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완공 목표… 아부다비 친환경 미래도시 '마스다르시티(Masdar city)'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 전력의 97%는 태양에서 자동차는 못다니고 전기로 달리는 캡슐 운행
석유·석탄 대신 오직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도시, 그래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 탄소(carbon)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곳. 이런 꿈같은 친환경 미래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전혀 뜻밖이다. 땅만 파면 금세 검은 석유가 쏟아질 것 같은 중동의 페르시아만 지역, 전 세계 석유·가스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富國) 아부다비(Abu Dhabi)란다. '뜨거운 지구'의 탈출구가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 위에 오일 머니(oil money)로 세워지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220억달러를 투입해, '탄소 제로(carbon zero)' 도시를 짓고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자원(resources)'이라는 뜻을 가진 '마스다르'를 따서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이다. 면적은 약 6㎢ 로 여의도의 4분의 3쯤 된다.
지난해 2월 착공돼, 현재 건물들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청사진대로라면 1500개 기업이 입주하고 5만명이 거주할 예정이다. UAE의 7개 토호국 중 맏형 격인 아부다비가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3년 전의 일이지만, 그 동안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세계의 시선은 동생뻘인 이웃 토호국 두바이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로 두바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전 세계가 신(新)성장동력으로 녹색 기술을 주목하면서 마스다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마스다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아부다비 미래 에너지(ADFEC)'의 CEO 술탄 알 자베르(Al Jaber)는 "석유는 고갈될 수밖에 없고 그 이후에도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석유 판 돈으로 석유 이후(post oil) 시대를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마스다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탄소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 속에선 어떻게 생활이 가능할까?
■ 태양광·지열·풍력으로 100% 발전… 탄소배출 제로 마스다르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은 태양이다. 이곳에 사용되는 전력의 약 97%는 태양광 또는 태양열로 조달한다.
마스다르의 모든 빌딩 위에는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필름을 활용한 태양광 전지(PV) 패널이 설치된다. 또 도시 한편에는 거울 등으로 햇빛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 발전(CSP) 시스템이 설치된다.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연간 50만 MWh 정도 된다. 팔당수력발전소의 발전량(44만6000MWh·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약 1억6000만달러를 투입해 페르시아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용 터빈을 도시 중간 중간에 설치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다르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또 재활용하는 데도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도시 주변에 높은 담장이 설치된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다. 건물의 유리는 태양열을 차단하고 자연광만 통과시키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 건물은 10층 이내로 낮게 지어, 냉방 효율을 최대화한다.
또 지하의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자연 냉방 방식을 활용해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춘다. 군데군데 나무와 분수 등을 설치해 도심을 시원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마스다르 도시의 기온은 주변 사막보다 평균 20도 정도 낮아진다. 물은 바닷물을 끌어와 담수화시켜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전기도 모두 태양광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번 사용한 물은 모두 재처리돼 도심 조경이나 곡물 재배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도시에 비해 물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동차도 없고, 전기로 가는 캡슐로 이동
앞으로 이 도시에서는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동차 대신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개인용 운송수단(PRT; Personal Rapid Transit)'이라는 이름의 캡슐이 자동차를 대신한다. 캡슐에는 리튬 이온 전지가 설치돼 태양광 전기로 충전된다.
캡슐은 지하에 있는 전용 도로를 달리게 되며, 운전사가 없다. 정차장에서 기다리면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해 캡슐이 자동적으로 승객 앞으로 온다. 탑승 후 원하는 정차장을 선택하면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적절한 루트를 정해 준다. 캡슐은 바닥에 깔린 자기장 장치를 따라 움직이며,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이동한다. 평균 시속 40㎞로 이동하며, 마스다르시티 내 모든 지역까지 10분 이내에 이동 가능하다. 캡슐 당 탑승 인원은 4~6명이며, 모두 3000대가 운행하게 된다. 정차장은 약 100개 설치될 예정이다.
