물이 많은건지.-_-;;한 3명정도 모르겠네요.
역시 당신의 글솜씨란..ㅎㅎ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