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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면 바로 요 공간이 나오는데 바람이 없는 곳이어서 그런지
요금 날씨가 추우니까 냥이들이 옹기종기 요기로 모여들고 있더라구요.
아침 내내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솜씨 좋으신 안주인께서 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셨어요.
"내 집에 들어온 이상 책임져야죠."
와, 어쩌면 제 생각과 똑같은지...
지난 번 광주 기역책방에서 사온 책 두 권을 모두 읽고
슬슬 외출에 나섰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야사리....
가는 도중 꼬불꼬불 재를 넘고 눈이 그쳤기 망정이지.
주차를 시키고 보니 멀리 큰 나무가 보입니다.
엄청 나이 들어 보이지요.
약 400살 정도 되는 느티나무
보기에도 엄청 신령스러웠어요.
오랜 세월 한 자리에 서서 온갖 풍파 다 겪었을 나무라는 존재에 대해 한참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자, 이제는 천 년 은행나무가 있다하니 그곳을 찾아가 볼까나.
그때 어디선가 쪼르르 나타난 냥이들.
털이 반지르르한게 귀여웠어요.
어찌나 사교성이 좋은지 타지 사람이 나타나자 어디선가 순식간에 나타난 거예요.
자꾸만 쫓아오는 한 마리에게 "위험하니까 집에 가라"고 했지요.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쫓아가봤자 아무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한참 쫓아오다 돌아가더라구요.
여기도 사람 만나기 귀한 곳.
어쩌나 만난 어르신께 "여기 은행나무가 어디 있어요?" 여쭈니
"쭉 길 따라 가면 우체국 있는데 아마 거기서 보일 거요." 합니다.
송기역 작가 말이 우체국이 참 예쁘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더니만
그냥 평범한 건물에 노란색이 약간 돋보일 뿐.
뭐지? 이게 예쁘다고?
아무튼 우체국 앞에 서니 은행나무가 보이네요.
돌담집 따라 걸어가니
짜잔!
천 살 은행나무와 귀엽고 앙증맞은 우체통.
새 잎 돋아나는 봄에도,
잎 울창한 여름에도
노랗게 물든 가을에도 인기 짱이었을 것 같은 은행나무.
(겨울이라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보다는 수형이 덜 멋짐)
성종 때 형성된 마을에 심어졌을 거라면 어떻게 1000살이 되는 거지?
아, 은행나무의 수명이 1000년이라는 말인 거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그곳에 가면 1000년된 은행나무가 있다고 했었지요.
뭐지? 뭐가 맞는 소리지?
아무튼 대단한 은행나무입니다.
마을에 흐르는 냇물.
물이 아주 맑았어요.
따뜻한 남도답게 양배추가 밭에서 그대로 자라고 있고.
북쪽지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런 게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이기도 한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
입주 작가들이 너도나도 입모아 칭찬 했던 빵집입니다.
속이 거북하지 않다고 하면서요.
겸사겸사 빵집 구경도 하고
요즘 겨울이라 손님이 거의 없답니다.
하지만 주말이면 광주 근교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나봐요.
그때는 빵 사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빵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식으로 먹을 빵도 구입하고.
다른 입주작가들에게도 나눠주려고 조금 많이 샀어요.
시골까지 빵을 사러 올 정도의 빵집 빵맛은 어떨까요?
얼른 가서 먹어봐야겠어요.
주차장까지 쫓아온 녀석들...
오늘은 차가 없기 망정이지 차 많은 날은 정말 위험하겠어요.
간신히 쫓아냈어요.
제 자동차 밑에 들어가서 안 나오는 녀석도 있어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 사람들 인심이 좋아서 냥이들 때깔도 좋고 경계심도 전혀 없구나.
그렇다면 참 다행이지요.
그래도 위험한 건 위험한 것!
근처에 화순적벽이라는 곳 등 좋은 곳이 많다고 하는데 오늘의 외출은 여기서 끝!
오늘 저녁엔 '조선왕조실록'이나 읽어야겠네.ㅋㅋ
아니면 영화 한 편을 보든가....
첫댓글 선생님
화순 가시면 운주사를 가세요
천불상, 와불상으로 유명한 절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너무 살기가 힘든 세상이었답니다
하룻밤에 천개의 불상을 만들면
누워 있는 부처님이 일어나서
천지가 개벽한다고 했대요 그래서
모두 힘을 모아 불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하기 싫은 어린 중이 꾀가 나서
"천개 다 만들었어요"
했답니다
그래 모두 좋아서 일을 멈추었는데...
999개였데요 ㅜㅜ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세상이 뒤비지길 바랬으면
하룻밤에 1000개 불상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누운 돌부처가 일어나 앉길 바랄 정도의 간절함이라니....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애들은 왜이리 속을 썩이는지 ㅎㅎ
운주사의 돌부처들은 웃기게 생겼습니다
천개의 부처를 하룻밤에 만들려니 얼마나 급하고 머리가 복잡했겠습니까^^;;;;;
화순하면 이 이야기와 순박하게 웃는 촌시런 돌부처들이 생각납니다^^
예, 시간 되면 운주사 꼭 가볼게요. 그 돌부처들 꼭 보고 싶네요.
그런데 주로 이곳에서 가까운 곳으로만 나들이를 다니는 편이에요.
길어야 20분 걸리는 곳. 잠깐잠깐 나가서 바람 쐬고 오니까요.
이번주엔 서울에서 연주가 있어 마음이 심란하여
해남은 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가려고 하는데 언제쯤 시간이 좋으실까요?
날 따뜻한 봄에 가고 싶기는 해요. 겨울 말고.ㅋ
아, 빵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구나.
저는 빵순이 떡순이 밥순이. 탄수화물대마왕이에요.
그런데 매일 나오는 반찬. 남으면 어떻게 해요?
저는 처음부터 그게 궁금했어요.
각자 방에 있는 냉장고로?
그리고 설거지는 각자 하는 거겠지요?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일정 시간 지나면 닭모이로 처분.
반찬은 꼭 덜어먹고요.
옆방 시인이 서울로 출장 가서 반찬이 너무 많다고 해도 많이 먹으라면서 그대로 주네요.
보통 반찬과 국이 오는 아침은 같이 먹고 나머진 자기 마음대로...
제가 있는 곳은 여자 둘이 쓰는 별채인데 방 부엌 방 이런 구조예요. 독립적이면서 부엌은 중앙에 있어 공용.
두분 다 음식 고수네요. 은행나무 멋집니다!
저는 약이 되는 건 따지지 않고 그저 입맛에 맞게 하려고 노력하는 하수...ㅋ
여기 안주인은 고수 중의 고수- 저는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글도 쓰고, 쉬시기도 하고. 배울 것도 생겨서 또 좋아 보여요~
샘^^ 샘도 이번 주에 마무리 잘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