다른 도시에서 마스다르로 올 때는 경전철을 이용하게 되며, 만약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면 외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둔 후 PRT를 타야 한다. 알 자베르 CEO는 "택시와 달리 탑승자를 찾아다니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고, 신호 대기 시간이 적어 훨씬 경제적인 이동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GE·MIT 등 진출 확정 아부다비는 이곳을 신·재생에너지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전시용 도시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전세계에서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GE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시설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 미국 MIT대학도 미래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국내에선 삼성과 LG, 두산 등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알 자베르는 "연내에 100개 이상 기업과 연구센터가 입주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탄소 제로 도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경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이 없는 야간에 사용할 전기를 낮에 비축하는 기술이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도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공기업인 '아부다비 미래 에너지(ADF EC)'를 설립했다. 술탄 알 자베르(Al Jaber)는 2006년 설립된 이 기업의 초대 CEO이다. 그는 남가주대(USC) 공학 석사와 영국 코번트리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알 자베르 사장은 "마스다르 시티를 실리콘밸리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연구·개발·생산·교육 기관을 모두 집결시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설립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제기구인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를 마스다르 시티에 유치하는 계획도 그 중 일부다. IRENA 본부 유치 활동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알 자베르의 목소리에서는 미래 도시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중동의 대표 산유국인 아부다비가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석유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40년 전부터 국제 에너지 시장을 분석해 오고 있다. 석유 이후에 아부다비를 먹여 살릴 산업이 신·재생에너지라는 판단을 최근 내렸다. 또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지위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도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필요하다. 석유 이후에 어떤 자원이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래도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다면 산유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술 개발을 우리가 주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에너지에 관한 한 축적된 정보가 가장 많고, 기술 개발에 투입할 자금도 충분하다.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신·재생에너지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 기업도 있다. 우리에게 신·재생에너지는 위기가 아닌 기회다."
―중국이나 다른 중동지역에도 친환경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 마스다르의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탄소 발생 제로라는 높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도시는 현재까지 없다. 또 마스다르 시티는 효율적이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기업이나 학교, 연구소가 너무 분산돼 있다.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클러스터를 만들면 정보 교환이 활발해지고, 기술 개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기업과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가(油價)가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었고, 최근 금융위기로 중동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업에 영향은 없나?
"우리는 이 계획을 2006년에 발표했다. 당시 유가가 지금과 비슷한 배럴 당 50달러 안팎 수준이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포함해 UAE 경제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문을 닫는 기업도 없고, 실업자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2016년 완공 목표… 아부다비 친환경 미래도시 '마스다르시티(Masdar city)'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 전력의 97%는 태양에서 자동차는 못다니고 전기로 달리는 캡슐 운행
석유·석탄 대신 오직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도시, 그래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 탄소(carbon)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곳. 이런 꿈같은 친환경 미래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전혀 뜻밖이다. 땅만 파면 금세 검은 석유가 쏟아질 것 같은 중동의 페르시아만 지역, 전 세계 석유·가스 매장량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富國) 아부다비(Abu Dhabi)란다. '뜨거운 지구'의 탈출구가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 위에 오일 머니(oil money)로 세워지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220억달러를 투입해, '탄소 제로(carbon zero)' 도시를 짓고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자원(resources)'이라는 뜻을 가진 '마스다르'를 따서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이다. 면적은 약 6㎢ 로 여의도의 4분의 3쯤 된다.
지난해 2월 착공돼, 현재 건물들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청사진대로라면 1500개 기업이 입주하고 5만명이 거주할 예정이다. UAE의 7개 토호국 중 맏형 격인 아부다비가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은 3년 전의 일이지만, 그 동안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세계의 시선은 동생뻘인 이웃 토호국 두바이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로 두바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전 세계가 신(新)성장동력으로 녹색 기술을 주목하면서 마스다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마스다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아부다비 미래 에너지(ADFEC)'의 CEO 술탄 알 자베르(Al Jaber)는 "석유는 고갈될 수밖에 없고 그 이후에도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석유 판 돈으로 석유 이후(post oil) 시대를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마스다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탄소 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 속에선 어떻게 생활이 가능할까?
■ 태양광·지열·풍력으로 100% 발전… 탄소배출 제로 마스다르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것은 태양이다. 이곳에 사용되는 전력의 약 97%는 태양광 또는 태양열로 조달한다.
마스다르의 모든 빌딩 위에는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필름을 활용한 태양광 전지(PV) 패널이 설치된다. 또 도시 한편에는 거울 등으로 햇빛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열 발전(CSP) 시스템이 설치된다.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연간 50만 MWh 정도 된다. 팔당수력발전소의 발전량(44만6000MWh·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약 1억6000만달러를 투입해 페르시아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용 터빈을 도시 중간 중간에 설치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다르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또 재활용하는 데도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도시 주변에 높은 담장이 설치된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다. 건물의 유리는 태양열을 차단하고 자연광만 통과시키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 건물은 10층 이내로 낮게 지어, 냉방 효율을 최대화한다.
또 지하의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자연 냉방 방식을 활용해 건물 내부의 온도를 낮춘다. 군데군데 나무와 분수 등을 설치해 도심을 시원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마스다르 도시의 기온은 주변 사막보다 평균 20도 정도 낮아진다. 물은 바닷물을 끌어와 담수화시켜 사용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전기도 모두 태양광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번 사용한 물은 모두 재처리돼 도심 조경이나 곡물 재배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도시에 비해 물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동차도 없고, 전기로 가는 캡슐로 이동
앞으로 이 도시에서는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동차 대신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개인용 운송수단(PRT; Personal Rapid Transit)'이라는 이름의 캡슐이 자동차를 대신한다. 캡슐에는 리튬 이온 전지가 설치돼 태양광 전기로 충전된다.
캡슐은 지하에 있는 전용 도로를 달리게 되며, 운전사가 없다. 정차장에서 기다리면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해 캡슐이 자동적으로 승객 앞으로 온다. 탑승 후 원하는 정차장을 선택하면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적절한 루트를 정해 준다. 캡슐은 바닥에 깔린 자기장 장치를 따라 움직이며,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이동한다. 평균 시속 40㎞로 이동하며, 마스다르시티 내 모든 지역까지 10분 이내에 이동 가능하다. 캡슐 당 탑승 인원은 4~6명이며, 모두 3000대가 운행하게 된다. 정차장은 약 100개 설치될 예정이다.
다른 도시에서 마스다르로 올 때는 경전철을 이용하게 되며, 만약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면 외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둔 후 PRT를 타야 한다. 알 자베르 CEO는 "택시와 달리 탑승자를 찾아다니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고, 신호 대기 시간이 적어 훨씬 경제적인 이동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GE·MIT 등 진출 확정 아부다비는 이곳을 신·재생에너지의 실리콘밸리로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전시용 도시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부다비는 전세계에서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GE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시설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 미국 MIT대학도 미래에너지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국내에선 삼성과 LG, 두산 등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알 자베르는 "연내에 100개 이상 기업과 연구센터가 입주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탄소 제로 도시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경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이 없는 야간에 사용할 전기를 낮에 비축하는 기술이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도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는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공기업인 '아부다비 미래 에너지(ADF EC)'를 설립했다. 술탄 알 자베르(Al Jaber)는 2006년 설립된 이 기업의 초대 CEO이다. 그는 남가주대(USC) 공학 석사와 영국 코번트리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알 자베르 사장은 "마스다르 시티를 실리콘밸리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연구·개발·생산·교육 기관을 모두 집결시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설립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제기구인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를 마스다르 시티에 유치하는 계획도 그 중 일부다. IRENA 본부 유치 활동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알 자베르의 목소리에서는 미래 도시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중동의 대표 산유국인 아부다비가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석유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40년 전부터 국제 에너지 시장을 분석해 오고 있다. 석유 이후에 아부다비를 먹여 살릴 산업이 신·재생에너지라는 판단을 최근 내렸다. 또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지위를 더욱 탄탄히 하기 위해서도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필요하다. 석유 이후에 어떤 자원이 에너지시장을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래도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다면 산유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술 개발을 우리가 주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에너지에 관한 한 축적된 정보가 가장 많고, 기술 개발에 투입할 자금도 충분하다. 지금도 전 세계를 돌며 신·재생에너지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 기업도 있다. 우리에게 신·재생에너지는 위기가 아닌 기회다."
―중국이나 다른 중동지역에도 친환경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 마스다르의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탄소 발생 제로라는 높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도시는 현재까지 없다. 또 마스다르 시티는 효율적이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기업이나 학교, 연구소가 너무 분산돼 있다. 이들을 한 곳에 모아 클러스터를 만들면 정보 교환이 활발해지고, 기술 개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기업과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가(油價)가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었고, 최근 금융위기로 중동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사업에 영향은 없나?
"우리는 이 계획을 2006년에 발표했다. 당시 유가가 지금과 비슷한 배럴 당 50달러 안팎 수준이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포함해 UAE 경제는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문을 닫는 기업도 없고, 실업자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